두 부부의 영남알프스 억새 종주(통도사→표충사)

 

           시살등에서 영취산 가기전 무명봉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전체 조망입니다.

 

 

산행지 : 영남알프스(통도사  표충사)

           (영취산-신불산-간월산-능동산-천황산)

산행일 : 2004. 10. 03 (일)맑은 후 안개 비

산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02:46-04:10 동대구역출발(무궁화) 및 구포역 도착

           23:15-23:45 밀양역 도착 및 출발(서울행 막차) 
 

05:15 극락암주차장(산행시작)

05:22 비로암 이정표

05:33 백운암 주차장(더 이상은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슴) 

06:23 백운암

07:00 시살등,영취산 갈림길 안부

08:05 비로암 하산길

08:10-08:50 영취산(조식)

10:10 신불산

11:00 간월재

11:40 간월산

13:15 배내봉

13:40-13:50 등로 주의 구간 (송곳산3.5 오도산 0.6km이정표) 배내고개는 송곳산이 아닌 좌측으로~ 

14:15-15:15 배내고개(중식)

16:15 능동산

16:25 쇠점골약수터

17:35 얼음골4.7km 갈림길

18:00 샘물상회(산장?) 천황산 2.37km

19:00-19:20 천황산(하산길 찾아 알바 20분)

20:10 재약산, 표충사 갈림길

22:15 표충사(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17시간 29km정도

            (통도사-배내고개:16km, 배내고개-천황산-표충사:13km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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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주산행의 서두 이야기

2. 이두영님께 고마움을 전해드리며..

3. 파도타는 은빛물고기.. 그 억새들의 움직임

4. 아름다운만남과 간월산 가는 길

5. 배내고개에서의 소주 두병

6. 지루하고 불안한 능동산에서 천황산 가는 길

7. 천황산에서 또 되살아나는 악몽

8. 비바람도 잠자는 표충사 하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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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주산행의 서두 이야기

 

봄부터 벼르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영남알프스 종주(통도사-표충사),

지난번에 우중에 죽을 고생한 것도 사실은 종주를 위한 답사 길이었습니다.

이번 주가 억새가 절정일 것 같아 해병대아저씨와 둘이서 종주를 하고

꼭지(아내)와 해병대부인은 우리를 들머리인 통도사 백운암에 내려주고 밀양 표충사에서

출발 재약산을 거쳐 천황산에서 서로 만나 하산하기로 계획을 하였으나..

 

이 부인들이 어디 보통 부인(?)들입니까? 끝까지 함께 동참 하겠다 합니다.

하지만 통도사에서 표충사구간은 길은 좋다 하지만 거리가 30여km로 덕유종주(육십령-삼공리)와

거의 비슷한 거리인 만큼 상당한 인내와 체력이 필요한 구간입니다.

 

대구에서 통도사까지의 교통이 무척 문제가 되었지만 부산의 이두영회장님께서

꺼이 픽업해주시겠다며 야간열차타고 구포역에 내리라고 하십니다.

산악회를 이끌어 가시는 분이신 데다가 두둑한 몸(?)만큼 인정 많고 정 많은 회장님의 배려에

신세를 지기로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신세를 지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만 평생을 두고서도 잊지 못할

그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서 해병대부부와 넷이서 야간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매번 자가운전으로 다니다 오랜만에 무궁화호에 몸을 맡기니 “후~~ 이렇게 편할 수가..

” 살짝 잠이 들었을까 벌써 구포역입니다.

개찰구를 빠져나오니 회장님이 대합실 장의자에 앉아 기다리시다가 우리를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우리를 태워주신 후 회원들을 모시고 또 내장산에 가셔야 하니 서두릅니다.

 

 

 

2. 이두영님께 고마움을 전해드리며..

 

통도사를 지나 좁은 차도 따라 10여분 진행하니 백운암아래 극락암주차장입니다.

백운암 오르는 등산로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여기서 회장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는데

언제 준비하셨는지 가면서 먹으라며 무거운 도시락을 건네주십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엉겁결에 받기는 했는데 떠나가시는 회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고

마운 마음을 가슴으로 삼킵니다. 

 

이제 백운암 가는 좁은 차도 길로 접어듭니다. 10여분 올랐을까

비로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영취산정상>이정표 따라 10여분 지나니 백운암 작은 주차장입니다.

차량은 이곳까지 올라 올 수가 있습니다.

이곳부터는 서서히 높아지는 고도 따라 바위너덜지대를 힘겹게 통과하니 아담한 백운암입니다.

 

▼백운암

 

벌써 스님께서는 암자 입구와 샘터주위로 마당을 쓸고 계시는지라

간단히 목례를 드리고 식수를 보충하고 지 능선에 올라섭니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사이로 아침 햇살은 곱게 파고들고..

누런 황토빛 들판이 아침 햇살로 더욱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니

모두들 그 시골정취에 녹아들어 잠시 힘듦도 잊고 바라봅니다.

 

 

잠간 휴식을 취하고 20여분 올라서니 좌로는 시살등과 우측 영취산갈림길인데

굴곡이 심한 능선은 사면의 바위 암벽과 더불어 이제 막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멀

리 영취산이 1시간여 거리로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능선이 마치 남덕유산에서 삿갓봉가는 능선처럼 겹겹이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라

땀깨나 흘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살등 방향의 그림같은 능선입니다. "저 길도 가 봐야 할텐데~~@" 

 

▼영취산 방향의 오르내림의 굴곡이 심한 능선길 조망

 

처음으로 만나는 로프구간을 올라서니 영남알프스를 한눈에 조망할수 있는

고 김성욱님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무명봉입니다.

좌측 시살등에서 가야할 재약산과 천황산 신불산 영취산까지의 영남알프스가 부챗살처럼 펼쳐지고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진 대 평원이 점점 가까이서 다가옵니다.

 

▼암봉을 내려와 영취산 가는 길.. 억새가 서서히 은빛 유혹의 손짓으로 다가옵니다. 

 

잠시 파노라마를 촬영하고 고개를 돌리니 어~ 모두들 벌써 영취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등짐 진 배낭이 펄럭거릴 정도로 따라붙어 영취산에 오르니 “소백산 칼바람아 저리가라“

할 정도로 세찬 바람이 온몸을 날려버릴 듯이 파고드는지라 암벽아래에 몸을 숨기고 아침을 먹습니다.

 

이두영님이 사주신 도시락을 펼치니 햐~~! 꿀꺽~~@@ 맛있는 횟감입니다. 해병대 아저씨 왈

“소주가 있어야 딱인데..“하지만 어쩝니까.

소주도 없고 그렇다고 아침부터 술타령할 수도 없어 살짝 맛을 보는데

무슨 고기인지 맛이 기가 막혀 꼭지가 옆에서 쓰러져도 모를 정도인지라 얼른 맛만 보고 덮습니다.

배내고개에서 소주로 종주 주 한잔 하려고..

 

 

 

3. 파도 타는 은빛 물고기.. 그 억새들의 움직임..

 

영취산아래의 대평원에서 펼쳐지는 억새가 더욱 빛이 납니다.

드높은 가을 하늘을 이고선 풍성한 수확기의 곡식처럼 억새도 가을걷이 준비에 열중입니다.

지난번 우중에 왔을 때 시야가 가려 10미터 앞도 보여주지 않던 억새의 향연..

그 보이지 않는 풍악소리에 귀 기울이며 꼭지와 해병대부부 재잘재잘 무엇이 즐거운지 온몸으로 웃어댑니다.

 

영취산에서 신불산 가는 길.. 그 드넓은 평원..

절정에 이른 억새가 역광을 받아 은빛 물고기가 바다 속을 헤엄치듯이 일렁이며 파도를 탑니다. 

또한 우측사면의 억새는 암벽사이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어우러져

가을을 더욱 진한 파스텔로 채색을 하니 질투하는 하늘사이로 해님은 고개를 내밀다 말다를 반복하고

거기에 맞춰 억새는 더욱 자태를 뽐냅니다.

 

▼영취산에서 바라본 신불산 방향인데 우측 아래로 문이 닫힌 대피소사면의 단풍 또한 절정입니다. 

 

▼영취산을 내려와 신불산 가는 길의 억새

 

▼억새의 천국입니다. 그림같은 ~~ ^^*

 

▼해병대 부부와 꼭지가 추위에 옷깃을 세우고 억새숲을 헤쳐나옵니다.

                                      

▼지산리 통도 환타지아 방향 사면의 억새가 역광을 받아 은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지나온 영취산 방향 조망입니다. 


▼억새 넘어 끝에서부터 단풍과 어우러진 아리랑,쓰리랑,에베로,탈레이(?) 리지바위..


▼신불산 가는 길


▼신불재


▼신불산에서 바라본 영취산 방향의 매끈한 황소등어리 같은 주 능선의 조망 

 

신불산 정상.. 늘 그렇듯이 온몸을 날려버릴 듯 한 바람 잘날 없는 신불산 정상입니다. 

세찬 칼바람에 반쯤 부서져 있던 돌탑도 오늘은 아예 뭉개져 버렸고

그 옆에 자리 잡았던 간이매점도 중계탑옆으로 옮겨져 있습니다.

추워서 자켓의 깃을 더욱 세우고 따뜻한 오뎅으로 몸을 녹이며 가야할 능선에 눈길을 멈추니

그 황홀함에 온몸이 부르르 흥분됨을 느낍니다.

 

 

 

4. 아름다운 만남과 간월산 가는 길..

 

서서히 구름가스가 차기 시작하는 신불산 정상을 내려와 형형색색의 단풍과 억새가 수놓고 있는 등산로를

아쉬워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간월재가 훤히 뵈는 둔덕에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반갑게도 배내고개에서

올라오시는 김용관님 내외분을 만납니다. 그래서 산꾼은 언젠가 산에서 만나게 되나 봅니다.

 

▼김용관님 내외분과 한 컷 (좌로 해병대부부와 꼭지)            

 

천태산에서 만나 뵈었는데도 눈썰미가 없어 누구신지~?

알아 뵙지 못한 송구함을 감추기라도 하듯 얼른 인사를 건넵니다.

산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그 반가움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지요.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구봉산에서 또 뵙기로 하고 아쉬움의 악수를 나눕니다.

 

▼신불산에서 간월재 가는 길.. 울긋불긋 등산객의 모습도 억새만큼 이쁩니다. 

 

▼지나가는 그림들이 너무 아까워 다시 뒤돌아봅니다.


▼저 아래 임도를 가득메운 자동차와 간월재.. 그 위 쪽의 간월산,

  멀리 운무에 덮인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간월재에서 바라본 좌측의 재약산과 천황산

 

▼간월재에서 신불산 방향으로 뒤돌아 본 풍경


▼간월재에서 간월산 오름 길


▼뒤돌아본 간월재 풍경

 

▼암벽 사이사이로 단풍은 숨바꼭질하고..


▼간월산에서 바라본 배내봉방향

 

▼배내봉 가는 길인데 꼭지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억새숲을 헤치며 연신 미소띤 얼굴입니다.  뒤쪽은 간월산 


▼배내봉에서 바라본 운무에 가린 신불산 방향의 능선들..


▼아무생각 없이 직진 하다간 알바하기 쉬운 구간. 배내고개는 송곳산이 아닌 좌측으로..


20여분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넓은 간월재의 사면엔 온통 억새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다시 억새숲과 동무하며 간월산으로 향합니다.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등로를 메우고 있는 억새는 많은 등산객들의 마음을 뺏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배내봉을 넘어서며 송곳산방향이 아닌 이정표 없는 좌측으로 내려서야 배내고개 방향인데

억새의 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 능선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보니 송곳산방향으로 내려서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내려가다 올라오는 부부산꾼을 만나 다시 백합니다.

이분들도 알바하고 다시 올라오는 중이랍니다.

이분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또(?) 엉뚱한 길로 들어설 뻔했으니 오늘은 운이 좋은 셈입니다.

 


 

5. 배내고개에서의 소주 두 병..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벌써 두시가 넘어서고 있습니다.

시간도 늦은데다 서서히 비구름도 몰려오고 이슬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하는지라 지난번의 악몽이 되살아나

“종주를 끝까지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며 때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라면을 끊여 이두영님이 주신 횟감으로 소주 두병을 홀라당 비우니 에구~~@ 아딸딸~~~ 이곳이 천국입니다.

 

▼배내고개 간이매점 테이블에 앉아 이두영님이 주신 횟감으로 소주 두병 홀짝~~~ 꺼억~~@@ 


마음이 여유롭고 즐거우니 만사가 오케입니다.

언양가는 막차(17:30)를 타려니 아직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고 여러 가지 여건상

여기서 주저앉을 수가 없어 “우리 표충사까지 마 그냥 계속 가자~~!” 모두들 동의합니다.

 

어떻게 기다려온 통도사에서 표충사까지의 종주길인데.. 하지만 이곳부터는 초행길인데다가

기상상태도 좋지 않아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하고 능동산을 향해 시멘트계단을 올라섭니다.

 

앞으로 표충사까지는 통도사에서 거의 왔던 길만큼 가야할 거리(13-16km)인지라 눈앞이 아찔하지만

모두들 이미 종주에 단련된(?) 몸들이라 충분히 해내리라는 믿음이 앞섭니다.

능선안부에 올라 배내고개를 바라보니 빈자리 없던 주차장엔 이미 많은 차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에궁~~ 우리는 언제쯤 표충사에 떨어질지~~~@

 

▼능동산을 오르며 바라본 배내고개.


술기운에 40여분을 순전히 깡으로 올라 헬기장에서 그만 큰 大자로 벌러덩 누워

후미(?)조가 올라올 때까지 잠간 잠이 듭니다.

사랑방종주 팀답게 아직은 모두들 씩씩하게 올라오는 군요.

배내고개에서 1시간여만에 능동산에 도착하니 드디어 빗방울도 하나둘 떨어지고 안개가 끼기 시작합니다.

 


 

6. 지루하고 불안한 능동산에서 천황산 가는 길

 

안개비속으로 야간산행까지 감수해야 하는 불안한 예감이 들어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로 하고

나침판으로 방향을 가늠하고 이제 천황산을 향한 지루한 길을 내려섭니다.

10분여 내려왔을까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는 쇠점골약수터, 물맛만큼이나 글귀도 멋있네요.

“우리는 한모금의 약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니다.” 좋은 말씀~@

 

▼능동산, 모두들 아직은 폼도 잡고 팔팔(?)합니다만 글쎄요 두고 봐야지요.~@


▼능동산을 10분여 내려와 천황산가는 길.. 변강쇠같은 강한(?) 물줄기의 쇠점골 약수터입니다.


약수터에 목을 축이고 고속도로 같은 널찍한 임도에 내려서니 우려하던 이슬비가 서서히 내리기 시작합니다.

임도양쪽으로 물든 단풍을 끼고 리본 따라 임도와 우측 산사면의 주 등산로를 번갈아 오릅니다.

비포장도로지만 임도길이 좋아 지프차량들이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억새와 단풍이 서로 어우러진 천황산 가는 길의 널널한 임도


▼우측 운무에 덮인 천황산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아직 두 시간 여 거리에 있습니다.


▼천황산 가는 길.. 임도를 버리고 리본 따라 우측 산길로 이런 길을 서 너번 올라섭니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우측으로 많은 리본이 보이면 산길로 붙고 또 임도로 내려서기를 서너 번 반복합니다.

산길은 빗물 머금은 억새와 잡목이 온몸을 할퀴고 달려듭니다.

바지도 젖어들고 안개로 인해 시야는 10m앞도 분간하기 힘듭니다. 으스스한 공포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서서히 안개비도 내리고 좁은 등로는 잡목이 우거져 진행하기 힘들고..

 

▼통신안테나가 세워져 있는 지점인데 안개비로 인해 10m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시간 17:30 능동산에서 출발한지 1시간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천황산까지 이제 절반은 온 셈이군요. 하산하려면? ㅋㅋ.. 답이 없습니다.

모두들 이제는 무척 지쳐있습니다. 시야확보도 전혀 되지 않고 이슬비는 내리고 날은 어두워지고..

거기다 초행길.. 모든 조건이 최악입니다.

더 이상 빗방울은 굵어지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통신 안테나를 지나자마자 다시 임도에 내려서고 조금 가다가 리본 따라 또 우측산길로 붙습니다.

5분여 진행하니 <얼음골 4.7km> 이정표가 외로이 혼자 비바람을 맞으며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이정표를 보니 현재까지 길은 잃지 않은 것 같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이곳에서 30여분을 빗물 때리는 억새와 잡목이 뒤엉킨 좁은 등로를 정신없이 헤쳐 나가니

서서히 어둠속으로 잠겨가고 있는 샘물상회입니다.

 

<천황산 2.37km> 이정표가 보이고 나무문 사이로 얼굴을 내민 주인인 듯 한 부부 왈

“아니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표충사까지 가는데요?” 무뚝뚝한 사랑방의 대답~

“허허~~ 이 시간, 이 날씨에 그까지 못갑니다. 배내고개로 내려 가이소” 막무가내로 만류하는 주인 장

“배내고개서 올라왔는데 다시 또 내려가라고요?” 속으로 “그렇게는 못합니더~~@” 사랑방의 종(?)고집..

 

주인부부는 우리의 형색을 힐긋 쳐다보더니 한심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문을 닫습니다.

약간의 갈등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헤집습니다.

“어떻한다~~~??” 속으로 중얼거리다 마음의 결정을 내립니다.

 

꼭지는 힘이 드는지 넌지시 운을 띠웁니다.

“우리 마 저 아저씨에게 택시비 드리고 언양까지 태워 달래자 이렇게 비오는 밤에

야간산행 으로 서너 시간은 더 가야하는데 지난번에 죽을 고생 시키더니 또 죽을 고생 시키려고?” 하며

사랑방을 몰아세우니 잠시 또 갈등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산행을 접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산이 제자리에 있다고 하지만 가다가 힘들다고 포기 할수록 발전도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행길에서 포기하면 다음에 그 어려움을 더욱 헤쳐 나가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종주“라는 단어 속에는 능선을 끝까지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진정한 종주“라는 사랑방의 고지식한 생각이니 어쩝니까? 앞으로 3~4시간 더 밀고 가야죠.

 


 

7. 천황산에서 또 되살아나는 악몽..

 

임도(차도)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계속 편한 임도 따라 가면 표충사로는 갈 수 있지만 천황산을 좌측으로 비켜가기 때문에

마음에 내키지 않습니다. 길 찾기에 신경을 쓰더라도 등산로 따라 천황산으로 오르기로 합니다.

이젠 어두워 헤드랜턴을 켜고 물기 번득이는 억새와 잡풀을 헤치며 나아갑니다.

 

가끔씩 나침판으로 남서쪽 방향을 확인하며 안개비속을 온 신경을 곤두세워 진행합니다.

30여분 걸었을까 나무는 보이지 않고 키 큰 풀잎과 억새가 운무 속에서 소름끼치는 바람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달려듭니다. 풀숲에 이는 빗물과 하늘에서 때려대는 비바람은

가히 우리 모두의 혼을 빼가고도 남을 만합니다.

 

혼자서는 무서워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천황산.. 드디어 바람이 온몸을 날려버릴 듯이 달려듭니다.

“세상에 이렇게 바람이 억세게 불다니..” 몸을 가누기도 힘이 듭니다. 태풍이 지나가도 이렇지는 않으리라..

춥고 떨리고 무섭고.. 반쯤 정신이 달아날 즈음 큼지막한 돌탑이 길을 가로막습니다.

아~~! 여기가 천황산인가 보다. 혼자 중얼거립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정상석을 찾습니다.

 

<사자봉>덩치에 어울리게 커다란 천황산 정상석인데 조망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입니다.

 

날씨 좋은 한 낮 같으면 신불평원보다도 더 아름답다는 억새숲이 있는 사자봉입니다.

아~ 아쉽습니다. 또 다음에 오라고 사자평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주질 않고

세찬바람으로 몰아세우기만 합니다.

 

바람을 피해 커다란 정상석앞에 서서 달달 떨며 호흡을 조절합니다.

야간인데다 안개비로 인해 등로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정상석 바로 옆으로 넓은 돌길이 정상적인 하산로였는데 이를 모르고

잠시 방향이 헷갈려 동쪽방향으로 내려서고 말았습니다.

 

억세게 불어대는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10여분 내려섰는데 등로가 점점 좁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상하다. 올라 올 때는 돌길이 넓고 좋았었는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나침판을 확인하니 이상하게 남쪽이 아닌 동쪽입니다.

아차~@@ 뭔가 잘못되었다. 퍼뜩 불안한 예감이 엄습합니다.

 

“이 비바람 때리는 한겨울 같은 날씨에 대부대(?)를 이끌고 길을 잃으면 큰일이 아닌가..

혼자 생각하며 당황하지만 내색은 않고 길을 잘못 들었으니 10여분 다시 올라가자고 합니다.

모두들 무섭고 떨리고 춥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잘 따라줍니다.

다시 원점으로 정상석에서 이정표 화살표 따라 길을 찾아봅니다.

 

물 흐르는 도랑 같은 바위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쩌다 작은 나무사이로 리본도 하나 둘씩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야 정상적인 하산로에 접어든 것 같아 휴~~@@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작은 계곡의 도랑 같은 바위돌너덜길을 한 시간여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서니

재약산, 표충사 갈림길이정표가 있습니다.

 


 

8. 비바람도 잠자는 표충사 하산길..

 

여기서는 재약산을 포기하고 표충사로 바로 내려섭니다.

모두가 기진맥진해 재약산을 오를 정도의 체력도 남아있지 않을뿐더러 또 길을 잃어 백 한다면

이제는 모두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아 생각할 겨를 도 없이 표충사로..

이곳부터는 리본도 많고 길이 좋아 안심이 됩니다.

 

20여분 숲속을 내려오니 내 언제 그랬냐는 둥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안개비도 걷히고

시야가 확보됩니다. 아마도 정상부에만 비바람이 그렇게 거세게 때렸나 봅니다.

평소 같으면 1시간이면 충분할 거리를 2시간여 엉금엉금 기어서 표충사 매표소에 도착합니다.

택시를 불러놓고 등산안내도에 마지막 눈도장을 찍으며 오늘의 힘겹고 무서웠던 종주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표충사에 세워진 재약산-천황산 등산 안내도


언제나 산을 사랑하시는 여러 산님들의 안전 산행을 기원드립니다.  -산사랑방 올림-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