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눈꽃 산행

1월 17일(토) 안내 산악회 따라 태백산 산행을 했습니다. 강원도 지방에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에 주위에서는 걱정을 해주고 남편도 망설이는데 꼭 가보고 싶었던 겨울 태백 산행이라서 강행했습니다.

전날 저녁에 배낭을 챙기고 아침 일찍 준비하여 약속 장소에 나가니 버스 2대가 넘치고 몇분이 남아 보조석에도 앉았습니다. 우리는 2호차 1번과 2번. (일주일전 전화 예약제).
날이 궂어서 비가 내리는데도 모두들 환한 얼굴에 기대감 마저 갖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안동 휴게소에서 아침먹고 현동 휴게소에서 쉬는 사이 비 대신 눈이 내립니다.

해발 896m의 넛재에 도착.
눈 쌓인 재를 넘어가는데 정상 부근은 얼어 붙었고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오는데 10 여분이나 걸렸습니다.

태백으로 가는길은 빙판길입니다. 되돌아 갈일이 걱정이면서도 눈덮인 상록수며 나뭇가지들이 아름답고 수북히 쌓인 눈만 보아도 오늘 출발은 잘했다 싶습니다.

강원도에 들어서니 산 전체가 뽀얗고 동점역을 지나면서 ‘제11회 태백산 눈축제’의 현수막이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화방재에 도착하여 볼일을 보고서 짐 정리하여 산행 시작이 곧바로 되는데 몹시 미끄럽고 눈이 많아 아이젠을 착용하고서야 마음놓고 걸을수 있었습니다.

사갈령 매표소에서 보니 우리가 거의 마지막 출발이었고 싸락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하여 산행 내내 눈을 맞아 ‘눈사람’ 같다고 남편이 놀렸습니다. 배낭 카바 씌운 부분만 빼고는 모자와 상의 등산복이 눈을 맞아 하얬나 봅니다.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와 소리없이 쌓이는 눈에 취해 즐겁기만 합니다.

유일사 쉼터 부터는 산행객이 더 많아 졌습니다. 그러나 눈은 많이 왔어도 걱정했던 만큼 미끄럽지 않았고 길이 나 있어서 스패트를 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춥지 않았던 것입니다.

천제단을 향해서 오르는 구간구간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주목들과 마치 백설 튀김가루를 입혀 놓은 듯 새하얀 나뭇가지들이 넋을 잃게 합니다. 환상적이라는 표현만으론 너무나 부족한, 황홀한 풍경들이 이어지는데 겨울 태백을 찾는 산객들이 줄을 잇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여기는 태백산 천제단 (해발1560.6M)
태백산의 정기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올 한해 모두 건강하시고 원하시는일 모두 이루시라고 기원합니다“.

눈 맞으며 눈과 함께 먹은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잊지 못할 겁니다.
젖거나 말거나 자리 펼치고 여유롭게 점심 성찬을 했으니까요. 바람이 없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천제단 부근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종 비각과 망경사에도 쉼터로서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당골로의 하산길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걷는 사람과 궁등이 썰매타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웃음이 어우러진 한판의 축제장이었습니다.

문수봉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 했으나 석탄 박물관과 눈축제 구경이 하고 싶어서 망경사로 내려 왔습니다.

눈을 맞으며 눈에 묻혀서 보낸 하루가 너무나 즐거웠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혹 망설이시는 분들 있으시거든 걱정마시고 나서세요. 위험하지도 않았고 산행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넛재를 넘는데 길이 얼어서 기사님이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산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 늘 행복하세요.


2004년 1월17일(토) 비와 눈

06:40 대구 성서홈플러스앞 출발
07:35 안동휴게소 도착
09:38 현동휴게소 도착
10:26 강원도경계
10:32 동점역 통과
11:02 화방재 도착
11:27 사갈령매표소
11:35 산령각
12:35 유일사쉼터
13:33 천제단 도착
14:10 천제단 출발
14:27 망경사
16:10 단군성전
16:20 석탄박물관
17:00 제2주차장 출발
18;32 현동휴게소 출발
20:05 안동휴게소 도착
21:24 서대구 톨게이트 통과


▣ 정혜원 - 정말 꼼꼼하게 잘 기록을 하셨네요. 넘 잘 보았습니다. 늘 건강하셔서 우리에게 이렇듯 좋은 길 안내자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 정혜원 - 오늘은 마음먹고 들어와서 퍼질러 않아서 느긋 하게 그동안 올리신 글 다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