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4. 10. 23. 토요일(맑음)

 

▣ 참여인원 : 단독

 

산행코스 : 관음사지구 관리사무소 - 백록담 - 성판악관리사무소

 

 산행거리 : 총 18.3km(관음사지구 ←8.7km→ 백록담 ←9.6km→ 성판악관리사무소)

 

소요시간 : 총 6시간 36분{관음사지구 출발(07:50) - 백록담 도착(11:35) - 성판악 도착(14:26)}

 

특      징 :

   ▶ 한 라 산(漢拏山) 1,950m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 한 가운데 1,950미터의 높이로 우똑 솟은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

      능히 은하수를 잡아 당길(雲漢可拏引也)만큼 높은 산이란 뜻을 가진 이 산은 옛부터 신선(神仙)들이 산다고 해서 영주산

      (瀛州山)이라 불리기도 했고, 금강산(金剛山), 지리산(智異山)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 관음사 - 백록담 코스

     구린골능선까지는 비교적 완만하며, 곧바로 급경사 탐라계곡을 내려서면서부터 개미등을 거쳐 삼각봉, 용진각대피소,

     왕관릉, 백록담까지는 제법 경사졌으나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위험한 구간은 없고, 삼각봉, 왕관바위, 장구목 능선,

     백록담 북벽, 구상나무 군락등이 볼거리


 

   ▶ 백록담 - 성판악 코스

      밋밋한 능선으로 진달래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는 울창한 수림이 더욱 포근한 느낌을 주며 사라악대피소를 지나서부터는

      경사가 더욱 완만하며 역시 위험구간은 없고, 관음사 방면의 능선을 남성적이라 한다면 성판악 방면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여성적이라 할 수 있음.

 

 산행기


 

제주시와 (사)열린사회시민연합이 공동주체한 전국 주민자치박람회가 끝나자 함께온 일행들은 서둘러 광주행 비행기로 빠져나가고 리조트의 넓은 방에 혼자 남아 있으려니 썰렁함이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한다.


 

마트에서 사온 내일 아침밥과 점심, 그리고 간식으로 먹을 기정떡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모닝콜 시간을 05:00로 입력한 후 서둘러 잠을 청한다. 그러나 눈을 뜨니 새벽 04:30경. 더 잠을 자기도 뭐하고 그냥 털고 일어나 냉장고에 넣어둔 밥과 재첩국 한봉지를 꺼내 데워 먹고 나머진 배낭에 주섬 주섬 챙겨 넣은 후, 전화를 하여 06:30까지 와달라고 택시를 부른다.


 

숙소인 애월읍 한화리조트에서 관음사까지는 구간요금 20,000원.

택시 차창으로 스치는 동트기전의 가을 풍경이 한가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길가로 단풍은 아직 이르고 억새 또한 이제야 피어 아직도 윤기나는 검갈색으로 바람에 휘청인 듯 춤추고 있는데 9월 넷째주에 신불산에서 이런 모습을 보았고 10월 둘째주에 장흥 천관산에서 이런 모습을 보았는데 확실이 제주가 남쪽은 남쪽인가보다 싶다.


 

도깨비도로에서 약 5도 정도 경사진 도로를 차량이 동력장치의 도움없이 저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느끼는 신기한 체험도 해보고......


 

07:50.

입장료 1,600원을 지불하고 관리사무소 좌측을 따라 들어서니 오래된 활엽수림 사이로 쇄석이 정갈하게 깔아져 있는 편안한 등산로가 반긴다.

  [관음사지구 관리사무소] 

 

길 양옆으로는 줄을 쳐놓아 계곡등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 두었는데 계곡의 모습도 궁금하여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들랑거리며 올라가니 보는 재미가 더 하고 구린골 계곡엔 물이 말라 파란 이끼가 덥혀 빨간 단풍과 함께 그 멋이 더하고,

           

                                     [구린골 계곡]                                            [숯가마터]

 

처음 입구에 올라서 어느정도 오르는 동안 단풍이 별로여서 조금만 단풍이 보이면 열심히 카메라 셧터를 눌러댔는데 웬걸 숯가마터를 지나서 오르면 오를 수록 단풍이 더욱 좋고, 구린골 능선을 넘어 가파르게 탐라계곡을 내려서니 빨간 단풍으로 더욱 짙게 불타고 있다.

 

다시 개미등으로 거슬러 오르니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철거할 거라는 안내판을 안고 있는 탐라대피소가 나오고 계오르는 동안 오를 수록 이제 가지끝에 자리한 단풍은 서서히 가지를 떠나 거친 발등을 덮고 있다.

            

                    [폐쇄된 탐라대피소]                                         [개미등 단풍]

 

햇살은 점점 뜨거워지는데 해발 1,420m 고지에 이르니 거꾸로 솟은 고드름 모양의 하얀 서릿발들이 붉은색의 잔돌등을 치켜든채 반기고 개미목이 가까워 지니 앞으로는 삼각봉이, 10시 방향으로는 왕관처럼 생긴바위와 그 뒤 백록담 북벽의 기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왕관바위와 그 뒤 백록담 북벽]                                          [삼각봉]

 

나무로 만들어진 쉼터에서 귤등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휴식을 취하고 삼각봉을 돌아서니 삼각봉 겨드랑이에 뾰족한 기암이 먼저 반기고 그 뒤로 흐르는 작은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데 그 수량은 적지만 한라산에 올라 처음 대하는 물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용진각대피소에 이르니 일찌감치 올랐는지 즐겁게 휴식을 취하는 산님들에게 반가이 인사하며 하산하시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용진각대피소]                                 [장구목 기암능선]

 

지금까지도 오르는 길이 편안하게 내버려 두진 않았는데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 좌로 꺽어지면서부터 상당히 가파른 길이 고른 숨을 거칠게 만든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백록담 북벽을 바라보며 좌측으로 돌아 오르니 짙푸른 구상나무와 그 고사목이 어울어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멀리 제주시내의 모습들이 환하게 보이는데 한가지 바다 멀리에는 여전히 시야가 흐려 보이지 않음이 아쉽다.

 

            [왕관릉에서 본 장구목 능선]                                 [왕관릉에서 본 백록담 북벽]

           [왕관릉에서 본 제주시내의 전경]                         [살아서나 죽어서나 아름다운 구상나무]

                [백록담 북벽의 기암]                                       [정상에서 남의 품을 빌어 찰칵]

 

왕관릉에서부터 정상까지는 주상나무 군락으로 우거져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오르다 보면 힘들다는 것을 잊게 된다.

정상에 올라보니 백록담은 물이 겨우 바닥 한켠에만 고여 있을 뿐 온통 메마른 모습으로 반긴다. 그래도 날씨가 맑으니 바람도 그리 차지않고 이리 저리 제주시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그나마 복받은 것 아닌가.

 

다들 예쁘게 포즈를 취해가며 기념사진도 찍고 서로 서로 모여앉아 식사를 하며 즐거움을 나누는데 혼자서 어제 마트에서 구입한 찰밥을 꺼내 먹고 있으려니 함께 즐거움을 나눌 사람이 없음이 아쉽다. 식사를 하고 내려갈 채비를 하고 있으려니 60세가 넘으신 듯한 노부부가 경계목을 넘어서서 기념촬영을 한다.

 

이를 보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나오시라고 하자 그 남자분은 오히려 기분나쁘게 나오라 한다는 듯 거친 투로 "조용히 해?"하신다. 그 표정과 말투가 곁에서 듣고 있는 나까지 기분이 나빠 지켜보고 있으니까 관리사무소 직원을 계속 나오시라고 재촉을 하는데 그 분의 말투는 더 거칠어지고 표정도 더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오히려 관리사무소 직원을 나무란다.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계목을 세운 관리소가 잘못 했단다.

돌아가서 항의성 공문을 발송하겠단다. 정말 갈수록 가관이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그만 포기하고 자리를 피해버렸는데 옆에서 이를 지켜보신 분들도 기분이 나빴는지 여기 저기서 잘못한 사람이 무슨 큰소리냐며 비난의 말들을 쏟아 붓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성판악방면으로 하산을 하는데 관음사코스와는 대조적으로 많은 분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택시를 14:30분까지 성판악 주차장으로 오시라고 예약을 해놓은 터라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오르는 사람과 내리는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덧 진달래 대피소.

 

백록담을 오르기 위해서는 여기까지 12:30이내에 도착하여야 하나보다. 한 젊은 아가씨가 "엄마! 나 12:30분이 넘어서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진달래 대피소에서 쉬었다가 내려가야 겠어".하고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진달래 대피소]                       [진달래대피소에서 본 백록담방면의 전경]

 

12:58분.

성판악까지는 7.3km가 남았으니 14:30까지 도착할려면 서둘러야 겠다.

그래도 구경할 건 다 해야지. 화장실, 매점까지 다 둘러보고 내려가니 이제 오르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적어 걷기도 좋아 편하게 가다보니 사라악대피소. 집에돌아와 아들에게 보여 줬더니 "웬 화장실을 찍어왔어?"한다.

 

  

         [사라악대피소]                                [사라악약수터]                       [한라산에 많은 까마귀]

 

사라악대피소를 지나니 사라악 약수터!

한라산에 올라 첨으로 보는 약수터다. 날씨가 시원하여 물을 별로 먹지 않아서 다행이지 한라산에 오를때는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걸음을 재촉하여 내려가는데 한라산에 들어서서부터 계속하여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으며 산행을 하여야 했는데 비로소 눈앞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까마귀가 눈에 띤다. 어떤이는 노루까지 보았다는데 내겐 그런 행운이 오지 않으니 어쩌랴, 까마귀라도 한컷......

 

성판악 4.6km지점.

시간을 보니 14:00.

도저히 14:30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아 택시 기사님께 전화를 드려 약속을 미루려 했더니 기사님은 벌써 주차장에 도착해 계신단다. 어쩔 수 없다. 길이 비교적 평탄하니 뛰어도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듯 싶어 배낭을 잔뜩 조여맨후, 헛둘, 헛둘.......

 

14:26분  성판악 주차장에 내려서니 기사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신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해수탕을 향하면서 대화를 하다보니 워매~~ 기사님이 해병대 대 선배님이시다. 느슨하게 풀어진 폼을 고치고 "해병"하고 거수 경례를 올리니 씽긋 웃으시고, 해수탕에 내리려는데 갑자기 전화번호와 비행기 탑승시간을 물으신다.

 

기압들어 묻는말에 착실히 대답하고 해수에 피로를 풀고 나오니 마침 그 선배님으로 부터 전화.

어디냐 물으시기에 해수탕에서 이제 막 나왔다고 했더니 기다리라고 하신다. 콜 택시를 취소하고 한참을 기다리니 그 선배님이 오시고 선배님의 택시로 공항에 도착하니 택시비도 받지 않으시고 뒤 트렁크를 열더니 감귤 한박스를 꺼내신다.

 

집에서 감귤농장을 하셔서 한박스 가져 오셨단다.

우~와! 쭈삣 쭈삣...... 몸둘바를 모르겠다.

 

광주로 와서 이집 저집 나눠먹으며 선배님 자랑을 하였더니 해병대는 다 그러냐고들 하시는데.......

이번 산행은 행복 만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