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한라산 (1,950m)


산행일자 :  2004년 10월 22일

날씨 : 화창한 가을날씨   


산행코스
     관음사 - 백록담 - 성판악
  


참고자료 (산행지도, 산행코스, 산행기 등) : 아래자료에서 기타지역 '한라산' 참조


 


참고 산행지도 :

  

 

  


산행시간 요약


 

 관음사-백록담 구간 등산 : 약 3시간 50분,  8.7km 

   관음사 주차장 출발 (06:55) - 구린골 (07:20) - 숯가마터 (07:40) - 탐라계곡 대피소 (07:55 )

   - 해발 1000m (08:15) - 개미목 (08:53) - 삼각봉 (09:30) - 계곡물가 (09:38) - 용진각 대피소(09:41) 

   - 왕관릉 (09:55) - 해발 1800m 지점(10:25) - 백록담 (10:45)

  

 백록담-성판악 구간 하산 : 약 3시간 10분,  9.6km

   백록담 하산출발 (11:25) - 해발 1800m 지점 (11:35) - 진달래밭 대피소(12:15) - 휴식15분

   - 사라악 대피소 (13:00) -  샘터13:10 -  화장실 쉼터 (13:30) - 속밭 (13:40)

   - 해발 1000m지점 (13:45) -  성판악 주차장 하산완료 (14:35)

 


산행 후기


한라에서 백두로, 백두에서 한라로

  

금년에는 어쩌다 보니, 백록담을 두번째 오르게 되었다.

지난 2월 몇년 만에  한라산에 눈이 많이 내려, 설국을 이루었다는 소식에 성판악-관음사 코스를 다녀온 후 (산행기), 이번에는 또 우연한 기회에 가을철 한라산을 오르게 되었다.

  

또 지난  8 월에는 꿈에나 그리던 백두산 천지외륜을 종주하게 되어 (산행기), 그야말로 산에 다닌지 몇년 안되는 처지에 감히 한해에 "한라에서 백두로, 백두에서 한라로" 오르내리게 되었다.

  

한라산은 역시 눈쌓인 겨울이나 진달래 피는 봄철에 많이 찾지만, 가을철에는 관광차 왔다가 오르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크게 붐비지 않는다.   소개자료에도 단풍이 좋다거나 하는 특별히  가을의 한라산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듯 하다.

  

그래서 계절이 다르고 코스를 전과 달리 잡았기 때문에  한라산 산행기를 또 올리기는 하나,

혹시나 고참 산하가족들 보기에 좀 거시기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이번에는 관음사 코스로 올라 성판악으로 하산

  

산행코스는 지난번과는 거꾸로 관음사에서 올라 성판악으로 내려왔다.

걸리는 시간이나 조망은 비슷하지만 양쪽이 조금 다른 특색이 있다.

  

우선 피크시즌인 눈꽃산행기간 주말에는 성판악-관음사 코스가 무난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빽빽이 줄을 지어 그 코스를 올라오므로, 거꾸로 가면 역주행이 되어 좁은 길에 수많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치게 되고, 비집고 지나갈때 좋지않은 눈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요즘같이 한가한 시즌에는 어느 쪽이든 사람 때문에 지체되는 시간은 전혀 없다.

  

오늘과 같이 관음사-성판악 코스로 가면, 오르막을 짧게 오르고 (8.7km)  내리막을 평탄하게 오래 걷게되어 (9.6km) 우리같이 무릎 걱정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은 것 같다.

  

한편, 거리는 관음사 코스가 짧지만 출발지점의 고도는 낮아서(관음사 들머리 620m, 성판악 들머리 750m), 오를 때 성판악코스 보가 땀은 조금 더 흘려야 한다.  

그래서 관광삼아 온 사람들은 오르기가 쉬운 성판악 코스를 들머리로 많이 택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전망도 별로 없는 길을 지루하게 오르는 것 보다, 경치가 좋은 관음사 코스로 약간 땀을 흘려가며 먼저 오르는 것도 묘미가 있어 보인다.

    

소요시간에 대해 몇몇 자료를 보니 (공원자료)  관음사코스만 편도 5시간으로 나와 있다.

지난번 겨울철 성수기때 식사시간 포함하여 8시간 걸린 것을 생각하면, 지체시간이 없기 때문에 거꾸로 오르더라도 7시간이 안 걸릴 것 같은데...... 

  

나중에 보니, 이 시간은 아마 겨울철 눈 산행을 기준으로 한 것 같고, 요즘같이 사람이 많지 않는 보통때는 6-7 시간정도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일찍 하산하기 위해서 새벽 6시에 일어나 빵으로 아침을 떼우고

7시경 관음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혹시 후미가 늦게 하산할 때를 대비하여...

(그런데, 후미도착을 4시쯤으로 예상했는데, 내려와서 보니 모두다 2시 30분 경에 하산했다... 그럴줄 알았으면 1시간 더 있다가 호텔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하고 와도 될 걸...)

  

산행 출발할 때 쯤  해가 떴겠지만, 숲에 가려 일출은 볼 수 없다.

  

길은 아직 어두우나 평탄하다.

관음사 코스도 탐라계곡까지는 평지나 마찬가지다.  도무지 고도가 높아지는 것 같지가 않다.

가는 길에 보이는 나무는 아직 단풍이 별로 들지 않았다.

  

몇장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눈에 보이는 경치와 사진이 전혀 다르다....

안개가 끼어 있거나 날씨가 조금이라도 흐리면 디지털 카메라가 아날로그보다 훨씬 못한 것 같다.    

  

구린골과 숯가마터를 지나 출발한지 1시간 만에 탐라계곡 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안내자료와 꼭 같다.

  

탐라계곡대피소는 폐쇄되어 있고, 앞에 널찍한 마루가 있어 휴식하기 좋다.

  

  

새벽을 가르며 관음사 코스를 오른다...단풍을 준비하는 탐라계곡 나무들

  

 

 

   


 

탐라계곡을 지나면 바로 겨울철 상습지체구간인 가파른 경사구간을 지난다.

지난 2월 이곳에서 20분 이상 지체되었다.

 

조금 더가면 지난 '62년 특전사 군용기 추락사고시 전몰한 병사들의 충혼탑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는 원점비 표시가 나오고, 곧 해발 1000m 지점을 지난다.

  

벌써 1000m 산에 올랐는가 싶지만, 620m 에서 출발했으니, 1시간 20분만에 겨우 380m를 오른셈이다.

아직은 경사가 그만큼 완만하기 때문이다.  성판악에서 오르면 더 하지만...

 

이제 부터는 경사가 조금 시작된다.

  

해발 1000m 지점에서 약 40분쯤 가면 개미목 표지판을 지난다.

이 지점은 해발 약 1200m이고, 들머리에서 4.9km, 백록담까지 3,8km 남았다. 

  

여기서 부터 개미등이라고 하는 긴 능선으로 들어간다.

예전에는 이곳에 명당자리가 많고, 가축을 방목하기 좋았다고 하나, 

산행로 주변이 숲으로 덮혀 있어 주변 경관을 거의 볼 수 없다.

  

 

  특전사 병사 추모비입구와 개미목 표지판 

  

 

 


 

개미목 표지판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관음사 코스에서 경치가 좋고 주변 산세를 볼 수 있는 산허리 돌아가는 길이 계속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정삼각형 모양의 삼각봉이다.

삼각봉 바로 아래에 쉼터 마루가 있어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한라산의 가을을 음미했다.

  

 

삼각봉

  




 

삼각봉을 지나 산허리를 감아돌면 계곡 물가로 내려가게 된다.

지난 겨울에는 전후좌우에 눈 덮힌 흰산을 보면서, 눈길을 한참동안 걸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산행객도 뜸하고 잘 만들어 놓은 산행로를 따라 걸으니  10분도 안되어 계곡 물가까지 내려 왔다.

  

산행 안내자료에는 이 구간에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잘 안 맞는 것 같다.

  

계곡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해발1000m 이상의  높고 깊은 산속에서 물 흐른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코스의 매력이다.

  

주변에는 고산지대의 키 작은 나무들이 화려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단풍모습을 뽐낼 준비를 하고 있다.

  

  

용진각 직전 계곡를 흐르는 세류

  

  

  


  

 

계곡을 지나 잠시 오르면  해발 1500m 지점이 나오고, 

곧 이어 관음사 코스에서 유일한 유인 대피소인 용진각 대피소가 나타난다.

 

 

해발 1500m 표시와 용진각 대피소

  

 

  

   


  

중후한 남한 최고봉, 한라산

 

용진각에서  왕관릉을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그러나, 잠시잠시 쉬면서 한라산 능선을 올려다 보면 힘든다는 생각을 금방 잊게된다.

한라산 북벽이 보인다....

  

한라산은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곳도 오르기에 매우 힘들다 싶을 정도의 급경사는 없다.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가까와 진다.

  

한라산에는 설악산이나 금강산 같이 깍아지른 첨봉도 없고, 눈을 사로잡을 만한 화려하고 다양한 볼거리도 별로 없다.

올라오는 길도 그렇다.  느릿느릿 걷는 황소 걸음걸이로 걸어오면 된다.

  

해발 1800m가 넘는 산능선도 굴곡이 거의 없이 평평하기만 하다.

  

남한의 최고봉이어서 그럴까?

2, 3 등 높이의 산은 몰라도 역시 최고의 산은 이런 모습이 제격일 것 같다.

가족중에는 장남같이 의젓해 보이고,

탑으로 치면, 화려하고 굴곡이 많은  금강산이나 설악산이 다보탑이라면,

한라산은 단조롭지만 위엄과 품격이 있어 보이는 석가탑 같다.

  

가을철 한라산을 보노라니, 산의 넉넉하고 중후함이 새삼 좋아 보인다. 

누군가 산에 다니면서 산을 닮아보고자 한다면 한라산을 닮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백록담 직전의 왕관릉을 오르며.. 바위 이름이 있을 듯 한데

 

 

 

  

중후하고 위엄이 넘치는 한라산의 암릉

  

 

  

  

  

백록담에서 뻗어내리는 여유로운 능선

  

  

 


 

용진각 대피소에서 10여분 가파른 길을 오르면 한라산에서 멀리 바다까지 볼 수 있는 왕관릉에 도달한다.  

그러나, 이 곳 날씨는 워낙 변화무쌍하여 좀처럼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이 날도 날씨가 청명하기는 하나 뭉게구름이 산 아래에 머물고 있어 멀리까지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개미등, 탐라계곡으로 이어지는 한라산의 줄기와, 멀리 가물가물 보이는 바다, 그리고 하얀 뭉게구름이 파란 가을 하늘에 층층이 나열해 있다. 

 

      

왕관릉에서는 구름이 내려다 보이고... 구름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정상에 가까와 지면, 구상나무 숲이 나타난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 푸른 나무로서 다 자라면 그 키가 20m에 가깝고 가지와 잎이 만드는 수관의 폭도 8m에 이른다. 전나무와 아주 비슷하고 분비나무와도 한 형제 같은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과 한라산 등 고산 꼭대기에서 자란다........

  

 

한라산 정상 주변의 구상나무 숲과 가을 하늘

  

 

  


이번에야 모습을 드러낸 백록담.... 그리고 천지에서 백록담으로

 

  

백록담에 가까와 지면서 마음이 설랜다.

오늘은 과연 백록담을 볼 수 있을런지..

하산하는 사람에게 물으니 "OK"란다.

  

백록담에 가까와 지니 바람이 갑자기 세차게 불고 추워진다. 

그래서 한라산 등반시에는 꼭 바람막이 겉옷이 필요하다.

  

드디어 백록담...

한라산에 몇번 올랐지만, 지금까지 날씨 운이 없어 한번도 못 본 백록담이

오늘은 속속들이 한점 가림없이 훤하게 다 내어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사진에 보던 백록담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리리 보지 말 걸... 상상만 하고 말 걸...

3대가 덕을 못 쌓았다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은데...

 

  

처음으로 마주친 햇빛 비치는 백록담

 

  

  

 

백록담의 물은 다 어디에 가고

  

  

  

 

이런 모습을 기대했는데 (퍼온 사진).......

 

 

 

  

지난 여름 백두산에서 만난 천지는 상상이상으로 큰 호수이었는데...

달문에서 본 천지는 파도까지 치고, 승사하를 거쳐 장백폭포로 1년 사시사철  그 많은 물이 빠져나가도 천지 물이 줄어들지 않는데, 같은 분화구 호수인 백록담과는 이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

  

  

 

백두산 천지물을 좀 가져 왔으면 (2004년 8월의 천지)

 

  

 


 

그래서 자료를 찾아 보았다.

요약하면,

 

백두산 천지는,
....... 2744m의 고도에 위치한 천지 못을 두르고 있는 주변 산지는 수면으로부터 약 500m의 고도를 이루는 높은 봉우리들이다.  따라서, 백두산 정상부의 고도를 감안한다면 이들 산지의 유역면적에서 공급되는 수량은 적지 않다.  또한, 백두산 정상부가 년중 기온이 매우 낮은 이유로 인해 1년중 여름철 2-3달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는 눈과 함께 강수량이 매우 많은 편이다. 그리고, 증발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호수의 물은 쉽게 마르지 않는 것이다.

  

한라산 백록담은,  
.......한라산 백록담은 백두산의 천지 못과 달리 년중 물이 고여 있지 않고 호수물이 자주 말라 바닥을 드러낸다. 이는 한라산이 저위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기온이 높고 증발량이 높아서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화산토로 이루어진 섬이다.  그러니 흑이 퍼석퍼석해서 다져지지 않는다.  그래서 백록담에도 물이 고이기는 하나 밑으로(백록담 바닥은 화산토) 쉽게 빠져버리니까 물이 조금만 고이게 된다.
여름에 우기는 많다가 건기는 조금만 남거나 마르거나 한다.
 

 

그리고, 일설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녀 구조가 변해 물이 더 빨리 새어 나간다고도 한다...

 

 


  

성판악으로 하산

 

백록담에 11시도 안되어 도착하여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아침식사가 부실하여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먹고 휴식을 취한다.

11시 반 쯤 되어 성판악으로 하산한다...

안개가 끼면 볼수 없었던 백록담아래 경사면이 훤히 보인다.

  

 

 

안개가 끼어 좀처럼 보기 힘든 백록담 주변의 모습

  

  

 

이 곳도 구상나무와 키 작은 고산지대 나무들이 무성하다.

간혹은 단풍이 든 나무도 있다. 

  

 

고산지대 나무들의 가을 치장

  

  

  

  

내려오면서 백록담 쪽을 올려다 보니 도저히 1,950m 고지 같아 보이지 않는다.

  

  

내려오면서 올려다 본 백록담 주변

 

  

  

  


  

백록담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대략 50분정도 걸리는데,

계속해서 돌 너덜길을 걸어 가야 한다.

  

눈이 내린후에 이길을 온다면, 눈이 수십cm 쌓여 눈 아래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수가 없다.

걷기에 편하기는 눈 길이 오히려 낫다.

그러나, 길 조성이 잘 되어있고, 경사가 급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 길은 아니다.

  

진달래 대피소는 성판악 코스에서 가장 큰 대피소로서, 매점도 있고, 컵라면도 판다.

휴게소 따뜻한 양지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카나다 캘거리에서 온 청년 둘이 백록담으로 올라가려고 막 출발을 하려 한다.

  

혹시 실망할까 보아,

겨울에 오면 더 좋을 텐데...

단풍이나 계곡을 보려면 육지에 좋은 산이 많다...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하는데는 한라산이 참 좋다는 등 몇마디 이야기를 해준다...

  

 

겨울이면 눈길이될 돌발 산행로와 진달래밭 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와 풀들이 자라나고 있다.

봄철이면 진달래가 많이 핀다고 하지만 본적은 없다. 

단지, 성판악에서 올라오면 여기오기 전까지는 숲에 가려 전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가

여기와서 사방이 확 티는 곳이어서 유명하다. 

    

   

진달래밭 대피소 주변의 전경...가을하늘이 푸르다

  

  

  


 

진달래밭에서 한 30분을 더 가면 사라악 대피소이다.

곳곳에 산행 통제시간 표시가 나온다.

  

  

 

가을철의 산행통제 시간과 사라악 대피소

  

 

 

 

  


  

한라산의 가을 단풍 그리고 제주 조릿대

  

한라산의 산행로 길섶은 온통 조릿대 천지다.

보통의 산죽으로 생각했는데, 내려 와서 관리소에 물으니 제주도에만 자라나는 좀 다른 종이란다.

요즘은 너무 많이 퍼져서 오히려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 고대, 산죽 등으로도 불리는 한라산 조릿대의 정확한 명칭은 제주조릿대(Sasa. quelpaertensis Nakai)다. 외떡잎식물 벼목 화본과인 제주조릿대는 한국 특산종으로 제주도에만 분포하는데 조릿대와 비슷하지만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마디가 공처럼 둥글며 원대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개미등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제주조릿대는 최근 한라산 중턱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새로운 환경의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주역이다. 나아가 수백년 이어져온 자연생태계의 흐름을 인간이 강제로 개입했을 경우 이로 인해 얼마나 큰 변화가 나타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식물이기도 하다.

 

 

산중턱을 지나서는  한라산도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설악산이나 지리산같이 온 산이 불타거나, 형형색색 물들인 활엽수 단풍천지와는 거리가 멀고,

그저 소박하게 각각의 나무가 스스로 생긴데로 때로는 모여서 때로는 혼자서 나름대로 가을 맞이를 하고 있다.

 

 

단풍이 시작하는 성판악 산행로 주변, 길 옆에는 제주조릿대(산죽)

 

 

  

  

떼를 짓지 않고 혼자서 단풍색을 뽐내는 나무

 

  

  

  

노란색으로 물들인 나무

 

 

 


 

지루하지만 편안한 성판악 하산 코스

  

성판악 코스는 오르기도 그렇지만 하산하기에도 상당히 지루한 길이다.

고도 1200m 내려가는데 9600m (9.6 km)를 걸어가니, 간단한 삼각함수로도 평균 경사가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성판악 코스 산행은 개념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산 잘탄다는 자랑삼아 조급하게 내려가거나,사방으로 경치를 찾아  눈을 휘둥거리며 내려가는 산이 아니라,

산림욕하듯 숨을 깊이 빨아드리면서, 여유있게 이런생각 저런생각하며 산과 세상살이를 관조하며 걸어가야 제 맛이 난다.

  

고도가 낮아지면 산림이 울창한 지역인 속밭이 나온다.

  

 

산림욕하기 좋은 울창한 숲길.. 속밭...

  

 

 

 

  

해발 1000m 지점을 지난다.

아직 이렇게 고도가 높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성판악 고도가 750m이니 이제 거진 다 온 것이다.

  

  

 

해발 1000m 지점... 오른쪽 표시는 250m마다 하나씩

  

 

 

 

 


 

손잡고 이야기하면서 걸어야 좋은 길

  

  

고도가 낮아지면 굴거리 나무라고 하는 나무가 많이 나타난다. 

한 겨울에 오면 이 나무만 잎이 떨어지지 않고 눈 속에서  잎사귀를 축 이고 있는 나무인데,

지난 겨울에 와서 이름을 물어보았으나 바로 잊어버려서, 이번에는 하산하면서 잎사귀를 가지고 가서 관리소에 물으니 친절히 설명해 준다.

 

..... 굴거리나무는 대극과의 상록소교목으로서 서남해안에 주로 자란다. 잎은 가지 끝에 모여서 호생하며 긴 타원형이고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회백색으로 털이 없으며 엽병은 홍색 또는 녹색이다.

제주도, 전라도, 경상도의 도서지방에 자생하며 백운산과 내장산에도 자란다. 안면도에 비교적 큰 굴거리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는 해발 1,200m까지 분포한다

  

  

한 참을 내려오니 어떤 남녀가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두러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는데 참 보기가 좋아서, 어떤 사람들인가 궁금하여 지나쳐가며 보니 예순이 훨씬 넘어선 노부부이다.

  

  

그래.. 맞아...

앉아 있었으면 아마 무릎을 탁 쳤을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겨울 눈산행 시즌을 빼고는,

 

한라산 산행은 누군가와 손잡고 가야만 한다....

 

한라산 산행은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가야만 한다.....

  

다음에는 꼭 집에 있는 밥솥기사와 같이 와야지....

손잡고 이야기 하면서 걸어보아야지...

  

  

  

  

굴거리 나무와 손잡고 걸어가는 노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