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산-거망산 산행기

 

                                                  *산행일자:2004.10.24일
                                                  *소재지  :경남 함양
                                                  *산높이  :황석산 1,190미터/거망산 1,184미터
                                                  *산행코스:일주문-지장골-거망산-황석산-주차장(14키로)
                                                  *산행시간:10시54분-17시15분(6시간21분)

 

 어제는 과천시 산악연맹의 102차 산행에 참가, 황망히 황석산-거망산을 올랐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속리산의 눌재에서 산행을

마쳤기에, 마침 눌재에서 시작해 백두대간 길인 청화산-조항산을 오른다 하여 산행신청을 했었는데 산악회에서 이 코스를 다음

산행으로 미루고 경남 함양에 소재한 황석산-거망산으로 산행지를 바꾸어 별반 마음의 준비 없이 급하게 다녀왔습니다. 작년 12월 

안내산악회를 따라  황석산을  오른 다음 거망산을 오르고자 내달렸으나  해가 짧아  중도에 포기하고 하산하면서 언제고 다시 와

거망산 정상을 반드시 밟아보겠다고 별러 왔는데 뜻하지 않게 그 기회가 빨리 찾아온 셈입니다.

 

덕유산 육십령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한  황석산-거망산은 분단의 갈등이 내연되었던 산입니다. 이 산들은 휴전협정 10년 후인

1963년 지리산 내원골에서 생포된 마지막 공비인 여성대장 정순덕이 국군 토벌부대 1개 소대병력을  무장해제 시킨 곳으로  지리산에서 패주한 공비들이 숨어들어 활동했던 은신처이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공산주의로는 국민을 배불리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이 모두에

밝혀졌지만, 남한의 국부가 북한에 훨씬 못 미쳤던 당시로는 공산주의 신봉자들의 데마고그를 극복하기 쉽지 않아 자생적인 빨치산을

많이도 양산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10시 넘어 경남 함양의 서상 톨게이트를  빠져 나온 버스가  기백산 공원의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 앞 널 다란 뜰에 저희들을 내려

놓았습니다. 오른 쪽으로 자리잡고 있는 드높은 기백산의 위용이 장엄하게 느껴졌고, 저희들이 함께 땀 흘리며 오를 거망산과 황석산이 그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10시 54분 일주문에서 약 4키로 거리의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산행시작 10여분 후 용추계곡을 건너 지장골로 들어서자 작년 12월 거망산 정상을 포기하고 눈 덮인 불당골 길로 급하게 하산하여

다다른  용추계곡에서  막 터지기 시작한 휴대폰을 받느라  발을 잘못 딛어 물에 빠졌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났습니다.  지장골 계곡을

몇 번이고 건너뛰며 산 오름을 계속하면서 틈틈이 계곡에 숨어 있는 가을을 끌어내어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여름 내내 콸콸 넘쳐

흘렀을 지장골의 깊은 계곡에도  물이 그새 많이 줄어들어 졸졸대며 흘러 내려가고 있었고, 이 물이 만든 작은 소를 살짝 덮은 단풍잎에 눈길을 준 여성대원들의 가을맞이 여심도 함께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2시 10분 계곡을 완전히 벗어나 820미터대의 산허리에서 첫 번째 쉼을 가졌습니다.
출발지인 일주문의 고도가 320미터대이니 1시간 15분 남짓 걸어 수직으로 500미터를 오른 셈인데 경사가 그다지 심하지 않아 오름 길이 비교적 편안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깔딱고개가  시작되어 어깨 높이의 산 죽을 가르고 나있는 길을 오르자 숨소리가 가빠졌지만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마루에 올라서기까지 비탈길이 된 것은 이 산만이 아니기에 미리 마음을 다져 먹고 오르면 충분히 오를만한

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2시 40분 산마루에 올라서자 60여 회원들의 발걸음을 청화산-조항산에서 황석산-거망산으로 돌리게 한 억새 밭이 눈앞에 넓게 펼쳐

졌습니다.  산마루에서 오른 쪽으로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0.15키로 걸어 해발 1,184미터의 거망산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작년 12월에 중도 포기한 거망산을 다시 찾아 정상에 올라섰음을 증명하고자 표지석 옆에 배낭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은 후 느긋하게 사방을 둘러

보니 서쪽으로는 지난 9월에 오른 덕유산의 육십령-신풍령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 왔고 2년 전에 올랐던 금원산-기백산이 동쪽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산마루로 되돌아와 다른 대원들과 함께 산악회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정말 맛있게 들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어떤 음식이라도  땀흘린 사람들에는 맛이 있는 법이기에 밥투정을 하는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땀을

흘리게 하여  이 간단명료한 원리를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것이 특효일 것 같습니다.

 

13시 20분 다른 두 분과 함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황석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거망산-황석산 주능의 거리는 4.8키로로 빨리 뛰어도 2시간이상 걸릴 것 같아 산행속도가 더딘 저는 서둘러 황석산으로 내달렸습니다.

출발 10분 후 작년 겨울 거망산 정상에 오르다 되돌아간 지점을 확인했습니다. 눈길이 미끄럽고 정상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터에

햇살이 약해지자 겁이나 오던 길로 되돌아가 불당골로 하산했는데 차라리 그냥 전진하여 거망산 정상에 오른 후 지장골로 하산하는

것이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하자 정확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새삼 느꼈습니다.

 

13시 55분 1,000미터대의 3개의 봉우리를 트레파스한 후 내려선 안부에서 다시 치켜 올라 다다른 1090봉에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진주에서 왔다는 젊은 분의 도움으로 남쪽으로 펼쳐진 능선이 지리산의 주능이고 그중 동쪽에 치우쳐 우뚝 서있는 봉우리가

천왕봉임을 확인했습니다.  먼발치에 자리한  지리산 주능선은 역시 길고 웅장해 보였습니다. 지난 겨울에 하산한 장자벌 갈림길을

조금 지나자 싸리 들이  밭을 이루고 있었고, 곧이어 억새가 싸리 들과 혼재해 있는 길을 걸었는데  보기에 좋아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북봉에 이르기까지 능선 길은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걸을 만 했습니다.

 

14시 48분 북봉을 우측으로 트레파스하다 황석산 정상을 0.5키로 남겨 놓은 산등성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산 높이가 적당해서

인지 황석산의 단풍을 찾는 분들이 많아 길이 붐볐습니다. 같이 쉬던 분이 건네준 감을 맛있게 들고나서 제게 남은 식수를 조금 따라

드린 후 정상 길에 다시 나섰습니다.

 

15시10분 해발 1,190미터의 황석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방금 지난 북봉과 정상이 황석산-거망산중 가장 걸출한 암봉으로 북봉에서 내려선 안부의 산성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 길을

오르고 싶었지만 위험할 것 같아 포기하고 우회전하여 보다 안전한 길로 오르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정상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연결되는 황석산성은 고려시대에 축성된 석축산성으로  정유재란 때 왜군을 막지 못하고 산성이 무너지자 부녀자들이 천길

절벽으로 몸을 날려 절개와 지조를 지켜내 이곳 안의 사람들의 충절을 빛냈다 합니다.

 

하산코스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산행대장과 숙의한 회장께서 유동마을로 내려서기로 최종 결정해, 15시 32분 정상 바로 밑의 산성을

통과하여 약 5키로의 하산 길에 들어섰습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연결된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서 뒤돌아보자 도봉산의 선인봉을

연상케하는 황석산 정상과 북봉의 암벽이 그 위용을 드러내 보여 능선 길에 먼지가 일 정도로 많은 분들이 황석산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능선에는 이미 나뭇잎들이 가지에서 떨어져 나가 땅바닥을 덮었는데 고도를 낮추자 능선에서 사라진 단풍이 밑에서

되살아나 푸른 소나무 군락과 맞닥뜨려 만들어진  단풍라인이 더욱 더 선명해 보였습니다.

 

16시 5분 능선 길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계곡방향으로 내려섰습니다.
물은 생명수이기에 식수가 동이 나 계곡에서 물을 취한 어느 분이 느꼈을 물의 고귀함은 산행하는 분들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교훈입니다.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물을 몸에서 빼낸다면 한시도 살 수 없는데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모르고 물을

함부로 대하곤 합니다. 일본의 물 연구가 에모토마사루는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를 저희들에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통해 물은 의식을 갖고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짜르트의 음악을 들려준

정 육면체의 예쁜 물의 결정과 헤비메탈을 들려준 찌그러진 물의 결정의 모양이 천양지차임을 현미경으로 찍어 사진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1990년대 말 일본에서 한 때 모차르트 국수와 베토벤 국수가 인기리에 팔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밀가루에 물을 타 반죽을

만들 때 들려준 음악에 따라 물의 성질이 변하여 국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당시 마케팅의 핵심사항이었는데 이 모두가 물이 고귀한

생명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17시 유동리 마을을 지났습니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고목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그 꽃은 바로 감이었습니다. 다른 과실수와는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이

열린다는 감나무가 밑동이 다 말라  죽었는데도 높이 뻗은 가지에 감이 열린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 의문이 가   이 신기한

감나무를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으나 바테리가 다해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17시 15분 주차장에 도착, 하루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맥주를 들면서 저희보다 늦게 하산한 몇 분들을 기다리는 동안 어둠이 깃을 내려 산자락을 먹어 삼키자 능선의 실루엣이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밤을 달려 과천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바로 꿈나라로 또 다시 여행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