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인해의 지리산(중산리~장터목~천왕봉~법계사~중산리)천왕봉 산행

 

산행일:2004. 10. 24. (日).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중산리매표소 (08:46)

  ☞칼바위 (09:31)

 삼거리 (09:34)

 유암폭포 (10:51)

 병기막터교 (11:07)

  ☞장터목산장 (12:00~12:36. 1,653m)

  ☞통천문 (13:20. 1,811m)

  ☞천왕봉 (13:36~14:13. 1,915m)

  ☞천왕샘 (14:25)

  개선문 (14:41)

   ☞법계사 (15:16~15:30)

    망바위 (15:54, 1,038m)

   ☞삼거리 (16:19~16:30)

  칼바위 (16:33)

   야영장 (17:03~17:07)

   중산리매표소 (17:10)

  

총 산행시간 : 8시간 24분 (8시간이면 충분. 단풍사진을 250컷 찍느라 많은 시간소요)

대 구간별 거리 :

중산리야영장→(5.3km)→장터목산장→(1.7km)→천왕봉→(2.0km)→로터리산장 및 법계사→(3.4km)→중산리야영장

소 구간별 거리 :

중산리야영장→(1.3km)→법계사,장터목갈림길→(2.4km)→유암폭포→(0.6km)→병기막터교→(1.0km)→장터목산장→(0.6km)→제석봉→(0.6km)→통천문→(0.5km)→천왕봉→(0.3km)→천왕샘→(0.5km)→개선문→(1.2km)→로터리산장, 법계사→(1.0km)→망바위→(1.1km)→법계사,장터목갈림길→(1.3km)→중산리야영장

총 산행거리 : 12.4km

산행지도

 


산행기

 산친구녀석들이 모두들 학원에서 체육대회다 무슨 행사 준비다해서 혼자 산에 가야할 판이다. 심지어 학원에서까지 일요일 아이들의 시간을 앗아 가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혼자 가기가 뭐해서 직장동료들을 상대로 회원모집을하니 뜻밖에도 호응이 대단하다. 하지만 정작 간다는 사람은 고작 세분에 불과하지만 매우 훌륭한 분들(한분은 사진작가, 한 분은 시인)이라서 의미 있는 산행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중산리 매표소 주차장이 만차인 관계로 버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스팔트도로 오르막을 20여분 걸어서 오르려니 울화통이 치민다. 올라가는 차들은 대체 어떤 차들이기에 우리 옆을 신나게 지나쳐 오르는지...  더구나 우린 아이들이 둘이나 있고, 다리가 불편한 분도 계신데, 우리 같은 차가 올라가야지 어떤 특혜를 가진 차들이 저리도 많이 올라가는지 도무지 길 가운데로 걸을 수가 없다.

중산리 매표소
 

  다리가 불편한 J선생님과 아이들은 계곡에서 놀기로 하고, 두 분의 작가 선배님을 모시고 산행을 시작한다.

야영장 못 미쳐 계곡의 단풍이 화려하다. 벌써 여기까지 단풍이 내려왔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중산리 야영장 옆의 계곡
 

 새벽에 댁을 나오시느라 아침을 못 드시고 오신 선배님들과 계곡의 바위에 앉아 간단히 김밥을 먹는다.

  다른 산님들의 산행기를 보면 대부분의 산님들은 새벽에 집을 나설때 아침을 굶고 나오시는것만 같아 안타까울때가 있다. 나는 아무리 꼭두새벽에 집을 나와도 아내가 따끈한 새 밥을 지어주는데, 다른 산님들의 사모님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새벽밥 달라고 투정이나 강요한 적도 없고, 오히려 조용히 집을 나설 테니 신경 쓰지 말고 잠이나 더 자라고 얘기를 해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그저 아내가 한 없이 고마울 뿐이다.

산을 좋아하기만 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텐데.....

등로에서 내려다 본 중산리 계곡
 

 칼바위를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 왼쪽 중산리 계곡으로 방향을 잡는다. 많은 사람들이 법계사 쪽으로 올라가서 그런지 정체되거나 맞닥트리는 일이 없어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다.

단풍과 작은 구름다리

 

 

중산리 계곡의 단풍

 

물 위에 떠있는 낙엽

 

한 폭의 수채화

 

단  풍

 

홍  엽

 

바위 위의 단풍

 

멀리 제석봉 고사목 지대가 보인다.

 

유암폭포

 

유암폭포 조금 지나서 제석봉의 고사목지대를 줌으로 당겨 보았다.

 

병기막창교. 이름 한 번 특이하다.

 

  대략 해발 1,000m이하까지 단풍이 물들었고, 그 위로는 이미 사그라져서 나무들이 겨울나기 준비를 하느라 잎을 떨구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고생 끝에 이미 앞서 오르신 시인선생님의 환영을 받으며 장터목 대피소(화장실 냄새가 너무 진하다.)에 올라 배낭을 벗어 놓는다. 그리고 뒤이어 오르신 사진작가 선배님과 야외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온도시락을 먹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서 김밥이 먹을 만하다. 주위의 사람들은 쌀쌀한지 대부분 윈드자켓을 입고 있다.

노고단과 반야봉쪽을 바라보며 선배님들께 산세를 설명하니, 무슨 선행이나 베푼 듯 기분이 되게 좋아진다.

드디어 장터목 산장이 나타난다. 오른쪽은 장터목 샘.

 

 

장터목 대피소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를 지나면서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는 현상을 곳곳에서 목격한다.

고사목 지대 주변에 구상나무를 심어서 가꾸느라 출입을 못하게 줄을 쳐놓고 경고판을 여기저기에 세워놓았는데도, 늙으나 젊으나 모두들 안으로 들어가 고사목을 부여잡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멋있는 고사목 쪽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는가 아예 길이 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호는 못할망정 훼손에 앞장을 서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그 안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는 무리도 있으니, 우리나라는 언제나 공중도덕을 자연스럽게 지키는 그런 날이 올는지…….


제석봉 고사목 

  

                                                          선배님의 작품

 

시인과 천왕봉

 

사진 작가이신 선배님의 작품

 

제석봉 지나 뒤돌아 본 큰 바위

 

  제석봉을 내려서니 천왕봉이 우뚝 버티고 있다. 끝임 없이 오르내리는 저 행렬. 언제부터 등산인구가 저리 폭발적으로 늘어났는지 온 지리가 몸살을 앓고 신음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중에 나도 포함되겠지만…….

능선이 주저앉아 산사태가 난 천왕봉 서북능선. 얼마 전 9시 메인뉴스에서도 크게 보도되기도 한 곳이다. 오른쪽에 또 한군데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통천문

 

천왕봉 가다가

 

마천면 일대

 

  꼭 1년 만에 오른 천왕봉.

신비로운 모습은 간데없고 북새통, 난장판, 인산인해, 시장바닥같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간신히 사진을 찍고 한 쪽에 모여 앉아서 간식을 먹는다.

 정상석을 조금만 남쪽에다가 설치했더라면 남북 양쪽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있으니 얼마나 여유가 있고 좋았겠는가.

정상석 남쪽은 거리가 채 2m도 되지 않아 바위 끝에서 찍어봤자 사람이 대문짝만하게 나올 뿐 제대로 찍기가 힘이 든다. 자칫 잘못하면 실족할 위험까지 있으니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는 하루바삐 정상석의 위치를 다시 조정해야할 것으로 본다.

사람으로 뒤덮힌 천왕봉

 

    두 선배님과 함께

                         드디어 올라 선 천왕봉

 

 

사진작가 선배님의 작품

 

 

                  천왕봉 서쪽. 뒤로 제석봉과 지리 주능선, 멀리 반야봉까지 보인다.

 

  조망을 살피며 있는데, 선배님이 왠 아주머니 두 분 사진을 찍어주고 이메일로 보내주라고 당부하신다. 대전에서 산악회 안내산행으로 오신 분들 같은데, 카메라도 없고 이 메일 주소도 없단다. 헐~~~.

사진 촬영 후 반가운 마음에 대전 무슨 동에서 오셨냐고 물어보니 동문서답이다.


대전 아주머니들 (사진 퍼갈줄 아시죠?)

 

  법계사 쪽으로 급경사를 내려가니 헤비급인 사진작가 선배님은 무릎과 발목, 심지어 발가락까지 아프시다며 뒤로 처져만 간다. 무슨놈의 계단은 그리도 많은지 건강한 나까지도 무릎이 약간씩 아파온다.

단풍도 지고 없는 지루한 능선길을 돌고 돌아 법계사에 들른다.

법계사 약수는 언제 먹어도 시원하고 맛이 좋다.

로타리 대피소를 그냥 지나친다.

가끔씩 뒤돌아보며 멀어져만 가는 천왕봉을 바라보면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듯이 이상하게 이번산행에서도 한국의 산하 패찰을 단 산님을 한 분도 만나지 못하였다. 수천 명을 스치고 지나갔건만 말이다.

                  급경사 하산길

 

                                                                                                            천왕샘

 

개선문에 선 두 선배님

 

                                   법계사

 

                                                      법계사의 삼층석탑

 

                                                                                                               망바위

 

          다시 돌아온 법계사와 장터목으로 갈리는 삼거리

 

칼바위가 나오면 산행은 거의 갈무리가 된다.

 

저물어가는 중산리 계곡

 

중산리 야영장 옆 계곡의 단풍

 

  지난주에 왔으면 절정의 단풍을 맛보았을 터인데, 구봉산 산하 모임 때문에 한 주를 미루었다가 왔더니, 지는 단풍에 아쉬움만 남기고 지리의 품속에서 벗어난다.

중산리 마을의 가을
 

  두 분 선배님을 모시고 좋은 산행을 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산행 내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