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10 희아산(戱娥山 763.8m) - 전남 순천시, 곡성군

산 행 일 : 2004년 2월 17일 화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맑음, 바람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5시간 (식사 휴식 1시간 25분포함)

노고치 <0:10> 삼각점 <0:40> 630봉 <0:12> 배틀재 <0:24> 740봉 <0:16> 희아산 <0:14> 740봉
<0:10> 뱃바위 <0:12> 740봉 <0:37> 630봉 <0:28> 암자(극락전) <0:12> 노고치

원래 산의 높낮이와 유명세를 따지지 않고 탐방을 즐기는 내가 등산로가 있는지 조차 몰랐던 내
고장 산들이 있음에 심히 부끄러웠다.
올해는 최소한 '한국의 산하'에 등재된 산만이라도 찾아볼 생각으로 미사치 쪽에 이어 역시 호남
정맥길인 노고치에서 희아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예년에 비하여 때 이른 황사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나 집에서 보는 하늘은 푸르고 맑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17번 국도를 타고 호남 정맥을 관통한 송치터널을 지나 황전면 소재지 괴목 조금 못미처 '← 월
등' 도로표지와 신호등이 있는 지점에서 좌회전 망룡약수터, 유명한 월등 복숭아 과수원들과 각종
과수 묘목이 심어진 전답들을 스쳐 월등면 소재지 입구에서 승주로 이어진 왼쪽 길로 들어섰다.
율지 버스 승강장 맞은편에 '월등의 정기 희아산 등산로 입구 2.8km'란 표지를 보고 무심코 마을
정자 앞으로 난 좁고 가파른 콘크리트길을 따라 파란지붕 집 밑 과수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등산 준비를 마치고 100여m쯤 오르다 불현듯 노고치가 생각났다.
"다시 돌아서자"고 하자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눈만 깜박거린다.

도로로 조심스럽게 내려와 휴장상태인 듯한 월등 사계절 눈썰매장을 스쳐 오르는데 시간에 쫓기
는지 시내버스가 바짝 따라붙어 쉼터가 있는 넓은 길에서 먼저 보내버리고 고갯마루에 이르자
'노고치 해발 350m' 표지석이 보였다.

10 : 12 바랑산 방향 출입금지 표지가 붙은 축사입구 한쪽에 주차.
바람에 나부끼는 산불조심 깃발 옆 조그마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리본을 보고 콘크리트
옹벽을 기어올라 솔밭으로 들어섰다.
솔잎이 수북히 쌓인 솔밭 여기저기에 리본이 보이나 똑바른 등산로가 아니었고 짐작으로 조금 오
르자 뚜렷한 길이 나왔다.

10 : 22 '구례 456. 1995 재설' 삼각점은 등산로 가장자리에 박혔는데 그냥 지나치기 쉬울 것 같으
며 그곳을 내려서면서 왼편으로 덕암사로 여겨지는 암자가 보였다.
사거리를 지나면서 부터 경사가 급해지고 울창한 송림으로 인하여 조망이 없으니 갑갑하다.
쉼터 바위를 지나 잠시 내려섰다 다시 치고 오른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심하게 꺾어지는가 싶더니
순한 길이 펼쳐졌다.

11 : 02 '산과의 약속. 산불조심' 휘장이 걸린 봉우리, 630봉인가 보다.
아침밥을 거의 먹지 못한 아내 때문에 과일로 요기하면서 나무 사이로 우뚝우뚝 선 산들을 바라
보지만 초행이다 보니 희아산을 구별할 수 없다.

11 : 15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북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11 : 27 편백나무 숲을 지나 배틀재에서 오르막이다.
남사면 임도 끝 지점에 이르자 참나무만 듬성듬성하여 서쪽으로 조망이 트였고 넓은 계단식 밭이
있는데 과수원인지 과수 묘목을 재배하는지 모르겠으며 머리 위로 올려다 보이는 암봉과 왼쪽으
로 상당히 꺼졌다가 약간 솟아오른 벼랑을 이루고 있는 바위가 장흥 사자산을 연상케 하였다.
"저 봉우리를 보고 생각나는 게 없어?"
"사자산!" 역시 느낌이 같다.

11 : 51 암벽 서쪽 산죽길을 타고 능선에 이르러 이번에는 동북 사면을 돌자 갈림길이 나오고 10
여m 위 헬기장이 있는 740봉으로 올랐다.
"앞에 보이는 산 같은데...?"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굉장하고 귀가 시리다.

12 : 07 잠시 내려섰다 치고 오르니 멋들어진 소나무와 잡목 각각 한 그루씩만을 남기고 주변을
정리한 널찍한 장소가 나왔다.
'희아산 정상. ← 월등재 0.5km * → 닭재고개 2.3km'
황사일까?
조망이 트이지 않고 봉두산과 오산 뒤로 반야봉이 희미하고 깃대봉 너머 도솔봉과 백운산, 조계
산, 모후산, 백아산 등이 보이는데 동쪽보다는 서쪽이 더 잘 보인다.
날씨만 좋다면 훌륭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산 같다.

13 : 03 우리가 지나온 길도 둘러보면서 식사와 함께 충분하게 쉬었으니 내려가야 한다.
13 : 17 740봉에서 유치산 쪽으로 난 길을 역시 10여m쯤 내려가니 처음 길과 맞닿았고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 전혀 다른 싸리와 가시나무 내 키보다 더 큰 억새가 간섭하려들고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구덩이도 자주 보인다.

13 : 27 배틀재를 지나면서 사자두봉처럼 보였던 암봉이 뱃바위라 한다.
'↓ 닭재고개 0.7km * ↑ 희아산 정상 1.6km'
밧줄이 매달린 쪽에 세워진 표지판 위치가 바뀐 것 같으니 행여나 혼란스럽게 만들지 모르겠다.

13 : 33 햇빛을 받아 가끔 반짝거리는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오성산을 넘어 접치 까지 가보고 싶
은 마음도 있으나 유치산도 탐방하지 못한 채 740봉을 향해 다시 오른다.

14 : 22 630봉. 이제부터 계속 내리막이다.
그러나 등산 때는 불편하지 않던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몹시 미끄러워 나뭇가지를 의존하게 되
었다.

14 : 50 덕암사로 생각했던 정면 3칸 신축 암자에 '극락전'이라는 현판이 걸렸고 작은 개 두 마리
가 짖다 싫증이 나는지 조용해진다.

15 : 00 뒷 맛이 흙 냄새 비슷한 뚜껑 덮인 샘물을 마시고 출발.
노고치 바로 위쪽 솔밭으로 들어서지 않고 뚜렷한 길을 따르다 참호와 접한 임도로 내려서자 약
10m 앞에 도로가 있다.
오른 쪽으로 돌아서면 노고치 표지석이 있는데 정맥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나면 안 되는지 아니면
선답자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을 보고 콘크리트 옹벽을 기어오른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 신경수 - 안녕하세요 신경수입니다 이제사 인사드립니다 호남정맥상에 있는 암봉인 희아산 전위봉에서 희아산을 쳐다보기만하고 갈길을 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비오는 날이라 암봉을 오르지 못하고 바위 뿌리를 돌아 올랐지요 그때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는데 이런저런 표시가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희아산에 대한 그때의 느낌은 심산유곡이 아니라 큰 도시 근방에 있었더라면 명산의 반열에 들어 갖은 몸살을 격고 있을 산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은 산이었습니다 좋은 산 다녀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항시 건강하시고 곁과 같이 하시는 산행 활기차게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 최선호 - 반갑습니다. 영광이구요. 주로 정맥을 탐사하시기 때문에 산행기를 접하지 못했지만 성함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희아산을 가기전에 호남정맥 종주 산행기 중 노고치 부근을 보고 메모도 했었는데 님의 산행기중 전어로 유명한 망덕에서 마무리 하신걸 보고 참으로 부러웠답니다. 님께서도 동부인 산행을 하시는 것 같은데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김정길 - 몇 일 간 산행하고 오늘밤에 귀가했습니다. 부인께서 등산을 잘 하시니 부럽습니다.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집 안주인님은 등산을 잘 못해요, 2002년 4월 9일, 송치~바랑산~문유산~노고치~히아산~삼형제봉(선주산)~목사동면소재지까지 내리긋고 다녔던 생각이 납니다. ** 순천시가 세워둔 안내판에는 희아산이 아니고 히아산으로 적혀있더라구요? 지도에는 희아산이고? 뭐가뭔지...
▣ 최선호 - 이곳 저곳 기웃거리면서 천천히 걷기 때문에 아내랑 같이 할 수 있는데 매번 칭찬해 주시니 민망스럽습니다. 5만분의1 지형도(순천)에 戱娥山으로 놀희 또는 희롱희자로 표기돼 그대로 썼고 버틀재는 배틀재로 돼 있어 수정했습니다. 21시까지의 사투... 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사랑하는 님! 안전산행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전번 일 감사드립니다.
▣ 김정길 - 저는 011-319-0900 입니다. 님의 휴대전화번호를 메시지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