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의 인기탐방로인 북악산(청와대 뒷산)

  

 

 

  지난 4월 5일, 40년 만에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의 탐방로가 완전히 개방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이 코스를 답사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탐방대신 사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거나  출발장소에 도착하면

현장에서 일정한 인원범위 내에서 탐방을 허용한다는 꽤 까다로운 조건때문에 

차일피일하였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춘계체육의 날 행사가 계획되어 있기에 

오전에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일을 보고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탐방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단체 예약도 인원수만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인적사항을 전부 입력하도록 요구하여 

귀찮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출발장소에 도착하여 신분증을 제시하니

바로 입장번호표를 교부받아 오히려 시간이 절약됩니다.  

  

  2007년 5월 2일 수요일,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삼계탕으로 배를 채운 후 

초록색 지선버스(0212, 1020, 7022)를 타고 자하문에서 내렸습니다.

도로변에는 김신조 일당의 1.21무장공비 침투사건시 순직한 고 최규식경무관(당시 종로경찰서장)의

동상이 오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는 듯 합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창의문(자하문의 정식명칭)으로 가니 "북악산 서울성곽" 관람안내문이 있고,

바로 위쪽에 창의문쉼터가 있다는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출발시각 30분 전부터 접수를 받는다기에 시간이 남아 창의문 주변을 관찰하며

야생화와 철쭉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애기똥풀은 그야말로 건강한 아기의 배설물같은 색깔이고

  

 철죽도 만개한 상태입니다.

  

이는 시골에서 흔히 보던 놈인데 이름을 알 수 가 없네요.

  

드디어 접수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창구에 줄지어 서기 시작합니다.

  

접수를 마치고 한참동안 숨을 고른 후 드디어 안내원을 따라 성곽안으로 들어섭니다.

지난해 북악산 스카이웨이로 이어지는 개방된 탐방로는 홀로 답사한 적이 있었지만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약간은 심경이 고무됩니다. 

반대편에서 출발하여 내려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자북정도(紫北正道)라는 힘찬 글씨체의 표석을 지나 가파른 성곽길을 오릅니다. 

  

맞은 편에서 내려오는 이들은 우리가 힘겹게 오르는 것을 보고

이쪽에서 출발했더라면 너무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지나갑니다.

  

 첫번째 쉼터에 도착하여 북쪽을 바라보니 북한산 비봉능선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5월의 태양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족두리봉(수리봉)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방금 힘들어 오른 길을 내려다보니 하산하는 사람들은 콧노래를 부르는 듯 합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 북악산 정상.

그러나 뜻 밖에도 정상에는  "북악산" 대신에 "백악산(白岳山)"이라는 표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북악산을 옛모습으로 복원했다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이 탐방기를 작성하면서 그 이유가 궁금하여 사전을 찾아보니

"백악산의 뜻이 북악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소 황당하기는 하지만 사전을 믿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지요.   

  

정상에 서니 서쪽으로는 김영삼정부가 개방한 인왕산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비봉능선에서 산성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최고봉인 보현봉이

그 위용을 뽑내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증명사진을 남기기를 좋아하는 우리네의 정서를 반영하여

우리도 현장에 있던 인원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등산 스틱을 들고 있는 이가 필자).  

  

가야할 성곽방향을 바라보니

저 멀리 북악스카이웨이에 위치하고 있는 팔각정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팔각정은 지금부터 26년전 필자가 결혼식을 올린 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비행기 출발시간이 남아 아내와 함께 함께 드라이브를 즐겼던 곳이라

그 당시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다시 성곽을 따라 내려가는 길목에는 이미 언론에도 보도되었던 "1.21 사태 소나무"가

약 40년 전의 아픈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채  꿋꿋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안내문을 읽어 보니 김신조 일당의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할 목적으로 침투하였을 때

우리 경찰과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현재 15발의 총탄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성곽의 벽에는 가끔 글씨가 써진 것이 있는데,

이는 성벽 축조 당시 공사구역표시, 공사담당군현, 그리고 공사담당자 등을 기록한 것으로

소위 공사실명제를 표시한 것이라고 합니다.   

  

조망이 터지는 장소에 도착하니 청운대(靑雲臺) 라는 표석이 서 있습니다.

소나무 옆으로 스카이웨이의 팔각정이 잘 보입니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 남산과 그 사이에 있는 경복궁, 세종로 등

서울 도심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탐방객들은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사다리에 올라 북한산 보현봉을 바라보며

안내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성곽 밖으로 나가 길을 가는데, 마침 맞은 편에서 오는 팀과 조우합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도 이처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상호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성곽은 네모난 큰 돌로 쌓았지만 간혹 다듬지 않은 석재를 사용한 곳도 눈에 띕니다.

  

 뜻을 알 수 없는 "곡장"이라는 곳에 도착하여 뒤돌아보니

지나온 북악산과 그 뒤의 인왕산이 잘 조망됩니다.

  

 곡장 앞에 "황매화"라는 이정표가 붙은 꽃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꼭 국화의 한 종류같습니다. 

  

일제가 우리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던 촛대바위에 도착하여

경복궁을 줌으로 당겨 봅니다. 

안내원은 경복궁이 정남방향으로 건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진으로 봐도 그 앞의 세종로와는 방향각이 상당히 비틀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북악산 중턱에 위치한 해태상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설명을 제대로 듣지않아 여러분에게 정확하게 전달 할 수가 없습니다.

 <줌으로 당겨본 해태상>

  

송림이 울창한 길을 따라 가면서 왼쪽을 보니

  

한 때는 이나라에서 힘께나 쓴다는 사람들이 출입하여

정사(정치)와 사업(경제)을 논하였다는  "삼청각"이 보입니다. 

삼청각은 밀실정치, 야합, 군부독재, 요정, 향락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녔고, 

1970년대에는 ‘밀실 요정정치’의 상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복합 전통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이렇게 뜻 깊은 역사를 간직한 삼청각을 좀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줌으로 당겼습니다.

  

드디어 숙정문에 도착합니다.

이 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숙정문까지 일부구간을 개방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단과 함께 오른 사진이 크게 보도된 바로 그 문입니다.   

  

숙정문은 서울의 북대문입니다 .

서울의 4대문이라 하면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만을 떠올리며, 

‘북대문’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더구나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도 흔치 않은 실정입니다.

그 이유는 북대문이 지금까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숙정문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나라를 세운지 5년만인 1396년에 완공하였으나

당시 풍수학자 최양선(崔楊善)이 “동쪽, 서쪽 봉우리는 정궁인 경복궁의 양 팔과 같아

닫아 두어야 한다”고 건의, 축조한지 18년만인 1413년에 폐쇄되었던 것입니다.

  

 서울 남대문이 "예를 숭상한다"라는 의미의 숭례문(崇禮門)으로  지은 것에 대비하여,

북대문은  "엄숙하게 다스린다"라는 의미의 숙정문(肅靖門)으로 하였답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소속의 젊은 여성안내원은 상냥한 말씨와 친절한  설명으로

탐방객들이 인기를 독차지 합니다.  

  

말바위 전망대 쉼터로 와서 오늘의 공식 탐방을 마무리 합니다. 

창의문을 출발한지 약 2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와룡공원으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우리팀은 삼청공원방면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가다가 조망이 터지는 곳에 이르러 지나온 북악산을 올려다 봅니다.

  

삼청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속의 오솔길입니다. 

그 동안 삼청공원 앞을 몇 차례 지나다녔지만 공원 안으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기에 원예 꽃(가일라디아 아리조나 썬)을 기념으로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리고 공원 표석도 가져 왔습니다.

  

  예술의 길로 변한 삼청공원 길에는 DSLR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모델을 대상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몇 차례 목격합니다. 

사진사가 모델을 대상으로 사진 찍는 실습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젊은 여성이 모델이 되기 위하여 표정과 포즈연습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늑하고 포근한 전통 찻집에 들러 조상의 향기가 스며드는 향긋한 차 한잔을 마시고는

오늘 탐방 행사를 끝냅니다.   

  

  아무래도 주요 군사시설을 개방한 만큼 관람하는데 여러가지 제약이 따를 줄 생각했지만

사진촬영금지구역만 지킨디면  비교적 자유롭게

40년 동안 닫아 두었던 북악산 산자락을 답사할 수 있었기에 매우 보람된 하루였습니다.      

  

  

<탐방정보>

  0 탐방 예약 : 인터넷 예약을 권장합니다. 우리가 해 보니 매우 편리하더군요.

                     문화재청(www.ocp.go.kr)이나 한국문화재보호재단(www.fpcp.or.kr)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선착순 입장일 때는 출입구 앞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0 탐방 시간 : 탐방로 개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니다.  

                     하지만 종주에 2시간 내지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므로 실제 입장 가능 시간은

                     오후 3시가 마지막입니다.

                     매시 정각에 1시간 간격으로 탐방팀이 출발하며 매주 월요일은 쉽니다. 

 

  0 편의시설 : 화장실이 없으므로 출발 전에 해결 필요.

                    음식물은 음료수를 제외하고는 반입이 안됩니다.  

  

  0 출발장소 전화문의

   - 창의문 쉼터 02-730-9924~5,    - 홍련사 쉼터 02-747-2152~3,   - 말바위 쉼터 02-765-0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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