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폭포

  

수풀냄새가 나는 초록 계곡을 거슬러 올라 갔다.

연어처럼 ..

비가 온다던 하늘은 시종 맑았고

태양의 뜨거움은 울창한 수림과 능선에 부는 바람이 조용히 거두어 갔다.

 

 

폭포다

강이 가슴을 열자 은빛 연어의 눈에는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게

보였다.

그 물줄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은빛연어의 눈앞에 찬란한 오색의 무지개를 펼쳐 보였다.

무지개는 은빛연어가 이제까지 본 풍경 중에서 가장 신비로운 것이었다.

                                                  -   안도현의 연어

  

  

내 가슴이 울컥이고 하늘이 허락한 날

지리산이 거부감 없이 우리를 받아들여 준 그날에 작은 기쁨을 만났다.

초록의 암벽을 쏟아져 내리는 심원의 물길

지리산의 은밀한 곳에서 만나는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메마른 가슴을 적신다.

우린 잠시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에 젖는다.

작은 폭포의 울림이 들린다.

너는 자꾸 멀리만 가려느냐? 무지개는 네 가까운 곳에 있나니…”

  

  

  

  

  

  

  

묘향대

  

첩첩의 산주름 사이에 한그루 나무인 듯

그렇게 조용히 대자연의 가르침의 한 가운데 홀로 남겨진 한 사람을 만났다.

주릉이 장대하게 흘러가는 반야봉 아래 지리산 깊은 곳

푸른 숲을 따라 난 작은 길을 걸으면

누부신 푸른 하늘이 열리고 누가 지었는지 낡은 집 한 채 선다.

뒤 곁에 고이는 가슴을 차갑게 하는 샘물은

풀냄새 나는 사람들의 해갈을 기다린다.

  

  

  

너무 맑은 날이라

천왕봉이 선명하게 보이고

웅장하게 흘러가는 지리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수한 지리산의 비경 중 은밀한 두 곳을 더 알아내어 행복한 날

가지 말라는 길을 걸어간 오늘

  

  

  

  

  

  

지리산 주릉

  

또 여기에 섰다.

아직 이 길을 걷고자 했던 날이 아닌데.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서

바람에 길을 묻다 보니 다시 여기에 왔다.

  

  

여름날 이렇게 깨끗한 하늘을 만날 수도 있다.

유장한 능선들은 어디론가 말 없이 흘러가고

사람들은 여전히 지리산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오늘은

그저 푸른하늘 한 번 올려다 보고

흐르는 물처럼 말없이 흘러내리고 싶다.

  

  

  

  

  

  

뱀사골

 

10년이 넘었다.

직원들과 함께했던 뱀사골

뱀사골에 치자나무가 10번을 넘은 꽃을 피우는 동안

젊은 직원들은 애 아빠가 되고

현이는 중국에 갔고

정희는 애 엄마가 되었지

탕탕하고 푸른 물길은 여전한데

원시림과 같았던 계곡길이 많이도 변했다.

나무계단길이며 다리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너무 오랫동안 찾지 않아

무엇이 변했는지도 가물가물한 뱀사골

변함 없이 차가운 물길에 뛰어들어 내가 씯어 내는 건 땀이 아니다.

세사의 시름과 미망은 물처럼 흐른다.

뱀사골에서.

  

  

세월이 물처럼 흘러간 2006년도 6월 하늘 맑은 날 뱀사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