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 - 세석 1박 - 천왕봉 - 중산리]

 

 

 나 홀로

 

 2009.8.1.- 8.2

 날씨 : 첫날 : 오전 운무 속, 오후부터 초저녁까지 내내 천둥과 엷은 비, 한밤 중 구름걷힘.

         둘째날: 오전 맑음  

 

 

 산행개요

 

 첫날, 아내랑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하여 성삼재 주차장도착. 마무리 점검을 한 후, 다음날 오후 2시에

 중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8시 정각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점심식사는 연하천 산장에서 준비해간 주

 먹밥으로 해결하였다.(2시 반) 오후 3시경 부터 계속 마른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사위는 점차 어두워

 졌고 마침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벽소령 4시 40분. 잠시 비를 피했다가 세석까지 진행,  미끄러운 길

 이라 조심하였다. 이미 깜깜하게 어두워진 세석에 도착한 시각 8시. 당일거리 24.2 km. 평소 페이스 대

 로 쉬고 사진찍고 시간당 2km로 침착하게 진행했다.

 

 

 샘터에서 멀지 않은 곳, 풀섶 옆에 자리를 깔고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바로 잠에 들었다. 다행이 초저녁

 부터 비가 오지 않았다. 1시반에 깊은 잠에서 깨었다. 엄청난 별이 쏟아져내렸다. 깜깜한 우주 속에 홀

 로 떠 있는 것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새벽녘에 다시 잠깐 잠에 빠졌다.

 

 

 다음날 세석-천왕봉은 그 어느 때보다 시간구애 없이 산책하듯 산행하였다. 도중에 산친구 에스테반으

 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중산리에서 천왕봉 오르고 있으니 같이 귀가하자고 한다. 천왕봉에서 그를 기

 다리면서 30분정도 잠을 잤다. 로타리산장에서 점심식사, 중산리 아래 공영주차장까지 하산완료. 당일

 거리 12.4 km(중산리 매표소-주차장까지 1.8 km 추가) 총거리 36.6 km

    

 

 

 

<운무 자욱한 노고단 고개.

 견딜 자신이 없었던 초반의 배낭무게는 1시간이 지나자  등에 완전히 달라붙었다.>

 

 

 

 

 <노고단 북사면에서 돼지평전 가는 길. 

  언제나 나무들에게 높임말로 안부를 묻는 길>

 

 

 

<뒤돌아보이는 노고단 정상부>

 

 

 

 

 <임걸령 샘터>

 

 

나는 오르내리막이 비슷한 영남알프스나 지리산 능선에서 대략 시간당 2 km 의 속도로 진행한다.

지리능선의 거리를 대략 3 km 전후로 끊어서 지점별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노고단 산장까지

의 길을 제외하고는 평균 1시간30분 할애되면 내가 진행하는 시간-거리로 대체로 무리없이 안전한 

주행이 된다.

 

성삼재 주차장 - 노고단산장  : 3.1 km

노고단산장 - 임걸령             : 3.5 km

임걸령 - 노루목                   : 2.8 km

(노루목-반야봉 1.5 km) 생략

노루목 - 토끼봉                  : 2.2 km

토끼봉 - 삼각봉                  : 3.3 km

삼각봉 - 벽소령산장            : 2.9 km

벽소령산장 - 선비샘            : 2.5 km

선비샘 - 세석평전               : 3.9 km

 

1박 예정 < 24.2 km>

 

세석평전 - 장터목산장        : 3.6 km

장터목산장 - 천왕봉           : 1.6 km

천왕봉 - 중산리관리사무소 : 5.4 km

관리사무소-공영주차장      : 1.8 km

 

<12.4 km>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직전, 뒤돌아보면 원추리꽃 동자꽃 만발하고 구름 피어오르는 저편에 우뚝한 반야봉.>

 

 

배가 고팠지만 참을 수 있어서 연하천까지 진행했다. 두시반. 점심시간으로는 늦었다.

시간상으로 세석도착 시간이 빠듯했다. 일몰의 장관을 영신봉에서 맞이해야하는데.......

점심은 미리 준비한 주먹밥으로 해결했다. 두 주먹!

 

 

만일 내가 감자라면 그렇게 꽉 움켜쥔 주먹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대하진 않으리라.

......라는 류시화 시인의 싯귀절은 감자 먹을 때마다 생각나더니 주먹밥 먹을 때도 생

각나 또다시 피식 웃는다.

 

 

샘터 가장자리에서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두 주먹을 먹고 있었다.

사람들의 소란이 벌써 생소한 가시덤불 같이 여겨졌다. 대충 넘기고 얼른 자리를 떴다.

 

 

3시반 쯤 되었을까......

북쪽 하늘 끝인지, 서쪽하늘에서 인지...... 우르릉 콰광! 따다다다다다...... 천둥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한바탕 소나기가 오려나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비는 내리지 않고 천둥소리만 계속 요란하게 이어졌다.>

 

 

 

 <형제봉 아래>

 

 

 

 <짙은 운무가 드리워지고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천둥소리는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리는 듯하다.>

 

 

 

 <4시 45분 벽소령. 빗줄기가 굵어졌다. 잠시 비를 피하면서 진행여부 결정.

 밤이 늦더라도 세석까지 가기로......

 

 

 

 <늦어도 구경할 건 하고 담을 건 담고...... 걸음을 생각하면 출발이 한시간 정도는 당겨졌어야했다.>

 

 

 

 

<어둡다.>

 

 

 

 

 <선비샘>

 

 

 

 <단체산행에서 지쳐 처진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세석 도착할려면 밤중인데 괜찮냐고 일일히 확인해보고......>  

 

 

 

 

<종주할때만 만나게 되는 칠선봉>

 

 

 세석도착.

 젖은 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무척 썼다. 좌측 대퇴근육의 부상이 아직 완전회복이

 되지 않는 중에 혹여 악화될까 두려운 마음이 긴장을 유발했다. 토끼봉 언저리에서 중심을

 잃고 쏠리는 몸을 황급히 지탱하느라 다시 좌측 다리근육 전체가 긴장했는데 한동안 마비

 가 지속되었다. 한참 후에야 좌측 뒷굽, 아킬레스 근육이 디딤발을 들어 올릴 때 마다 예리

 한 통증이 반복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진행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다음날 천왕봉 하산

 길에 적잖은 부담이 되었지만.) 

 

 

 이미 세석산장 주변은 만원이었다.

 내 목표는 불빛이 환한 곳에서 재빨리 저녁식사를 해치고 적당한 잠자리를 확보하는 것.

 대피소 가로등 아래서 누룽지 죽을 맛나게 끓여먹고 재빨리 짐을 추스려 샘터 쪽으로 내

 려가 보았다. 인적 드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인용 텐트를 비박색으로 삼고 안에 매트를

 깔고 누으니 전혀 배기지 않는다. 겨울침낭을 챙겼어야했는데 얇은 침낭을 챙긴 것이 걸

 렸지만 겨울내의로 갈아입고 새 셔츠를 입었다. 이것으로 샤워를 대신한 것이다. 이런 곳

 에서 양치질이나 세수 세면은 되도록 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텐트 속에 들어가 잠그니 완전히 시체포대다.^^(이건 내 말이 아니라 다음날 지나가던 여

 인네가 한 말...... '언니, 어젯밤에 둘러봤수~ 이건 뭐 완전히 둘둘말은 시체들이 널부러진

 광경이더만....ㅋㅋ') 내 꼴을 생각하면 무리가 아니다.

 

 

 세상이 조용해졌다. 제발 비가 내리지 않게 하소서...... 몇번을 기원했을까..... 그대로 깊

 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진이 아니라 직접 포토샵에서 흰 점을 찍었다. 15분 정도......>

 

 

1시 20분. 갑자기 잠을 깨었다.

뭔가가 분명히 옅은 잠에서 인식된 바가 있었다. 손목시계 야광이 작동하지 않아 헤드랜튼을

더듬어 시각을 확인하니 그 시각.  

 

 

텐트(폴대 없이 색으로 이용) 머리 쪽을 잡아당겨 그물망을 열었다.

아~~~~~~~~~~~~~~~~~~~~~~~~~~~~~~~~~~~~~.

엄청난 별빛들이 쏟아져 내렸다.

 

 

은하수. 우리은하의 변두리에 지구별이 위치하는데...... 우리 지구별 주위의 별들을 바라보

았다.  '우리 은하'에 삼천억개의 별....... 다른 은하의 갯수도 수천억개....... 점차 나는 유유

현현(幽幽玄玄)한 은하 속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는 사방천지에 별빛 뿐인 유현한 공간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것 같

았다. 엄청난 외로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 외로움은 누군가를 마주하고픈 그리움에 닿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너무나 명료하게 자각되는 두렵지 않은 외로움...... 

 

 

나는 오히려...... 뚜렷한 존재감에 휩싸였다. 

  

 

 

 

 

 <다음날 새벽>

 

 

천왕봉 일출을 보러가는 사람들은 두세시경에 서둘러 다 빠져나갔다.

그들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일출'을 보게 될 것이다.

간 밤의 별빛으로 볼 때, 그들은 행복하게도 삼대에 걸쳐 쌓은 덕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적당한 늦잠으로 인해 '따듯하고 느긋한 밥'을 먹게 될 것이고

'세석에서부터 천왕봉까지의 지리산이 아침을 맞이하는 광경'을 일출 대신 보게 될 것이다.  

 

 

아침은 햇반과 누룽지를 섞어 끓이고(참을 수 없으리만큼 고소하다.) 

반찬은 김과 절인마늘, 고추참치캔.

누룽지를 삶으면 쉽게 끓어 넘치기 때문에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저어야하는 요령을 단번에 터득했다.

 

  

 

 

 <촛대봉의 아침 1>

 

 

 

 <촛대봉의 아침 2>

 

 

 

 <고맙게도 어느 산님이 찍어주셨다.>

 

 

 

 <운무 보고 꽃도 보고, 꽃도 보고 암봉도 보고......>

 

 

 

 <천왕봉 정상이 일출봉 능선과 겹쳐 보이는 곳에 서서.....>

 

 

 

 <산색(山色)도 아침저녁으로는 그 다양성이 더해진다.>

 

 

 

 <지친 걸음도 평안해지는......>

 

 

 

 <꽃과 풍경이 어우러진 이런 그림을 얻고 싶었다.>

 

 

 

 <산에서 발로 흘린 모든 땀에는 마침내 그만큼의 희열로 되살아난다.>

 

 

 

 <구름에 휩싸이는 천왕봉과 좌측의 제석봉>

 

 

 

 <구름에 잠기는 산릉이 끝이 없고 山頂의 동자꽃은 더욱 붉다.>

 

 

 

 <운무와 암봉과 화원>

 

 

 

 <고사목은 존재 그 자체로 한줄의 詩다.>

 

 

 

 <제석봉 어깨에서 뒤돌아본 지리주릉..... 저멀리 하늘 끝에 내가 출발했던 노고단의 정상부가 보인다.>

 

 

 

 <지척인 천왕봉이 갑작스레 구름에 잠긴다.>

 

 

 

 <운무..... 구름안개.....구름이 춤을 춘다.>

 

 

 

 <요렇게 찍으면 이쁘게 나올려나.....>

 

 

 

 <하늘정원>

 

 

 

 <범꼬리 군락>

 

 

 

 <가끔 접하는 풍경이지만 그때마다 감동.....>

 

 

 

 <천왕봉 정상>

 

 

 

 <산친구 에스테반이 천왕봉에 오르는 중이라구? 잠이나 자야겠다. 천왕봉 그늘에서 깜빡 30분 단잠.....>

 

 

 

 <축포처럼 쏘아올려진 개선문에서의 풍경>

 

 

 

 <로타리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면서 구름에 잠기는 천왕봉을 돌아보다.>

 

<준비물>

 

배낭 : Deuter50L

매트리스/ 침낭/ 일인용텐트(폴대없이 비박색으로 사용)

버너/코펠/버너 바람막이/버너용가스2개/라이터

물통 1000 X 2

수납박스 2통

수저통/휴지와 물휴지

 

햇반2개/누룽지2끼분량/육포100 gm/고추참치캔 1/김2포/

초코파이2/팥핫케익(소)2/초콜릿(소) 5/밀크카랴멜10/얼린 귤쥬스팩 2

복분자 소형 1

 

카메라백/콤팩트카메라/충전지여분

 

조끼/방한용겨울내의/반팔티여분/반바지와 혁대

속양말/겉양말 여분1

팬티여분1 /수건 여분1/팔타이즈1세트

 

우의:상의1벌/반장갑2벌/모자2개/무릎보호대2/발목토시/손수건3장/수건1장

 

산악용GPS/산악용시계/휴대폰

지리산전도/해드랜튼2개와 여분의 건전지

두꺼운 배낭커버여분

스틱2

구급백(기본약제 /압박붕대/식염수/안경-비상용/나침반)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