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햇빛이 밝게 내리쬐어서 맑은 날씨를 예감하게 하는 3월 26일(월요일), 6시 20분에 집을 나서서 남부터미널 매표소 앞에 도착하니 7시 20분경. 7시 30분발 전주행 시외버스표를 끊어서 버스에 올라타니 고속도로를 달리던 시외버스는 공주의 정안휴게소에서 15분쯤 쉬다가 다시 달려서 10시 8분경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급히 버스표를 끊어서 10시 10분발 진안행 시외버스를 타도 되지만 화장실에 들렀다가 10시 20분발 시외버스를 타니 시외버스는 11시 10분이 다 되어 진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구봉산 들머리인 윗양명마을로 가는 군내버스는 8시 정각과 9시 정각에 이어 11시 30분에나 있는데 서울에서 당일치기 산행을 하려면 11시 30분발 버스가 가장 빨라서 조금 늦는 감이 없지 않다. 지역 주민들의 편의와 운수회사의 수익을 고려하여 결정한 배차니 대중교통을 이용한 극소수의 산행객들까지 배려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수리중이라서 어수선한 진안시외버스터미널은 화장실도 쓸 수 없게 막아 놓아서 불편하다. 그리고 보통 늦어도 출발 5분전에는 터미널 승강장에 버스를 대 놓는데 11시 30분이 다 되도록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오지 않아서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조금 늦을 때도 있다고 한다. 11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터미널에 들어온 군내버스에는 외처사동까지 간다고 행선지를 표기해 놓은 걸로 봐서 운장산 들머리인 내처사동까지 가는 노선인 듯하다.

5분쯤 늦게 출발한 군내버스는 정천면을 지나 주천면의 무거마을과 무릉리를 거쳐서 외진 시골길을 한참 달려서 12시 8분경 윗양명마을 입구에 도착하는데 버스에서 내리니 200미터쯤 앞에 넓은 주차장이 보이고 거기에서 내린 한 무리의 산행객들이 열을 지어 농로를 걸어가고 있다.

들머리의 정경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자신도 산행을 시작하는데 그들과는 달리 자신은 계곡길을 따라가다가 양명제(저수지)를 지나 계곡을 건너 능선에 진입하기 위해 솟대들이 줄줄이 세워져 있는 마을길로 들어가서 개울을 따라 콘크리트 포장의 농로를 걷는다. 길은 어느덧 흙길로 바뀌고 징검다리로 개울을 건너게 되는데 콘크리트 포장의 임도로 올라서 걷다보면 저수지의 제방 위로 구봉산의 제1봉부터 제8봉까지 일목요연하게 시야에 다가온다.

양명제를 지나서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비포장으로 변한 임도를 걸으니 나뭇가지에 노란 리본 두 개가 걸려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방향표지판이 없어서 제1봉으로 오르는 길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아 임도를 따라 5분쯤 더 오르니 방향표지판이 나오는데 구봉산까지 1.6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어서 제8봉과 제9봉 사이의 안부인 돈내미재로 오르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되돌아와서 리본들이 걸려 있는 갈림길에서 계곡을 건너 등로로 오른다. 이 때문에 8분이 허비됐다.

희미한 길의 흔적을 좇아서 비탈길을 오르니 개념도상에 표시돼 있는 외딴 집이 나오고 그 바로 위에 기도처가 있다. 그리고 기도처에서 시작되는 지능선길을 5분쯤 오르면 헬리포트에 닿고 여기서 1분만 더 가면 상양명주차장에서 양명교를 건너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닿고 여기에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여기서 10분 남짓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나무 벤치 3개가 놓여 있는 쉼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첫 번째로 쉬게 된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



구봉산이 보이는, 윗양명마을의 군내버스 정류장 옆 구봉산 들머리.



개울을 따라가는 길.



양명제 밑에서 바라본 구봉산의 제1 ~ 제8봉.



양명제(저수지).



비포장의 임도에서 계곡을 건너서 오르는 구봉산 들머리.



임도의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5분쯤 더 오르면 나오는, 돈내미재로 오르는 계곡길의 방향표지판.



외딴 집.



지능선 오름길이 시작되는 기도처.



헬리포트.



헬리포트에서 1분 만에 닿은, 상양명주차장에서 양명교를 건너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나무 벤치 3개가 있는 쉼터.


무리하지 않기 위해 쉼터에서 천천히 15분쯤 오르면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제2봉의 암릉 부분에 닿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로프를 잡고 오르는 제1봉은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지만 잔설과 눈이 녹은 물, 빙판이 군데군데 깔려 있어서 특히 발을 디딜 부분의 빙판에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각별히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3월 하순이고 서울보다 비교적 기온이 높은 편인 남쪽의 산인데 비탈도 아닌 능선에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았다는 것은 요즘 폭설이 내렸다는 강원도 지방이라면 모를까, 예상외였다.

해발 668 미터의 제1봉 정상에서 앞으로 오를 제2, 3봉과 구봉산 정상인 제9봉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갈림길로 되돌아와 제2봉을 향해 오르는 길도 상태는 마찬가지다. 돌탑과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해발 720 미터의 제2봉 정상에 올라서 조망을 하니 맑은 날씨라서 주변의 산군이 잘 보이지만 전북 지역의 산들을 많이 올라보지 못해서 저게 무슨 산일까 어리둥절해진다.



제2봉의 암릉 부분에 있는, 제1봉과 제2봉의 갈림길.



제1봉과 제2봉 사이의 안부로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제1봉.



제1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2봉과 제3봉.



제1봉의 전경 - 해발 668 미터.



되돌아온, 제1봉과 제2봉 갈림길의 방향표지판.



녹지 않은 눈과 빙판이 군데군데 남아 있어서 위험한 로프지대.



제2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1봉.



제2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4봉과 제3봉.



제2봉 정상의 전경 - 해발 720 미터.


제2봉을 내려서서 제3봉을 향해 오르다가 제3봉의 절벽에 자생한 부처손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카메라에 담고 나서 나아가는데 자신보다 먼저 출발한 산악회의 일행으로 보이는 몇 사람이 되돌아오면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위험한 빙판이 더 많아지는데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아서 정상까지 가기를 포기하고 하산한다고 하며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자신도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낭패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는 데까지는 가 보자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빙판이 없어도 위험한 산인데 아이젠을 차더라도 노련한 산꾼이 아닌 한 위험도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테니 눈이 채 녹지 않았을 때에는 이런 산은 아예 오지 않는 게 현명하겠다.

제3봉을 내려서서 제4봉을 향해 나아가면 제3봉과 제4봉 사이에 있는 무명봉에 닿고 여기서 제4봉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되돌아본 제2봉.



절벽의 부처손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



제3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1봉과 제2봉.



제3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4봉.



제3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4봉과, 제3봉과 제4봉 사이의 무명봉.



제3봉 정상의 전경 - 해발 728 미터.



제4봉으로 가며 되돌아본 제3봉.



제3봉과 제4봉 사이의 무명봉.


제4봉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좀 까다롭다. 눈 위에 발자국이 나 있는 길로 오르려다가 오르기에 까다로울 듯해서 나무 벤치들이 놓여 있는 쉼터 쪽으로 가니 정상의 바위 위로 오르는 로프가 설치돼 있다. 로프를 잡고 오르니 예상외로 정상 부분은 비교적 넓고 평평하다. 그리고 제3봉 쪽에서 오르는 길에도 로프가 설치돼 있는데 자신이 오른 곳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해발 752 미터의 제4봉 정상에서 보는 구봉산 정상은 앞으로 오를 제5, 6, 7, 8봉이 700 미터대인데에 비해 해발 1002 미터나 되니 훨씬 더 높아 보인다. 그리고 연화지가 내려다보이는 북쪽의 산세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그러나저러나 이 봉우리까지 꽤 조심스럽게 올라왔는데 얼마나 더 어려운 관문이 기다리고 있을지 짐짓 걱정이 된다. 로프를 잡고 제4봉 정상을 내려서니 올라올 때에 비해 로프가 짧아서 내려가기가 까다롭다. 좀 더 굵은 로프로 좀 더 길게 설치해야 좀 더 안전하겠다.

구봉산 정상까지 1.1 킬로미터, 상양명주차장까지 1.7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제4봉 정상 바로 밑의 쉼터에서 나무 벤치에 앉아 10분쯤 쉬다가 안부로 내려서서 제5봉을 향해 오르는데 눈을 허옇게 뒤집어쓴 제5봉의 모습이 가히 위협적으로 시야에 다가온다.

자신보다 조금 일찍 산행을 시작한 산악회원들의 말소리가 저 멀리 정상 부근에서 가끔 들려오는데 산행 능력이야 저마다 천차만별이니 위험하게 서두른다는 것은 만용이자 자해행위가 될 소지가 클 뿐이다.

암봉을 하나씩 더 오를수록 암릉은 서서히 더 험해지고 잔설과 빙판은 더 많아지니 위험도는 서서히 가중된다. 빙판이 없을 때에 올라도 위험한 산을 이런 상황에서 계속 올라야 할 것인가 의문을 느끼며 오르다보니 로프가 손에 닿지 않고 튀어나온 바위를 손잡이삼아 올라야 할 곳이 나오는데 발을 디딜 곳은 빙판이고 손을 잡을 곳은 눈이 녹은 물이 흥건하며 뒤를 돌아보니 오른쪽은 가파른 벼랑이다. 조그만 실수가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해 보기 위해 오름을 중단하니 제트기 두 대가 고막을 찢는 굉음을 내며 구봉산 상공을 지나간다. 한참 생각해 보니 앞으로 길은 점점 더 험해질 텐데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진행하느니 아쉬움이 크더라도 되돌아가서 안전하게 하산하고 단풍이 절정인 가을에 다시 와서 제대로 산행을 완료하는 게 낫겠다.

아쉬움을 남기고 되돌아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까다롭다. 빙판과 눈이 녹아 흥건한 물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내려서니 로프를 잡은 팔에 힘이 많이 가게 된다. 그러나 제2봉을 내려서서 제1봉과 제2봉의 갈림길에서 내려가는 길은 비록 가파르지만 빙판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어 안도하며 나아가게 된다.

올라올 때 쉬었던, 나무 벤치들이 놓여 있는 쉼터에 닿아서 다시 15분 가까이 쉬다가 8분쯤 내려서면 상양명주차장 갈림길에 닿게 된다. 올라올 때에는 양명제 쪽에서 올라왔으니 산행의 변화를 주기 위해 내려갈 때에는 상양명주차장 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계곡길로 내려선다.



제4봉 정상의 전경 - 해발 752 미터.



제4봉 정상에서 바라본 연화지와 북쪽의 산세.



제4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5 ~ 제9봉.



나무 벤치 3개가 놓인, 제4봉 정상 바로 밑의 쉼터.



쉼터에서 바라본 윗양명마을과 양명제(저수지).



쉼터에서 바라본,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제4봉 정상.



흰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제5봉 오름길.



되돌아온 첫 번째 쉼터.



되돌아온 상양명주차장(양명교) 하산 갈림길 - 상양명주차장까지 800 미터.


이 계곡길은 처음에는 조금 가파르지만 서서히 완만해진다. 갈림길에서 20분 가까이 내려오니 무심코 직진하기 쉬운 길에 상양명주차장까지 0.3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그 표지판의 지시대로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간다. 뚜렷한 산길을 따라 내려가서 폭이 좁은 계류를 왼쪽에 끼고 걷다보니 농로와 만나는 나들목이 내려다보인다. 땀에 젖은 얼굴과 목을 간단히 계류에 씻고 나서 농로로 내려서니 멀지 않은 곳에 양명교가 보인다. 양명교까지 가서 양명교를 건너 무심코 직진하니 식당의 사유지인 듯,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양명교를 건너 개울을 끼고 왼쪽의 좁은 길로 조금만 걸어가면 상양명주차장이다.

양명교를 도로 건너와서 차가 다니지 않는 안전한 농로를 따라 5분쯤 걸어서 아까 내렸었던 군내버스 정류장에 닿으니 17시 4분경. 오늘의 산행에는 총 약 5시간이 걸렸고 그 중에서 산행 준비와 휴식, 조망을 위해 쓴 약 1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순수한 산행시간은 약 3시간 30분인 셈이다.

정류장에 부착돼 있는 버스시간표를 자세히 보니 주천에서 진안으로 가는 버스가 17시 10분에 있고 그 다음 차는 막차인 18시 50분이다. 아까 개가 짖던 식당에서 오랜만에 막걸리를 한잔 하고 싶었지만 한적한 시골길에서 막차를 놓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자제하고 15분쯤 기다리니 주천에서 17시 10분에 출발한 군내버스가 17시 20분경 버스 정류장으로 다가오는데 그 뒤에 승용차 한 대가 바짝 붙어 질주하고 있어서 충돌을 우려하여 세우지 않고 그냥 통과하려는 것을 손을 들어 간신히 세운다. 버스 정류장에서 수십 미터를 지나서 세운 군내버스를 타고 진안시외버스터미널에 닿으니 17시 50분경. 진안의 군내버스는 버스에서 내릴 때 현금으로 버스 요금을 내게 돼 있는데 상양명주차장에서 진안까지는 1750원. 군내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주행 시외버스표를 끊고 이미 대기하고 있는 17시 55분발 전주행 시외버스에 오른다. 운임은 4200원.

18시 45분 가까이 되어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아까 하산을 마치고 생각해 두었던 해물파전과 막걸리가 간절히 먹고 싶어져서 터미널 근처를 30분 이상 둘러봐도 해물파전을 파는 음식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터미널 안의 편의점에서 국순당 우리 쌀로 빚은 막걸리 한 통을 사서 전주비빔밥을 시켜서 반주로 비우고 19시 45분발 남서울행 시외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오늘은 비록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 되돌아서기는 했지만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산행은 항상 자신의 건강상태와 체력, 능력을 고려하여 무리 없이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지론을 새삼스럽게 뇌리에 떠올렸다.

재작년 봄에 갔었던 마이산에서 받았었던 강렬한 인상을 간직하고 다시 찾은 진안이었지만 마이산과 구봉산은 너무나 달랐고 구봉산은 마이산보다 훨씬 더 위험한 산이었다.

아무튼 산에 오를 때에는 늘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함께 교만하지 않고 산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며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올라야 하리라.



상양명마을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



간단히 씻기 좋은 작은 계곡.



농로와 만나는 나들목.



나들목을 되돌아보며 한 컷.



양명교가 보이는 농로의 정경.



양명교 앞에서 양명교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어져 개울을 따라서 군내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농로.



되돌아온 윗양명마을 입구의 군내버스 정류장.



오늘의 산행로 - 검은 색 선은 왕복한 구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