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산, 애기봉, 그리고 수덕산

o 산행일시 ; 2009.8.29(토), 오전 구름 조금, 오후 잔뜩 흐림
o 산행구간 ; 관청리->큰골->화악산 중봉(1,423.7m)->애기봉(1,055m)->애기고개->
                  수덕산(794.2m)->제령리 가둘기
o 산행시간 ; 총 9시간 (휴식시간 모두 포함), 운행거리 : 약 18㎞
o 교통편 ; (갈때) 상봉역에서 가평목동행 1330-3번 좌석버스를 타고 목동에서 군버스
                        (11시 가평발)로 갈아탄 다음 관청마을에서 내림
               (올때) 가평읍에서 청량리 가는 1330-2번 10시차로 귀경



경기도 최고봉이면서 남한 제10위봉인 화악산(1,468.3m)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풍수상으로도 조선의 심장에 해당하는 대길복지명당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 중강진으로 이어지는 국토자오선(동경 127도 30분)과 북위 38도선이 만나는 곳이 화악산 정상이고, 평북삭주에서 울산으로 잇는 선과 백두산과 한라산을 잇는 선도 화악산에서 교차한다.

6.25 이후 미군이 화악산 정상에 공군기지를 건설하기 전까지 화악산 정상을 신선봉이라 했고 서남쪽의 중봉(1,423.7m)과 동쪽의 응봉(1,436m)과 함께 삼형제봉으로 불렀다 하며 신선봉에는  많은 기암괴석과  주목이 있었다 전해지나 이젠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공군부대가 있는 화악산 정상과 응봉은 산꾼들이 여전히 갈 수 없는 곳이고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1km 떨어진 중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중봉의 가운데 中은 단순히 화악산의 가운데 봉우리가 아니라 한반도의 가운데라는 의미로 새겨야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기도 최고봉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을 위해 자주 찾는 산이지만 지난 봄 화악산으로 가다가 비때문에 연인산으로 방향을 트는 바람에 올해는 아직 가지 못했다.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을 맞아 지난 주  명지산 산행에 이어 화악산에 가야겠다고 집을 나섰으나 잠을 더 자는 바람에 아쉽게도 청량리에서 6시 50분발 버스는 못 타고 9시경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두 시간의 시차때문에 중봉에 올랐을 때 구름이 뒤덮여 조망을 보지 못했고 수덕산(794.2m)까지 무리하게 종주하면서 어둠속 하산길에서 호된 경을 치러야 했다.

중봉으로 오르는 산행코스 가운데  가림에서 출발하여 언니통봉(928m)을 거치는 서릉코스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인데 산꾼들이 요즈음 관청리에서 출발하는 큰골코스를 즐겨찾는 것 같아 필자도 그쪽으로 향했다.

가평읍에서 11시에 출발하는 군버스를 목동에서 바꿔타고 들머리인 관청마을(관청교)에 내리니 11시 40분이었다. 아직 펜션에 놀러오는 학생들은 제법 있었지만 일주일만에 피서객이 크게 줄어 버스가 한산했다. 버스에서 내려 올려다보니 중봉에서 애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흰구름과 함께 반긴다.

항상 대하는 다정한 산골길을 따라 큰골로 들어서니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계곡에 물이 많았다. 주민들이 큰골을 식수원으로 보호한다고 해서 그동안 오지 않던 코스였는데 오르는 길에 단체산행팀도 만나고 하산하는 여러 산객들과 마주쳤다. 오래간만에 찾았더니 이정목도 산뜻하게 정비되어 있고 등산객도 예전보다 훨씬 많았다.  

수려하고 물이 많은 큰골을 따라 30 여분 오르니 애기봉으로 갈라지는 합수점이 나오고 팍팍한 오름길을 거쳐 출발한 지 두 시간만에 언니통봉에서 오는 능선에 올라섰다.  적당한 바위를 찾아  점심을 먹는데 하늘에 구름이 잔뜩 깔리고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식후 조무락골 갈림길 전에 있는 전망바위에서 석룡산 방향 사진을 찍었는데 중봉에 올라가선 구름에 덮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3시 5분, 중봉에 오르니 부부산객이 좁은 데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시설물이 있는 부대쪽 공터에 철조망을 둘러 등산객들의 접근을 막아 놓았다. 예전엔 많은 사람이 식사할 수 있는 넒은 곳이었는데 초병과 얘기를 못하게 막아버린 것인가?  그 때문에 중봉 정상이 너무 옹색해졌다.

증명사진만 찍고 비좁은 정상을 떠나 애기봉(1,055m)으로 향했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이곳을 찾았기 때문인가?  예전엔 산객을 별로 보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여러 산객과 마주치고 애기봉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동행하기도 했다.  1142봉 가기 전, 그리고 애기봉 직전에 예전엔 큰골방향 갈림길 표시가 없었는데 이정목을 세워놓아서 등산로를  잘 안내하고 있었다.

4시 45분, 애기봉에 도착하니 세 산객이 하산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수덕산까지 5.8km, 도대리까지 6.5km 표시되어 있는데 도대리로 내려가도 막차시간인 6시까지 갈 수 없으니 애초 작정한 대로 목동이 가까운 수덕산으로 바로 내달았다. 풀숲에 싸여 있는 애기봉에서 10분 정도 진행하니 멋진 전망대가 나와 중봉에서 불가능했던 조망을 할 수 있었다.

애기고개에 도착하니 5시 35분, 수덕산까지 3.7km 남았다. 예전엔 군통신선을 따라 도대리로 내려갔었는데 그때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시간이었고~~ 오늘은 수덕산에 7시까지 가기로 작정하고 어둑해진 슾길로 바로 향했다.  

바쁜 걸음으로 오르는데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던 듯, 인기척에 깜짝 놀란 멧돼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닫는다. 사람을 피하는 멧돼지의 성향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모골이 송연해졌다. 땅을 파헤치거나 영역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 애기봉을 지나 수덕산까지는 사람의 영역이라기보다 멧돼지의 세력이 더 강해보였다.  

6시 25분, 지난번 도대리에서 수덕산에 올랐던 갈림길에 도착하고 10m 절벽지대를 넘어 수덕산 정상에 도착하니 6시 55분이었다. 목표한 시간안에 도착했으니 비로소 배낭을 벗고 주저앉아 전투식량으로 칼로리를 보충했다. 어둠이 내리는데 멀리 동쪽으로 몽가북계능선이  반갑게 인사하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수덕산에서 제령리 막골로 내려가는 길은 3.6km,  가둘기로 내려가는 길은 2.7km였는데 막골로 내려가는 길이 익숙했지만 가둘기 방향 길이 더 뚜렷할 것으로 생각해 가둘기를 택했다. 그러나 수 년전에 올라왔던 길이라 어둠속에 기억을 더듬으며 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고인돌바위니 헬리콥터바위니 어둠속에서도 윤곽을 보며 잘 내려왔는데 어디선가 꽥꽥대는 멧돼지소리에 신경쓰였는지 벌목들이 흩어진 곳에서 그만 길을 놓치고 말았다.

기억을 더듬어 능선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있을 넓은 길을 찾아가는데 골짜기로 빠지며 가시나무 투성이인 잡목숲에 갇혀버렸다. 한참 허둥대다 빠져나와 잣나무지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좌측으로 트래버스하여 예전엔 없었던 펜션지대로 나오기까지 30 여분간은 말그대로 암흑의 시간이었다.

가둘기 길가에 내려서니 8시 40분, 목동에서 떠나는 8시35분 막차는 가버렸고 집에 가는 길이 막막했다. 약수터까지 가서 땀에 젖은 얼굴을 씻고 무작정 걷는데 내일 아침 민둥산 산행간다는 산님이 목동까지 태워주고, 목동에선 백둔리에서 펜션공사 한다는 분이 가평까지 태워주는 덕분에 간단히 저녁까지 먹고 10시발 1330-2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지옥에서 천당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셈인가?  집에 와서 보니 팔에 가시가 박히고 다리가 상처투성이인데  몸무게는 1.5kg이나 빠져버렸다. 뱃살이 그렇게 빠졌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Nana Mouskouri, Try To Remember



관청리에서 바라본 중봉-애기봉 능선


코스모스길


가는 8월을 아쉬워하며


풀숲 우거진 길


물의 나라


애기봉 가는 갈림길, 합수점


뚝갈


투구꽃 3형제


언니통봉 가는 서릉 갈림길


석룡산 넘어 명성산, 그 뒤에 철원의 금학산까지


저 깊은 조무락골~


조무락골 갈림길


오리방풀


까실쑥부쟁이


중봉 정상의 새로 생긴 철조망



화악리


칼잎용담


흰진범


관청리 갈림길


애기봉


몽가북계능선 뒤에 삼악산


애기봉 정상


화악산과 애기봉


화악산과 응봉, 그 사이에 실운현


가덕산과 북배산 뒤에 홍천 가리산까지~


국망봉과 견치봉


명지산과 사향봉


당겨본 삼악산


실운현 아래 화악터널에서 뻗은 길


화악리 방향


애기고개


도대리 갈림길


수덕산의 저녁


마지막 갈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