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구간

종주산행

산행일

오봉산~마적산

(14km, 6시간 10분)

2007년 7월 15일(일)

 맑음

 

<산행기록>

소양강댐-청평사-오봉산-배후령갈림길-마적산-천전리식당가

   9:40      10:40    12:20        13:00        15:00         15:50

  


 

소양강댐에서 출발하는 오봉산행


 

  사람들은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한다. 북한강 언저리의 홍수를 막고 경인지방의 산업을 일으키는 데에 쓰이는 전기를 대려고 댐을 만들었는데 1965년에 춘천댐, 1967년에 의암댐, 그리고 1973년에 소양강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소양강댐에서 출발하는 종주산행을 하려고 한다.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날씨도 화창하여 소양강을 내려다보는 조망도 시원하게 트일 것같다.

  북한강변을 따라 1시간 30분을 달리니 어느새 소양강댐 입구에 도착한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댐 바로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도록 안내를 해준다. 이 주차장들이 가득차면 아래쪽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버스를 이용하여 올라가야하는 것이다.

<소양강댐에서 내려다 본 소양강>

  주차장에서 걸어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소양강댐의 규모는 크다. 모래와 자갈만으로 쌓아올린 사력댐으로 높이가 123미터이고 길이가 530미터나 되는데 마치 큰 산을 빚어 놓은 모습이다. 소양댐으로 인하여 춘천시에서 양구군이나 인제군으로 가는 찻길이 물속에 잠겨서 뱃길로 바뀌었고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많은 주민들은 제 집과 제 땅을 잃기도 하는 등 피해가 있지만 한강의 홍수조절은 물론이고 소양강댐 일대가 관광지로 변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변하기도 했다.

  9:40

  소양강댐의 정상부에 도착한다. 1973년 9월 30일 소양강댐을 준공했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준공기념탑이 있고 소양호 건너편 산중턱에 한국수자원공사의 소양강다목적댐이라는 글귀도 보인다. 그리고 요즘은 흔하지 않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 할아버지도 보이고 배를 타러 가는 골목에는 장사하는 가게들이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한 모습도 낯설지 않다.

<소양강댐 준공기념탑>

  청평사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하여 선착장으로 간다. 장마철인데도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인지 소양호는 높이가 줄어 있다. 선착장에서 표를 산다. 왕복은 5000원이고 편도는 3000원이다. 나는 배를 타고 다시 돌아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편도를 구입하고 배에 오르니 10시에 출발한다.

 

<소양호 선착장>

  이 배를 타고  청평사를 다녀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었을까. 배안 의자에는 연인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랑 ~랑 다녀감”, “400일 되는 날 추억여행”, 재미있는 글도 보인다. “쫑 여행, 오늘부러 헤어졌으니 새로 사귈 분 연락바람”...

  10분정도 물살을 가르던 배가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1km 거리를 걸어 들어가니 오봉산 산행안내문과 함께 식당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내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청평사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 꽤 많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 보아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은가 보다.

  10:40

  계곡을 따라 호젓한 산길을 올라가니 ‘청평사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 안내문이 있는데 비슷한 내용으로 한국의 발견<강원도>편에는 청평사 창건에 얽힌 다음과 같은 전설이 실려 있다.

  옛적에 중국에 빼어나게 잘 생긴 공주가 있었는데 평민인 어느 젊은이가 공주를 사모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죽은 뒤에 뱀이 되었고 제가 사랑하던 공주를 칭칭 감고 떨어질 줄 몰랐다. 공주는 나날이 몸이 쇠약해졌는데 부처의 힘을 빌어 그 뱀을 떼어 내려고 이름난 절을 찾아다니며 불공을 드리게 했다. 마침내 공주는 고려 땅까지 오게 되었고 어느날 지금의 청평사 자리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 산의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하도 맑아서 목욕을 하려고 물가에 서자 뱀이 갑자기 물속으로 들어갔다. 뱀이 물속에 비친 공주의 그림자를 보고 공주의 몸인 줄 잘못 아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공주의 아버지는 이곳에 큰 절을 짓게 했는데 그 절이 지금의 청평사 자리에 세워진 백암선원이었다고 한다.

  

<청평사 전경>

  백암선원은 창건된 지 아흔네 해 뒤에 그때의 세도가로 정치무대를 주름잡던 이 자겸의 아들 이의가 보현원으로 이름을 고쳤다가 고려 선종 때인 1089년에 이 의의 맏아들 이 자현이 처음에는 문수원으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청평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자현은 권력다툼의 어지러움을 피하려고 벼슬을 버린 뒤에 이 절에 들어와서 숨어 살았다고 한다.

  이 절이 자리잡은 오봉산은 그 이름이 본디 경운산이었으나 이 자현이 산과 물의 맑음을 보고 ‘청평산’으로 고쳐 불렀는데 요새 와서는 봉우리가 다섯이라는 뜻으로 오봉산으로 불린다.

  경내에는 조선 명종 때 지었다는 회전문과 고려 때 이 자현이 만들었다는 영지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육이오 전쟁으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된 것을 다시 지어 모습을 갖추었다. 절의 앞마당에는 수령이 250년 된 은행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서 있고  그 옆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청평사에서 휴식한다.

   청평사 극락보전 뒤편으로 올라가는 산행길이 있으나 계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해탈문을 지나고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건물을 지나니 능선으로 올라가는 급한 경사길이 나타난다. 숲길이기는 해도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시간인지라 땀이 절로 솟는데 바위에 걸쳐진 줄을 붙잡고 올라서니 능선이다.

<능선길에 만난 이정표>

  이제부터는 바위길이다. 소양호가 내려다보이는 능선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등산객들 때문에 길이 막힌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배후령에서 출발하여 오봉산을 오른 후 청평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단체로 온 등산객이 내려오는 바위굴 입구에서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바위능선길>

  많은 등산객들 중에는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꽤 본다. 건강을 위하여 일부러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인데, 또 다른 사람들 중에는 놀러왔다가 우연히 산으로 오르게 되었는지 슬리퍼 신은 사람도 있고 평상복 입은 사람도 있다. 이 곳 오봉산은 바위길인데 술판도 보이니 안전산행이 염려될 정도다.

  12:20

  드디어 오봉산 정상(778m)에 오른다.

  정상에 서니 소양호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 부용산과 봉화산이, 오른쪽으로는 진행해야 할 마적산이 길게 산줄기를 늘어뜨리고 있다. 뒤쪽은 화천군 간동면의 넓은 들판이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도로가 빙 돌아가며 이어진다.

  

<오봉산 정상>

  정상에서 휴식한 후 마적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능선 곳곳에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즐거이 담소하는 산행객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파른 바위지대를 통과하는데 옛 그림에나 등장하는 소나무가 자태를 뽐낸다. 그 중에는 바위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가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나무 앞에 비석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 읽어보니 ‘청솔바위’이다. 소나무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위를 뚫고 내려온 뿌리가 땅을 파고 들어가 있다.

<청솔바위>

  13:00

  오봉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40분을 지나니 배후령 갈림길이 나온다. 10분만 내려가면 배후령인데 이곳은 춘천에서 양구로 가는 2차선 도로가 있는 곳이다. 배후령을 지나 능선을 따라가면 용화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적산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산길이 잘 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능선길은 시원하게 잘 나 있다. 많은 등산객이 이 능선코스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증거다. 배후령 갈림길에서 794m봉을 오르면서부터는 완만한 오르내림을 거치면서 줄기를 이어간다.

 

<능선길에서 본 큰까치수염>

  홀아빗대, 진주채, 큰까치수영이라고도 하는 큰까치수염이 능선에서 자주 보인다. 꽃차례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언뜻 오리들이 단체로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꽃에서 보이는 암술머리는 반질반질한 게 루돌프 사슴코를 연상시킨다. 전국 산지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큰까치수염이 왜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 인터넷에서 조사를 해 보았는데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모두들 큰까치수염과 이명인 큰까치수영이라는 말 두개를 놓고 왜 끝자 하나만 다른가 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에 난 기사를 정리하면 이러하다.

  강원대 이우철 명예교수는 최근에 저술한 <한국식물명의 유래>란 책에서 큰까치수염은 1937년 정태현 등이 펴낸 <조선식물향명집>에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식물학자인 이창복교수가 1980년에 <대한식물도감>을 내면서 <조선식물향명집>에 있는 '큰까치수염'을 '큰까치수영'으로 잘못 옮겨적었다.  그 바람에 두 이름이 같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꽃의 이름을 정할 때 처음 발견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한다.

  15:00

  마적산 정상(605.2m)에 닿는다. 지도마다 마적산 정상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게 나와 있는데 영진 5만 지도에 나와 있는 마적산의 정상표시가 정상비석이 서 있는 지점과 비슷하다. 소양강댐을 출발한 지 5시간을 넘어가고 있는 산행길이다. 오후가 되면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지만 능선길은 그야말로 숲길이어서 더위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다.

 

<마적산 정상>

 정상의 나무의자에서 휴식한 후 하산을 시작한다. 마적산 정상까지 초등학생들이 등산을 하는 모양인지 초등학생을 위한 문구들이 등산 길목 곳곳에 있다. 또 하산길에서는 노송의 열병식을 보는 듯 아름드리 소나무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었길래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살아남아 있는가.

 

<하산길에 만난 노송>

  송림지대를 지나 산줄기는 한없이 고도를 낮추면서 이어진다. 결국 산줄기는 천전리의 상천초등학교옆 도로변에 그 맥을 다하고 멈춘다. 소양강댐으로 올라가는 도로변에 춘천닭갈비와 막국수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까지 걸어가니 오늘 산행은 끝난다. 택시를 잡아서 소양강댐 주차장까지 가자고 했더니 운전기사 얼굴에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2시간을 기다려서 만난 손님인데 춘천으로 나갈 줄 알았다고...


 


 

참고문헌>

한국의 발견<경기도편>...뿌리깊은 나무(1983년)

한겨레신문 2006년1월13일자<사회문화면>

영진 5만지도...영진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