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지리산 (성삼재~반야봉~뱀사골)

 

산행일 : 2006. 7. 2(일). 흐림

같이 간 사람들 : 홀로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성삼재 (08 : 20. 해발 1,090m  )

 ☞ 노고단대피소 (08:56 )

 ☞ 노고단고개 (09:04)

 ☞ 임걸령 (10:20 )

 ☞ 노루목삼거리 ( 10:56)

 ☞ 반야봉 (11:42. 해발 1,734m )

 ☞ 삼도봉 (12:46~ 12:49. 약 1, 500m)

 ☞ 화개재 (13:13~13:20. 해발 1,315m)

 ☞ 뱀사골대피소 (13:25~13:31)

 ☞ 간장소 ( 14:49~14:51. 해발 800m)

 ☞ 제승대 (15:24~15:28 )

 ☞ 병풍소 (15:48. 해발 660m )

  병소 (15:54~15:58 )

  탁용소 (16:33 )

 ☞ 요령대 (16:42~16:45 )

 ☞ 반선마을 (17:20 )

총 산행시간 : 약 9시간 (순수산행만 한다면 7시간 정도 소요예상)

구간별 거리 :

성삼재→(2.48km)→노고단대피소→(0.36km)→노고단고개→(2.7km)→피아골삼거리→(0.5km)→임걸령→(1.3km)→노루목→(1.0km)→반야봉→(1.0km)→무덤삼거리→(0.64km)→삼도봉→(0.8km)→화개재→(0.2km)→뱀사골대피소→(2.5km)→간장소→(1.0km)→제승대→(1.5km)→병풍소→(4.0km)→반선마을 

총 산행거리 : 약 20km 

산행지도


 

산행기

  토요일 (7월 1일),

퇴근하여 점심을 먹고 밖을 보니 비가 그치고 봉화산에 운무가 아름답게 걸쳐있다.

낮도 길겠다. 지리 반야봉이나 올라가 운해나 한 번 감상해볼꺼나.

오늘 하루종일 비 온다는 아내의 원망섞인 말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구례에 들어서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내의 말이 맞아 떨어지는걸까.

집에서 천은사까지 30분이면 가는지라 한달음에 덩차를 몰고 가 천은사매표소에 이른다.

내 차림새를 본 공단직원이 대뜸 하는말,

"오늘 산행은 안됩니다."

"왜요?"

"비 때문에 전면통제되었습니다."

"노고단까지만 가서 운해 사진만 찍고 내려올건데요."

"올라가셔도 소용없습니다. 성삼재에서 통제할겁니다."

그다지 굵은 비도 내리지 않는데, 통제라니... 문수사에나 가서 곰돌이들이나 보고 와야겠다.

 

문수사 가다가 바라본 구례 마산면 황전리의 멋진 느티나무. 수령 380년, 높이 15m, 나무둘레 4.2m (보호수). 뒤에 운무에 휩싸인 산은 오산.

 

느티나무 옆에서...

 

 어제 그렇게 발걸음을 돌렸었다.

오늘 다시 돌아와 천은사매표소를 통과하여 성삼재로 올라간다. 지독한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는 10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성삼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비까지 내린다. 고어자켓을 입고 카메라를 자켓 안에 숨긴다.

  항상 그렇지만 노고단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넓고 밋밋한 포장도로에  주변이 꽉 막히어 조망이 전혀 없으니 더욱 그런가보다. 종석대로 오르는 코스가 언제 이루어질지 그날이 기다려질뿐이다. 

노고단고개서부터 비는 그치고 안개만 자욱하다. 자켓을 벗으니 너무 시원하다. 오히려 을씨년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노고단 가는길 오른편의 산딸나무

 

노고단대피소 바로 전에 있는 1920년대에 외국인선교사들이 풍토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지은 수양관

 

노고단고개

 

지리터리풀

 

  습하고 질척한 길을 따라 돼지평전을 지나 임걸령에 도착한다. 임걸령까지 오는동안 단체산객으로 보이는 많은 산님들과 마주쳤다. 그들 대부분은 산행초보로 보이는 복장에 신발을 하였고, 좁은 길에서는 그들이 다 지나갈때까지 한 쪽에 비켜서서 기다려주어도 어느 누구하나 고맙다는 말 한 마디하는 사람없었다. 게다가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는 무리들 중에는 어김없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한 두명씩 보이기까지 한다. 다른산도 아닌 지리산에 와서까지 오염된 공기를 마셔야하다니... 

  


 돼지평전의 엉겅퀴

 

범꼬리

 

은꿩의다리

 

 시원한 임걸령 물 한 모금 마시고, 급경사를 치고 올라 노루목에서 반야봉으로 방향을 튼다. 안개만 아니면 조망이 좋을 암릉에 앉아 참외 한 개를 깍아 먹고 일어선다. 반야봉 오르는 길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다.

 안개 때문에 별볼일없는 반야봉에서 보이지도 않는 천왕봉을 바라보며 쓸쓸히 김밥을 먹는다. 배도 고프고 비싼 김밥인데도 맛이 없다. 한 줄만 먹고 나머지는 배낭에 넣고 일어선다.   한 청년이 조용히 가면 될텐데, 주위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떠들며 출입금지(영구휴식년제구간, 위반시 벌금 50만원부과 등등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글들이 여기 저기 적힌 커다란 팻말이 줄줄이 서있다.) 줄을 넘어 심원, 쟁기소코스로 사라져버린다. 용기 있는 젊은이이다. 나도 저렇게 살 수는 없는걸까....

 


 임걸령

 

반야봉

 

반야봉의 개회나무

 

반야봉에서 내려오다가 만난 돌양지꽃

 

  삼도봉을 지나 자욱한 안개 속을 계속 걸어간다. 안개라도 걷히면 운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치스런 욕심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포의 600계단을 내려서 화개재에 도착한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멀리까지 보이진 않는다.

  다람쥐 한 마리가 배웅나왔다. 다른 지역 다람쥐보다 사람을 덜 겁내는 녀석이 너무 귀엽다. 야생화를 들여다 보다가 뱀사골로 내려선다.  

삼도봉이 보인다.

 

숙은노루오줌?

 


 공포의 600계단. 천왕봉쪽에서 오면 정말 힘들것이다.

 

화개재

 

화개재의 귀여운 다람쥐

 

뱀사골대피소 주변의 터리풀

 

흰지리터리풀

 

  얼마만에 만나는 뱀사골대피소인가. 어느 해 총각시절 추석 며칠 전에 한 선배와 지리 종주를 하다가 하루 묵은 기억이 난다. 근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아래에 취사장까지 새로 생겼다. 잠시 옛추억을 더듬어보다가 뱀사골에 빠져들어간다.

장마철이라서 계곡의 물은 엄청난 수량으로 굉음을 내며 요란스럽게 흘러 내려간다.

  

  

뱀사골대피소

 


 뱀사골로 내려서면서...

 

작은폭포

 

박쥐나무

 

  간장소를 지나 어느 지계곡 사진을 찍다보니 산행로도 없는 곳을 여러 산님들이 올라가는 게 보인다. 아마도 이끼폭포를 찾아 올라가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끼폭포는 왜 개방을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수많은 소와 무명폭을 지나고 몇 개의 다리를 건넌 후에야 시멘트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다리를 건너니 오른쪽으로 요룡대가 나무사이로 보인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 아니고, 외계인의 두상으로 보이니 내 눈이 잘못되었나?

요룡대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다시 탐방로가 이어진다. 시멘트에서 벗어나 계곡 탐방로로 내려서니 거대한 바위도 휘돌아 지나고 출렁다리도 건너게 된다. 출렁다리를 통과하고 나서도 한참동안 출렁다리를 걷는 듯한 묘한 착각에 빠져든다.

  

간장소 아래의 폭포

 

제승대
 

비올때만 보이는 건폭으로 보인다.

 

뱀사골

 

골이 깊어 바라만 보아도 속이 시원한 뱀사골

 

출렁다리도 건넌다. 리듬을 타면서 건너면 무척 재미있다.

 

뱀사골 야영장 들어가는 다리위에서 내려다본 뱀사골

 

 기나긴 뱀사골계곡을 빠져나오니 반선마을이다.

가게만 즐비할 뿐 택시 한 대 보이질 않는다.  한 가게에 들어가 택시 좀 불러달라고 부탁하니 주인아줌마가 하는 말,

“나라시 타세요.”

나라시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네? 나라시요?”

“개인 승용차 말입니다.”

“아, 네에~. 성삼재까지 얼맙니까?”

“삼만원요. 택시는 저 아래에서 올라와야하니 삼만오천원입니다.”

“갑시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

“이삼십분 걸립니다.”

잠시 후 아주머니의 남편 되는 사람이 지프형승용차를 몰고 나타난다. 뒷자리에 앉아 등산화를 느슨하게 하고, 그 남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동안 차는 짙은 안개 속을 조심해서 올라간다.


  성삼재에 도착해 지갑을 열어 차비를 주려고보니 배추잎사귀가 세장밖에 없다. 어? 분명히 네 장 있는 줄 알았는데……. 나머지 천원짜리를 세어보니 여섯 장. 주차비(종일주차 만원)가 모자란다.

“어? 삼만원밖에 없네. 주차비를 어떻게 하지?”

“이만오천원만 주십시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음씨 좋은 가게주인을 만나 기분 좋게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