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언제 들어보아도 가슴 뛰는 단어다.
사실 지난 여름 지리산 남부지역 탐방시 첨 비박을 접하고 그 맛을 잊지 못해 하던 중,
지난달 지리산 종주시 다시 한번 시도해 볼려던 비박을 뜻하지 않은 비로 아쉽게 즐기지 못하고,
그 뒷맞은 쓸쓸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듯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부는 계절이 닥아오자,
추위에 몸 움추리면서, 올핸 이대로 끝이로구나 하고 비박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산행에 관련한 책을 읽고,
추운 겨울 알프스산에서 등반하면서 격는 진정한 비박 관련 글을 접하고서,
나는 왜 못하는가? 하는 의심이 들고,
그 원인은 못하는게 아니라, 내가 아예 시도 할려고 마음조차 먹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시도해 볼 맘도 먹지 않는데 몸이 어떻게 따라 와주겠는가?
I can do!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이 바뀌니 몸도 따라와 주었습니다.
실행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추위에 견딜 옷가지도 챙기고, 옷가지를 가져갈 방안도 강구하고, 스틱도 챙기고....
우선 추운날 비박 경험을 하기 위해,
예전 부터 맘 먹어오던 가까운 무학산 둘레길과 마산시계 종주산행을 비박을 겸해 시도해 보기로합니다.
마산 무학산 둘레길(20킬로) 탐방길을 떠나다.
9월23일 (일요일)
9시경, 창원을 출발, 115번 버스를 타고 10시경 중리삼거리(중리역)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무학산 정상까진 약6킬로, 이 길은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여름철 산행에 알맞아 보입니다.
초입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약20분 정도 가파른 숨을 삼키며 오르니,
왼편으로 무학산 둘레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이곳은 둘레길 마지막 코스로,
일명 제2코스 (중리역 ㅡ 봉화산,9킬로)라고 부릅니다.제1코스 (봉화산 ㅡ 만날고개, 11킬로)
오늘 갈길은 총20킬로 거리입니다.
편안한 둘레길이 오르막 내리막길로 바뀝니다.
이 둘레길은 무학산에서 뻗어내린 능선들을 가로 지르는 횡단로이기 때문에 오르 내리막이 자주 눈에 뜁니다.
순탄한 길만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산행길 가에 가을을 알리는 밤송이들이 날 반깁니다. 누가 손을 보았는지 대분분의 알맹이는 속을 보이고....
소류지를 지나고 두척마을을 지나니 시원한 편백나무 숲이 날 맞이합니다.
잠시후 반가운 약수터가 나타나고, 잠시 이곳 벤치에서 숨을 가다듬습니다.
오후 2시경 (출발 4시간) 제2코스의 종점인 봉화산(봉국사, 석전동)에 도착하니 마산 앞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제부턴 제1코스가 시작됩니다. 이곳은 길도 넓고 탐방객도 많이 눈에 뜁니다.
광명사를 지나 서원곡 가는 길에 해원천 약수터가 나타납니다.
물맛을 보니 일품입니다. 아까 받아둔 물통을 모두 비우고 새물로 가득 채웁니다.
잠시 휴식 후 (15시경), 서원곡 계곡으로 출발합니다.
서원곡 유원지를 지나고 완월폭포를 지나니,마산 앞바다가 훨씬 눈앞으로 가깝게 닥아오고,
예전에 신혼시절 내가 살던 월영동 아파트도 눈에 들어오고, 잠시 예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경치좋은 정자를 지나니 눈앞에 오늘의 목적지 만날고개가 보입니다.
(18시경, 출발 8시간 경과).
예전 마산에 살땐 만날고개 이야기만 들었지 구경을 해보지 못했지만 이제 떠나고 나니,
올해 벌써 이곳이 두번째 만남입다.
역시 떠나야 그리움에 자주 보나 봅니다.
저녁을 먹고,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만날고개 위 벤치에 오늘의 숙박지를 구하고 꿈나라로 갑니다.
자는 도중 추운 한기에 더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꿈속에서 텐트에 듬을 꿈꾸다 잠을 설칩니다.
시간을 보니 밤12시경, 도저히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꿈속의 Tent 가 생각납니다.
그렇지 우의(비옷)판초를 텐트로 활용하면 될 것같은 생각이 휙 머리를 지나갑니다.
얼른 일어나 비옷을 상의 위에 걸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결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나도 모르게 포근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밤 공기가 차츰 차가워지는 지금부터 비박이 쉽지는 않습니다.
찬바람을 막을 수 있는 침낭이 다 들어갈 수 있는 비닐과 판초우의류, 바닥의 찬기운을 막을 수 있는 매트를 준비하십시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픈된 공간보다는 바위 아래나 작은 굴이 좋습니다. 바람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능선에서의 비박은 피하십시요.
날이 추워지면 옷은 있는대로 다 껴 입고 침낭속에서 입만 내어 숨을 쉬어야 합니다. 물론 찬기운이 들어오지 않게 얼굴도 덮어야 합니다.
따끈한 차를 마시면 몸이 훈훈해져 잠들기가 수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