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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폭포 입구 - 용지봉 - 대암산 - 정병산 - 동읍 용정사
-들, 날머리의 재구성-
2006. 12. 3.
산거북이 홀로
1. 장유폭포 휴게소 - 휴게소 뒤편 산릉 - 돌무지 언덕 - 용지봉 : 4.2 km
2. 용지봉(용제봉, 723m) - 대암산(669m) : 2.7 km
3. 대암산 - 남산재 - 비음산 삼거리 : 2.6 km
4. 비음산 삼거리 - 진례산성 벌거숭이 벛꽃동산 - 용추고개 : 3.0 km
5. 용추고개 - 내정병산(493m) - 독수리바위 - 정병산 정상 : 3.4 km
6. 정병산 정상(556.7m) - 촛대봉 - 동읍 용정사 : 2.1 km
18 km, 오전 8시 45분 - 오후 5시 45분까지, 9시간 느린 산행
<들머리 찾기>
남해안 고속도로, 서부산 고속도로(서부산-냉정) 장유 IC 에서 창원터널 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서부산과 창원을 잇는 가장 빠르고 대중적인 길이다. 창원터널은 불모산과 용지봉을
이어주는 상점령 아래로 관통되는 도로인데, 이곳을 올라가다보면 터널을 지나기 전에 불
모산 휴게소가 우측편에 있다. 이곳에서 한숨을 고르고 터널입구 쪽으로 잠시 주의하며
진행하면 우측에 장유폭포, 장유사 안내판이 나오는데 이 좁은 길로 우측으로 빠져야한다.
터널로 향하던 방향과 반대로 잠시 내려가면 장유폭포 입구가 나온다. 여름철에는 몹시도
붐비는 곳이다. 장유읍내에서 이어지는 길이 이곳까지 이어지니 지방도로를 이용해 장유
를 들러 도착할 수도 있다.
장유사로 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폭포휴게소를 놓지지 않고 찾으면 다리를 건너기
전의 공터가 주차장이다. 열대 이상의 차량을 충분히 주차할 수 있다. 주차 후 폭포휴게
소 수퍼 앞을 지나 직진하지 않고(직진하는 길은 장유사가는 임도찻길) 270 도 꺾어 되
내려 휴게소 건물 뒤편 산자락을 올라야한다. <아래사진>
거의 바닥에서 시작되는 뚜렷한 산릉을 타고 줄곧 돌무지 언덕까지 계속 진행한다.
길을 놓칠 염려는 거의 없다.
1. 장유폭포 휴게소 - 휴게소 뒤편 산릉 - 돌무지 언덕 - 용지봉 : 4.2 km
강추위라고 매스컴이 호들갑을 짓는다.
겨울에 아직 익숙하지 않는 신체에 사정없이 불어대는 아침의 서릿바람에
산정(山頂)의 추위를 예감하고 무거운 배낭을 단단히 조여메고 심호흡을 한다.
그래도 아침햇살은 따뜻한 색으로 폭포휴게소 수퍼 벽면에 밝게 발려있다.
어릴 때는 한겨울에 저런 햇살을 쬐며 담벼락에 쪼구려 앉아 있기만 해도
즐거운 놀이였다.
그 적막하고 고독한 유희의 추억은
겨울의 햇살에 이따금 반짝이며 되살아난다.
초입부터 경사를 이루면서 줄곧 완만하게 고도를 올려간다.
바람이 차가워 땀을 되도록 흘리지 않는 보행을 하는 것이 좋겠다.
짧지 않는 여정인데, 체력의 적절한 안배가 오늘 산행을 여유롭게 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산세가 이미 예리하고 완만한 능선을 둘무지언덕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눈치채게 한다.
그것은 진즉에 이곳 산들을 오며가며 알고 있던 바였는데, 막상 들머리로 산행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볼거리도, 절경도 없이 산허리까지 그저 그렇고 그런 산길을 올라간다.
이따금 빛은
초겨울의 메마름과 앙상함 사이에 빛으로 내려와 눈길을 멎게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초입에서 보았던 폭포휴게소 수퍼 담벼락의 노란 햇살이
여기 깊은 산중의 능선까지 따라왔다.
돌무지 언덕까지 고도를 2/3 쯤 높혔을까. 시야가 틔이면서 바위구간이다.
왼쪽 앞으로 불모산과의 연결 저점인 상점령.....
상점령 너머로 장복산이, 나즈막하나 강골찬 산세로 진해와 창원을 가르고 있다.
양지바른 바위에 걸터앉아 이곳을 오갔던 추억의 발걸음을 되새겨본다.
이 시기쯤해서 진해 대발령 - 창원 정병산 종주나 , 정병산 - 장복산 종주를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무리한 산행에 대한 부담은 오늘과 같이 절반을 뚝 잘라 컨디션을
조절하는 즐거운 산행으로 결정을 강요했다.
그래도 보람있는 것이 "들머리와 날머리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즐기고자 한 것
이다. 이 오름길도 그렇지만 정병산 정상에서 동읍 용정사로 내려가는 암릉길에 대한 욕
구는 여지껏 유혹 이상의 숙제였던 것이니......
산에 오면 언제나 이런 그림을 좋아한다.
푸르른 아련함을 가늠하고 눈길따라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꾸는 것.
고독한 산행은
그런 모든 가능성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남몰래 다지게 한다.
혼자 산행하는 버릇으로
유약했던 나는 언제나 강해져 왔다.
돌무지 언덕.
이전에 내 스스로 "용지2봉"이라 칭하였던 곳.
용지봉의 한 덩이로 상점령 아래로 절벽같은 위세로 솟아 있는 이곳이 돌무지 언덕.
용지2봉이라 붙혔던 이름이 지워지는 섭섭함이 없지는 않지만
돌무지..... 그 어감의 자연스러움에 금새 친근감이 생겨난다.
강렬하게 가르킨다는 것.
진정한 리더쉽의 부재의 시대를 사는 자에게
이토록 확신에 찬 방향의 제시는......
그 자체로 감동이다.
돌무지 언덕에서 용지봉 정상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겨울 바람이 휘몰아치는 능선에 햇살이 들면
마른 가지도
반지르한 길바닥도
아름다운 빛의 길이 된다.
장유사 갈림길을 지나 드디어 4.2 km의 여정을 마치고 용지봉 정상에 섰다.
2. 용지봉(용제봉, 723m) - 대암산(669m) : 2.7 km
용지봉 정상에 섰다. 이곳의 조망은 늘 시원하다.
느린 걸음을 만회할 요량으로 발걸음을 서두는데,
동쪽 사면의 허전한 간이매점이 맘에 걸린다.
주인은 발을 동동 구르고, 객은 없다.
지난 여름 종주시에 물을 사서 보충하는 은혜를 입었는지라, 잠시 벗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망설임이 솟아 휘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을 안고 대암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용지봉 끄트머리.
신정봉(사진 왼쪽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쪽으로 두 개의 철탑이 보인다.
좌측 철탑의 더 좌측으로 대암산 가는 능선이 이어지며,
우측 철탑 위쪽으로 솟은 봉우리가 오늘의 종착지, 정병산이다.
두 개의 철탑 사이 둔덕은 '임도 고개'(표지목상 임도고개 0.9 km)으로 명명되어 있으나
종주능선에서 벗어나 일부러 진행해보았는데, 임도는 뚜렷하게 내려보이지 않았다.
신정봉 방향으로 능선이 미끈하다.
A 지점이 돌탑봉이고, B 지점이 신정봉(702m), C 지점이 대암산.
이곳 산길의 종주코스는 작은 봉우리지만 오르내림이 비교적 격렬한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장거리 종주훈련으로 내겐 매우 적합하다.
게다가 철마다 주는 아름다움이 곁들여지니 더할 나위가 없다.
신정봉(702m).
그리고 이어지는 돌탑봉.
신정봉은 용지봉과 대암산 사이에서 명성을 높히지는 못했으나
엄연한 봉우리다.
돌탑쌓기를 수행으로 삼는 종교가 있다더니,
이토록 정교함과 높이 쌓음.... 탑신의 곡선미, 의외의 탑두 장식.....
도인(道人)의 경지가 따로 없다.
인위(人爲)의 힘이 닿는 극점(極點) 이 도(道)가 틔인 것이라는 생각을 멈추고
마른 나뭇가지의 형상의 아름다움을 보라.
그 자체로 도(道)인 것이다.
신정봉을 내려서 돌탑을 지나
대방나들목 방향 능선길을 왼쪽에 두고 대암산 정상을 오른다.
위의 넉장의 연속 사진 중 세번째 그림이 대방나들목 방향인데, 저 길로도 한번 걸어
가고 싶다.
대암산은 언제나 가까이서 오른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다.
산 정상부의 생김새나 산세나 모두 넉넉하기가 이를데 없는 산.
대암산이다.
3. 대암산 - 남산재 - 비음산 삼거리 : 2.6 km
헤아리기가 헷갈릴 정도로 봉우리를 많이 오르내리지만
역시 이 방향으로 진행할 때는 남산재 오름길이 가장 힘겨울 것이다.
대암산-남산재 암릉부도 많이 손질을 하였다.
곳곳에 계단과 안전로프를 설치하여 이쪽 산에 대한 창원시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곳이 남산재려니 하고 내려서니
이름없는 직전의 안부다. 한번더 굽이쳐야 남산재다.
공터에 가득한 햇살에 어울려 적송과 이름모를 나목들의 붉은 그림자만 가득하다.
남산재-청라봉 코스도 목계단이 설치되어 한결 수월해졌다.
실제 다시 장거리 종주를 해보면 이런 시설물들로 인해 전보다 속도가 빨라질 수 있겠
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날히 분주해지는 세월 속에 체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겠다.
청라봉 끄트머리에 가쁜 숨으로 올랐다.
남산재의 위력(?)에 허기를 느끼게 되었다.
잘 아는 좋은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 차지다.
비음산 삼거리 벤치에서 차거운 겨울 식사를 뜨겁게 하게된다.
보온병에서 뜨거운 김을 내며 쏟아져 내린 누룽지 삶은 밥이 불은 채로 나온다.
뜨겁고 양이 적으며 죽보다 묽어 먹기 좋긴 하지만, 너무 오래 불었다.
누룽지를 좀더 눌려 다양하게 테스트를 해보아야겠다.
4. 비음산 삼거리 - 진례산성 벌거숭이 벛꽃동산 - 용추고개 : 3.0 km
5. 용추고개 - 내정병산(493m) - 독수리바위 - 정병산 정상 : 3.4 km
비음산 삼거리에서 진례산성 터를 따라 봉우리 서너개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용추고개에 다다른다. 소나무향과 소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상념의 길을 걷는다.
용추고개에서 내정병산 오름길은 평이한 오름길이라고 여겨지지만
이미 고단해진 다리로는 상당히 가파르고 더딘 걸음짓을 하게 된다.
그래도 한적한 분위기가 홀로 산행의 멋에 한껏 취하게 된다.
내정병산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해가 기울어진 정취에 멀리 진해 천자봉 자락까지 뚜렷해진다. (윗 사진)
내정병산에서 부터 평지길을 진행하면 마지막으로 큰 내림길 앞에 서게 되고
눈 앞에는 독수리봉과 정병산 정상부가 성큼 다가 서게 된다. (아래사진)
이미 수년 전부터 독수리봉의 안전공사는 마무리되었다.
내정병산-정병산 사이의 독수리봉은 정병산의 값어치를 한껏 올려 놓은 산세다.(위 사진)
독수리봉은 오르고 나서 짧은 암릉이 계속된다.(아래사진)
마지막으로 정병산 정상부를 향해 최후의 오름길을 역시 안전한 목책으로 이어간다.
이 계단이 없었을 때는 정말 묘미가 있었는데......
마지막 오름길을 끝내고 정상을 코 앞에 두고 뒤돌아본다.
진해 대발령에서부터 출발하여 종주했던 때를 생각하니 감격에 겨웠던 때가 생각난다.
6. 정병산 정상(556.7m) - 촛대봉 - 동읍 용정사 : 2.1 km
이미 기울어진 해.
그 붉은 빛이 사방을 뒤덮고, 겨울바람마저 잠들어 고요가 내려앉았다.
오늘 산행의 긴 그리움이었던 정병산-용정사 하산코스.
매번 소목재-사격장 코스로 내렸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보기만 해도 탐스러웠던 두 개의 암봉을 처음으로 내려설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이지만, 아무래도 초행의 야간산행을 감수해야할 것 같다.
용정사 방향 표지목 뒤로 동그란 달이 떴다.
미지의 고독한 산행에서 만나는 초저녁 달은 무척 감상적이다.
암릉의 안전로프가 확연히 눈에 띈다.
이 작은 산에 갖출 것은 다 갖추었으니 어찌 정병산을 동네 뒷산으로 치부하겠는가.
낙남정맥의 이름으로 달빛찬사와 석양의 찬미를 더해본다.
주남저수지가 더욱 가까이 보인다.
주남저수지에서 바라본 정병산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내려다보기는 올려다보기와 또 다른 분위기가 있다.
두 개의 암봉 중 하나는 "촛대봉"이라는 표지목이 외롭게 서 있다.
길은 뚜렷했고 위험한 곳은 없다.
암릉이 끝나는 곳에서 부터도 경삿길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어두운 길에도 편안히 진행할 수 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 까지 석양을 구경하다가 천천히, 안전하게 하산길을 잇는다.
천주산과 남해안 고속도로가 어둠에 잠기기 시작하자
사위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얼마나 남았을까...... 해드랜튼을 착용하고 침착하게 진행한다.
대슬랩에 로프가 메어져 있으나 옆에는 따로 안전한 길이 있고, 돌탑지역을 지나자
절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체육시설이 보이니 더욱 마을에 가까워진듯.
이어 용정사가 300 미터 남았다는 반가운 표지목.
절집 멍멍이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마침 동읍에서 고속도로 밑으로 진입해 들어오는 반가운 차량이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이 그리 긴장되었는지 하산시 부터 우측 허벅지와 좌측 무릎이 아파 진땀을 흘렸다.
아내를 만나 배낭을 정리하는데 들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와 신음소리를 내며 호소한다.
먹을 것을 건네주니 바로 곁에 다가와 잘도 먹는다.
경계해야 할 것을 경계하지 않는 야성(野性)의 상실이 무엇 때문일까.
또한 우리는
인성(人性)의 어떤 부분들을 상실해가고 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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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아름다운 한 곳을 둘러보고 갑니다.
정갈한 사진과 세세한 설명까지 다음에 간다면
찾아보고 답습하겠습니다.
즐산 이어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