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5일 (수요일)



◈ 산행일정

양재(07:10)

상신흥(11:57)

갈림길(12:38)

주능선(13:21)

회남재갈림봉(13:32)

칠성봉(13:36)

통점재(13:59)

움막(14:24)

임도(14:43)

삼화실재(15:05)

구재봉(15:27)

먹점재(15:55)

분지봉(16:11)

구재봉(16:59)

임도(17:22)

미서마을(18:04)

양재(23:10)



◈ 산행시간

약 6시간 07분



◈ 동행인

ㅇ 산악회



◈ 산행기



- 악양벌

하동까지 지겹고도 힘든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고 악양벌따라서 산자락 깊숙하게 들어가다 악양중학교가 있는 상신흥마을 도로에서 내린다.

밭을 지나고 산으로 뻗어있는 꾸불꾸불한 임도를 올라가면 뒤로는 형제봉줄기가 우뚝하고 신선대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가 까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며, 쑥 들어간 회남재너머로는 길다란 통신탑을 얹고있는 926.9봉과 시루봉의 바위들이 멋지게 솟아있다.

3년전인가 백무동에서 영신봉을 올라 삼신봉과 형제봉을 지나고 고소산성으로 내려가면서 시루봉에서 회남재를 지나 멀리 칠성봉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아쉬운 눈길로만 바라본 적이 있었다.

한동안 이어지던 가파른 시멘트임도는 좁은 산길로 바뀌고 곧 갈림길이 나오는데 통점재로 올라가는 뚜렸한 길을 버리고, 지리산에서 자주 보았던 "forever"님의 표지기가 걸려있는 왼쪽의 흐릿한 길로 꺽어진다.

덤불들을 헤치고 숲으로 들어가니 희미하게 이어지던 길은 무덤을 만나며 사라져 버리고 능선에는 잡목과 쓰러진 나무들만 꽉 차있다.







(상신흥에서 바라본 형제봉)







(상신흥에서 바라본 시루봉과 쏙 들어간 회남재)






(상신흥에서 바라본 칠성봉)






- 칠성봉

잡목들을 헤치며 올라가면 굵은 노송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옆으로는 말라버린 건천지대가 가깝게 지나가며 지능선은 끝이없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희미하게 족적이 나있는 키낮은 산죽지대를 지나고 바위지대들을 우회하며 힘겹게 올라가니 하늘이 트이고 통점재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길과 만난다.

진땀을 딲으며 바위지대를 올라가면 악양의 너른 들판이 발아래에 펼쳐지고 형제봉에서 시루봉으로 이어지며 말발굽처럼 길게 휘어지는 능선이 잘 보인다.

회남재로 갈라지는,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봉우리를 올랐다가 노송들이 서있는 전망대바위를 지나고 미끈거리는 진흙을 밟으며 칠성봉(899m)에 오르니 통신시설이 흉하게 자리하고 있고 김정길님의 1005번째 산이라는 표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햇볕이 따뜻한 정상에서는 하동호와 중이리 마을들이 한가하게 펼쳐지고 750봉을 지나 칠성암으로 내려가는 남동쪽 능선이 잘 보이지만, 무심코 바로 내려가면 회남재로 이어가지 못하고 반대쪽의 사동마을로 떨어지기 쉬우니 조심해야할 곳이다.







(칠성봉 정상)







(칠성봉에서 바라본 구재봉)







(칠성봉에서 바라본 750봉과 칠성암 내려가는 능선)






- 통점재

절벽을 이룬 전망대바위에 서서 반짝거리는 삼화저수지를 내려다 보고 남서쪽으로 솟아있는 구재봉을 바라보며 올라왔던 길로 내려간다.

억새들이 출렁거리는 통점재를 넘고 헬기장을 지나 소나무들이 빽빽한 운치있는 산길을 걸어가면 공기도 시원하고 상쾌해진다.

삼각점이 있는 682.5봉은 확인도 못한채 솔향 그윽한 산길에 그냥 퍼질러 앉아 모과주 한잔에 김밥을 먹으며, 분지봉을 다녀올수 있을지 시간 계산을 해본다.

서둘러 일어나 양지바른 산길을 따라가면 산중에 웬 치성터인듯한 움막이 나타나고 샘터에는 지저분한 물이 고여있으며 안에서는 문득 인기척이 느껴진다.

바위들이 있는 봉우리를 오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어 내려가다 자갈깔린 임도를 건너니 봄이 다가왔는지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통점재에서 바라본 칠성봉)







(움막)







(구재봉)






- 구재봉

봉우리들을 넘고 완만한 능선길을 이어가면 뚜렸한 사거리안부인 삼화실재를 넘는데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았는지 돌무더기가 높다랗게 쌓여있다.

나뭇가지사이로 울퉁불퉁하게 솟아있는 구재봉의 바위들을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서서히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전망대바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악양면 일대가 훤하게 펼쳐지고 형제봉과 시루봉이 아득하게 보인다.

묘지를 지나서 정상석이 있는 구재봉(767.6m)에 오르면 양지바른 바위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거리고 뚝 떨어졌다가 분지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잘 보인다.

산악회버스가 떠난다는 6시까지는 아직 2시간 30분이나 남아있는데 한 봉우리만 빼 놓는것도 아까운 일이라 당연히 2km 떨어진 분지봉으로 발길이 나아간다.







(삼화실재)







(칠성봉에서 구재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구재봉 정상)







(구재봉의 바위들)







(구재봉에서 바라본 분지봉)






- 분지봉

암봉을 내려가면 넓은 헬기장에 역시 묘 한기가 아늑하게 햇볕을 쬐고있고 억새사이로는 기암괴석들이 불끈불끈 솟아있다.

바위지대를 따라 뚜렸한 등로가 연결되고 나무마다 함양군에서 세운 안내판이 붙어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별로 없다.

592봉을 넘고 임도가 지나가는 먹점재에 내려가니 이정표도 서있으며, 억새를 헤치고 올라가면 땅은 녹아 미끄럽지만 황사가 불어오는지 바람이 거세지고 하늘은 새카매진다.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옥산재에서 올라오는 등로를 지나 분지봉(620m)에 오르면 산불초소에는 최근까지 사람이 있었는지 공부하던 책들과 생활용품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사다리가 걸쳐있는 작은 암봉에 오르면 억불봉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용트림하고, 섬진강 너머로는 얕게나마 명맥을 유지하며 백운산으로 연결되는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정겹게 보인다.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구재봉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서둘러 내려와 먹점재를 넘으면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로가 진땀을 빼게한다.

구재봉 정상으로 돌아가니 산악회 사람들은 벌써 다 떠났는지 휑하니 비어있고 개치로 꺽어지는 능선갈림길에는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나있다.







(먹점재 임도)







(분지봉 정상)







(분지봉 정상의 바위)







(분지봉에서 바라본 백운산 능선과 낮게 이어지는 호남정맥)







(분지봉에서 바라본 구재봉)






- 미서마을

국제신문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다 먹점마을로 내려가는 하산로를 연거퍼 지나친다.

잡목가지들이 성가시게하는 길을 한동안 따라가니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새로 조성된 시멘트임도가 올라오며 능선에서 끝나는데 아마 먹점마을과 연결될 것이다.

넓다랐게 민등성이로 깍인 능선을 지나고 낮게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가면 마을에서 확성기 소리가 가깝게 들려온다.

철망이 쳐져있는 지저분한 능선을 따라 사거리 안부를 넘고, 덤불이 무성한 무덤지대를 지나서 매화나무들이 꽃을 피우고있는 과수원으로 내려간다.

이제는 섬진강이 코앞이고 시간도 없어, 버스가 기다리고 있을 미동마을로 내려간다는 것이 무심코 반대인 오른쪽으로 꺽어진다.

잠시 후두둑거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넓은 대나무밭을 내려가면 하동에서 악양으로 들어가는 포장도로가 나오고 버스정류장에는 미동이 아닌 "미서마을"이라고 적혀있다.

마침 지나가던 완행버스를 타고 개치로 내려가, 미동마을이 아닌 먹점마을에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매화를 구경했다는 일행들과 합류한다.







(매화나무)





▣ 김정길 - 문창환님 덕분에 고맙게도 몇 달만에 똑 같은 코스로 추억을 떠올리며 거닐었습니다. 좋은 산악회도 있군요.
▣ 유종선 - 남한 북단에서 남단까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발길이 안 닿는 데가 없으시네요. 한국버스협회(?)에서 표창장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벌써 매화나무에 꽃(꽃이 맞는지요?)이 피었네요. 그러고 보니 봄이군요. 더욱 더 보람있는 산행을 이어가시기 기원합니다.
▣ 산이좋아(another - 항상 경외스러운 산행기 잘 읽고있습니다. 도대체 안가보신 산이 있으십니까..!!저의 후배들을 위해서 상세한 산행기가 너무 좋습니다.언제나 문 선생님의 산행기가 후배들 한테는 초석이 되고 있습니다.감사하고 잘 읽었습니다...^^
▣ 문창환 - 김정길선배님과 유종선님! 두분 활발하신 산행은 옆에서 잘보고 있습니다.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산이좋아님! 안녕하세요? 북설악 신선봉에서 고생하셨군요... 대간길은 신선봉 정상에서 왼쪽으로 약간 비켜있기 때문에 일기가 안 좋을때는 찾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 최선호 - 작년 7월 뙤약볕 아래, 서재마을-옥산재-분지봉으로 올라 키까지 자란 억새를 헤치며 먹점재로 내려가다 대드는 살모사를 만나 살생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분지봉 바위에 걸린 사다리와 구재봉 태극기는 여전하군요. 항상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