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4년 3월 14일 일요일
산행지 : 포천 보개산(지장봉)
산행 참가자 : 토토, 등대지기, 찰리, 산에올라
산행코스 : 매표소(주차장)-지장계곡길-절터주차장(등산로입구)-북대 헬기장
-화인봉-정상(지장봉)-동릉-지장계곡길-매표소(주차장)
산행시간 : 8시간


*** 보개산 종주코스 ***

매표소(주차장) - 향로봉 - 삼형제봉 - 북대 - 화인봉 - 지장봉(정상 877미터)
- 동릉 - 지장계곡 - 매표소(주차장)

예상소요시간 : 9-10시간(소수 인원일 경우)
<차량을 어디다 주차하느냐에 따라 1시간 이상 차이날 수 있음>

** 여름에 조금 짧은 코스로 산행후 계곡에서 놀다와도 좋을 것 같음.
주능선 중간중간 탈출로 몇군데있음.
어느 탈출로든 40-50분 정도면 지장계곡길로 하산가능.


겉과 속이 다른 포천 보개산 답사산행

이번 포천 보개산 답사산행은 급하게 가게된 산행이었다.
산행 결정을 13일 토요일에 하고 다음날 산행을 가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 많은 준비를 하지는 못했지만 답사산행으로서는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뜻깊은 산행이 아니었나 자평을 해본다.

산행의 출발은 잠실에서부터였다.
8시 10분쯤에 잠실 삼전동의 등대지기님 집근처에서 토토님과 등대지기님을
나의 스타렉스에 태우고 찰리님을 만나기로 한 잠실역 7번 출구로 향했다.
거기서 찰리님을 기다리는 동안 원숭이띠 들만의 모임까페 회원들의 산행
안내를 맡으신 장비님과 곰텡이님을 처음 만나뵙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찰리님이 도착해 8시 50분경 오늘의 목적지인 포천 보개산으로 향했다.

잠실에서 가는 길은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의정부 옆을 스쳐 지나
포천으로 가는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 포천시 지나서 38선 휴게소 근처
연천가는 삼거리에서 87번국도를 따라 좌회전한다.
10-15분 정도 진행하면 오가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우회전이다.
우리는 다른 산행기에 이지점의 표현이 잘못되 있어
한참을 더 간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약간의 시간지체가 있었다.
삼거리에서 다시 10-15분 쯤을 더 진행 한 후에 중리초등학교 입구 못미처
좌회전하여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로 들어서게 된다.
좁은 소로를 따라 조금올라가면 저수지가 나오고 저수지지나면 매표소와 주차장이다.

이렇게 해서 도착한 시간이 11시 조금 못된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왔지만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산불방지 기간이라 입산금지라고 매표소 지기 아저씨가 말씀하신다.
잠깐동안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등디지기님이 아저씨게 멀리서 어렵게 찾아 왔다고 사정을 하니
다른차가 오기전에 빨리 들어가라고 하신다.
산행 시작시간은 11시였다.

우리는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고 급하게 산행길에 들어선다.
계곡을 따라 나있는 비포장도로를 약 40여분간 따라 올라가니 산행
입구를 표시하는 리본과 함께 이정표가 보인다.
길을 따라 있는 계곡에서는 정말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계곡물 색깔이 범상치 않다.
여름에 온다면 계곡물에 들어가 멱도 감으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에 보이는 멋있는 계곡 경치와 함께.

원래 우리의 목표는 향로봉에서 지장봉까지 능선 종주를 목표로 하고
왔는데 도착을 너무 늦게 해서 산행코스를 삼형제봉에서 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등산로 입구를 찾았던 것이다.
향로봉으로 오르려면 매표소에서부터 있는 등산로 들어서야 한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곳은 지금은 없어진 절터 주차장이다.
오르기전 아침을 햄버거 한개로 때우신 찰리님이 배가고파 산행을 하기
어렵다는 무언의 압력을 해서 간단히 포천휴게소에서 찰리님이 사오신
삶은 달걀 한 개씩으로 요기를 했다.
달걀은 모두 5개 였는데 3개 천원, 5개 이천원 이라는 이상한 계산법으로
구입을 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좋으신 찰리님께서 남은것이 없어서
이천원에 5개만을 가지고 오신 것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부터 급경사 오르막이다.
지난번 반트님의 포천 민둥산에서 길없는 곳으로 오를 때보다도 경사도가
더 심하다. 한동안을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가쁜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임도인지 군사도로인지 모를 도로와 만났다. 도로를 가로질러 리본표시가
있는 곳으로 해서 다시 더욱 가파른 곳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의 코가 땅에 닿을 지경의 급경사를 두발로 때로는 네발로 기어올랐다.
이러한 네발산행은 오늘의 산행내내 도처에서 자행되게 된다.

산을 오르면서도 자꾸 길이 어긋난 것을 느끼게 된다.
예상대로라면 삼형제봉이 우리의 앞이나 오른쪽에 위치하여야 하는데
오를수록 점점 왼쪽으로 치우친다.
어쨋거나 어렵게 주능선에 올라섰다. 우리가 올라선 곳은 북대를 지나
있는 헬기장이다. 이정표에는 왼쪽 향로봉 3.5킬로미터라고 표기되어 있고
오른쪽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지장봉 1.7킬로미터라고 되었다.
(이정표에 표시된 거리가 상당히 불명확한 것 같다. 여기서 부터 점심시간
빼고 순수한 산행시간만으로 3시간 조금 못 걸렸을 정도다.)
북대는 진행방향상으로는 삼형제봉을 지나 있는 곳인데, 우리가 올라선 곳은
삼형제봉과 북대를 지난 헬기장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다시 우리의 예상을 빗나갔지만 늦게 오른만큼 산행시간은
30-40분 정도는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힘들게 능선에 올라섰지만 느끼는 고도감은 상당해 짦은 시간에 높이
올라왔다는 성취감은 대단하다.

이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능선 산행의 시작이다.
보개산의 능선길은 상당구간이 암릉구간으로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는
코스이다. 얼핏 보이는 보개산의 산세는 여느 육산과 비슷한 부드러운 듯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산행을 해보면 도처에 암릉이 있고 등산로 옆에는
아찔한 절벽이 산재해 있어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고의 위험이
높은 겉과 속이 다른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헬기장에서 몇 십분 더 진행을 한 후 적당한 장소에서 조금은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소수의 오붓한 산행치고는 아주 진수성찬인 풀코스 점심을 했다.
토토님이 준비하신 김치찌게가 끓는 동안 애피타이저로 삼각김밥
반쪽씩을 먹은 후 꿀맛같은 김치찌개 정식을 먹었다. 남은 국물로 라면 한개
끓여 먹고 그래도 국물이 조금남아 내가 가져온 사발면을 다시 끓여먹고
(찰리님 말씀이 사발면 끓인 것이 보통라면 보다 더 맛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랬다.) 1차 후식으로 후루쓰칵테일 캔 나눠먹고, 2차후식 커피한잔
으로 마무리. 이렇게 진수성찬 점심시간이 어느덧 1시간을 넘겼다.

서둘러 다시 나머지 산행을 시작한다. 보개산 안내에는 이곳이 6.25때 격전지라
등산로 이외에는 아직도 지뢰매설된 곳이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말이 있어
내심 긴장을 하면서 산행을 하였는데 등산로 곳곳에도 참호와 같은 군사시설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화인봉을 지나 목적지인 지장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지장봉 암반 아래부분에는 교통호와 같은 상당히 큰 규모의 군사시설물들이
이어져 있다. 교통호 때문에 짧으나마 조금은 편안한 산행길이 이어지고
마지막 지장봉을 오르는 급경사 길이다. 지장봉 정상부근까지 밧줄이 연결되어
있는 가파른 구간인데 해가 잘 비치지 않는 곳이어서 아직도 눈과 얼음이 있는
미끄러운 구간이라 밧줄을 봍잡고도 상당히 어렵게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지장봉 정상은 정상부 치고는 꽤 넓은 평지로 되어 있는데 여기도 타이어와 돌을
가지고 만들어 놓은 참호들이 있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정상 표지판에서 증거자료를
찍고 있는데 오늘 산행에서 두번째로 만나는 우리 이외의 다른 등산객을 보았다.
금방 내려가려는 그분께 얼른 부탁해 유일한 단체사진 한장 찰칵.
이번 산행에서 우리는 단 세명의 다른 등산객만을 보았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호젓한 산행을 만끽하는 것 같다.
정상에 온 기념으로 나는 약간의 몸무게를 줄이고...

잠시 주변경치를 조망해 본다. 주변이 모두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이다.
우리가 서있는 정상 북쪽가까이 고대산이 보인다. 고대산 뒤 먼 곳에 기다랗게 늘어선
산능선이 보이는데 거기는 북한땅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한 동안 휴식과 주변경치를 감상한 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하산시작.
하산길은 별로 어렵지는 않으나 그래도 상당한 급경사지대가 많이 있어 조심스럽다.
정상에서 40분 정도 내려오니 계곡을 따라 나있는 길과 만난다.
여기서 부터 차를 세워둔 매표소까지 약 1시간 20분 정도의 거리다.
내려오는 중간에 절터가 있는데 절 건물은 없는데 천막으로 만든 임시절에 불상들이
있고 돌로 쌓아 만든 돌탑들이 여러개 있다. 불상앞에는 시주돈과 부처님께 공양을
드린 밥과 과일이 놓여있다. 토토님과 찰리님이 부처님께 고맙다는 인사드리고
사과와 배 한개씩을 집어 오셨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절터에서 조금 더 내려간 곳 계곡물에서 간단히 소금기 있는 얼굴과 발을 씻은 후
절에서 가져온 과일을 한 쪽씩 먹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경.
오전 11시에 시작한 8시간에 걸친 오늘의 답사산행도 이제 끝이다.

이번산행에서 토토님이 아주 아쉬워 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주님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토토님의 최초의 무알콜등산을 축하해 드리고 싶다.
앞으로는 자주 무알콜등산을 하시기를...

나사산 공식산행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보개산 답사산행을 이끌어 주신 토토님 수고
많으셨고, 얼떨결에 노친네들 틈에 끼어 포터역할 까지 해주신 과묵한 찰리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등대지기님 역시 답사산행인 만큼 꼼꼼하게 산행기록을 하면서
등산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전날 6시간에 걸친 관악산 산행후에 연 이틀에 걸친 어려운 산행이었지만
큰 무리없이 잘 버텨준 작년에 고장난 오른쪽 무릎(약간은 삐걱 거리지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