岷周之山
산행일-2004년 2월22일 일요일
날씨-비, 눈
총 산행시간-5시간
코스-물한계곡-헬기장-삼도봉-석기봉(1,200m )-민주지산(1,242m)-쪽새골-주차장

일기
이른 새벽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그래도 미리 약속한 산행이라 주저할 수 없다.

하루동안의 부재를 용서받기 위해 부지런히
반찬 몇 가지 해놓고 편지까지 써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잠자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살며시 나갔다.
7시에 만나기로 했던 3년 웬수 막 도착했다.

첫 산행이라 관광버스 타는 것 자체가 색다른 느낌을 준다.
편안한 인상을 하신 분들이 많이 보인다.

조금 후 뒷 자석부터 차례대로 인사해야하는 시간
내 차례가 오자 얼떨떨한 맘으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소국입니다.... 산행 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말을 하긴 했지 싶은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앞좌석에 앉아 계시던 웃음이 예쁜 소금인형님이 "아~소국" 하시고 회장님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아는척해주신다...가입인사 글 때문이지 싶다.

드디에 물한리 물한계곡에 도착했나보다.
다들 산행 안내도 앞에서 모여 설명을 듣고있었다.
고문님이 스틱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자상하게 설명하고 계셨다..
기후가 안 좋기 때문에 그냥 삼도봉만 돌고 내려오던지
아니면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다 돌고 내려오던지 능력껏 체력에 맞게
하란 이야기였다

난 성격상 몸에 무리가 약간 가더라도 당연히
민주지산까지 다녀와야 내 속이 편할 것 같았다.
눈치를 보니 호수는 민주지산까지 갔다오는 것은 좀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빠른 분들 틈에 끼여서 열심히 걸었다.
초입은 산책코스 같은 아주 손질이 잘되어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비는 내리고 등로는 질퍽질퍽했다.
첨부터 쉬지 않고 한시간 이상 걸었지싶다.
일기예보는 오늘도 거짓말했다...오후엔 갠다했는데....

50미터 앞이 전혀 안보이는 것 같다.
보슬비에 옷이 자꾸 젖어 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휴대용 비옷을 걸쳐 입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걸었다.


삼도봉에 도착.............
정상은 세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이고 있고
그 용을 거북이가 등으로 떠받치고 있다.
삼도화합 탑은 충북, 경북, 전북 등 3도민이 지역 감정 없이 화합하고자 세운
화합의 탑이라 했다. 예술적인 작품하나를 감상하듯 한참을 봤다.
걸작 이구나 싶었다.

삼도봉의 주변 경치라도 보고싶어
돌아봐도 보이는 것은뽀오얀 안개뿐.......
온통 비안개속이지만 힘들게 어렵게 겨우 도착한곳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흔적을 남겨야지 싶은 맘에 카메라를 꺼냈다.

옆으로 돌아보니 아마도 같은 산악회 회원분이 계신것 같아서
"좀 찍어주실래요 ...?" 라고 하니 얼른 찍어주신다.
가만보니 두분이서 내뒤에서 계속 걷고 계셨던 것이다.

몇분 더 오셔서 삼도봉 아래 바람이 덜 부는 곳에서 좀 쉬며 귤 과 떡으로 간단히 허기를 면하고 다른 일행이 오길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 능선길이라는 말을 생각하며 좀
수월하겠구나 싶은 맘에 가볍게 걸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바람이 세차다.
싸라기눈이 바람과 함께 바늘처럼 따끔따끔하게
얼굴에 꽃힌다.

핸폰 밧대리는 거의 다되어서 아예 꺼 놓은 상태라
내가 걸어간 시간도 감이 안온다.


석기봉 도착............
암릉을 제법 올라가니 석기봉 정상이었다.
석기봉은 커다란 암릉 위에 나무로 된 팻말이 있었다.
삼도봉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것없는 정상 팻말이었다.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안개가 모든 것을 숨겨버렸다.
다시 민주지산으로 향해 걸었다.

강한 바람과.....날리는 눈발....젖은 암릉 길.....젖은 로프잡고오르 내리기......눈에 가려진 얼음길....진흙길..... 아차하는 순간 미끄러지고....
내가 여직 했던 산행 중에 오늘 이 산행이 최고의 악조건이었다.
함께한 두분이 계셔서 일행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위안을 삼으며 걸었다.
그러다 한분이 앞에서 멀어지고 또 한분은 뒤로 많이 쳐지고....
그럴 땐 혼자였다..난 앞에 가신분의 발자국을 찾아서 그 발자국을 보며 따라 걸었다.
계속 눈이 내리기 때문에 금방 그 발자국이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며.....

앞에서 사람소리가 난다...
어느 산악회인지 한 팀이 오길래 물어봤다.
"민주지산 얼마나 남았어요....?" 했더니 한 십오분만 가면 된단다.
날아갈 듯 했다.
그런데 내가 느낀 시간은 삼십분도 더 걸린 듯..드디어 정상이 보였다..


민주지산 도착...........
나의 목표 민주지산..........
그 고생하고 올랐건만 민주지산은 안개라는 베일로
온산을 다 가려버리고 흔하디흔한 산 능선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기뻤다....
만족도99%.......민주지산 정상팻말에 찜하고 흔적을 남기니 만족도 100%.......


하산을 시작하며.......
점심을 못 먹었기에 적당한 자리가 있으면 그곳에 앉아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눈 내리는 쪽새골의 가파른 내리막길엔 셋이서 앉아서 먹을 장소가 없었다.
가면서 또 진흙에 미끄러졌다.
내가 진흙마사지 하러 왔던가 싶다.

조금 넓은 바위를 발견.... 밥상삼아 식사를 했다....
말이 식사이지 그것은 내 몰골에 딱 맞는 서글픈 음식이였다.
이미 식어버린 물을 부어서 먹는 컵라면.....거기다 내리는 눈을 말아먹었다.
하지만 배가 고프고 허기진 상황에서 무엇인들 못 먹으랴~
동행하신 분이 따뤄 주시는 술 두잔에 ....따뜻한 커피에......몸도 마음도 다시
충전완료.......

한참을 내려가니 물한계곡의 물소리가 들렸다.
아~이제 다 왔구나 싶었다.
비록 모습은 상 거지꼴이지만
발걸음 가볍게 하산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