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07. 무등산 서석대(無等山 瑞石臺 1,100m)

산 행 일 : 2004년 2월 1일 일요일
산행횟수 : 2회차
산의날씨 : 흐림. 안개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시간 : 5시간 55분 (식사 휴식 1시간 38분포함)

장복동 <1:06> 규봉암 <0:14> 석불암. 샘 <0:28> 장불재 <0:10> 입석대 <0:17> 서석대 <0:22>
입석대 <0:08> 장불재 <0:22> 지공너덜 <0:22> 규봉암 <0:48> 장복동

무등산도립공원 지도를 보면 광주쪽 등산로는 거미줄처럼 얽힌 반면 담양과 화순 쪽은 간단하다.
만연산 동쪽에 있는 도깨비도로를 지난 너와나 목장 코스는 탐방했고, 백마능선 코스는 다음으로
미루고 규봉암과 지공너덜을 둘러볼 수 있는 영평리 장복동 코스를 이용하기로 하여 무등산 산행
기를 살펴보니 선답자들의 글이 없다.

산행 들머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서순천에서 호남고속도로로 진입 주
암으로 빠져 22번 국도를 달리다 동복호 서쪽 길을 버리고 고개를 넘어 '안양산 자연휴양림' 도로
표지를 보고 우회전, 휴양림으로 갈 수 있는 길과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를 지나면서 신경 썼다.

백마능선과 규봉으로 여겨지는 무등산 자락이 눈에 들어오고 '→ 이서면사무소' 갈림길 조금 앞에
붉은 벽돌로 만든 버스정류장이 있으나 마을 이름이 없다.
그러나 직감이라는 게 있다.
진입로로 들어서니 영평마을 표지석이 있고 "이 길로 쭉 가면 장복동이 나온다"는 할머니 말씀대
로 비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낮은 고개를 넘자 조그마한 마을이 나왔다.
도원정(桃源亭)이란 현판이 걸린 정자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는데 앞집에서 개 두 마리가 쫓아
나오며 짖어대나 사람은 없다.

아래쪽, 마당이 널찍한 집에 사람이 보여 다시 차에 올랐다.
가정집이 아닌 '안심사'라는 절 집이었고 마루에서 붓글씨를 쓰던 스님이 길을 가리켜 주면서 "마
당에 차를 세워도 괜찮다"고 하나 미안해서 정자 앞으로 되돌아 올랐다.

09 : 35 커다란 무덤 옆으로 억새 밭을 거슬러 콘크리트길에 이르러 조금 가자 포장이 끝나는 지
점 갈림길 오른쪽 나무가지에 매달린 '경상대학교 H.K'와 '창원 산사랑산악회' 리본이 안내한다.
경운기는 다닐만한 넓은 길 응달에 눈이 싸여 발자국이 찍혔으나 산으로 들어간 것은 없다.
굵은 와이어가 길을 막았다.
두 가닥 사이로 들어서 갈지 자로 난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을 가면서 "경운기 통행도 어렵겠다"
고 여겨졌는데 전봇대를 세우려고 포크레인이 지났던 길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눈이 녹아 질펀거리는 흙이 신발에 붙어 애를 먹인다.
몸 상태가 수상하더니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고 모자를 안 썼어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도저히 안되겠다. 좀 쉬었다 가자"
"야! 니가 웬일이냐?"
어지간해서는 앉아서 쉬지 않고 선 채로 한 발씩 흔들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내가 돌 위에 털썩
주저앉자 사과를 건네준다.

넓은 길이 오솔길로 바뀌었고 갈림길에서는 헝겊이 매달린 왼쪽 길로 들어서 너덜을 지났다.
우리 키 보다 더 큰 산죽을 헤치며 쉬엄쉬엄 걸었다.

10 : 53 '규봉암 해발850m * ← 장불재 1.8km * → 꼬막재 3.1 공원사무소 6.5km'
여래불, 관음불, 미륵불 형태의 바위 세 개가 모여있어 삼존불이라고도 불린다는 규봉 암벽 옆의
'무등산 규봉암' 건물이 그림 같다.
사진을 찍는 사이 한 쌍의 부부가 지나갔으며 두 갈래 길에서 암벽을 타고 오르는 윗길로 들어서
남사면을 타고 돈다.

11 : 12 석불암. 약수로 목을 축이며 퇴색돼 글씨가 지워지기도한 마애여래좌상 안내문을 살펴보
니 높이가 136cm로 10세기 후반에서 11세기초에 만들어졌고 석불암은 6·25때 소실, 현 건물은
최근에 지었다고 하나 문이 잠겼고 새끼 두 마리를 거닌 어미 고양이가 담벽 위에서 졸고 있다.

돌담을 두른 낮은 바위굴을 들여다보고 지공대사가 법력으로 이루어 놓았다는 지공너덜을 무찔러
앞선 부부 뒤로 따라 붙었고 "광주에서 하루 묵고 꼬막재를 거쳐온다"는 부인이 눈길에 자주 미
끄러지자 "아이젠을 착용해야겠다"며 길을 비켜 주었다.
KBS 중계탑과 한국통신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자 찌뿌듯하던 몸도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다.

11 : 40 장불재(900m) 주변 쉼터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무등산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는데 휴일이니 오죽하랴.
장불재에서 서석대로 오르는 길은 한 마디로 뻘 밭이다 보니 바지가랭이는 금새 흙투성이고 발을
조심해서 디뎌야지 덤벙댔다간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될 것 같다.

11 : 56 입석대(1,017m)를 스쳐 난 계단 길은 사정이 좋았다.
길바닥에 깔린 납작한 바위 가운데 둥그렇게 뚫린 구덩이에 고인 물을 지팡이 끝으로 툭툭 치며
장난을 하던 아내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12 : 13 아쉬운 마음으로 정상 아닌 정상으로 올라 철조망 너머 암봉과 부대 막사를 바라본다.
"저것이 도대체 무슨 부대다냐?"
친구도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공군 1전투비행단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원효사로 이어지는 도로가 하얀 눈으로 덮여있으니 오르내리는 사람들 모습이 뚜렷하나 몹시 미
끄러운지 진행속도가 느리고 백마능선을 타고 가는 사람들과 능선위로 얼굴을 내민 만연산은 그
런대로 보이지만 광주시내는 뿌옇다.

12 : 58 친구를 서석대 위에 앉아있게 하고 남쪽 벼랑으로 건너가 사진을 찍고 발길을 돌렸다.
스쳐버린 입석대를 둘러보려고 밧줄 끝 지점에서 오른쪽 바위틈과 무덤을 지나 절벽을 타면서 멋
진 광경을 필름에 담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13 : 30 입석대 샘은 전과 달리 깨끗해졌으며 조롱바가지도 있으나 물은 마시지 안했고 자칫 그
냥 지나치기 쉬운 무너져내려 누워있는 바위 기둥들도 둘러보고 다시 진 흙탕길로-

13 : 38 장불재.
규봉암 쪽으로 가고 있는 사람은 우리뿐인데 장불재로 향하는 사람들은 석불암까지 이어졌다.

14 : 22 규봉암 도착
14 : 42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출발. 장복동으로 향하는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 다시 긴장케 만
들다보니 내리막인데도 수시로 땀을 훔쳐내야 했다.

15 : 30 다행히 눈길과 흙탕길에서 나뒹굴지 않고 도원정 앞에 이르렀지만 바지 꼴이 엉망이다.
"야! 니 각시가 좋아하겠다"
"사돈 남 말하네"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무등산 자락을 타고 오른다.


▣ 헐렁이 - 얼마전 나도 갈려다 못간 길입니다.좋은 안내 고맙습니다
▣ 최선호 - 누구신지 몰라도 고맙습니다. 산을 탐방하는 길이 여러곳인 것 같습니다만 보람있는 코스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고 즐거운 산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