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망덕봉(소용아릉)

1:25,000지형도=수산

2004년 11월 11일 목요일  흐리고 비(8.1~14.6도)   일출몰07:02~17:20

코스: 고두실마을 도로변12:30<4.0km>망덕봉920m14:50<4.5km>소용아릉경유 능강교17:00

[도상8.5km/ 4시간 반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의 충주호반에 지맥을 드리운 망덕봉(920m)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예속된 금수산(1015.8m)에서 서쪽으로 내리뻗은 지능선상에 있다.

이 지능선은 망덕봉 아래에서 또다시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그 틈새로 한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이 있다.

북쪽으론 능강천이 흘러내리고 있어, 피서철엔 국립공원이 아닌데도 청소비용의 입장료를 받을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가은산서 본 망덕봉 
  지난 여름, 가은산서 본 망덕봉
 

그리고 얼음골과 능강천을 가르는 지능선인 망덕봉 서능(일명 소용아릉)은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천애 절벽지대 위로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있어 리지코스를 즐겨찾는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다.

망덕봉 남서릉으로 올라 서릉으로 내려서는 이번 코스는, 악천후가 아니더라도 보조자일을 챙겨가야만이 안전산행을 할 수 있다.

이번 코스의 모든 계곡물들은 충주호반으로 흘러들어 남한강 따라 서해로 빠진다.

초입의 고두실마을과 강물같은 충주호 
  초입의 고두실마을과 강물같은 충주호
 

가는길:중앙고속국도 단양나들목에서 36번도로타고 충주호반의 옥순대교를 건너 상천마을 입구를 지나, 능강마을 못미처 지형도상의 얼음골(개념도에는 고두실계곡으로 표기) 도로에서 내려선다.

망덕봉 남서부능선길로 올라서면 처음부터 나타나는 너덜지역이 오늘의 험로를 예고하지만, 이어지는 오름길은 의외로 순탄하다.

 들머리 
   들머리
 

마사토지역의 잔솔밭을 지나면 널찍한 봉분아래 송이채취장이 있고, 고두실마을이 바라보이는 뒷편으론 그림같은 충주호반 저 멀리 월악산이 바라보인다.

낙락장송 즐비한 617m봉 직전에는 거대한 절벽이 상천리쪽으로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를 형성하고 있다.

정상까지는 대여섯 번의 봉우릴 넘어야하는데 대채로 우회로가 잘 나 있어 수월하게 진행할 수가 있다.

 
  망덕봉 정상
 

망덕봉 정상엔 아무런 표시가 없는데, 계속 직진하면 금수산까지는 반시간만에 오를 수가 있다.

그러나 소용아릉이 있는 망덕봉 서부능선을 타려면 왔던 길을 오분정도 되내려와, 능선상의 삼거리 갈레길에서 오른쪽으로 진입해야 한다.

이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를 이루며 쏟아지다가 십여미터의 절벽지대에서 슬링잡고 내려서야 하는데, 오래되고 낡아빠진 밧줄을 너무 믿어선 안된다.

소용아릉 초입 
  소용아릉 초입
 

이어지는 절벽길을 돌고 돌아 U자 협곡의 안부에 당도하면 오름짓이 힘겨운 절벽이 버티고 있다. 자세히 보면 암벽 틈새로 가느다란 슬링들이 걸려있다.

소나무 밑둥을 잡으면 쉽게 올라설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 절벽을 오르려면 곁에서 서로 돌보아 주어야 한다.

어쩌면 우회로처럼 보이기도하는 하산길이 왼쪽 절벽 아래로 잘 나 있지만, 그 길은 고두실골(얼음골) 하산길이어서 소용아릉을 탈 수는 없다.

넘어야 할 절벽지대 
  넘어야 할 절벽지대
 

고스락에 오르면 소용아릉은 처음부터 공포심으로 와 닿는다. 칼날같은 암릉길에서 자칫 실족이라도 한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고도감에 절로 발길은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그런 길을 반시간 쯤 내려서면 날등상의 산부인과바위를 만나게 되는데 우회로가 있어 쉽게 비껴갈 수가 있다.

산부인과 바위 
  산부인과 바위
 

통바위로 된 용의 등줄기는 십여분간 계속해서 지속되다가 마지막으로 한번 솟구쳐서는 소나무 밑둥의 슬링 잡고 겨우 내려서는 십미터 절벽구간이 나타나는데, 그 지점에선 보조자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그 지역을 빠져나오면 위험구간에서 벗어나, 모처럼 흙길을 밟을 수가 있다. 그래도 암릉구간은 계속된다.

계속되는 절벽길 
  계속되는 절벽길
 

해방감에 내림길을 수월하게 진행하다 보면 이 지역의 또 다른 명물인 비석바위를 놓치기 쉽다.

내림길 왼쪽으로 잘 살피면 칼로 벤 듯이 반듯한 절벽 아래 붙어있는 비석바위는, 높이 삼미터 정도에 폭이 칠십센티 쯤인데, 너무도 반듯해서 각자만 새겨 넣으면 영판이다.

그러나 그 앞의 키작은 상수리나무가 모습을 가려서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놓치기 쉬운 비석바위 
  놓치기 쉬운 비석바위(나무 뒤로 가려져 있다)
 

이후의 미로같은 암릉길에서 키작은 개선문 두 곳을 더 통과하면, 저절로 발길 미끌어지는 낙엽 수북한 참나무 숲길을 내달아 낙엽송과 오엽송이 혼재한 고사리봉 직전의 안부로 내려서게 된다.

여기선 왼쪽의 능강천으로 내려가서 계곡따른 산책로를 반시간 정도 다리품을 팔아, ES리조트가 바라보이는 능강교에서 산행을 마칠 수가 있다.

날머리 
  날머리
 

산행후기: 이천년도 시월 초순에 지인 두분과 함께 고두실골에서 망덕봉으로 올라 금수산 찍고, 신선봉~쪼가리봉 경유 하학현 마을로 아홉시간만에 하산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보다 다섯 살이나 위이신 선배님께서 꼼꼼히 기록하는 걸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당시의 기록은 신변잡기에 불과해서 남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가, 최근에 인터넷을 접하면서부터 정보공유 차원으로 산행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초반 오름길 
  초반 오름길
 

글이래야, 미사려구 없이 그저 이 글 저 글 줏어다가 꿰매는 방식에 불과하지만, 후답자들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면 나름대로 자긍심도 생긴다.

이제는 어딜 다녀오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때도 더러 있으니, 누구 말마따나 산병 중증에 도달한 느낌이다. 간혹 과장된 표현은 주의를 환기시키려는데 불과하다.  

617m봉 못미처의 절벽지대 
  617m봉 못미처의 절벽지대
 

오후엔 날씨가 갠다는 일기예보는 빗나가, 초입길엔 가랑비가 흩날린다. 기사님의 우산을 촬영용으로 빌려선 배낭에 꽂고 오르다가, 한참 후에야 없어진 걸 알았다.

왕복 반시간 거리를 헤맨 끝에 겨우 수습해서는, 아예 배낭 깊숙히 집어 넣었다.

눈썹도 빼 놓고 온다는 산행길에 두툼한 우산이 무겁기는 하지만, 남의 것이니 소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구름위의 소용아 능선길 
  구름위의 소용아 능선길
 

십미터 이상은 보여주질 않는 개스 속에서 겨우 617m봉 못미처의 단애는 찍었지만, 오르내리는 암릉구간에서 우산을 펼쳐들 수는 없다. 뒤처진 걸음으로 일행들 좇느라 쉴 틈도 없이 허겁지겁 따라붙는다.

망덕봉 직전에서 하산중인 일행을 만났지만 정상 터치는 해야만 한다. 운무속을 헤엄치듯이 올라왔으니 그 길이 그 길이다.

나침반이 없었다면 혼자서 해맸을 소용아릉으로 진입했다. 잠시 후, 절벽구간에서 지체된 일행을 만나, 출발점 이후 처음으로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벽위의 노송 
  절벽위의 노송
 

U자 협곡에서 내리는 빗 속에 한 분 한 분의 오름이 한창 지체되고 있다. 우회로인가 하고 내려가 본 지름길은 곧장 계곡으로 내리쏟고 있다.

힘겹게 다시 올라와 맨 뒤에서 뒤쫓는데, 한 분이 기다렸다가 여기 잡아라, 저길 디디라! 사년 전의 그 분이 걱정어린 눈길을 보낸다.

산신령이 다 된 그 분이 보기엔, 아직도 나는 강 가의 어린애다.

미로같은 암릉길 
  미로같은 암릉길
 

맨 꼭대기로 올라섰지만 시계는 제로고, 보이는 거라곤 코 앞의 돌부리 뿐이다.

구름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우리는 그 돌부리를 붙들고, 미로같은 암릉길을 동물적인 본능으로 이리저리 휘적거릴 뿐이다.

도대체 구름아래의 선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한시간여를 신선이 되어 거닐다, 노닐다 하면서 산부인과바위를, 비석바위를 통과했다.  

돌가시나무 
  돌가시나무
 

암릉지대가 끝난 하산길엔 조심할 필요없이 그냥 미끄러지면서 내리쏟기만 하면 됐다.

굴참나무, 상수리나무가 주종을 이룬 능선길엔 낙엽이 수북히 깔렸기 때문이다. 가끔씩 [솔잎흑파리방제 약제주사]를 놓았다는 소나무는 드문드문할 뿐이다.

아직 한번도 못가본 고사리봉 안부 주위론 낙엽송이 군락으로 노랗게 물들었고, 주위론 오엽송이 에워싸고 있다. 오른쪽 능강천으로 내려서자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능강천의 출렁다리 
  능강천의 외나무다리
 

위로    다른사진,산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