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 내리는 날 북한산에서


 

어제 밤에 내린 비로 인하여 거리는 낙엽이 뒹굴며 , 날씨마저 쌀쌀하다.

불광역 8번 출구로 나올 때에는 날씨가 찌푸리더니 비가 하나씩 흩날린다.

오늘은 2주전에 시구문에서 시작하여 원효봉으로 하여 염초능선에 붙었다가

원래 가고자 했던 길에서 벗어나, 염초봉 초입에서 효자비로 하산하는 중에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던 곳으로 샛길이 있기에 그리로 내려가다 보니

북문으로 하산하게 되는 길을 다시 확인 하는 생각으로 ,부대 앞에서 하차 한다.


 

산 입구에서 조금 앞서 가신 여자 분 두 명이 오히려 나한테 등산로를 묻는다.

상장능선 갈려는데 이리로 가는거냐고...

상장능선은 ·솔고개·에서 하차해야 한다고 하니, 다음에 그리로 갈 것이고,

오늘은 그냥 이곳으로 오르신다고 하시기에 같이 길 동무가 된다.


 

비가 조금씩 내려, 배낭 안에 있는 얇은 잠바로 옷을 바꿔 입고, 배낭카바 씌우고,

지난 번에 하산 할 때는 계곡도 보였는데, 오늘 올라 간 길은 편한 능선길이다.

길 등로는 확실하게 있고, 단풍은 거의 진 상태이며

이제는 낙엽으로 뒤 덮혀 있는 부드러운 흙길을 계속 밟으며 오른다.

첫 번째 쉬는 곳에서 저 앞에 우뚝 솟아난 봉오리 같은 것은 , 효자비에서 오르다보면

염초능선과 밤골계곡 갈림길에서 염초능선으로 오르막 하는 곳인데,

여기서 보니 참 뾰족해 보이고, 이곳은 벼랑 끝처럼 느껴진다.


 

길따라 낙엽 밟으며 도착 한 곳 북문에서 같이 한 분들과 헤어짐 한다.

염초봉, 백운대는 안개에 가려졌다 보여졌다 한다.

2주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염초능선으로 가기에 따라 갔는데, 오늘도

혹시나 누군가가 염초능선으로 가시는가 싶어

기다리나 사람들이 숫제 없다.


 

그 곱던 단풍들이 떨어진 만큼 사람들도 오늘은 산에 덜 오신 듯 하다.

염초봉 백운대쪽을 바라보며 오늘 산행 계획을 세워 본다.

‘큰 테두리인 염초능선과 산성계곡 사이에 있은 곳으로 가보자

분명 길이 있을거야...’


 

산성계곡으로 하산 하다가 왼쪽 샛길이 보여서 그리로 방향을 트니

바위 밑에서 기도를 하는지 촛불 켜 놓은 종이컵이 보이고, 텃밭이 있다.

‘아..이곳이 상운사구나....’

상운사는 염초봉을 병풍삼아 안주 해 있는 듯 하다.

비에 젖은 낙엽만 뒹글고 있는 상운사 앞을 지나서 조금 내려오니 대동사..위문으로 가는 계곡길과 만난다. 비에 젖은 돌계단을 밟으며

약수암까지 가서,위문으로 향하지 않고 여우굴쪽으로 오른다.


 

돗자리들이 있는 약수암 위 공터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

사람들이 아예 없으니 적막 하여

다시 약수암으로 내려 갈까 하다가

염초 바람골에서 이곳으로 2번 왔던 기억을 더듬어서 그리로 가던지,

그렇지 않으면 다시 북문으로 길이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들어 원래 맘 먹은데로 결정한다.


 

낙엽위로 길은 뚜렷이 나있다. 얼마 안가서 또 길은 희미하거나 수북히 쌓인

낙엽으로 인하여 아예 보이지도 않고,

될 수 있는 한 염초 바위쪽으로 붙지 않고 아래로 향하여 내려간다.

어디선가 여자들 웃음소리가 난다. 아마도 염초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다.


 

비는 조금씩 내려서 시계는 보이지 않고,

염초봉이라도 보여주면 그 위치로 해서 길을 대충이라도 찾겠건만,

전혀 보여주지 않으니 길은 분명 있을거 같은데, 길은 안보이고,

비에 젖은 낙엽을 조심해서 밟으며

염초능선 밑으로 하여 나아간다.


 

다행히도 가끔은 안개가 걷어지기도 하여

노적봉과 염초봉 사이에 있는 나...

대충 어림짐작으로 내 위치를 가늠해 가며


 

어찌 하던지 염초능선 위로 붙지 않고, 낙엽위라 미끄러움에

조심조심 해서 가다보니 상운사가 저 아래 보인다.

휴..이젠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기엔 아직 좀 이른듯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아 난감하지만

길을 만들어 가느라, 버티고 있는

바위지대에서 한 번 쭉 미끄러 질때는 대책이 서지 않는다.

장갑을 끼어서 그나마 손은 조금 덜 얼얼하나

바지는 온통 흙 투성이가 된다.

여태 산행 하면서 이렇게 거지꼴로 산행 하기는 처음인 듯...ㅎㅎㅎ


 

이제는 상운사가 저 밑에 보이고 저 건너편 원효봉은 안개에 보일 듯 말 듯..

북문의 위치가 파악이 되어

다시 염초능선 쪽으로 붙다보니 큰 바위덩어리가 있다.

아마도 염초능선으로 연결된 바위인 듯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조심스럽게 바위을 횡단하니 성곽이 나타난다..휴,,이젠 되었구나..안도감이..

저 건너편 원효봉에 있는 사람들은 비구름에 가려져서 보였다 안보였다 하고,,

이제부터는 길을 확실히 안다는 생각에

조바심도 사라지고... 여유 부려도 되겠구나 생각 하며, 엷은 운무가 흩날리는 성곽 옆에서 원효봉을 바라보며 컵라면을 꺼내어 점심을 먹는다.(오후 1시 50분)


 

북문으로 내려가서 원효봉을 오르기에는 힘들거 같아, 어디로 하산할까 고민하다가,

낙엽쌓인 부드러운 흙길을 밟고 싶어서, 성 밖으로 나온다.


 

촉촉이 젖어 있는 낙엽,,시야는 잘 보이지 않는 길,,,

너무나 적막하여, 새의 움직임에도 내 자신이 놀라 가끔은 뒤를 돌아보며

쉬지 않고 하산하다보니 산을 벗어난 지점이다.


 

이제 도로까지는 지척..

배낭 내려놓고, 비에 젖은 잠바를 벗고, 보온되는 겉옷으로 갈아입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짐을 정리하여 ,도로까지 나오는데, 또 많지는 않지만 비가 내린다.

우산은 없고, 어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

.

약수암부터 이곳 하산 할 때까지 한 사람도 못 만났다.

이런 궂은 날씨에 뭐가 씌였길래 난 정확히 알지도 못한 길을 택했는지..ㅎㅎㅎ

바위에서 미끄러져서 바지는 흙 투성이라 거지꼴이지만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하산 하였으니 다행이지만, 다음에 또..??


 

 

.코스 : 부대앞 하차(오전 10시) - 북문 - 산성계곡 - 약수암- 약수암 위 공터 -

        염초 능선 아래쪽 - 북문 - 부대앞으로 하산.(오후 3시)

 

. 2004년 11월 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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