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57 두륜산∼대둔산(671,5m)∼혈망봉 - 전남 해남군

 

산 행 일 : 2004년 11월 7일 일요일
산의날씨 : 맑음. 원경 흐림
산행횟수 : 頭輪山 - 3회차 * 大芚山 - 초행
동 행 인 : 김정길 님. 첨단산인 님 부부와 (복돌이). 공명 님. 백운산 님. 히어리 님과 인범
산행시간 : 7시간 52분(식사 휴식 2시간 38분포함)

 

피안교 앞 <0:20> 북암 갈림길 <0:28> 북암. 극락대 <0:10> 오심재 <0:25> 노승봉(능허대)
<0:09> 가련봉(두륜산) <0:19> 만일재 <0:23> 두륜봉(백운대) <0:36> 첫 번째 헬기장 <0:21>
띠밭재 <0:25> 대둔산(표지석 봉) <0:22> 연화봉 <0:39> 혈망봉 <0:37> 피안교 앞

 

 

                                                       두륜산 개념도

 

지난 일요일 한산 남도 가족 산성∼강천산 산행에 참석하지 못해 영 서운했는데 다시 만나기로
했다니 반갑기 그지없었고 이번 주에는 순천 인근의 조계산이나 팔영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부안
의 섬 위도 산을 찾은 후 육지로 나가는 중이며 일요일에는 해남 대둔산을 탐방할 계획"이라는
김정길 님의 연락을 받고 생각이 달라졌다.

 

'1,500산 단독순례'를 목표로 삼고 전국 방방곡곡을 어쩌면 광인처럼 묵묵히, 씩씩하게 다니는 벗
이 1,300번째 산을 풍광이 빼어난 대둔산을 택한 것을 축하하나 행여나 다른 이에게 누가 될까봐
나 혼자만 알기로 하여 부지런한 백운산 님에게 부탁해서 몇 분의 동의를 얻었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유력 일간지에 보도된 '초의문화제'와 '대흥사 단풍축제'가 대흥사(대둔사) 일원에서 동시에 열린
다는 글을 본 첨단산인 님이 걱정스러워서 관리사무소에 알아본 결과 "교통마비가 예상되니 일반
산행은 자제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심히 낙망 적인 답변을 들었다니 말이다.

다른 산으로 바꿔볼까 고민하다 기왕 우정산행을 할 바에야 본인이 원하는 산을 찾게 해주는 것
이 도리라 여겨져 아침 일찍 산행하기로 작정하고 계획을 바꾸지 안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동반이 어렵게 된 가운데 나와 백운산 님은 홀로, 히어리 님은 인범이를
대동하고 꼭두새벽 어둠을 뚫고 해남을 향해 달린다.

 

주차권 매표소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는 벗과 반가운 만남을 가진 후 무슨 정보를 얻었는지 서
둘러 앞장서는 캠핑카(?)를 쫓아 주차권(2,000원)을 구입하고 상가를 지난 매표소에서는 관람권
(2,500원)도 구입하여 양화교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하자 주차장 뒷길로 들어선다.
영문을 모른 체 뒤따르다 일주문 못 미친 지점에서 좌회전 피안교를 건넘과 동시에 오른쪽 공터
(유선관 맞은편)로 올라서니 첨단산인 님 부부가 복돌이를 앞세우고 반겨주는데 누가 이런 기발
한 생각을 해냈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도계봉 코스는 생략하는 것이 좋겠는데 어떻게 할까요?"
첨단산인 님의 말에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 그냥 동의한다.

 

08 : 10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께 휩쓸려 일주문을 통과하고 남원(대둔사는
금강천을 경계로 대웅보전이 있는 구역을 북원, 천불전이 있는 구역을 남원으로 나뉜다) 광장에
이르니 행사용 흰 천막 10여동이 설치 돼 있다.
서산대사 사당인 표충사 오른쪽 담장을 끼고 오르면 진불암으로 이르게 되고 북암과 만일재로 가
려면 표충사와 대광명전 앞길을 따라야 한다.

 

08 : 30 북암과 일지암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왼쪽 돌길로 접어든다.
산행 시작이라 발 빠르게 걸으면 "대간 종주여 정맥 종주여?" 우스개 소리로 허리춤을 붙잡고, 스
님 한 분과 동행하는 30여명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북암으로 이르는 1km 산길은 만만찮다.

 

08 : 58 보물 제48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을 모신 용화전은 보수공사를 하려는지 해체하여 임
시방편으로 비바람 막을 만들었고 보물 제301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에도 작업대가 설치 돼 있다.
<높이 4.2m, 무릎 길이 2.7m의 천연화강암에 새긴 좌불상으로 이 미륵불은 나라에 큰 변고가 있
을 때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고 하는데 '80년 5월 18일의 3일전에도 심하게 땀을 흘렸으며 불공을
드리려왔던 신도들이 생생한 목격담을 전했다고 한다.>

 

 

                             극락대에서 - 대둔사와 멀리 첨찰산, 금골산이 보인다.

 

역시 삼층석탑과 멋들어진 노송이 있는 극락대에서 뒤늦게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산을 둘러보며
넋을 빼앗기고, 한여름 아리랑 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 아리랑 음음음..." 진도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탐방한 첨찰산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09 : 10 극락대를 내려서 스님과 함께 오른 이들이 참배하려 들어가는 임시 용화전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경사가 없다시피 한 사면길이다.
09 : 20 오심재. 오르기를 포기한 고계봉 정상에 비록 흉물스런 케이블카 승강장이 섰으나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오심재에서 본 고계봉

 

09 : 35 '노승봉 0.2km' 이정표가 있는 널찍한 헬기장.
첨단산인 님이 배낭 무게를 줄이려(?) 간식거리를 내 놓는다.
산행을 일찍 시작했으니 쉬엄쉬엄 걸어도 늦지 않을 것 같아 느긋하게 커피까지 타 마신다.

09 : 53 노승봉을 올려다보며 출발, 이제부터 만일재로 내려서기까지 암릉을 오르내려야 한다.

 

 

                                           노승대에서 본 두륜봉과 대둔산

 

 

                                        오소재와 주작암릉, 덕룡산이 보이고
         
10 : 03 노승봉에 이르자 바람이 분다.
두륜산 종주 산길을 메일을 통해 자세히 알려준, 아직 만난 적이 없는 따라가기 신공식 님이 땅
끝기맥 종주 차 아침 일찍 오소재를 시작으로 두륜산을 지나기로 했다는 얘기를 대충 해주고 "내
년초 부터 단독 아니면 부부 종주를 할 예정이다"라고 하자 "그러면 우리들하고는 만날 기회가
없어지니 호남정맥을 끝내고 하면 좋겠다"고 백운산 님이 한 마디 한다.

 

 

                                                   노승봉의 남도 가족들

 

10 : 19 단체 사진을 찍는 등 잠시 머무른 후 부지런히 걸어 두륜봉 정상인 가련봉에 올라보니
허리가 잘린 정상표지석이 반겨준다.
그런데 "기맥에서 올라서는 지점에 걸어 두겠다"는 따라가기 님의 표기지를 살펴보지 못했으니
오소재로 이어지는 갈림길도 당연히 못 보고 만 것이다.
"도솔봉과 위봉으로 가는 갈림길"의 표지기는 쉽게 찾을 수 있겠으나 아쉽다.

 

 

                                           가련봉에서 본 노승봉과 고계봉

 

 

                                             암벽의 시설물도 이용하고

 

10 : 43 만일재.

 

 

                                       가련봉에 뭣이 있길래? 표정들이 밝다.

 

두륜봉 오름길 전 삼거리 대둔산 방향에 있는 표지기를 확인하고 구름다리로 알려진 코끼리 코
위에 올라 5분 여를 지체한다.     

   

 

                               기맥 갈림길에 걸어놓은 따라가기 님의 표지기

 

11 : 06 두륜봉. 제주도를 관망한답시고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놓고 "무작정
기다린다"는 전에 만난 이름 모를 젊은이가 갑자기 떠오른다.
여물봉 아니 공명 님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오고 있단다.
여태 그 분을 만날 운이 없어 아쉬웠는데 "계획이 변경 돼 두륜산으로 가는 산악회를 찾아 동행
하여 노승봉을 지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1 : 14 처음에는 기다릴 생각도 했지만 발빠른 빨간 모자의 사나이가 금방 쫓아오리라 여기고
발길을 돌려 구름다리 쪽으로 가자 앞 선 일행이 직진하려 든다.
따라가기 님의 표지기가 걸린 삼거리로 다시 내려가야 대둔산으로 갈 수 있다.
기맥길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다.
바윗길, 산죽, 무엇보다 억센 가지가 거추장스런 키 작은 잡목이 온 몸을 비틀어 가게 만든다.

 

11 : 25 첫 암봉에서 훤칠한 키에 웃는 모습이 참 좋은 공명 님과 첫 만남이 이뤄졌는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느낌이다.
"만나 뵙고 싶었다"는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만나보고 싶었고 일부러 이렇게 찾아준 것은 한산이
맺어준 끈끈한 정 때문이라 여겨진다.

 

 

                                                    바위도 살았다(?)


 

                                               협곡 사이로 보는 멋진 풍경

 

11 : 31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하니 발걸음도 가벼워 깎아지른 벼랑 밧줄을 타고 내리는데도 신이
나고 협곡도 통과하며 허리 높이의 산죽 길, 잡목과 어우러진 산죽 길, 키를 훌쩍 넘어 높이 자란
산죽 터널을 허리 굽혀 지나기도 하고 만세를 부르면서 간다.
다행인 것은 산죽을 헤치면 땅바닥이 훤하게 보여 발목을 크게 염려하지 안해도 된다는 점이다.

 

 

                                                 공명님과 함께

 

11 : 56 첫 번째 헬기장. 가운데 잔 풀을 베어내고 자리를 편다.
벗의 1,300번째로 발을 딛게되는 대둔산 정상은 아니나 축하하는 뜻에서 샴페인을 터뜨린다.
빙판길이 되기 전에 50여 산을 더 돌아 볼 계획이라는 벗, 김정길 님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
길 우리 모두 진심으로 염원하며 아울러 축하드리는 축배를 든다.

 

 

                                                    띠밭재 전의 산죽
 
12 : 48 대둔산을 향해 발길을 옮겨, 곧 이어 나타나는 두 번째 헬기장도 지나고 지긋지긋한 산죽
을 헤치며 가면 숨 돌리라는 듯 작은 바위가 나오고 또 다시 산죽 속으로 들어간다.
13 : 09 띠풀이 많아서 띠밭재인가?
13 : 24 능선 전망바위에 올라 둘러보는 조망도 환상적이다.

 

 

                                                  벗이여!  늘 건강하소서

 

13 : 45 10분을 쉬고 삼각봉에 이르자 2000년 해남군에서 세운 '도솔봉 672m' 정상표지석이 하나
도 반갑지 않고 두륜산군 8개 봉우리 중 유일하게 삼각점이 있다는 진짜 대둔산(도솔봉) 정상은
50여m거리로 통신탑들이 점령하고 말았지만 가보려고 하니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할텐데..." 만류
하니 아쉽고 아쉽다.
오죽했으면 히어리 님이 내 닉을 "삼각점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대둔산 정상이 지척인데

 

 

                                          삼각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보고

 

 

                                            가운데 봉우리가 연화봉

 

13 : 57 바로 보이는 봉우리가 연화봉이 분명하니 따라가기 님이 부탁한 혈망봉을 찾아간다.
5분쯤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약 30m거리에도 있다.
14 : 11 통신탑으로 이르는 콘크리트 도로를 내려서고 200m 가량 걸어 다시 산길을 따른다.

 

14 : 19 연화봉(613m)은 조망이 썩 좋지 않아 그냥 통과
14 : 25 조망이 기 막힌 마당바위는 그냥 가지 못하게 한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더 화려한 것은 후박과 동백의 푸르름이 받쳐주기 때문이리라.
      
 

 

                                       오심재 사이로 보이는 주작, 덕룡줄기

 

15 : 02 한 봉우리 왼쪽 사면을 돌아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암봉을 혈망봉으로 오인하고 길을
만들며 올랐는데 혈망봉은 향로봉과 마주한 끝봉임을 뒤늦게 학인하게 되었다.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풍경
 

15 : 18 안부를 지나 거친 길을 따라 오른 봉우리, 바로 혈망봉(379m)이다.
소나무에 따라가기 님의 리본 하나가 외롭게 걸렸고 지도상의 오도치로 가려면 조금 더 진행하다
오른쪽으로 꺾어 향로봉을 마주보며 내려가게 돼 있어 치고 나가니 억센 키작은 나무가 방해하고
길도 없어 역시 따라가기 님의 표지기가 있는 지점에서 되돌아섰다.

 

 

                               능선 맨 왼쪽이 혈망봉이고 가운데가 향로봉

 

15 : 40 안부 갈림길에서 왼쪽 사면을 타고 가다 물 고랑 비슷한 돌길을 따른다.
15 : 55 가시철망을 넘어 도로로 내려서자 '대둔산 왕벚나무 자생지' 팻말이 있고 이내 진불암과
대웅전 갈림길이 나온다.     

16 : 02 피안교를 건너 공터로 올라서니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올 마지막 단풍을 즐기기라도 하듯 전망대만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낭을 벗고 사방을
둘러보니 점심시간을 포함한 휴식시간이 2시간 반을 넘었으나 시종일관 여유롭고 화기애애한 분
위기가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 매표소까지 기어 내려온 차가 상가 주변에서는 아예 움직일 줄 모르게 되자 (오르는 차는 상가
뒤로 오르게 하고 중앙선 자체가 필요 없이 돼 버렸다) 오른쪽 차선에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들
어가 저녁밥을 먹고 나오자 우선했으나 구림리 넓은 논에도 많은 차들이 세워졌다.
일행들과 헤어져 스스로 운전석으로 오르는 백운산 님에게 차를 맡기고 편한 귀가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