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목요일)에는 오랜만에 관악산을 오르기로 한다. 관악산은 98년 경부터 일년에 한두번 이상 즐겨 찾던 곳이다. 처음에는 서울대 정문 옆의 관악산 입구에서 제 4 야영장을 거쳐 깔딱고개, 연주암, 연주대 코스로 정상에 올랐다가 원점회귀했었는데 몇 번 다니다 보니 연주대에서 다시 연주암으로 내려갔다가 과천 시흥향교로 내려가는 코스를 즐겨 이용하게 됐다. 그런데 오늘은 색다른 코스를 택하기로 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9시 20분에 집을 나와서 4호선 전철로 사당역에 도착해서 4번 출구로 나오니 10시 25분 경. 5번 출구로 나와도 된다. 4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하여 수분 정도 걸어가니 관음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어서 찾기 쉽다. 우측으로 꺾어져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서 20분 쯤 걸어가니 관음사 입구의 관악산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가 500원이지만 오늘은 무료라고 써 붙여 놓았다. 매표소에서 10분 쯤 걸어 오르니 관음사가 나온다. 석탑과 용왕각, 돌로 예쁘게 만든 약수터가 인상깊다. 관음사에서 10분 쯤 지체하다가 관음사의 계단을 내려와서 관음사 우측에 있는 등로의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등로 초입의 돌계단길은 관악산이 악산임을 예고해 주는 듯하다.



관악산 들머리 - 관음사 입구의 매표소.


관음사의 석탑.


관음사의 용왕각과 약수터.


관음사 우측 등로의 나무계단.


등로 초입의 돌계단길.


 등로를 오른지 40분 만에 사거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 가면 약수터로 가고 직진하면 여러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거치른 암릉길, 우측으로 가면 암릉길을 우회하는 편한 길이다. 사람들이 몰려 가는 암릉길로 향한다. 그 길로 오를 때에는 몰랐지만 험한 암릉길을 오른 후에 그 길을 자주 오른 사람의 설명을 듣고 알게 된다. 이 곳부터 관음사 암릉길의 거치른 모습이 드러난다. 수분 만에 첫 번째 암봉을 만나서 네 발로 기어 오르니 다시 더 험한 암봉이 나타난다. 부분적으로 밧줄도 설치된 까다로운 암봉인데 이 곳도 힘겹게 기어 오른다. 힘은 들어도 암봉 위에서 바라본 조망은 일품이다. 시든 단풍이 벌겋게 가을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단풍 위의 암봉들은 북한산이나 도봉산의 거대한 슬랩같은 웅장한 모습은 아니지만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섬세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관악산을 여태까지 열 번 이상 올랐지만 코스를 달리 하니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몇 개의 암봉을 오르고 내렸을까? 시각은 12시 40분이 넘었는데 연주대까지 거리상으로는 2.7 킬로미터 남았고 시간상으로는 80분이 걸린다는 이정목에 도달한다. 이정목이 있는 곳은 헬리포트가 있는 넓은 평지다. 연주대 쪽으로 가지 않고 헬리포트를 지나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막다른 곳에 외따로 서 있는 암봉으로 향한다. 암봉에 올라 잠시 주위를 조망하다가 발길을 돌려 다시 연주대로 향하니 13시 3분에 낙성대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사거리의 암릉길 입구 - 우측길은 암릉을 우회하는 길.


암릉 기어 오르기가 시작되는 곳.


계속되는 암릉 기어 오르기.


첫 번째 헬리포트와 막다른 곳에 외따로 서 있는 암봉.


낙성대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삼거리에서 삼분 만에 하마바위가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십분 만에 이름처럼 넓지는 않은 마당바위에 도착한다. 마당바위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두 번째 헬리포트에 도착하니 13시 55분. 14시 3분에 연주대까지 20분이 소요되고 연주암까지는 40분이 소요된다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삼거리에서 삼분 만에 나오는 하마바위.


그리 넓지는 않은 마당바위.


두 번째 헬리포트.


연주대로 가는 험한 암릉길과 연주암으로 가는 편한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


 삼거리에서 10분 정도 암릉을 오르니 좌측의 뒤쪽에 바위문이 보이고 사람들이 그 바위문을 통과하고 있다. 자신이 관악문을 지나친 것을 알고 거꾸로 관악문을 통과해서 사진을 찍고 다시 관악문을 지나서 사진을 찍는다. 오래 전부터 관악산을 다니면서 이제야 이 곳을 본다고 생각하니 내심 실소가 나온다. 관악문을 지나 10분 쯤 암릉길을 오르니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낭떠러지의 로프지대가 나온다. 긴장이 되지만 위험한 한두 군데만 조심해서 오르면 된다. 로프지대보다는 그 위에 설치된 쇠사슬이 더 안전해 보여서 암릉을 약간 더 올라가 쇠사슬을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쇠사슬을 잡고 오른 후에 조금 더 암릉을 오르니 드디어 낯익은 관악산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니 지적삼각점이 설치된 관악산 정상이 나타나고 눈 앞의 기상관측소와 약간 먼 쪽에 KBS 송신소가 보인다. 그리고 정상의 암릉을 내려가니 이 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큰 정상표시석에 관악산 - 해발 629 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10시 25분에 사당역 출구를 나와서 14시 49분에 관악산 정상에 도착했으니 거의 4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오늘 점심은 연주암에서 공양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12시부터 14시까지 주는 점심 공양은 너무 늦어 포기한다.


관악문 입구.


관악문 출구.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 - 낭떠러지의 로프길 1.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 - 낭떠러지의 로프길 2.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 - 낭떠러지의 체인길.


드디어 지적삼각점이 설치된 관악산 정상.


KBS 송신소(좌측)와 기상관측소(우측).


관악산 정상표시석 - 해발 629 미터.


 정상의 노점에서 얼음물 500 밀리리터를 2천원에 산다. 추울 걸로 예상해서 보온병의 음료수도 뜨겁게 준비했는데 의외로 날씨가 따뜻하여 차가운 얼음물이 마시고 싶게 된다. 정상에서 15분 쯤 있다가 연주암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는다. 잠시 계단을 내려가다가 중간에 말바위로 가는 우측길로 올라간다. 말바위는 위험한 암릉이지만 우회로가 있어서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양 옆이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통과해야 한다. 말바위를 지나서 깔딱고개로 내려오니 작년 가을까지는 없었던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다. 아무래도 오르내리기에는 좀 더 편하겠지만 자연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좀 서운한 일이다.


말바위 1.


말바위 2.


말바위 통과 직후 뒤돌아 본 말바위.


연주대.


깔딱고개의 새로 설치된 나무계단.


 하산하지 않고 삼성산으로 가기 위해 오르막 입구에 노점이 자리잡고 있는 암릉으로 오른다. 한 봉우리의 정상에 올라 평평한 곳에서 점심 대신 싸 온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먹는다. 그리고 그 다음 봉우리인 신선대의 용상바위를 좌측으로 우회해서 내려가니 3일 후의 산행시에 확인한 학바위능선길이 나오고 그 길로 진행하지 않고 좌측으로 진행하니 KBS 송신소 사거리가 나온다. 저 멀리로 팔봉능선이 보이는데 학바위능선과 두 능선 사이의 계곡 등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신통한 대답은 나오지 않고 거리가 멀어서 이 시각에는 가기 어렵다고 하는데 저 멀리로 철탑이 설치된 삼성산 정상이 괜시리 원망스러워진다. KBS 송신소 사거리의 이정목에는 한 쪽은 연주암과 기상대로 가는 길이고 그 반대쪽은 팔봉능선과 안양유원지로 가는 길이라고 표기돼 있을 뿐, 학바위능선이나 계곡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사거리에서 초입에는 계곡길과 같은 방향으로 추정되는 팔봉능선과 안양유원지 쪽길로 내려가려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결국 연주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해서 과천 시흥향교로 내려가기로 작정한다. 돌계단길을 내려가서 조선 태종(이 방원)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의 영정을 모신 효령각을 지나니 바로 연주암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매우 낯익은 길이다.

 연주암에서 돌계단길을 내려가다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니 전에는 수십 미터 아래의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배설물이 떨어지는 광경이 내려다 보이던 끔찍한 재래식 화장실이 깔끔한 수세식 화장실로 변모해 있다.


우회한 신선대의 용상바위.


KBS 송신소 사거리의 이정목.

 

KBS 송신소 사거리의 연주암으로 내려가는 길.

 

조선 태종(이 방원)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의 영정을 모신 효령각.


연주암의 대웅전과 삼층석탑.


연주암에서 과천 시흥향교로 하산하는 돌계단길.


 15분 쯤 내려가니 첫 번째 약수터가 나온다. 물맛이 그런대로 괜챦다. 10분 쯤 더 내려가니 두 번째 약수터가 나오는데 이 곳의 물은 말라 있다. 관악산은 지릉길은 거의 볼 수 없는 바위산이다. 암릉길과 먼 옛날 선조들이 땀흘려 만들었을 돌계단길의 연속이다.


첫 번째 약수터.


로프가 설치된 암릉길.


말라버린 두 번째 약수터.


돌계단길은 계속 이어지고...


 두 번째 약수터에서 10분 쯤 진행하니 장황스러운 설명이 적힌 두 개의 표지판이 설치된 전망 좋은 바위가 나타난다. 이 곳은 내가 관악산에 올 때에는 꼭 쉬어 가던 곳이다. 계곡과 계곡을 흐르는 계류의 소리, 능선과 함께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최소한 한번 이상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갖고 온 모과술을 몇 모금 마시며 이십분 정도 앉아서 쉬고 있으니 주위가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이 때 쯤에 내려가면 날머리인 과천 시흥향교로 내려갈 때 쯤에는 완전히 어두워진다. 어둠이 짙어가는 돌계단길을 느긋하게 내려간다.


전망 좋은 바위.


전망 좋은 바위에서 내려다 본 계곡.


전망 좋은 바위에서 올려다 본 능선.


어둠이 짙어가는 돌계단길.


 전망 좋은 바위에서 십여분 쯤 내려가니 전에는 없던, 새로 설치된 나무계단길이 나온다. 걷기 편하긴 하지만 꼭 이렇게 불필요한 나무계단을 설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자연 그대로의 등로를 잘 정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위험하지도 않은 등로에 이런 시설물은 자연미를 훼손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망 좋은 바위를 떠난지 30분 만에 관악산 날머리인, 과천 시흥향교 밑에 설치된 나무다리에 도착한다.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고 18시를 막 지난 시각이다.

 다리를 건넌 후의 삼거리에서 우측길로 가서 과천 정부종합청사역 부근까지 걸어 내려가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전철로 집에 오니 20시가 다 됐다.


새로 설치된 나무계단길.


나무계단길을 벗어난 돌밭길.


관악산 날머리 - 과천 시흥향교 밑의 나무다리.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