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랏한지 마을 뒷 고개마루에서 바라본 회남면 산수리 주변의 모습
대청호 둘레길 제3구간 - (문의면 마동리~보은군 회남면)
마동창작마을~묘암~염티재~소전리 벌랏마을~거구리~남대문~ 회남 남대문 공원 (도상거리 10.8km 소요시간 6시간40분)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먹을까 하고 찾아간 산골마을 구멍가게엔 아이스크림통은 있었지만 정작 아이스크림은 없었다. "왜 아이스크림이 없어요·" "애기공장들이 다 서울로 가서 안 갖다 놓아요" 한바탕 웃어 넘겼지만 씁쓸한 현실이었다.

누구나 힘든 농사일 하기를 싫어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시로 떠나간 까닭으로 젊은이들이 없는 산골마을엔 당연히 아이들이 있을리 없고 아이들이 없음으로 없는건 아이스크림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멈춘 학교 아이들이 없어 폐교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학교 또한 농촌과 산골마을의 현실이다.

수많은 추억을 안고 한시절을 풍미했던 학교들이 흉물스레 폐허화되어가고 있는 폐교의 문제는 또다른 문제거리가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폐교를 이용한 다양한 활용방안으로 또다른 생활공간으로 다시 모습을 갖추어가는 곳이 많다.

 
마동 창작마을 오픈스튜디오(OPEN STUDIO) 행사를 알리는 팜플릿
그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진 곳이 문의면 마동리 소재 마동 창작마을이다. 마동창작마을은 폐교된 회서초등학교 자리에 촌장 이홍원 화백을 비롯하여 나무조각가 송영익님. 돌조각가 송일상님. 도예가 유재홍님.

유필무 전통붓 장인등 5분의 예술인들이 임대하여 작품 활용공간으로 이용하는 곳으로 툭툭 던져진 듯 돌비 하나 낙서하듯 써놓은 글귀 하나 무심히 피어난 풀씨 하나 그 모두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발길이 멈추어지는 건 정숙과 관망만을 강요당하는 전시회장이 아닌 우리집 뒤울같은 친근함이요 정겨움이다.

때마침 그곳에선 6월16일 부터 23일까지 "오픈스튜디오"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찾는이들에게 작가들의 작업공간, 창작과정, 작품을 모두 보여주는 행사로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고 또한 마음에 드는 작품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염티재에서 소전리 벌랏한지마을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탐사대원들
대청호 둘레길 3구간은 문의면 마동리 마동창작마을을 시작으로 마장이 마을과 묘암마을을 지나 묘암천을 따라 이어진 임도로 능선에 오른뒤 염티재 너머 소전리 벌랏마을을 들른뒤 거구리와 남대문리를 거쳐 회남으로 잇는 10.8km거리의 트래킹 코스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마을길과 작은 계류를 따라 이어진 비포장 임도는 진행상 어려움은 없지만 염티재 치고오르는 산길과 소전리 벌랏마을에서 거구리로 넘어가는 산길은 녹음기 우거짐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문의 IC에서 청남대 방향으로 가다 괴곡삼거리에서 좌회전후 509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문덕교 지나 묘암.마동 방향 진입로로 들어가면 마동1구 마쟁이 마을 입구 첫머리에서 만나게 되는 곳이 마동창작마을이다. 도장처럼 각인된 마동창작마을 돌비가 인상적이다. 둘레길의 시작은 마동창작마을을 둘러본 뒤 마동1구 마을회관앞에서 묘암리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는다.

울창함이 드리운 숲길은 아늑하다. 옛길의 흔적이 남아있는 미암고개를 지나자 울창함이 걷히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듯 옹기종기 마주한 마을과 들녘이 펼쳐진다. 묘암리다.(마동창작마을에서 1.6km 34분 소요) 난장이 담장너머 남루한 서정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마을의 정취는 울도 담도없는 마을 인심을 말해주듯 허물없다.

 
- 80대 할머니와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19세에 시집와 평생을 사셨다는 80대 할머니는 공기좋고 묽맑은 사람살기 좋은 동네라고 마을 자랑이 대단하시다. 묘암리 마을회관 앞으로 흐르는 묘암천을 건너 둘레길은 묘암천을 따라 골짜기로 이어진 임도따라 이어진다. 골짜기를 가운데 두고 이쪽저쪽 지형을 이용하여 염소를 방목하는 곳이라 하여 염소골이라고도 불리워진다는 골짜기의 작은 계류는 워낙 물이 맑고 깨끗하여 버들치의 서식지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계곡의 규모는 크지않지만 아기자기 하다. 사방댐으로 막아놓은 산중 소류지의 정취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는 한적함을 채우는 건 나뭇잎 사이 비집고 들어온 햇살과 틈새 바람 골짜기를 적시는 물흐름 소리뿐이다. 산길로 숨어든 햇살은 보석처럼 빛난다. 골짜기가 깊어질수록 대단위로 형성되어있는 오미자 단지는 청정의 그늘아래 철들어 간다.

최근까지도 공사중이었던 임도는 능선 아래에서 흐름을 멈춘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둘레길은 잠시 숲으로 접어든다. 우거짐으로 길이 없을것 같은데 막상 숲으로 들어서니 희미한 듯 길은 이어져 있다. 그래도 울창함을 헤치며 오르는 길은 힘겹다. 능선이다. 그곳에서 둘레길은 염티재 방향으로 난 우측능선을 따른다. 좌측 능선은 먹치와 흑령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이다.

염티재다.(묘암에서 3km 1시간58분 소요) 청원군 문의면 염치리에서 보은군 회남면 만마루와 남대문리에 이르는 고개로 서해안쪽에서 금강을 소급하여 온 소금을 짊어지고 회인과 보은으로 향하던 길에 넘어야 했던 '소금고개' 또는 '소금재'다. 해발고도 290m나 되는 고도감을 극복하는 일 자체가 투쟁같았을 옛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닮은듯 구불구불 휘감아 도는 고갯길은 처절하다. 옛사람들은 전쟁같은 삶을 위해 고개를 넘었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쟁같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고개를 넘는다. 싸이클 동호인들과 사진동호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소전리 벌랏한지마을 연못가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는 대원들
염티재를 넘어 둘레길은 소전리 벌랏마을로 이어진다.(염티재에서 1.7km 1시간24분 소요) 샘봉산 아래 대청호숫가에 자리잡은 벌랏마을은 사백여 년 전 임진왜란 당시 난리를 피해 들어와 화전을 일구면서 정착한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마을로 전해진다. 마을전체가 골짜기를 따라 형성되어있는 관계로 주위가 대부분 밭이고 논은 거의 없다. 수몰전 금강의 벌랏나루가 있어 지금의 벌랏마을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수자원 보전지역으로 신축된 건물이나 개발이 없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청정지역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고 소박한 마을이다.

 
- 소전리 벌랏한지마을 동물나라 김대연씨가 황구렁이를 탐사대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한지공예를 하는 이종국씨 부부가 들어와 정착하면서 그분의 생활과 한지사랑이 매스컴으로 알려지면서 벌랏한지마을이 많은이들에게 알려졌고 민박집도 몇군데 생기고 체험장도 이용객들이 많다고 한다. 평상시엔 문이 닫혀있어 체험관 예약은 필수이다. 염티재에서 넘어서면 바로 소전리 벌랏마을로 내려설 수 있지만 차량을 이용한다면 구비구비 산길을 한참이나 달려야 들어갈 수 있는 산골오지마을이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가꾸어진 자연생태마을은 갖가지 편의시설과 야생화 단지, 벌랏나루등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 남대문리 마을 길을 따라 3구간 종착지인 남대문공원으로 향하는 대원들
소전리 벌랏마을을 나와 둘레길은 거구리로 넘어서는 산길로 들어선다.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가는 산길은 희미한 듯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고 여지없이 잡목은 성가스럽다. 골짜기를 벗어나니 거구리 다. 거구리에서 잠시 509번 도로를 따라 염티재 방향으로 이동을 하면 남대문 마을 진입로 좌측으로 맑은물이 흐르는 계곡과 아름드리 느티나무, 돌탑이 서있는 서낭고개다. 가던걸음 멈추고 잠시 맑은 계곡에 발담그고 쉬었다 가고 싶어지는 쉼터이다.

 
- 3구간 도착지인 남대문공원에서 시원스레 펼쳐지는 대청호를 바라보는 대원들
둘레길은 서낭고개를 내려선뒤 남대문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푸른수면을 걸터앉은 남대문교 너머 대청호가 크고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모습을 나타낸다. 수면과도 같은 잔잔함이 마음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대청호 둘레길이 주는 선물이다.(소전리 벌랏마을에서 4.5km 2시간44분 소요) -후원:네파청주직영(043-260-8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