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데도 우이령 숲길을 걸었다.

한국해설연합회 설립 기념 제1차 숲길 걷기대회의 초청을 받은 것.

 40년 전 북한의 124군 부대가 이곳 우이령을 통과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한 후

출입을 통제하면서 기동경찰대와 군부대가 주둔하게 된 것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길, 그곳이 우이령 숲길이다.

그 덕에 아직도 여기는 자연 그대로 보존된 서울의 허파에 해당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우산을 챙겨 아침 9시 반경 그린파크 앞에 가보니 벌써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10시가 되면서 참가인원이 30여명으로 불어났다. 10시 30분 육모정 삼거리까지 가서

 서울대공원의 황기홍 숲 해설가는 길가에 보이는 나무와 풀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길섶에 자주 보이는 단풍나무 잎을 가리키며 잎의 날개가 9,10개로 갈라진 것은

당단풍이고 5,6개로 갈라진 것은 그냥 단풍이라고 한다.

 

다음은 소나무. 우리 선조들의 주거생활에 필수품이던 재목이었고 관으로

 만들었으며 경복궁, 창덕궁 등 왕궁을 지을 때 쓰는 황장목을 키우던 황장금표

표지석 이야기도 해주었다.


 

  어느새 11시가 다 되었다. 경찰통제선 초소 앞에 도착했다.

30명이 두 팀으로 나누어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좁쌀 같은 꽃잎이

비를 맞아서 축 늘어져 있다. 망초란다. 망초는망초냐?

원래는 미국의 정원수로 키우던 꽃인데 귀화식물로 우리나라에 퍼졌다고 한다.

해방 이후에 공항이나 항구 기차역 하치장에서 화물운송 박스에 씨가 묻어 들어온

 것이란다.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 농민들이 곡식을 다 망친다고 해서 ‘망할 놈의 풀’ 망초라고 한다.


 

  우이령 고갯길이 이제 급경사며 좌우로 휘돌아 나있었다. 숨이 찰 정도다.

부슬비는 오락가락 한다. 건강한 환경을 위해서 나무가 있어야 하는데 숲은

수자원이란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1200㎜인데 비가 오면 나무가

흡수해서 증발시키기도 하지만, 땅 속으로 들어가 저장되어 있다가 서서히

 1년 내내 물을 내려줘서 식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하고 나무를 키운다.

이런 물의 양은 소양강 댐의 4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수자원이 된다고 한다.


 

12시 정각이다. 드디어 우이령 고갯마루에 도착했다.

여기서 더 이상은 못 간다. 반대편 쪽은 양주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쉬웠지만 군대 통제선과 벙커를 뒤로 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숲 해설가의 친절한 도움으로 새로운 사실을 새롭게 배우고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으며 즐긴 유익한 하루가 된 것 같다.

=================================================일죽 산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