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1일 새벽4시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곤하게 자고 있는 집사람을 흔들어 봅니다.

  이미 습관이 되어버렸나보다....

  잠이 묻어있는 얼굴로 주섬주섬 도시락 준비를 합니다.

  참치캔에 김치를 넣고 볶고 있나봅니다.

  챙겨두었던 배낭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우모복을 넣을까 잠시 망설이다 내려놓습니다.

  집사람이 싸주는 도시락과 더운물을 챙겨넣었습니다.


 

  모자를 깊숙이 쓰고 현관을 나섭니다.

  찬바람이 훅 달겨드네요.

  무심히 하늘한번 쳐다보고 장갑을 끌여당겨 손목을 덮었습니다.


 

  5시45분 안내산악회 차가 홈플러스를 출발합니다.

  얼마나 깊은 그리움일까

  신열을 앓게했던 겨울설악

  눈을 감으면 한계령이, 공룡의 등줄기가 울렁이며 멀미처럼 다가옵니다.

  언제쯤 알게될까요 이 그리움의 끝을..


 

  10시15분쯤 한계령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날씨가 찹니다.

  잠깐 바지내의를 입지 않고 온 것을 후회하면서,

  올려본 정상이 온통 하얗습니다.

  해가 더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아이젠과 스패츠를 할 여유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오름길로 들어서는 계단을 올랐습니다.

  10분정도 진행 후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합니다.

  러셀은 되어있었지만 습기없는 보드라운 눈으로 인해

  보행은 무척 불편합니다.

  눈이 계속 발목깊이 빠지는 길을 걸어

  한계령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귀떼기청봉쪽으로 흘깃 미련의 눈길 한번보내고..

  서북능선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서북능선은 상고대가 아름답군요

  고도를 높힐수록 상고대의 두께는 두터워지면서 서북능선의 지루함을 잊게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상고대에 눈을 때지못하다가..

  우연히 돌아본 풍경...

  한동안 발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상고대와 바위와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

  여기서 돌아보지 못했다면...

  저 풍경을 보지 못했으리라

  그래 우리네 인생도 이러하리라

  때를 놓치지말고 무시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여전히 눈길은 깊어 발목을 붙잡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서북능선에

  끝청은 그렇게 엎디어있었습니다.

  끝청의 정상은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는군요

  자켓을 걸치고 도마령쪽을 조망해봅니다.

  흐린 날씨탓으로 조망은 좋지않았습니다.

  끝청에서 증명사진 한 장찍고 중청으로 진행합니다.

  우측으로 가까이 다가온 대청봉에 산님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중청산장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꿈틀거리는 공룡을 바라보았습니다.

  공룡의 거대한 몸통이 운무에 가려서 꿈틀거리고..

  중청휴게소는 무척이나 한가롭습니다.

  산님들이 커피도 끓여마시면서 마치 오수를 즐기는 듯 합니다.

  이제 곧게 아스라이 보이는 외길을 통해 대청에 올라섭니다.

  대청에서 사방을 조망해 보았습니다.

  언제나 설악은 다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자주, 쉽게 올 수가 없기에

  그렇게 보고싶었던 대청에서서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버리고 왔을까...

  버리고 온 무게만큼 채워주리라....

  느낄 순 없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덜어내고 채워가는 만큼 내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리라는 것을..

  속으로 나직이 몇 번이고 외워 보았습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이제 하산을 해야합니다.

  계획된 오색으로 2시간 넘어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야합니다.

  오색의 눈은 서북능선의 눈과 달랐습니다.

  오색은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돌이라도 던지면 깊게 출렁일 것 같아..

  수천년 이어온 고요가 두려워

  발걸음을 가벼이 움직입니다.


 

  멀리 주차장이 보이는곳, 설악에 어둠이 들고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