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06. 1. 31 (화)
산행지: 금정자락 - 백양산 (부산)
산행시간: 5시간

설 명절 연휴 기간동안 어쩌면
모처럼 부부산행을 할 수 있단 기대에
무슨 巨事라도 도모하는 양 요리조리 재어 보았지만
무리한 업무끝에 오래 감기까지 달고있는 환자를
어찌할 수 없어 끝내 아쉬운 맘으로 계획을 접었지만
마음속엔 남모르게 짝사랑이라도 하듯
산을 향한 애모의 정이 솔솔 피어나고--

1월 마지막 날, 출근하여 마감만 짓고선
독수리가 먹잇감채듯 황망히 또 집을 나선다.(12:20)
밤사이 고요히 겨울비가 내린 뒤라
하늘은 여전히 짙은 잿빛이지만 이 참에
누군가가 운치있다며 권하던 우중산행을
오늘은 감행해 보리라 결연히 마음을 다잡는다.
항시 출동준비중인 배낭에 우의와 랜턴을 확인하고--
짜박짜박 걸음걸어 당도 할 수 있는 산이
지척에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 지!
--소나무 숲에서의 시간은 낡지 않고
  소나무 숲에서의 시간은 병들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윤기잃고 서걱대던 凍土에 단비까지 나렸으니
침묵의 땅 속 깊이 몸사린 뭇생명들이
축제의 봄 기다리며 수런수런 들썩대듯하고,
쉬엄쉬엄 편한 걸음 잇는데 새삼 힘겹다.
설날 양푼 째 나물 듬뿍 넣어 비빈 밥을
동서랑 겁 없이 퍼먹은 결과인가?
“그래, 뱃살아...1키로만 빠져다오...”

30분을 땀내며 올라 철탑 우뚝 선 주능선에 다다르니
하늘은 오히려 구름이 옅어져 시가지가 한 눈에 쏘옥 들어온다.
우람한 송림우거진 구민의 숲엔 솔향이 진동하고
바닥엔 물기 머금은 솔잎이 황금색 양탄자마냥 고운데
여전히 오늘도 까치떼가 지절댄다.
쇠미산 아무르산개구리 보호지역
이 겨울에 요란한 울음소리 의아하여
가까이 발길 옮겨 물웅덩이 다가가니
울음소리 뚝 그치고 푸드득 꿩이 비상!
개구린지 도룡뇽인지 알다발도 눈에 띄고
무슨 연유인지 세 마리의 개구리가
허연 배 드러내고 물 위에 둥둥 떴다.(13:40)

불태령이 위용을 드러내고
안개가 마루금에 걸려있다.
갑자기 싸늘해진 공기가 감지되고
나무 계단 길 내려서며 여유로이 세어 본다.(145개)
네 갈랫길에서 직진하지 아니하고
일부러 右로 꺾어 만덕 쪽을 향하니.(14:05)
짧은 시간 더 많이 걷고자 함이다.
곧 나오는 세 갈랫길에서
만남의 광장향해 전진, 또 전진!
수 없이 지나친 만남의 광장에서
처음으로 만덕향해 걸음 이으니
백양자락 굽이굽이 돌고 휘돌아
불태령으로 오르기 위함이다.
백양산 등산도엔 제4쉼터까지
2.5키로, 40분 소요라 명시되어 있다.

제 1쉼터 도착하니(14:17), 나무 벤치에 운동시설
곧 지나친 샘터엔 물이 마르고
이 길은 짙은 적갈색 낙엽이 꽤 운치있다.
오가는 사람 하나없이
2,3쉼터가 어찌 지난지도 모른 채
제 4쉼터에 도착하니(14:39) 본격 오름길이다.
처음으로 잠시 쉬며 다섯 모금 물마시고
밤새 내린 비로 진흙탕 길 이어지니
설날 먹은 찰떡보다 더 진득허니
신발 바닥에 집요히 달라 붙는다.
김해평야, 낙동강이 조망되고
만덕, 화명, 금곡의 올망졸망 아파트들.
처음으로 산객을 만나니 하산길의 두 아낙네.
미끄러워 쩔쩔매며 홀로산행 날 걱정한다.

20여분 오름끝에 불태령(611m)에 당도하니
금새 하늘이 어두워지며 바람이 쌩쌩 불고
짙은 안개 에워싸니 한 치 앞도 안보인다.
반대방향으로 한 번 밟은 길이길래
조심조심히 앞으로 나아가니
돌탑이 나오고 바람은 맹렬하다.
집채만한 암봉지나 칼날 등 밟고서서
다시 나아가서 철탑을 지나고
펄럭이는 깃발 소리와 함께 돌탑이 반기니
백양산 오름길의 주능선길이다.(15:45)
"드디어 불태령을 벗어났구나."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언제나 인파들로 북적대던 길을
오가는 이 하나없이 홀로 걷는다.
앞도, 뒤도, 옆도 오로지 안개 뿐!
갑자기 무거운 침묵이 부담스러워
목청껏 타령을 풀어 놓는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처음 백양산을 찾았을때
금정에 가려 빛잃은 보석을 발견한 듯
그 느낌은 강렬했고 또 아기자기했다.
크고 작은 너댓 개의 봉우리를 넘으며
제법 발 품 팔아야 오를 수 있는 곳.
돌탑위에 자그마한 표지석 백양산 642m! (16:00)
날이 흐리다고 아무 준비없이
백양산 올랐다는 부부 한 팀 만나
물 청하는 부인에게 물병을 전하니
물 맛이 넘~ 달다며 미소가 번져난다.

질퍽질퍽 하산길 이어지고
다시 左로 꺾어 성지곡으로 흐른다.(16:15)
흐린 하늘, 짙은 안개, 침묵하는 숲
홀로이 스틱 장단 곡조 읊조리며
바지런히 내려오니 흔치않은 대나무숲 지나고(16:36)
굽이굽이 산허리 돌아 아래로 아래로 향하니
제법 산객들이 지나고 더러는 올라온다.
상수원보호구역 철조망지나 임도를 건너
당감동으로 하산하니 아직 빛이 남아있다.(17:40)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다 넘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