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산행은 처음이었다.
물론 불가피하게 야간에 산행을 한적은 있었지만,
작정하고 야간에 산에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야간산행은 몇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정말 최고로 멋진 산행이 될 수 있다.
일단 산행하기 좋은 날씨면 좋고, 구름이 없고 달이 밝게 비춰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런 조건이 다 갖춰진 날이 바로 5월 5일이 시작되는 자정이었다.

달도 보름달이었고, 구름도 없었다.
그야말로 휘영청 밝은 달이, 어두컴컴한 산에서 등대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다만 바람이 조금 세차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하지만, 이정도야..

햐튼 밝은 달을 보면서 야간산행을 해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일단 코스부터 잡고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날을 새야 될것 같아. 조금은 잠을 줘둬야 할것 같아, 10시 반쯤 눈을 붙였다.
그리고 딱 일어나니 0시다.


조금 늦었다.
부랴부랴 지하철로 나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11시 40분까지는 와야 북한산 시작되는 불광역까지 갈 수 있단다.
할수없이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일단 택시를 타고 강남역으로 갔다.
그곳에는 북한산 입구 우이동 가는 버스가 있다.
한데 그마저도 끊긴 상태다.

포기를 해야되나?
처음 하는 야간산행인지라, 산에 가는 것부터가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상계동 가는 좌석버스가 아직 있었다.

상계동이라면 북한산과는 그리 멀리 떨어진 동네가 아닌가..
적당한 곳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가면 될듯 싶었다.
결국 버스를 타고 다시 택스를 잡아타고 북한산 입구 우이동 도선사 앞까지 왔다.
시간이 벌써 2시가 넘었다.

도선사 앞 슈퍼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속을 채웠다.
산행을 하기위해선 무엇보다 속이 든든해야 한다.

도선사 옆길로 해서 용암문쪽으로 올랐다.
역시 야간산행이라 그런지 달이 밝긴 했지만,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는데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눈과 감각 모두 활용해야 제대로 오를 수 있는 것이 야간산행이다.
더구나 달빛 하나만 믿고 랜턴 이런거 준비 전혀 하지 않았다.


나의 등산원칙은 아니지만, 될 수 있는한 가볍게 오르는 주의이기때문에
자질구레한거 전혀 안갖고 간다.
하나 구입한다 한다 하면서도 갖고 다닐게 없어 아직도 베낭이 없다..ㅡ.ㅡ''
윈드자켓 주머니에 김밥 한줄과 생수한통, 빵 하나 넣어가지고 간게 전부였다.

달빛이 길을 비춘다는 것은 산행을 하면 알수 있다.
대도시의 불빛에 익숙해진 우리는 달빛의 의미가 퇴색해졌지만,
문명의 이기가 없는 산에서는 달빛은 그야말로 나의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이다.

용암문에서 대동문을 거쳐, 대성문, 대남문, 북한산성을 따라 쭉 갔다.
이번 산행에서 북한산성 성곽위로 다닌 특권을 누렸다.
보통때 같으면 성곽위로 다니면 벌금이 있어, 갈 수 없었으나,
성곽위로 가는게 편했고, 길도 이 성곽으로만 가면 잃지 않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하지만 북한산은 길을 잃을 위험이 전혀 없는 곳이다
나는 북한산 아무데나 떨어뜨려놔도 길을 찾아 갈 것 같다.
나는 그래서 북한산을 우리집 뒷동산이라 부른다.^^
조금 지나친 자만감이라 생각되긴 하지만, 나에게는 별로 부담안가는 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담안간다고 그저그런 산이 아니라, 정말 멋진 산이다.
올 한해는 북한산 곳곳을 답습하여 북한산 마스터가 되고자 한다.


일출은 문수봉 정상에서 맞았다.
사실 북한산에서는 제대로된 일출을 볼수가 없다.
경주 토함산에서처럼 저 멀리서 동그랗게 태양이 떠오르는 그런 멋진 일출을 볼 수 없었지만,
그런데로 풍취가 있었다.
이때까지 산행시간은 3시간정도 그동안 사람을 전혀 보지 못했다.
휴일만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이곳이 지금 아무도 없고, 나홀로 존재한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그런 사색도 잠시 해보았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잘 풀리지 않는 화두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을 죽을때까지 하다가 가는 가는 것일까?

정말 알고 싶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속시원한 대답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ㅡ.ㅡ;;

동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 멀리서 산행하는 사람이 보인다.
가까이 와서 물어보니, 그들 역시 어제밤 11시 불광역에서 출발한 야간산행팀 이었다.
승가봉, 비봉, 향로봉, 수리봉 구간은 군데군데 암벽을 타는 곳이다.
한동안 자주 왔던 곳인데, 요즘 구파발에서 시작되는 릿지 코스를 다니느라 오랫만에 왔다.


그동안 암벽 실력이 늘었는지, 예전에 그렇게 긴장하며 오르내렸던 곳인데,
별로 어려움 없이 가볍게 잘도 가게 된다.

비봉에서 암벽을 타고 내려오는데 등산하는 한 아주머니가 그런다..
"산 잘 타시니네요.."
흐뭇흐뭇.. ^___^


모든 산행을 마치고 불광역쪽으로 내려오니 오전 8시다.
근 6시간에 걸친 긴 산행이었다.
불광역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근처 목욕탕에서 잠시 눈을 붙인후 목욕을 했다.

사무실로 들어오니 점심 12시가 다 되어간다.
야간산행을 한 탓이진 오늘 저녁때까지 졸음이 계속 쏟아진다.
야간산행 그 맛에 길들여지면, 야간산행만 하게 된다고 하는데,
글쎄, 난 어떻게 될까?

햐튼 야간산행하려면 낮에 좀 충분히 잔다음,
한밤중에 쓸 힘을 비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밤중에 산길가는게 무섭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길을 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며 사람이 나타난다면 정말 무서웠을 것 같은데,
내가 산행한 중에는 물소리, 바람소리외에는
새소리, 동물소리 조차 들리는게 없는 아주 적막한 상황이었고,
또 처음하는 야간산행이라 긴장한 탓도 있었는지 무서움은 전혀 없었다.

어때요!! 다음번에 저와 함께 야간산행 떠나 볼까요? ^__^


▣ .... - 북한산 야간산행 적발시 벌금 50만원입니다.
▣ ?? - 50만원 만들어서요...
▣ 윤소년 - 2월달 대남문 백운대 도선사코스 야행한적있는데 긴장과 야광이 생생합니다
▣ 산지기 - 성곽위로 가느는 것은 벌금 10만원입니다,아저씨는 계속 다녔음으로,100만원입네다...조심혀쇼...
▣ 초행 - 야간 산행 그것 괜찮군요
▣ 물찬제비 - 지킬것은 지킵시다.
▣ 그물에걸린바람 - 산행기 잘읽고갑니다 야간산행은 정말 운치가있죠 달빛아래에있게되면 누구나 시상에 젖어있죠 근데 벌금은 내시야죠 내가공단에 아는사람이 있어서 잘 말씀드릴테니 10만원만 주십시요 ㅋㅋㅋㅋ
▣ 단속포졸 - 어럽쇼?? 님께선 야간운전 때 횡단보도에 보행자 없음... 그냥 통과하시겠네요.^^ 아깝다... 요번엔 내가 졸아서 적발 못했지만 다음엔 어림없다! ㅎㅎㅎ...
▣ 아무리 - 산행기에 위반 내용은 기록않는게 여러모로 좋고 예의입니다. 참고하세요
▣ dk - 당국에서 야간산행을 금지한 이유를 알아보시고 산행을 하시는게 좋겠지요.....한가지....산새들은 해지기전 잠자리에 들고 해뜨기전에 먹이를 찾습니다....님 때문에 많은 산새들이 놀랐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