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15 억불산(億佛山 518m) - 전남 장흥군

산 행 일 : 2004년 3월 9일 화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21분 (식사 휴식 1시간 15분포함)

평화1구 회관 <0:16> 억불약수터 <0:18> 큰 소나무 <0:39> 억불산 <0:08> 며느리바위 <0:30>
며느리바위 주위 일주 <0:15>억불산 <0:24> 큰 소나무 <0:11> 억불약수터 <0:25> 평화약수터

장흥읍 동남쪽에 위치하여 읍내를 굽어보고 있는 억불산은 높이가 518m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능선이 길고 부드러워 마치 고운 여인이 치맛자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걷는 것과 같은 형상이다.
옛날 봉수대가 있던 정상부에는 기암괴석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고 있고 특히 탐진강과 함께 장흥
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슬픈전설이 담긴 며느리 바위는 어린애를 업은 여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가까이 가보면
그 웅장함이 하늘을 찌를듯하고 20만평의 편백나무 숲은 산림욕장과 산책로로 최적이다.

'장흥의 명산'에서 소개한 안내도 등을 출력, 읍내로 들어가지 않고 4차선 국도를 이용하다보니
평화 마을을 찾느라 다소 지체하였다.
사자두봉으로 오를 수 있는 기산 마을 쪽으로 가다 국도 남쪽 밑으로 나란히 한 콘크리트 농로를
따르면 평화 마을로 가는 2차선 도로와 만나게 되는데 오른쪽에 있는 굴다리가 읍내로 통한다.

10 : 57 평화1구 회관 앞에 차를 세워두고 출발.
약수매점, 대웅전과 요사채만 있는 암자-하산 때 요사채 문지방 위에 걸린 사찰등록증을 보니 성
불사였다-를 차례로 지나 왼편에 10여 대의 차와 사람들이 보여 평화약수터로 여겨졌으나 그냥
지나쳐 길 좌우로 세워진 억불산이라 새긴 목장승과 등산안내도 50여m 전방 '억불산 정상 1.9km'
팻말이 있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돌이 박힌 오른쪽 넓은 길을 따랐다.

11 : 12 임도가 다시 나타났고 장흥 특산물인 표고버섯 모양의 몸통에서 흘러내리는 억불약수를
마시고 '병해 피해목 벌채지' 팻말이 있는 숲속으로 들어서니 키재기라도 하듯 쭉쭉 뻗은 편백과
소나무가 하늘을 가렸고 곳곳에 앉아 쉴만한 돌이 있어 삼림욕하기에 아주 좋겠다.
그러나 20만평이나 되는 편백숲의 맛보기에 불과함을 정상에 올라 알게 되었다.

11 : 25 병든 나무를 베어내 나무 심을 구덩이를 벌써 파놓은 가파른 길을 타고 간이 화장실이
있는 임도 삼거리에 이르자 승용차 한 대와 '억불산 순환임도' 표지석, 벤치가 놓인 터도 보였다.

11 : 31 장흥 고씨와 숙부인 제주 양씨 묘역 앞 귀퉁이의 큰 소나무는 그 분들의 후손이 심은 것
인데 '수령 200년, 높이 20m, 둘레 3.5m'로 1998년 8월 1일에 보호수로 지정(고유번호10-16-1-12)
되었다고 한다.
허름한 빈집 옆을 지나 폐타이어를 10개정도 두 줄로 깔아 올린 곳에 통신안테나 비슷한 것을 설
치한 컨테이너 철망 울타리 위에서 할아버지 한 분과 인사를 나누었고 고개를 들자 멋들어진 암
릉이 가로누웠다.

11 : 45 바위를 건너뛰고 비집기도 하고 네 발을 이용하여 암릉으로 오르니 천길 벼랑 아래로 펼
쳐진 편백수림이 가관이고 장흥 시가지 너머 수인산으로 부터 제암산, 사자산이 자태를 뽐낸다.
11 : 48 앞을 막아선 암봉을 향해 진달래 덤불을 지나고 남사면을 돌자 또 다른 암봉이 나타나는
등 재미가 절로 났다.

12 : 10 '억불산 연대봉. 해발 518m' 표지석이 있는 정상으로 올라서자 동쪽 바로 밑의 산불감시
초소에서 근무자가 나오며 반갑게 맞아준다.
바람이 차가워 초소 안으로 들어가 셋이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억불산 등산을 통제하지 않
는다는 말과 사자두봉 산불 때 산림과 직원 네 명이 소사 했다는 얘기, 며칠 전에 바로 내려다보
이는 조그마한 저수지 옆에서 발생한 산불로 표고목이 타버려 1억 5천만 원을 배상했다는 얘기
등 지루하던 차 말동무가 나타난 것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12 : 50 초소 앞에 배낭을 두고 며느리 바위를 둘러보려고 산죽 밭으로 내려섰다.
절터가 있는 바위 샘은 개구리 알이 자리를 차지했고 옆에는 돌집 흔적이 남았다.
12 : 58 낡은 밧줄이 불안해 보여 조심스럽게 내려가 며느리 바위 전설 표지를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것을 어기고 뒤돌아보는 순간 바위가 돼 버렸다"는 어렸을 적부터
수 없이 들었던 비슷비슷한 내용이다.

바위 위로 올라보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한 바퀴 빙 돌아 오기로 하여 비좁고 가파른 돌길을
내려가다 나무가지에 걸린 뜻밖의 표식을 만나게 되었다.
'전국/단독 1,200산 순례 중. 安山市 金正吉 ↗' 화살표를 보니 오르면서 매단 것이 분명했다.
"여보! 여기에 1500산 표식이 있네"
통천문으로 들어가던 아내에게 소리지르자 "전화 한 번 해보라"고 한다.
우선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표식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자 생면부지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와 처음으로 안부를 나누게 되었으며 "지금 점심밥을 먹는 중인데 영천 포항 쪽으로 떠날
것이다"며 아내를 바꿔주라고 하나 이미 굴속으로 들어가고 안 보였다.

서로의 안전산행을 부탁한 후 굵은 밧줄을 이용하여 통천문을 통과하면서 보니 굴속으로도 밧줄이
늘여져 있고 바위를 덮은 물이 얼어있는 빙벽이 너무 근사했다.
산죽이 진을 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표지가 세워진 곳으로 오르는 길은 돌멩이 밭으로 뒤따르는
이를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그런 길이었다.

13 : 28 절터 옆 바위에 올라,
13 : 35 거대한 며느리바위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13 : 50 정상으로 오르자 "걱정이 돼서 저기 밑에까지 내려갔다 왔다"는 근무자가 고마웠고 배낭
도 비울 겸 과일 통조림을 따 나눠 먹고 기념 사진 촬영도 부탁했다.
오늘 조망은 엉망으로 수인산 왼편에 있을 월출산은 물론 가까이에 있을 천관산도 안 보였다.

14 : 05 정상 출발. 조금 내려가다 오를 때는 못 봤던 1500산 님의 '1,043번째 산' 표식을 발견하
고 즐거운 마음으로 암릉길을 걸었다.

14 : 39 큰 소나무 밑에 이르러 메모하는 사이 앞선 아내가 화장실이 있는 임도에서도 안 보이자
편백숲을 급하게 내려가면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봤다"는 이가 하나도 없다.

14 : 50 억불약수터에서 기다리다 다시 편백 숲으로 오르락내리락, 아내에게 전화가 없는 것이 안
타깝고 15분을 안절부절못하다 평화약수터까지 갔다가 없으면 차로 오르기로 하고 뛰다시피 내려
가다 '정상 1.9km' 팻말이 있는 오른편 임도를 부지런히 내려오고 있는 아내를 보자 화가 나기보
다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큰 소나무 밑에 있는 네 가닥 갈림길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자신도 애를 태웠다고 하는데 작은 산
이어서 길 찾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불의의 사태를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15 : 15 평화약수터 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혼자 가지 마라" 당부하면서 비
상용 호루라기라도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山용호 - 장흥읍내에서 보면 뽀족한 바위가 늘 인상적인 산이죠..아직 오르진 못햇습니다만 함 가바야겟네요. 제암-사자산-일림산까지 철쭉철이 다시 그립습니다..
* 정상으로 다가 갈수록 아기자기하고 조망이 좋았으며 -날씨 탓으로 원경을 감상하지 못했지만- 진달래 나무도 많았습니다. 봄에 한 번 찾아 보십시오.
▣ 김정길 - 포항 영천지역의 고깔산,기룡산,시루봉,베틀봉,면봉산,보현산,부약산,봉화봉,침곡산.비학산 10개산을 둘러보고 토요일 밤에 귀가했습니다. 나는 남도대학 위에서 올라 억불약수터로 내려가 임도 따라 남도대학까지 걸었으니 완전히 헌 바퀴를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 다니기는 위험한 산이더군요, 친구님 부인 짱!!
* 수고 하셨네요. 그래도 보람은 있죠? 나는 언제나 모든걸 훌훌 털고 주유산하(?)를 해볼꼬. 나이는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더니 친구님의 표식을 보고 흥분했던 모습을 봤더라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