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회차 산행 첫째날

 

2011. 7. 30. 토요일

 

조침령터널(05:00)~조침령~쇠나드리삼거리~황이리삼거리~연가리골샘터~왕승골사거리(16:00)

 

<척산>, <고무신>, <오시리스>

 

 

 

백두대간길 3 회차 산행이다.

7월 29일 회사를 마치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배낭을 꾸린다.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몇가지 빠진 것이 있어

급히 슈퍼에 가서 빠진 것을 준비하고 양주도 한병 들고 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고무신>에게 연락이 온다.

지금 출발해서 가고 있는데 출발했는지 묻는다.

지금 나가는 중이라 말하고 정신없이 배낭을 들쳐메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서운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안해의 얼굴을 대하니

주말마다 산으로 향하는 나로서는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노포동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안해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

간단히 통화를 하고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가 출발할때 즈음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곳 저곳 다 찾아봐도 없길래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여 <척산>님 전화로

내 휴대폰에 전화를 해보니 신호는 가는데 받지는 않는다.

 

얼마전 심사숙고 끝에 휴대폰을 아이폰으로 바꾸었는데... 

아직 단말기 할부금도 거의 그대로 남아 있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 진다.

 

매표소에서 안해와 마지막 통화를 하고 그곳에 두고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안해에게 말하기 미안했지만 그래도 찾아야 하겠기에

 

안해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매표소에 전화를 해보라고 말하니

안해는 나에게 별 원망의 말 없이 휴대폰을 찾아 보겠다고 한다.

 

나는 안해에게 휴대폰을 잃어버린 사실을 말하고 

휴대폰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나니

 

마치 휴대폰을 잃어버린 사람이 안해인 것처럼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역시 어려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안해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안해에게 전화를 할 당시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생각이 난다.

배낭을 멘 상태에서 통화가 끝나면 당연히 배낭에 달린 휴대폰케이스에

전화를 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의 확실히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포항에서 잠시 쉬어갈 때 배낭을 찾아보니 역시나 그곳에 휴대폰이 있었다.

 

잠깐의 소동이지만 휴대폰은 나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

잃어버린 내 휴대폰을 누군가 줍게 되면 그것을 주인에게 돌려줄까?

아마도 안돌려 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다시 휴대폰을 사야하나?

 

그리고, 내가 그동안 휴대폰에 상당히 매여 있다는 사실과

안해가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사실도 느꼈다.  

 

이런 소동을 겪어서인지 양양으로 가는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양양에 도착하니 새벽4시경이다. 근처에서 순두부로 아침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러 조침령으로 간다.

 

5시경 서서히 여명이 틀 무렵 산행이 시작된다.

임도를 따라 30여분 오르니 조침령 표지석이 서 있는 곳에 이른다.

 

지난번 내려왔던 반대편 구룡령 방향으로 간다.

임도를 따르다 곧 산길로 접어드는데, 비와 이슬로 인해 나뭇가지가 촉촉히 젖어있다. 

 

쇠나드리 갈림길에 도착하여 잠시 쉬고

산행은 30분 산행후 10분 또는 그이상 긴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진행된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해 무척 졸립다. 걷다가도 갑자기 멈춰서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다.  

 

산길은 능선길이라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는 않다.

12시가 다 되어 연가리골갈림길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기로 한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어 타프를 설치한다.  

 

샘터표시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 식수를 떠 왔는데 계곡물이 엄청 차갑다.

한여름인데도 손이 시려워 손을 물에 넣기가 싫을 정도이다.

밥을 하고 된장을 끓이고 반주를 곁들여 맛난 식사를 즐긴다. 

 

<척산>님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했다.

차에서 잠을 자지 못하기는 했지만 식사를 한뒤 그자리에서 졸고 계신다.

식사를 마치고 <척산>님이 먼저 출발하시고,

우리는 뒷정리를 하고 뒤따라 간다.

 

식사후 몇잔 술을 마셨더니 잠이 더욱 쏟아진다.

가다가 도저히 졸려서 안되겠기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졸았다.

잠시 졸고나니 머리가 개운해진 듯해 다시 출발하는데

얼마가지 않아 다시 잠이 온다.

 

몽롱한 정신으로 그렇게 빗길을 걸어간다.  

  <척산>님과는 왕승골사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형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도에 표시된 왕승골사거리에 도착했지만 그곳엔

지표에 표시된 그런 야영터가 없었다.

 

다시 한참 내려가니 <척산>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왕승골사거리에 도착하니 <척산>님은 30분이상이나 기다렸다고 하신다.   

형님이 어느정도 기력을 회복하신 것 같다.

 

왕승골사거리 도착시각이 4시가 다 되어 오늘은 이곳에서

산행을 종료하고 하루를 묵기로 한다.

 

밥을 하고, 찌게를 끓이고, 햄을 굽고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는다.

가져온 양주로 한잔 하는데 술 향기가 그윽하게 느껴진다.

아직 절주를 해야하는 기간인데 다소 많이 마신 듯 하다.

 

9시경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