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써포터가 아닌 동료와 둘이서

               백두대간을 간다.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달빛을 벗삼아

              서울을 떠난지 세시간만에 죽령마루에 오른다

 

              밤바람이 차갑기는 하여도

              휘영청 대낮같이 밝은 달빛이 옅게 드리워진 안개와 함께

              오늘의 장도를 축하해주고 있나보다

             
 

              차량을 회수하는데 드는 경비를 줄이기 위하여

              릴레이식으로 산행을 하기로 한다. 다 같이 소백산 구간을 가야 하지만

              내가 한구간을 앞서가는 형식으로..

 

              간단한 아침간식을 만들어 먹고 4시 동료는

              달빛속의 소백으로 들어간다 나도 차를 몰아 고치령으로 간다

              산신각 앞 50미터만 남기고 깨끗하게 포장을 마쳐 이 구간을 가야하는

              우리의 산님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틀림이 없고

 

              어둠속의 고치령

              산신각과 무서운 표정들의 장승들도 여전히 우리의 대간길을 지켜주고 있고

              근자에 혼자 산에 드는 것이 자꾸 뒤에서 누가 잡아다니는 것 처럼 내키지않아

              어스름이 가실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깜빡 잠이 들었던가..

              밝아진 사위에 얼른 준비를 마치고 산신각 옆으로 난 대간길로 들어선다

              이슬에 젖은 풀잎들이 마치 빗방울 같은 물을 털어내지만 그리 대단하지는 않고

              시원한 바람을 등뒤에 얹고 마구령을 향하여 간다

 

              국립공원이라 이정표는 잘 되어있어서 걷는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달님은 아직은 사라지지 않겠다며 붉은빛을 사르고 갈대사이로 보이는 그림을

              한 컷 잡아보며 달님이 아무리 아직은 아니다라고 우겨도 밝아오는 아침에는

              견디지 못하며 제 스스로 물러날 즈음 헬기장에서 아침을 맞는다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은 마구령에 9시 조금지나 도착한다

              황소걸음 으로서는 괜찮은 시간^^ 이 속도를 유지하면 좋겠는데

              봉황산삼거리로 불리는 갈곶산에는 10시반이 되고 식사를 조금하고

              잠시 쉬었다가 걸음을 옮긴 것이 늦은목이에는 11시반이 되고

              그래도 괜찮은 시간입니다^^

             
 

              선달산을 오르는 길은 참 대단했습니다

              1. 7키로에 고도차 근 300여 미터! 황소걸음에게는 더욱 어려운 길이지요

            쉬며 오르며 그래도 1시간10분만에 잔디밭 대간종주대의 나무표식이 쓰러져있는

            선달산에 올랐습니다. 조금씩 걸어갈 때마다 남은 거리가 조금씩 줄어듭니다

            아직도 초보티를 벗지못한 나로서는 참 많이 걸어왔다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간길도 반이 조금 지났으니까요^^

이렇게 모자라는 체력과 결코 좋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여러사정과 그런것들을

감안하여 본다면 참으로 많이 걸어온 것이 됩니다

 

굳이 님의 말씀을 빌지않더라도 이 길을 걸어오며

너무 힘이 들어서 당장 그만두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 두번 한 것이 아닙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산님들을 몹시 부러워 했었습니다

그들의 체력과 그들의 의지를 부러워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이 부럽습니다

 

박달령을 향하는 걸음이 또 절룩거리기 시작합니다

선달산보다도 더 높은 이름없는 산봉우리에서 앉아서 쉽니다

좌충우돌.. 이렇게 대간을 가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내 발로 걷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이어나가고도 우리의 대간을 이어나갔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한 구간 뒤에서 오고있는 동료는 흐트러짐이 없는데.. 생각에 잠겨봅니다.

 

제법 암능이 자리잡고 있는 봉우리를 서넛 지나자 멀리

박달령의 헬기장이 보였다 사라집니다. 기울어가는 해를 보며 또 마음이 바빠집니다.

세시가 조금지나 박달령에 도착합니다 여전히 의젖한 산신각과 무슨 볼 일이 많은듯한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3키로 남짓이라는 옥돌봉이 엄청 높아만 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산림청의 표지가 잘 되어있습니다

또한 숲속에 멋진 쉼터를 만들어놓아 박달령 임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산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 눈에 뜨입니다. 마음은 바쁘지만 저도 잠시 앉아봅니다. 숲의 해설까지 아주 자상합니다


 

오르는 길의 시설도 잘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훼손된 산하를 복구하고 그 옆으로 기둥과 로프를 이용하여

산림보호와 안전시설을 동시에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겨울철이면 아주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들이지요. 높기는 하여도 쉬며 오르는 길이 부드러워서 옥돌봉

-여기서는 옥석산이라고도 합니다-에는 해가 서산에 걸린 4시반이 되서야 도착합니다.

얼른 사진 한장을 남기고 도래기재를 향하여 거의 뜀박질을 합니다.

 

어두워지는 길을 쏟아져 내려오는데 몇백년 된 철쭉나무를 보고가시라는 안내가

눈길을 끌지만 지금은 그저 내려가기만 바쁠 뿐 입니다.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달려온 보상으로 동료가 차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는 도래기재에는 어둡기 전에 도착합니다.

짧지않은 거리를 아무 사고없이 이었다는데 작은 행복을 느끼며

또 하루를 접습니다.

 

19일에는 도래기재-구룡산-곰넘이봉 으로 하여 예당리로 하산하였고

20일에는 화방재- 만항재 구간을 끝마쳤습니다. 큰재- 댓재구간을 마치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아직은 많은날이 남아있음에 또 우리의 백두대간이

아직 안가고 남은 곳이 있다는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3일간의 일정으로 죽령-화방재 구간을 종주한 동료 김남규씨에게

그리고 이 길을 걸었던 모든분들께 존경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