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북한산은 11번째다.
집사람과 둘째와 동행이다.
관악산, 청계산(옥녀봉), 인왕산은 같이 간 적이 있지만 북한산은 처음이다.
집사람은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관계로 비교적 쉽다고 생각되는 길을 선택했다.
일단 진달래 능선으로 올라 내려 올 길은 올라가서 정하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대동문이다.
진달래 능선은 지난 가을에 오른 적이 있는 길이다.

아무래도 혼자 다닐 때보다 늦다.
버스를 타고 우이동 종점에 내리니 벌써 11시다.
김밥 3줄과 음료수 그리고 쵸코렛을 샀다.
도선사 쪽으로 아스팔트 길을 오르다 보면 얼마 안가서 
좌측으로 진달래 능선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처음은 상당히 가파르지만 그것은 잠시고 곧 능선위로 올라서게 된다.
능선만 올라서면 평탄한 길이다.
가끔 오르막이나 바위를 지나야 하지만 북한산 탐방로 중 가장 쉽게 성문에 이르는 길이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소귀천 계곡이 물소리가 요란하다.

진달래 능선의 가장 좋은 점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잘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시작 할 때는 구름에 가려 보인지 않던 정상부가 곧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인수봉은 언제 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만경대의 동쪽 면도 이 능선에서 보면 잘 볼 수 있는데 하얀 바위가 인상적이다.
멀리 도봉산의 정상부, 오봉, 우이암도 아름답다.

진달래 능선은 완만한 대신 꽤 긴 능선이다.
중간에 여러 번 쉬고 참외도 먹고 쵸코렛도 먹고 쉬엄쉬엄 올랐으나
중간부터 지친 둘째가 얼마나 남았냐고 계속 보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다 왔다.’, ‘ 얼마 안 남았다.’, ‘ 고지가 바로 저기다.’등
격려 차원의 대답을 하게 된다.
‘다 왔다며. 이제 아빠 말 안 믿어.’라는 말을 2번 정도 들으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대동문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으나 장마 때문인지 조금은 한가해 보였다.
1시 10분.
집사람은 소귀천 계곡으로 내려 갈 것을 원했으나
얼마 전 극공명님께서 올리신 사진을 보고 구천 폭포가 보고 싶어졌다.
결국 초행길인  구천 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 시작. 
계곡의 물소리가 소나기 오는 소리와 똑 같았다.
조금 내려오자 작은 계곡이 나오고 그 다음 하산 길은 쉽지가 않았다.
바위를 쇠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데 바위는 물에 젖어 대단히 미끄러웠다.
더구나 둘째는 운동화여서 자주 미끄러졌다.

물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싶더니 구천 폭포다.
계곡에는 물이 많았고 물은 깨끗하고 차가웠다.
집사람과 둘째는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몇 분 안되서 발시리 다고 나온다.
구천 폭포는 작은 폭포 여러 개가 이어져 있다.
다시 얼마를 더 내려오니 또 폭포다.
둘째가 이번에는 아빠하고 들어가잖다.
발 벗고 들어가 열심히 물 싸움을 하다보니 발이 시려운 것도 몰랐다.

계곡을 따라 쇠줄을 잡고 내려오는데 
지금까지 보던 것 중 가장 크고 물이 많은 폭포가 나왔으나
카메라의 전지가 떨어져 찍지 못했다.

아카데미 매표소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보니 바로 앞이 버스 정류장이다.
다음에는 이 길로 한번 올라 보리라 결심했다.

오늘 북한산은 水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