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떼기청봉에서 바라 본 안산방향의 서북능
 
 
 아픈 12선녀와 서북능

 

 ◎ 산행일시 : 2006. 12. 30. 06:00 ~ 12. 30. 15:22 ....................... (09:22)

                    

 ◎ 산행구간 : 남교리 ~ 한계령.......................약 18.5km(이정목 거리)

 

            남교리12선녀탕입구(06:00) → 응봉폭포(06:56) → 봉숭아탕(08:05)

                → 능선끝쉼터(09:50) → 안산갈림길(09:58/10) → 대승령(10:22)

                → 1408.2봉(11:55) → 1456봉(12:24) → 귀떼기청봉(13:30/15)

                → 한계삼거리(14:32) → 한계령매표소(15:22)   ............... 09:22분

 

                                

 ◎ 산행자 : 늘빈자리

 

 ◎ 산행후기

 

 

겨울산행은 모름지기 함박눈이 내리는 날 눈을 맞으며 걸어야

얼어 붙어 닫혀진 마음에도 훈훈함이 감돌며 제맛이 나거늘

하늘의 뜻과 주어진 시간이 일치되는 행운을 얻기는 쉽지 않은 일.

 

지난주말 덕유산의 설경을 보고왔지만 설경에 대한 갈증이 풀리지가 않습니다.

설악사무소에 문의하니 공룡과 12선녀탕계곡의 럿셀이 되어있다는군요.

 

겨울이면 적어도 두어번은 가야하는 곳이 설악이라고 가슴에 새겨져 있기에

마나님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포기서린 눈빛을 뒤로하며 집을 나섭니다.  


 

 

 ▲ 산꾼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하는 내설악광장 부근의 싸우나

 

 

용인에서 영동을 거쳐 원주에서 중앙으로 방향을 바꾸어 홍천에 진입합니다.

예전에는 홍천에서 인제까지 2차선 도로여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지금은 고속도로 뺨치는 4차선 도로로 변모되어 달리는 기분은 즐겁기만 합니다.

 

내설악광장부근의 싸우나에 들어 수면을 청하지만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

잠을 설치다가 늦잠자는 바람에 5시가 되어서야 일어납니다.

 

에구에구.....4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해야 목적한 설악동까지의 진행이

가능한데 이넘의 잠때문에 이걸 어쩌누.........................

아침을 서둘러 먹고 들머리에 당도하니 6시가 됩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12선녀탕에서 설악동까지의 종주는 물 건너 같습니다.

한계령으로의 하산을 생각하고 차문을 나서며 온도를 보니 -15도라........



 


 ▲ 12선녀교

 


 


 ▲ 12선녀탕입구 매표소에는 슬픈 프랑카드만이................

 

 

날씨가 추운 것 같아 이것 저것 끼워입고 12선녀교를 넘습니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어둠을 뚫고 코끝을 엿보지만 생각보다는

그 애리함이 엉성하군요. 차온도계가 고장났나?

 

들머리에는 있어야할 매표소는 보이질 않고 탐방로를 통제한다는

플랑카드만이 덜렁 앞을 가로 막으며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이거이 어찌 된 것인감?

지난 여름 폭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있나 봅니다.

 


 


 ▲ 허물어진 곳을 횡단하는 임시다리


 


 ▲ 허물어진 다리

 

 

12선녀계곡에는 모두 10개의 다리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맞이하는 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머지 다리들은 부러지고 구겨진 채로 방치되어 있군요

 

12선녀계곡을 좌우로 건너는 산꾼들의 발품을 좀 편하게 하던

철구조물의 다리들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무거운 발걸음 만큼이나 아픈 마음이 무겁고 착찹합니다.

 


 


 

 ▲ 무너진 다리


 


 ▲ 여기도 무너진 다리가.............

 

 

다리가 있던 곳은 계곡 바닥을 횡단하거나 바닥으로 진행합니다.

다행히 많은 인파는 아니지만 럿셀이 그런대로 되어 있습니다.

 


 

 

 ▲ 응봉폭포 옆의 다리입니다.

 

 

몇 일 동안 따뜻한 기온에 계곡얼음이 좀 녹았는지 잠자고 있어야 할 물소리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심심찮게 조잘거리며 동행을 합니다.

 

바위에서 구르듯이 떨어지는 응봉폭의 물줄기는 힘이 없어 보입니다

 

봉숭아탕까지 10개의 다리는 하나도 성한 것이 없이

부러지고 쓸려가고 치울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이 태반입니다.


 


 ▲ 12선녀계곡에도 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 선녀계곡에는 눈이 제법 많이 내렸나 보군요


 


 ▲ 12선녀탕을 향한 마지막 철다리마져 뿌리가 흔들립디다.

 


 


 ▲ 봉숭아탕 바로 위의 암벽


 

 

 ▲ 봉숭아탕

 

 

깊은 계곡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지역을 벗어나면 바로 12선녀탕의

왕탕격인 봉숭아탕이 보입니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힘차게 흐르던 폭포수는 잠시 호흡을 멈추고

억겁의 시간으로 만들어 놓은 그 요염한 자태를 얼음조각으로 숨기었습니다.

 

 

 ▲ 또 다른 선녀탕
 


 


 ▲ 방금 선녀가 머물다 간 모양입니다.....얼음이 살짝 녹았군요


 


 ▲ 선녀탕 4개가 동시에 잡혔군요
 


 


 ▲ 얼음 위에 얼음이 얼었습니다.

 


 ▲ 12선녀계곡의 상류

 

 

계곡의 다리들은 12선녀탕 전에만 설치 되었기에

상류에는 다리구조물 대신에 쓰러지고 넘어진 수목들이

서로 엉키고 설키어 있습니다.  

 

 

 ▲ 안산의 모습

 

 

12선녀계곡의 마지막 능선초입에 이르면

뒤편으로 안산의 뒤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능선쉼터 가까이에 이르면 그 짧아 보이는 목이 두꺼비를 닮은 듯하고

듬직해 보여 멀리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안산은 서북능의 북단을 지키는 초병으로써의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어 보입니다.


 


 

 

 ▲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 안산갈림길로 가는 등로에는 발자국도 드물군요


 


 ▲ 안산갈림길 이정목의 1/3은 묻혀 있나보군요.


 


 ▲ 대승령에는 누군가가 비박을 했는지 눈이 쓸려 있었습니다.


 


 ▲ 대승령에서 바라 본 천왕봉.중봉과 귀떼기청봉


 

 

 ▲ 이 밧줄릿지를 오르면 아마도 1289봉일 것입니다.....서북능 첫밧줄릿지

 


 ▲ 1408.2봉에서 바라 본 지나온 서북능......안산방향


 


 ▲ 1408.2봉에서 바라 본 가리봉과 주걱봉 그리고 삼형제봉


 


 ▲ 듬직한 점봉산과 1157.8봉(한계령 암릉직전 봉)

 

 

서북능의 전망은 1408.2봉에서 1차로 그 진수를 보여줍니다.

지나온 안산의 모습이 앙징맞게 작아 보이구요

동서남북으로 뻗어난 설악의 줄기들을 팔방으로 보여주며

 

12선녀탕계곡을 올라오며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을 

1차적으로 받는 혜택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 멀리 있는 향로봉을 살짝 댕겨서..............


 

 

 ▲ 1408.2봉에서 바라 본 마산

 


 ▲ 그림의 이정목이 있는 봉우리가 1408.2봉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정확한 정상은 우측사면으로 살며시 통과해버립니다.

 

 

오늘은 햇살이 비추면서 기온이 급상승하는 터라 아깝게도

양지바른 곳의 눈이 조금씩 녹아 물이 되고 있군요

 

몸도 더워서 자켓을 다 벗어 던지고 짚티 하나만 걸친 채로

장갑도 벗어 던졌습니다.

 

이리 따뜻한 날씨속에 설악을 들어 마음껏 더듬어 보는 것이 행운인지....

이상기온에 설악의 겨울정취를 놓치고 있는 것인 아닌지 ......................


 

 

 ▲ 황철봉과 1326.7봉(우).............상봉도 조금 보이는군요.
 


 


 ▲ 귀떼기청봉과 1456봉(귀떼기 바로 앞봉우리)


 

 

 ▲ 귀떼기청봉 직전의 봉우리인 1456봉

 

 

귀떼기청봉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그 기상이 대단해 보입니다.

간혹 야간산행때 귀떼기청봉의 직전봉(1456봉)을 귀떼기청봉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없잖아 있어서 조심해야 할 곳이기도 합니다

 

 

 ▲ 뒤돌아 본 1408.2봉.......주름져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1408.2봉입니다.
 


 

 

 ▲ 가리봉과 주걱봉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워 보이는 가리봉은 늘 마음을

꿈틀거리게하며 마음의 혼을 흔들어 도전의 밑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정해년에는 반듯이 저 봉우리에 올라 서북능을 담아 보리라 다짐을 합니다.


 

 

 ▲ 안산과 1408.2봉이 점점 멀어져 갑니다.


 


 ▲ 황철봉과 1326.7봉


 


 ▲ 1456봉에서 바라 본 귀떼기청봉

 

 

그 위세가 실로 하늘을 찌르는 듯한 귀떼기청봉의 모습은

서북능의 장자다운 당당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는 수 많은 너덜의 진수를

보여주며 산꾼들을 길들이는 파수꾼임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 귀떼기청봉 오름길의 눈
 


 


 ▲ 귀떼기청봉 정상에 세워지는 전망대(안내도) 


 


 ▲ 귀떼기청봉 정상


 


 ▲ 귀떼기청봉 정상에 선 늘빈자리......뒷배경은 대청봉으로 가는 능선

 

 

귀떼기청봉으로 가는 길은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정상에 이르러 점심을 먹는 차 귀떼기청 정상에서 비박을 하려는 산꾼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증명사진을 주고 받는 행운을 얻게 됩니다. 

 


 


 ▲ 멀어져 가는 가리봉

 

 

서북능 최고의 전망대 귀떼기에 이르니 마음은 마냥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영상의 기온은 아닐지라도 봄 날씨 같아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고,

하늘이 맑아 최상의 전망감을 던지고 있으니 마음이 넘 편해집니다. 


 


 ▲ 귀떼기청봉 정상에서 뒤돌아 본 지나온 마루금......안산방향

 

 

안산을 정점으로 하는 서북능의 진수는 바로 귀떼기청봉에 오르면

그 오르가즘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보이는 그림에서 그 진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꼭지 같이 보이는 먼 산이 안산이요

도중 병풍처럼 주름진 봉우리가 1408.2봉이요

바로 앞봉우리가 1456봉일 것입니다.

 

이 사진에서 우리는 서북능의 봉우리들을 일목연하게 파악이 되는군요


 


 ▲ 귀떼기청에서 바라 본 황철봉과 1326.7봉

 


 


 ▲ 귀떼기청 내림길에 담아 온 한계삼에서 대청까지의 마루금

 

 

서북능의 힘겨움은 안산에서 귀떼기청봉 너덜지대까지입니다.

한계삼거리부터 대청봉까지의 길은 좀 수월해 지면서

가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 한계삼거리 부근의 암릉


 


 ▲ 한계삼거리 부근의 암릉

 


 


 ▲ 한계삼거리


 


 ▲ 한계령 내림길에 바라 본 가리봉


 


 ▲ 한계령 내림길에 바라 본 귀떼기청봉



 


 ▲ 계단내림길

 

 


 ▲ 한계령 도로
 


 

 

 ▲ 한계령매표소와 위령비(慰靈碑)

 

 

눈 덮인 설악을 탐하고자 온 허접한 산꾼에게 봄날씨 같은

온화한 날씨와 청명한 하늘 그리고 바람도 잠재워 버린 설악.......

  

어쭙잖은 산꾼을 맞이하는 설악이 심술을 부린 것일까?

아니면 따뜻한 배려를 한 것이었을까?

 

졸음이라는 핑계의 무덤으로 또 떨어져 한 박자 늦어버린 오늘의 산행,

폭우에 처참하게 유린당한 상처로 얼룩진 12선녀계곡을 보면서 느끼면서

그 황폐함에 가슴 아파하며 거닐은 하루였습니다.

 

12선녀의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되고 아물기를 진심으로 갈망하면서 

다시 설악에 들어야 한다는 열망을 잠재우지 못하고 돌아서며

못내 떠나기 싫은 마음을 감추며 설악을 멀어져 갑니다.

 

 ..................... 늘빈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