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6년 1월 31일 불의 날

산행지 : 백두대간 제 1구간 (밤머리재- 새재)

날씨    : 비. 바람. 온도 - 2~3도 

갔던길 : 밤머리재 - 동왕등재 - 서왕등재.습지 - 외고개 - 새재 -

            1315봉 - 독바위 - 쑥밭재 - 얼음골 - 운화사 -광점동 -

            추성리주차장 / 도상거리 약 27k

누구  :코리아마운틴

 

구간별소요시간

09시 25분 : 밤머리재에서 백두대간길(천왕봉방향)올라섬

10시 03분 : 두번째 헬기장(첫번째는 밤머리재100m구간임)

11시 13분 : 동왕등재.

12시 28분 : 왕등재 습지.

(행동식. 김밥.바게트빵.유산균음료)

13시 11분 : 외고개.

13시 28분 : 새재갈림길.(고민하다 상내봉 방향으로)

14시 30분 : 삼거리. 치밭목. 상내봉. 웅석봉갈림길에서 우측으로..

15시 45분 : 1315봉.

16시 21분 : 독바위.

17시 05분 : 쑥밭재.(우측 광점동으로 하산)

18시 13분 : 광점동 함석집.(얼음골.허공다리갈림길)

18시 38분 : 운화사 광점동 강아리슈퍼.

18시 56분 : 추성리 주차장.

산행소요시간 9시24분.

 

지난 94년 12월 13일

막내의 원치않던 불의의 교통사고로 백두대간 해안선종주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며...

잊었던 그 꿈을 더 늦기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

망태기 추스리고 ...

언제 끝날지 모를 그 길에 두발을 ...

 

백두대간 해안선종주 길로...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

잃어버린 그 무었을 찾아 나서는 산객의 마음을 아는듯 ...

짙은 안개비는 지리산 동서를 넘나드는 밤머리재를 움켜 잡는다.

 

긴장된 마음에 마음을 가다듬고 한잔의 술을 하늘에 올린다.

 

하늘이여...

 

대간의 길로 들어선 나에게

하늘의 영혼과

산의 사상을 알게 하시고.

나로 하여금 교만하지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부족함의 진리와

오욕과 탐욕에 물들어 버린

나의 모든 것들을

저 가고자 하는 대간길에 조용히 묻게 하소서.

 

때로 좌절하고

두려움에 떨지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가슴을 허락하시고.

 

길잃고 헤매는 순간 순간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담대히 나아갈 수 있는

다윗의 용기를 허락 하소서...

 

산문으로...

질퍽한 오름길

밤새 뿌린 안개비는 산객의 중심을 흐뜨러 뜨리고

깊은 겨울을 마감하는 겨울나무 가지엔 구슬이 맺혔다.

  

10m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개스층 잔설과 가을낙엽에 묻혀버린 대간길... 

이땅의 숱한 산객들이 걸었던 그 길을 무심으로 걸어갑니다.

동서를 넘나드는 겨울바람은 후답자를 위해 준비한 시그널에 입맞춤하며 산죽과 겨울나무 억새가 어울어진 그 지리산 동부능에  자리합니다.

 

동왕등재를 지나 서왕등재 고산습지대에 발길을 멈추고...

가락국 최후의 왕 구형왕이 넘었던 왕등재...

우리의  삶에 말할 수 없는 숱한 가슴앓이가 있지만 차마...

이곳에선 ...

 

우리의 자그만 가슴아픈 사연이

한 나라의 멸망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을 마감한 가락국 비운의 왕 구형왕에 비유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잠시나마 나의 방황하며 가슴찢었던 모든것들이 ...

그의 절규앞에 사치스러움으로 비춰질 뿐입니다.

 

그가 올랐다는 왕등재...

 

그 한서림과

몸부림의 피눈물이 사무쳤는지.

그의 눈물 한이 되어 왕등재 습지에 그대로 고여버렸는지.

엄동설한 차가운 겨울밤에도 얼지않고

깊은 시름의 한이 뽀얀 안개구름으로 피어납니다.

 

간단한 행동식으로 허기짐을 달래고 가야할 외고개 새재를 향해가지만 자꾸만 무언가가 두발을 잡는듯 합니다.

 

억새와 산죽이 어울어진 외고개를 지나고 새재갈림길에 도착하니

저 지난해 (94년 늦가을) 허공다리골 얼음골 로 하산하면 밤하늘을 수놓으며 잊을수 없었던 광점동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그대로 대간길을 이어갑니다.

1315봉 (함양 화림암.선녀굴. - 벽송사.서암뒤능선 - 천왕봉)

삼거리 짙은 개스에 시야가 가려 아쉬움만 더할뿐...

가야할 대간길...

육중하게 하늘로 치솟은 독바위를 지나 애환의 쑥밭재에 도착됩니다.

  

이젠 하산을 서두르며 광점동으로 우회전 합니다.

아침부터 뿌리기 시작한 안개비는 잠시도 쉬지않고  ...

이렇게도 ...

 

아직도 남아있는 나의 깃털같은 미련과

아직도 다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숨겨진 그 무었에

가슴떨지라도 ...

흐르는 세월의 나이테에 묻혀지길...

하늘에 소원하며

내림으로 내림으로 이어갑니다.

 

어둠이 내린 지리산 동부지역.

계곡을 울리는 물소리는 모든 상념과 세상모든것 버리라고

짙은 어둠속에서 자꾸만 타이르듯 조용히 조용히 흘러갑니다.

 

잠시...

시선과 마음을 사로 잡았던 김용택님의 시 한편이 생각나며 백두대간 종주 1구간을 조용히 접으려 합니다.

 

가야할 곳 진주로...

역사가 흐르는 산행 http://korea-mt.com

 

사랑이란!

 

서리낀 아침 들길을 걷는다...

너에게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질때마다.

흰서리 가루들이....   ...녹는다.

사랑이란 이렇게 서리가 되는 아픔이다.

서리가 이슬이 되는 그리움이다.

너를 사랑했다...

 

사랑이란

이슬이 되는 아픔이다.

서리가 이슬이 되는 그리움이란 말처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아픔의 깊이만큼

그리움의 넓이만큼 성숙해 지는것이

사랑이라 믿고 싶습니다.



왕등재 습지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