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강릉 바우길 2구간 일부 & 제왕산

산행일 : 2012.8.19 일요일 흐림

누구랑 : 사노라면. 잠보. 호준....그리고 산찾사 + 초록잎새

어떻게 : 새봉 전망대~대관령 휴게소~버스로 박물관까지 이동~옛길2구간~주막터

                ~제왕폭포~제왕산~능경봉 갈림길~대관령 휴게소.

 

 

 

한밤중....

텐트안에 들어 설핏 잠든순간 주위의 소란스럼에

밖을 나가보니 이맛불을 밝힌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텐트 주변을 서성댄다.

대구에서 왔덴다.

그네들이 다녀간 얼마 후  설핏 잠들었다 싶은데

사노라면의 외침에 디카를 챙겨 밖을 나가보니 일출이 시작됐다.

 

 

 

 

동해 바다에서 불쑥 올라야 할 태양이

바다위에 잔뜩 껴 있는 구름층을 뜷고 잠시 그 모습을 보였다가 다시 사라진다.

장엄한 동해일출의 기대가 한순간 허물어진 아쉬움이 있지만 우야튼 그래도 일출은 일출이다.

 

 

 

 

지난밤.

고실 고실 맛좋게 지어놓았던 밥이 많이 남았다.

일출을 감상후 다들 다시 들어간 텐트에서 또 잠들었나 ? 

그것도 아니면... 

지난밤 酒님을 모신 고단함이 남았나 ?

도통 나올 생각들이 없다.

그래서..

아무래도 酒님을 향한 信心이 부족한 탓에 제일 싱싱한 내가 아침밥을 준비했다.

우선 김치를 넣어 팔팔 끓인 물에 참치찌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간을 맞추니

뭐~

그런대로 먹을만한 찌게가 완성됐다.

그런후 산우들을 죄다 텐트에서 끌어내 어젯밤 남긴 밥으로 조반을 끝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도 나설 생각이 없는 산우들...

어여 내려가자 하니 사노라면 왈~ 

필봉이랑 비박가면 아침에 일어나 해장술이나 한잔 더 한 뒤엔 

걸판지게 한숨 더 잠을 자고 내려가면 산행 끝인데 형님은 그저 또 그넘의 산 욕심땜시

그렇게 서둘러 대는 힘든 산행 계획만 잡으니 다들 같이 안올려구 하는 거라며 짐을 정리하며 투털댄다.

 

엥~!!!!

정말 그런겨~?

 

그렇다고 한정없이 꾸물대고 있을 순 없는법.

아니온듯 말끔히 보금자리를 정리후 우린 대관령 휴게소로 발길을 옮겼다.

 

 

 

 

 

 

 

 

 

내려오고 나니

대관령 휴게소엔 행사가 있었다.

한여름 전마협 주체 대관령 마라톤 대회다.

어제 오면서 미처 확인을 못했는데 오후 15:00까지 교통을 통제한다는 현수막도 보인다.

 

이런~!!!

나의 계획은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09:45에 강릉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대관령 박물관까지 이동후

대관령 옛길인 바우길 2구간을 걸어올라 이곳 휴게소까지 오는건데 차질이 생겼다.

 

 

 

 

계획을 수정...

제왕산을 경유하여 옛길을 따라 올라오기로 하곤

모든짐을 나의 애마에 팩킹후 물과 간식 그리고 점심식사 준비만 할 수 있는

작은 베낭을 메고 떠나기에 앞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뭇거리며 휴게소를 내려다 보는데

햐~!!!

반갑게도 버스가 들어서고 있는게 아닌가 ?

부리나케 버스를 향해 달려가 올라타고 보니..

강릉에서 올라온 버스는 많은 등산객을 내려준 뒤엔

아무도 올라타는 사람이 없어 그 버스를 단돈 6000원으로 우리가 전세를 냈다.

 

 

 

 

그 옛날..

강릉으로 갈때면 이길을 넘어야 했다.

구불 구불거리는 옛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박물관에 이르자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는 다 왔다며 우릴 내려주곤 빈 버스로 강릉을 향한 뒤..

 

 

 

 

한낮에 쏟아지는 태양빛이 이글거리는 도로에 내려진 우린

더위탈출을 위한 숲속길을 급히 찾아 대관령 옛길을 향해 몸을 숨겨야 했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에

어린 아이 율곡 이이의 손을 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모양처 신사임당이 몇날 몇일을 걸어서 친정 나들이를 했다는 대관령 옛길로 접어든다.

 

 

 

 

대관령 옛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몇번의 돌 징검다리도 건너고.

 

 

 

 

그러다...

넓은 암반계류를 만나면

땀을 식히느랴 잠시 다리쉼의 해찰을 부려가며  우린 걷는다.

 

 

 

 

 

 

 

대관령 옛길...

계곡길은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좋아서 좋고

또 이렇게 잠시 계곡과 이별을 하면 이내 맞아주는 울울창창 숲속의

걷기좋은 오솔길이 반겨주니 이래 저래 좋은 아무렇게 라도 좋은길이 대관령 옛길이다.

 

 

 

 

 

이렇게 훌륭한 등로임에도

날이 더운 여름철이라 그런지 한적해서 더 좋다.

그래 그런가 ?

아무리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해도

번잡스럽고 혼잡한 등로에선 부닥치고 스치고 걸치적 거리는 사람들로

니나 나나 서로간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짜증이 날테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에선 

그런걸 찾아볼 수 없으니 만나고 헤여지는 사람들은 낯선이라도 반가움에 서로간 인사를 나누는 너그러움과 여유가 넘처 흐른다.

 

 

 

 

 

또다시 만난 암반계류...

쉬었다 가자 하니 먹거리가 쏟아저 나오고

그냥 갈 수 없다며 죄다 양말을 벗고 탁족을 즐기는 여유까지 부린다.

 

 

 

 

 

다시 이어진 걸음은 갈림길에 이른다.

오늘 대관령 옛길이 난 너무나 맘에 들었다.

그래서...

바우길 2구간인 대관령 옛길을 완주하고 싶었는데 강력한 복병을 만났다.

 

헉~!!!

사노라면 이런날도 생긴다.

순딩이 사노라면이 반기를 들었다.

너 자꾸 그러면 오늘 점심에 신라면 대신 끓인물에 라면 니놈을 입수 시킬거란 공갈 엄포도 먹히질 않는다.

그런데 같은 산우들도 죄다 라면편을 들고 내편은 한명도 없다.

하물며 나의 마눌 초록잎새 까지...

거디다 아주 그럴듯한 명분까지 내세운다.

 

"형님~!"

"산꾼이 산엘 가야쥐~ 뭔 둘레길여~?"

 

그리곤...

산행대장인 산찾사를 개무시 하고

제왕산을 향해 성큼 성큼 먼저 걸음을 옮겨 놓는다.

 

딘장~!

버티고 서 있는 내가 후환이 두려운 초록잎새만

가던길 멈칫대고 나머지는 아주 씩씩하게 제왕산을 향한 걸음을 옮기고들 있다.

 

 

 

 

 

산찾사 우짤거나 ?

지가 독불장군도 아니고 우야튼 만인이 원하면 따라야쥐~ 

그러나 사실 내 맘속은 이곳도 가고싶고 저곳도 가고 싶었던게 사실이라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였는데 사노라면이 독심술을 익혔나 ? 

완전 내맘을 들켜 버린것 같다.

그러니 저런 순딩이가 왕고집을 피우지...

 

 

 

 

제왕산의 등로는 초입은 완만하나

이후부턴 계속되는 힘든 오름길 연속이다.

 

가파른 오름길...

그 힘겨움을 달래준건 저런 거대한 송림이다.

 

 

 

 

제왕산을 들어선지 얼마후...

등로에서 조금 비켜난 곳에 제왕폭포가 있다.

그런데...

제왕이란 이름값도 못하는 규모가 아주 작은 폭포다.

굳이 폭포란 이름을 붙여주기도 아까울 정도의 초라한 폭포라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제왕폭포를 지나자

본격적인 송림숲이 우릴 맞아 주는데....

 

햐~!!!!

 

대단하다.

이렇게 굵직한 소나무의 군락은 예전 강릉의 삼형제봉에서 본 이후 첨인것 같다.

길옆의 소나무 둥치가 얼마나 굵직한지 잠보와 초록잎새가 마주보며 감싸 안아야 할 정도다.

 

 

 

 

요걸 보려구 그래 고집을 부렸나 ?

소나무를 안으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혜진이 질투 할것 같다는 사노라면이

제왕산으로 발길을 돌려 놓은걸 제일 흡족해 한다.

 

 

 

 

 

아름드리 적송 군락지를 지나고.

 

 

 

 

 

한차레 만난 임도를 건넌 등로가...

 

 

 

 

 

또다시 코가 땅에 닿을듯한 고도를 높인 그 정점에 올라서자

수고 했다며 쉼터의자와 함께 옹색하나 그런대로 5명이면 넉넉하게 앉을만한 조망터가 맞아준다.

조망터에선 일단 시원하게 내려 보이는 강릉시내로 눈길이 먼저 간다.

 

 

 

 

그리고 가까이 바로 산아래엔

파아란 하늘빛과 푸른빛의 산을 담아내고 있는 저수지가 아름답고...

 

 

 

 

구불 구불 옛 고속도로와

시원스레 일자로 뚫린 지금의 고속도로 위로 어제 우리가 올랐던

선자령의 풍차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돌고 돌아가는 우리네의 인생처럼 오늘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그림같은 선경들이 내려보이는 이곳 조망터에서

우린 민생고를 해결 하기로...

열심히 지고 올라온 물을 끓여 사노라면 대신 신라면을 넣었다.

산에서 먹는 라면은 별스럽게 맛있다.

 

힘 좋은만큼 먹세도 좋은 겨우달려가 오지않은 덕에

아직도 남아서 내 어깨를 짖누르던 나머지 맥주를 따서 반주로 마시고 나니

이젠 빈 베낭의 가벼운 차림새가 됐다.

 

 

 

 

점심을 해결한

조망터에서 정상은 몇걸음 옮기지 않아 도착 후.

다행이 우린 이곳에서 만난 등산객에게 부탁해 단체사진 한장을 남길 수 있었다.

 

 

 

 

이젠 내려가야 할 시간.

제왕산과 이별하려는 순간 사노라면이 부탁을 한다.

 

"형님~"

"나 왕이 되고 싶은데 그렇게 해줘~"

 

그래서...

사노라면은 오늘 제왕이 됐다.

아래는 그 증명사진.

 

 

 

 

 

 

내림길은 능경봉을 바라보며 따라 내려가다

구불 구불 선을 그으며 올라서는 도로가 넘어가는 고개의 꼭대기로 방향을 틀면 된다.

 

 

 

 

그 내림길엔

아래의 솟대바위를 스처 지난 후

 

 

 

잠시 또 한차레 오름질을 하다 보면

돌탑이 있는 봉오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또 훌륭한 조망처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대관령 휴게소 향한 내림길은

뜻밖에도 이런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이길도 잠시후엔

 

 

 

 

숲속길과 만나며 임도길과 이별후엔

등로 한켠에 마련된 원목테크에 올라 서게 되는데...

이곳의 조망이 짱~!!!

 

이곳 원목테크 전망대는 대관령 휴게소에서 아주 가까워

우선 빈몸으로 선자령을 다녀온 뒤 무거운 박베낭을 메고 올라와 이곳에 보금자리를 펴면

박 산행으론 아주 적격이란 생각이 든다.

 

언제 한번 더 올까 ?

 

  

 

 

 

 

원목테크에서 능경봉 갈림길을 지나면

 

 

 

 

얼음처럼 차거운 약수가 콸콸콸 쏟아저 내리는

약수터를 지나게 되고 이내 발걸음은 고속도로 준공기념비로 내려선다.

 

 

 

 

고속도로 준공비 바로 아래가

나의 애마가 기다리는 휴게소의 주차장.

우리가 다녀 올 동안 아직도 마라톤은 진행중이다.

 

 

 

 

마라톤 행사로 교통을 통제하면 우찌 나가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횡계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차량만 통제 한다.

일찍 끝낸 제왕산 산행이라 귀가 하는덴 별 걱정이 없는데 다만 차량 정체가 확실한 영동고속도로가 문제다.

그런데..

사노라면이 스마트 폰으로 도로검색을 하더니 별로 밀리지 않는것 같다 하기에

그럼 네가 한 구간만 운전 좀 해라 키를 맡겼다.

 

그런데...

이게 웬걸 ?

영동고속도로에 들자마자 차량 정체로 도로는 완전 주차장....

 

그날....

키를 맡긴 난 산행의 피곤함에 끄덕 끄덕 졸면서 편안하게 오고

나 대신 운전대를 잡은 사노라면은 천근만근 내려앉는 눈꺼플을 세워가며 안전운행을 하느랴

제왕산 오름길의 힘겨움보다 더 힘든 영동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야 겨우 나에게 운전대를 넘길 수 있었다.

 

 

 

 

1박2일 비박 산행...

매일같이 쏟아붓던 소낙비도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산우들의 고운심성과 평소 쌓은 덕으로 인해

예고된 비는 물러가고 산행 하기엔 그만인 흐린 하늘과 살랑대는 바람이 함께한

1박2일은 꿈결처럼 훌쩍 지났습니다.

 

함께 하신 산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살아가며 힘들고 지칠때면  한번쯤 꺼내어 보고 반추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산우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1박2일 비박산행 선자령이 되기를 소망 함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대관령 옛길 & 제왕산 산행모습 동영상으로 보기)

댓글
2012.08.24 13:50
가곡
선자령에서 대관령 예길을 타고 제왕산까지 1박2일간의
(비 때문에 고생도 안하고 )멋진 일정을 무사히 마치셨군요. 감축 드립니다.

같이 하신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구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안산 이어 가시길........
댓글
2012.08.24 17:20
산찾사(이용호)
흐린날 산행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비 예보도 있었으나 함께 한 산우님들이 덕을 많이 쌓아 그런지
산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시원하게 한판 쏟아 퍼붓더라구여~
산행기 끝까지 잘 봐주시고 고마운 댓글까지 남겨주신 가곡님도 항상 즐산 안산 하시길 빕니다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