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 골 트레킹 Photo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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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6/강원 인제기린: 방동약수-꼬부랑고개-조경동교-아침가리골- 수중보-갈터/ 고양우정산악회 따라/ http://cafe.daum.net/rhdiddnwjd )

*. '아침가리 골' 트레킹
 그림 출처: 월간조선
우리나라 대표적인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 십승지지(十勝之地)와 연관하여 '삼둔사가리'란 글귀가 나온다.
'둔'이란 펑퍼짐한 산기슭 둔덕이란 뜻으로 방태산 남부 홍천 쪽 내린천 따라 내면의 살둔(생둔), 월둔, 달둔이 그 '3둔'이다.
'가리'란 '갈(耕)이'의 연철(連綴)로 사람이 살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경작지가 있는 곳을 일컫는 말로 인제군 기린면 북쪽 방대천 계곡의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영지거리(결가리) '4가리'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여 어제 중복을 지내고, 오늘 계곡 찾아 무더위를 씻으려고 고양우정산악회 따라 홍천을 거쳐 인제를 왼쪽에 두고 418번 도로를 따라 방동리까지 장장 200km 500리 길을 4시간 30분에 달려왔다.
옛날 정감록의 풍수지리사상을 신봉하는 함경도와 평안도 사람들이 피난을 와 이곳에 이르러서 화전민으로 20여 가구가 살았다는데 울산의 공비 사건으로 소개(疏開)되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지금은 단 한 가구만 남아 있다.
아침가리마을은 한자로 아침 '朝(조)',  밭 갈 '耕(경). '朝'耕洞(조경동)이라 쓴다.
이곳은 산과 내와 숲뿐 농사지을 만한 밭뙈기가 너무 좁은데다가 방패산(1,435.6m), 구덕룡봉(1,388.4m), 응봉산(1,155.6m), 가칠봉(1,240.4m) 같은 1천m 이상의 산으로 둘려 싸인 너무 깊은 오지 산골이라서 아침에만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리는 첩첩산중이었다 해서 생긴 말이다.

*. 조경동교(朝耕洞橋) 가는 길
아침가리 골 트레킹의 들머리는 군내버스 종점인 기린면 진동리 마을 회관 앞이지만 우리는 이를 역(逆)으로 한다.
차를 우리들의 최후 목적지인 갈터에 두고 방동고개(?)를 넘어서 조경동교에서부터 계류 따라 아래로 향하는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다. 이 길이 '아침가리 골 트레킹'의 정코스 같다.
그 콘크리트길로 버스가 오를 수 있는 곳까지부터 우리들의 산행은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뻘겋게 녹이 슨듯한 돌구멍 안에서 나오는 탄산약수라는 방동약수터도 차에 탄 채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길은 콘크리트길로 집에서 떠나올 때 잔뜩 찌푸렸던 음산한 하늘이 얼굴을 환하게 펴고 파란 하늘 흰 구름을 들어내는 오전이었다.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이 곳 길가에는 개망초와 홍싸리가 피어있고 이 가파른 오름길에는 그 흔한 인가(人家)가 하나도 없다. 계곡도 없었다. 산악회 회장에게 물어보니 왼쪽 산 너머가 그 유명하다는 아침가리이라 한다. 
잘 가노라 닫지도 못했고, 못 가느라 쉬지도 않았으면서 촌음을 아끼면서 열심히 가고 있는데도 가장 뒤에 쳐진 낙오자 나와 내 아내의 남편 하나뿐이니, 오늘도 여러 사람에게 근심거리가 되겠구나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갈림길이 있는데 우리 산악회의 표지는 직진으로 나 있지만 왼쪽을 올라가 보니 헬기장이 있고 거기서 산을 오르는 오솔길이 열려 있다. 어느 산으로 가는 길일까.

거기서 얼마 안 가서 만나는 고갯마루가 반동고개 같지만 나는 그 이름을 꼬부랑재라고 불러주고 싶다. 꼬불꼬불 급경사로 올라갔다가 구정양장(九折羊腸)의 길을 다시 꼬불꼬불로 내려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내림길에는 시야가 트이면서 바람이 이는 상쾌한 길인데 4륜구동차 아닌 승용차가 다니기에는 어려운 비포장도로였다.
30여분간의 오름길은 고갯마루를 넘으니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그래서 내리막길을 속력을 내다보니 오른쪽에서 비로소 상쾌한 계곡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꼬랑길은 길은 길에 연하여 계속돼 잡목과 잡풀이 키를 훨씬 넘는 급경사 콘크리트길로 이어지더니 멀리 그림처럼 다리가 나타고 계곡물은 길 밑 왼쪽으로 흐름을 튼다.
조경동다리가 나타난다. 이 깊은 첩첩산중 두메 오지 산골에 이렇게 큰 다리가 있다니 할 정도로 신기하게도 조경동교 다리는 컸다. 양양군 서면으로 넘어가는 다리였다. 

승용차를 몰고 고개를 넘어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이 있어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가 물으니 모른단다. 나물을 캐러 온 모양이다.
그 다리 왼쪽 계곡으로 앞서간 분들의 고마운 표지를 따라 가니 아침가리골의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가까이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날까지 오직 하나 남아있다는 외딴 집(사재봉씨 집)에서 사는 개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조금 아까 다리 건너 좌측에 있던 둥근 아취형의 농막이 생각난다.

*. 아침가리골 트래킹의 진미
  신은 자연을 창조하고 인간은 삶을 핑계하여 그 자연을 파괴하며 산다.  

그런 인간이 없으니 여기에는 자연의 질서만이 있을 뿐이어서,  이곳은 동물의 나라요, 물고기의 천국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하늘다람쥐가 산다 하며 옛날에는 팔뚝만한 고기가 잡혔다고도 한다. 지금도 갈겨니, 꺾지, 쉬리, 금강모치 등이 더할 나 위없이 맑은 청정한 물에서 살고 있으니,  명경지수(明鏡之水)가 이런 곳이었구나 하였다.
이런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벌써 다 없어졌다고 탓하지 말자. 리본을 찾지 못해서 너럭바위에서 잠시 쉬고 있었더니 깊숙한 소에 숨어있던 놈들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더라.
여기가 바로 한국에 옛날을 간직하고 있는 단 하나의 곳이라는  청정무구의 비경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 더럭 겁이 난다. 흐르는 계곡물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지만, 이정표 하나도 없는 이 계곡 초행 길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말이다.
처음에는 앞서간 우리 일행의 발자국을 따라 가다가, 고맙게도 내를 건널 지점마다 놓아준 우리 산악회의 표지 따라 가다보니 .바로 옆에 예부터 있는 산판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곡을 가다 보면 큰 물굽이가 있는 곳에서는 길이 끊긴다. 그때마다 자세히 그 건너 편을 살펴 보면 산길처럼 요란하지는 않으나 한두 개의 리본이 어김없이 나뭇가지에 매어 있었다.
그 때마다 비교적 얕은 곳을 찾아 망설이지 않고 텀벙텀벙 건넜다. 장마철이지만 무릎 위 반바지를 시원하게 적셔 줄 정도의 깊이였다.

건널 다리 없으니, 리본을 찾으세요.
신 벗어 메지 말고 신은 채로 건너세요.
좌우로
다시 건널 길
스무 번도 더 되니요.

계류소리 없는 곳이 아침가리 골입니다.
물 따라 길을 찾아 개울을 건너다 보면
보는 데
눈이 팔려서
들을 사이가 있던가요?



  아침가리골 트레킹을 위해서는 스틱은 가급적 둘을 준비할 것이고, 헌 등산화를 준비할 것이지 슬리퍼를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건너는 물밑의 둥근 차돌이나 물 가운데 솟아 있는 바위들은 물먹은 이끼로 너무 미끄럽고 산판길은 정제되지 않은 산길이어서 더욱 그랬다.
나는 물을 가장 두려어 하는 고가의 핸드폰에, 디카와 MP3까지 어깨에와 목에다 건 처지라서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물뱀을 만나 혼비백산하기도 하였다. 산에 와서 뱀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만큼 물이 맑다는 것이렷다.
아침가리골은 하류로 향할수록 골짜기는 넓어지고 바위는 커진다. 물 가운데 떡 버티고 서있는 바위, 그런 바위 위에서도 자라난 소나무와, 그 바위 위에 단풍나무 같은 것들이 다른 세상에 온 것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데 얄궂게도 이 멋진 경치에 카메라도 놀랐는지, 아침가리골의 하이라이트라는 중간 지점에서 디카가 고장 나고 말았다. 습기에 약한 디카라서 흘러내린 땀방울에 젖었는지 샤터가 작동을 멈추었다.
급한 대로 핸드폰 카메라로 대신 하기는 하였지만 그 화질이 어찌 고급카메라를 따를까. 더 솔직히 말해서 핸드폰에서 사진을 뽑아 쓰는 기능을 나는 아직 잘 모른다.
이 방동리에서 시작한 트레킹은 4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 되어 하류에 보이는 수중보에서 끝였다.
갈터 쉼터에는 커다란 주차장과 멋진 8각정 쉼터도 있는 곳으로, 아침가리골(진동계곡)이 방대천과 합류하는 곳이요, 이 물이 다시 내린천과 합류하여 소양강이 되고 소양댐의 호수가 되는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하루는 이렇게 끝나지만은 않았다. 오늘도 많은 죄없는 우리 우정산악회 사람을 한 때 길을 잘못 들어 산으로 오르다 돌아오는 바람에 또 기다리게 하는 죄를 범한 하루였다.
건강상 서행으로 등산을 하여야 하는 몸이어서 함께 하는 산악회 일행에게 폐를 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이 좋아 이렇게 주책없이 따라 나서는 이런 노추(老醜)를 우리들이여, 해량하여 주시라.

그리고 보시라, 깊은 오지에 숨어있던 우리들의 '아침가리골'의 이모저모와 우리의 아름다운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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