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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산이 아니면 방태산 어때? (천지인 방태산 산행기)


탐방일자: 2009년 9월 12일 토요일 방태산 휴양림 야영 1박
               2009년 9월 13일 일요일 방태산 원점회귀 산행
탐방코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소재 방태산 일대
               방태산 휴양림 야영장-매봉령-구룡덕봉-삼거리-주억봉(정상 1,444m)-삼거리-방태산 휴양림 야영장
               (약 10.2km, 총  5시간 반 정도 소요)
탐방팀원: 아빠, 엄마, 동생(천지연), 본인(천지인)

방태산을 다녀왔다.
그런데 방태산이 우리 가족이 예정했던 원래 산행 목적지는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교통 좋고 야영하기 편리한 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정상 1,200m)'이었다.
우리 가족은 텐트 치고 야영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서나 야영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캠프 시설을 갖춘 곳에서 주로 야영을 한다.
국립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캠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수도권에서 좀 멀지만 그래도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토요일 오전까지 비가 왔지만, 오후부터 점차 개이고, 일요일은 맑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우리 가족은 청태산으로 향한다.
토요일 오후 조금 막히는 수도권을 겨우 빠져 나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원주 지나 둔내 IC를 통해 다시 횡성 지방 도로로 나온다.
여기는 조금 전까지 비가 내린 모양이다. 도로가 온통 젖어 있다.


청태산 휴양림에 도착한다.




재미있게 생긴 나무 인형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휴양림이 좀 더 운치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게 웬일...!!!

휴양림에 야영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곳 청태산 휴양림에서는 야영데크라는 나무로 만든 평상 위에서만 야영이 허용되는데, 그 야영데크 빈 곳이 없다는 휴양림 매표소 아저씨의 설명이다. 
물론 야영이 아닌 다른 숙박시설도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어쩔 수 없다.
발길을 돌려 인근에 있는 둔내 유스호스텔과 함께 위치한 둔내자연휴양림에 들러 보았다.
이곳은 야영데크 시설은 없고, 게다가 위치가 괜찮은 곳은 벌써 텐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비가 내린 다음이라 날씨도 쌀쌀하고, 바닥에 습기도 많았다.


아빠는 한참을 고민하시더니, 다시 차에 타라고 하신다.

'청태산'이 아니면 '방태산'으로 가자고 제안하신다.

원래 청태산은 야영이 주연이고 산행은 조연 정도 되는데, 주연이 문제가 생겼으니, 여행 계획도 바꿔야겠다고 하시며, 산행이 주연이 되고 야영이 조연이 될 만한 곳으로 가 보자고 하신다.
사실 청태산 산행은 비교적 짧은 시간 코스가 대부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짧은 산행하기엔 적격이지만, 장비를 챙겨 몸을 풀기엔 아쉬움이 남을 만한 코스라고 생각한다.
청태산을 대신하여 가 볼 만한 곳을 찾아 본다. 그 가운데 청태산과 이름이 비슷한 방태산으로 가기로 온 가족이 합의한다. 
갑자기 청태산에서 방태산으로 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그런데 이름만 비슷할 뿐이지 사실 청태산 줄기와 방태산 줄기는 근본이 다른 남남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청태산에서 방태산으로의 이동은 거리나 시간 모두 만만치 않았다.
방태산을 향하여 청태산 자락을 출발한 시각이 벌써 오후 6시 반 가까이 되었다. 점차 해가 지고 있었다.


강원도 횡성, 홍천, 인제 땅을 더듬어 깜깜한 밤에 국립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한다.
출발 전 미리 전화로 도착 여부를 알려 주었기 때문에 휴양림에 입장할 수 있었다.
휴양림 안의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 길이었다.
내일 산행을 위하여 산행 들머리와 가까운 곳(청소년 야영장)의 야영데크에 텐트를 친다.
이곳은 그야말로 오지와 같은 곳이라 청태산 휴양림처럼 야영데크가 꽉 차진 않았다.
아빠와 나는 텐트를 신속하게 치고, 엄마와 동생(천지연)은 늦은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주변에 아직까지 산상 만찬(?)을 즐기시는 분들이 더러 눈에 띈다.
가족끼리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며, 아마 산행보다는 캠프가 주목적인 것 같다.
비가 그친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은 곧 땅으로 쏟아질 것 같다.
그 별빛을 특별 반찬으로 삼아 아주 늦은 저녁 식사를 한다.
이곳으로 오면서 횡성 둔내농협마트에서 사온 질 좋은 삼겹살이 정말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주변에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가을 한복판의 밤 기온 같다.
서둘러 마무리하고 텐트 안으로 들어 간 다음 침낭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가족끼리 체온에 의지하며 쌀쌀한 방태산의 밤을 보낸다.


아빠와 엄마는 일찍 일어나신 모양이다.
벌써 텐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짐 정리를 다 해 놓으셨다.
산행 출발 전 아침 식사 대신 각자 포도 한 송이씩 먹었다. 경험상 포도가 훌륭한 식사가 되곤 했다.
자 이제 출발이다. 출발 시각 아침 8시를 넘어 8시 반 가까이 되어 가고 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휴양림 야영장을 출발하여 매봉령을 경유하여 구룡덕봉을 먼저 들르고, 나중에 주억봉 정상을 오른 뒤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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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관광버스를 타고 오신 산악회 산님들이 눈에 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길은 기분을 정말 상쾌하게 만든다.
이 곳 방태산에는 이층 폭포(=이단 폭포)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폭포가 많이 있다고 한다. 
지도 상에 이폭포, 저폭포라고 표시된 것도 보인다.

제법 잘 생긴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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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이름 모를 작은 폭포들을 여러 개 만나게 된다.
한결같이 암반을 따라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은 쟁반에 옥 구르듯...
이 세상 그 어떤 물보다도 맑은 물이라고 자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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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 갈림길이 나온다.
먼저 왼쪽 길로 오른 뒤 하산할 때 오른쪽 길로 내려오게 된다.




아침부터 투구꽃들이 반겨준다.


작은 나무다리를 여러 번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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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엄청나게 울창하기 때문에 빛이 들어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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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이 신기한 듯 바라보는 동생(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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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계곡을 따라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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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조금씩 멀어지고 산죽길이 나타난다.


참으로 이상하게 생긴 나무다.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한 아름이 훨씬 넘는 커다란 나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계곡물소리가 멀어져 가면서 작은 지능선을 따라 올라 간다.
경사도 조금씩 가팔라진다.


금강초롱도 자주 볼 수 있다.


매봉령에 올라선다.
이곳이 주능선인데도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방태산은 그야말로 한국의 아마존 같다^^(아직 아마존 못 가봤음ㅠㅠ).




이쪽 길은 폐쇄 중...
아마 이쪽 길로 가다 보면 멧돼지 몇 마리 쯤은 어렵지 않게 만날 것 같다.
이번 방태산 산행 중 멧돼지 흔적(파헤친 흔적 따위...)들을 몇 번 보았다.


뭔가 없었던 아쉬움도 생길 것 같은 안내지도...(방태산이 아까워요, 개선해 주세요~~~)


이제 주능선을 따라 구룡덕봉을 향해 오른다.
통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가지를 조금 잘라낸 것 같다.


주능선의 천장도 거의 숲으로 닫혀 있다.


얘들은 투구꽃이라기 보다는 무슨 새 둥지에 모여있는 새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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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임도와 만나게 된다.


'이런 곳에 임도가 나 있구나'라고 생각할 만하다.
예전에 구룡덕봉에 군부대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순한 임도가 아니라 작전도로(?)였나...


방금 저 두 표지판 사이로 나와 이 임도와 만났다.


임도 따라 구룡덕봉까지 야생화가 다양하게 피어 있다.






모처럼 숲의 천장이 열려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능선을 걸어 간다.
방태산 산행 중 햇볕을 직접 쬘 수 있는 구간이 많지 않은데, 이곳 임도 구간이 그런 점을 보충해 주려는 숨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닌지(혼자 생각^^)...


구룡덕봉 아래 공터에서 몇 분의 아저씨들을 만난다.


구룡덕봉을 살리려는 노력을 보니, 소백산 주능선이 얼른 떠올랐다.
거기도 사진을 비교해가며 생태보호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주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 복원사업이 효과가 좀 있는 것 같다.
'산상화원'이란 말이 실감난다.






헬기장이 하나 있고 샘터갈림길도 있다.


구룡덕봉 전망대(1,388m)에 올라 선다.
정말 멋진 전망대인 것 같다.
설악산, 오대산, 계방산 등이 파노라마 조망 속에 들어 있다.
방태산의 또 다른 가치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구룡덕봉에는 3개의 전망대가 서로 방향을 달리하여 설치되어 있다.
편의상 <1>, <2>, <3> 전망대로 구분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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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로 설악산 쪽을 조망하는 전망대


높은 산 사이에 갇혀 있는 구름들이 제법 큰 운해를 이룬다.
아니 운해(雲海)가 아니라 운호(雲湖)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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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멀리 설악산 대청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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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당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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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골프공 모양 시설 봉우리가 중청이고 오른쪽 높은 봉우리가 바로 대청봉(1,708m)


아래 울창한 골짜기는 우리가 올라온 방태산 적가리골이다.
들은 바로는, 이 움푹한 골짜기가 운석에 의해서 생겼다('운석분지')는 이야기가 있다.
얼핏 보니, 거대한 가리비 모양의 운석분지처럼 생겼다^^.
어젯밤 늦게 식사할 때 밤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더니,
아주 먼 옛날에 벌써 한 바탕 쏟아졌었나 보다^^!!!
골이 정말 넓고 크게 생겼다.
일년 내내 계곡이 마르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하늘의 습기 저장소가 구름이라면,
땅의 습기 저장소는 숲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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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쪽 능선 안부가 매봉령인 것 같다. 물론 매봉령도 높이가 천 미터 이상이다. 천 미터 이상의 봉우리들이 방태산 주능선을 이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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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지나온 임도도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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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대산과 계방산 라인을 조망하는 전망대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이 오대산 최고봉인 비로봉(1,563m)이고, 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계방산(1,577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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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과 연계 산행을 할 수 있는 개인산(1,341m)-침석봉(1,321m)-숫돌봉(1,104m)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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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방태산 주능선(주억봉 쪽)을 조망하는 전망대
방태산 최고봉인 주억봉(1,444m)이 여기서 멀지는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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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과 개인산 사이의 어두원골(=어두우니골)의 모습이다. 역시 골이 크고 숲이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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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전망대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빵과 포도 한 송이가 전부다.
가끔 김밥이나 주먹밥을 준비해 오는데, 청태산에서 이곳 방태산으로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이번에는 간단히 해결하기로 한다. 사실 어제 삼겹살을 먹은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한참을 머무르다 다시 길을 이어간다.
주억봉을 향하여 간다.




구룡덕봉 출발 후 몇 십 분 만에 주억봉 아래 삼거리에 도착한다.
어느 산악회에서 선두에 선 아저씨 한 분을 만난다.


배낭을 내려놓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분들이 더러 보인다.
어차피 주억봉에서 다시 이곳으로 내려오게 되니까...

우리는 그냥 배낭 메고 오른다.

마지막 오르막길을 올라 주억봉 정상에 도착한다.
예상했던 대로 주억봉 정상은 아주 소박하다^^.
제대로 된 정상석 하나 없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또 한 가지, 각각의 방향으로 조망 안내판이 있었으면 한다.
3둔 5가리의 얘기처럼 피난처로 자리 잡은 곳이라 이런 것까지 챙길 형편이 아닌가 보다...




주변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빛깔도 좋다.


진정한 주억봉의 정상(1,444m)에 올라 선다.


진정한 정상에서 편의상 정상(?주억봉 정상 표지판 있는 곳)을 바라본다.
뒤의 능선은 개인산-침석봉-숫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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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의 또 다른 봉우리인 배달은석(1,415m)과 깃대봉(=푯대봉; 1,436m) 쪽 조망
주억봉의 서쪽 조망이라 할 수 있다.
'배달은석'은 이름이 특이한데, 한국판 노아의 방주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대홍수를 피해 저 봉우리에 배를 매달아 놓았다는...역시 피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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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억봉과 배달은석 사이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약수로 유명한 '개인약수'로 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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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억봉 북쪽 대골 방면 조망
역시 제법 큰 골이다.
저 아래서 적가리골과 만나 방태천으로 흘러 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내린천과 합류하여 소양강으로, 북한강으로, 한강으로, 서해 바다로...길고 긴 '물의 여행'이 이어질 것이다.
성질 급한 단풍이 살짝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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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쪽 조망(가운데 구름 뒤로 대청봉이 희미하게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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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억봉의 동쪽이라고 할 수 있는 구룡덕봉 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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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억봉에서 약간 남동쪽인 오대산, 계방산 쪽 조망
앞 능선이 개인산 능선이고 오대산 능선은 아마 그 뒤로 보일 듯 말 듯하다.
햇빛이 아주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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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억봉에서 약간 남서쪽 조망
아래 골짜기는 어두원골(=어두우니골)이고 내린천으로 흘러간다.
뒤로 보이는 산들은 홍천군 주변의 대부분 천 미터 이상의 봉우리들이다.
가운데 봉우리는 지도를 보니 맹현봉(1,214m)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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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주억봉 정상의 모습에 관리의 손길이 좀 필요한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방태산을 찾았을 때는 좀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출발 무렵 보았던 산악회 산님들이 단체로 계속 올라오신다.
구룡덕봉 아래 공터에서 만났던 아저씨들도 역시 올라오셨다.

땀을 식히고 한참을 머무르다 하산하기 시작한다.
아까 그 삼거리를 지난다.

여기부터 꽤 긴 구간 심한 된비알길을 내려가야 한다.
지리산 화엄사 코재와 비슷한 길이다.
게다가 산길이 조금 질퍽해서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질퍼덕한 흙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무 뿌리가 드러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잘못 밟으면 그대로 쭈욱 미끄러지게 된다.


가끔 이런 돌길도 나온다. 이끼가 자란 돌들이다.


이 구간을 올려다 보시고 그냥 산악회 버스로 돌아가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신 것 같다.
후미조를 담당하시는 분의 재촉 또는 설득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많은 산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려온다.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런 길을 내려온 것 같다.

계곡에서 잠시 수건에 물을 적셔본다. 역시 시원하다.
이제부터는 좀 편안한 하산을 한다.


아침에 지났던 매봉령 가는 갈림길을 다시 통과한다.
계곡에서 탁족이라도 할까 하다가 휴양림 야영장 샤워장에서 하기로 하고 그냥 내려간다.
어차피 그 물이 그 물이니까...


드디어 하산 완료!!!
약 5시간 반 조금 넘게 산행을 한 셈이다.


산행 후 야영장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는데, 엄청 차가웠다.
물론 온수는 없다. 오로지 계곡물 같은 냉수~~~
적가리골 냉수의 참맛을 산행이 끝나고 느낀 것 같다.
하지만 냉수 중의 냉수로 샤워한 후 마른 옷을 갈아 입었을 때의 기분은~~~'가뿐하다' 또는 '개운하다'라는 표현이 부족한 정도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한 뒤 휴양림을 나온다.
휴양림 길 따라 계곡이 이어지고 멋진 폭포(이폭포, 저폭포, 이단폭포...)도 보인다.




안녕!!!
탐방 잘 하고 갑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의 깊이를 알려 준다. 벼가 익어 가는 논은 황금색이 되어 가고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빼놓을 수 없는 '방동약수'를 들러 보기로 한다.
방태산 휴양림에서 나와 방동교 건너기 전에 우회전하여 오르막 도로를 따라간다.
방동약수를 알리는 조형물 같다(방동교 앞).


제법 줄을 서야 물을 담을 차례가 온다.


방동약수터의 여러 모습




한 바가지 마셔 봤더니, 철 냄새가 강하게 난다. 오색약수도 비슷한 맛이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설탕을 넣어 마셔 보기도 했다. 설탕을 넣으면 사이다 맛과 좀 비슷해지는데, 그래도 철 냄새가 좀 강하다.)


점심 겸 저녁으로 아빠는 시원한 막국수를 드셨으면 하는데, 동생과 나는 갑자기 짜장면(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빠는 인제군 상남면 어느 중화요리 식당을 용케 찾아 가신다.
이 식당 바로 옆에 물도 맑고 제법 큰 냇가가 있다.
탕수육과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차에 탄다.
강원도를 벗어날 즈음 잠이 든 것 같다.
어떻게 왔는지 깨어나 보니 집 근처에 와 있다.

방태산을 갈 때는 먼 길을 한참 걸려서 간 것 같은데,
돌아올 때는 한 숨 자고 났더니 금방 온 것 같다.
물론 그 사이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청태산이 아니면 방태산 어때?

이렇게 이상하게 이어진 이번 여행은 아쉽지만 여기서 끝난다.
산행이 주연이고 야영이 조연이 아니라,
산행과 야영 모두 주연이 될 만한 그런 산이었다.

세상의 큰 난리를 피해 살 만한 곳, 
다시 말하면, 3둔(살둔, 월둔, 달둔) 5가리(아침가리, 명지가리, 적가리, 연가리, 곁가리)와 약수(개인약수, 방동약수)의 고장 방태산은 역시 큰 산이었다.


여러분 가을 산행 제법 쌀쌀합니다.
방풍복 내지 가벼운 방한복 챙기는 것 잊지 마세요.



천 지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