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산과 함께 해온 세로산악회, 10월 정기산행이 기백. 금원산이다.

 기억은 안나지만 97년 9월에 다녀온 기록이 있고, 건너편 황석. 거망산은 2000년 10월에 갔었더랬는데 이때 김도권고문님의 환갑으로 황석산성까지 케익을 공수해와 즐거워 했던 기억이 새롭다.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요즘인지라 나홀로 금원. 기백에 황석. 거망을 연결하기로 하고.

 상촌-인봉-기백산-금원산-유인청폭포-상천리(금원산자연휴양림 대형주차장)가 산행코스이니(빨강색 화살표),


나는 황석산 들머리를 황암사에서 시작해(파란색 화살표) 기백산에서 되돌아와 산악회 일행과 합류하는 계획을 세우고, 대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출발지인 종로6가에서부터 단골로 이용하고 있는 버스 기사님에게 부탁한다.

 

 안내산악회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니 이렇게 편리할 때도 있다. 

 

 2006년 10월 14일. 20시 30분. 종로6가에서 출발해 통영.대전간 중부고속도로 지곡IC를 빠져나와 26번 국도상의 황암사에 나홀로 내리고, 버스는 되돌려 상촌으로 떠나고, 희미한 보안등으로 홍살문과 계단 위의 깔끔한 황암사를 카메라에 담아보려 하지만 짙은 어둠을 뚝딱이로는 어림 없는 일. 해서 다른 분의 산행기에서 사진 한장 무단도용하니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02:27. 산행을 시작하기엔 시간이 너무 일러 황암사를 둘러 볼 생각을 하지만 역시 문은 굳게 닫혀 있고, 황암사 안내문을 읽어보고 광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비 뒤의 세멘트 포장길이 황암사 담을 따라서 연결되면서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행 초입에는 갈림길이 여러 곳이 있으나 표식기가 잘 달려있고 임도를 따르지 말고 북쪽 방면의 좁은 등로가 계곡을 왔다 갔다 하며 40여분을 진행하면 계곡길에서 좌측 사면길로 방향을 틀어 오르면서, 흙길로 된 급경사 길을 올라 채면 편안한 안부길(03:35)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지도를 분실한 것을 알았고 이후의 산행이 조심스러웠다. 황암사에서 버스에서 내리고 차를 돌리면서 뒤를 봐준다고 베낭과 지도를 땅에 놓았었는데 여기서 흘린것 같다.  

 04:07. 삼거리



 

 04:40.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망이 훌륭한 곳인데......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산악회원 일행과의 하산 시간을 맞출려면 여기서 해뜨기를 기다릴 수가 없다. 일출은 아직도 두시간 가까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짙은 어둠속의 산성길.......

 역시 어두워서 정작 거북바위는 담지 못한다.

 

 이후, 북릉 우회로를 지나면서부터 무성한 잡목과 키를 넘는 산죽의 사이길을 지나면서 지도를 잃어 버린게 마음에 걸려 속도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고, 오르막 우회길 보다는 능선길 위주의 산행을 했다. 그런데 뫼재를 지나 길이 사면길과 좌측으로 능선길로 보이는 길이 있어 능선길로 가는데 떨어지는게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아직은 어두워 지형을 판단하기 어려웠고, 나침반을 살폈으나 북북서 방향으로 문제는 없어 보였으나 너무 급격히 떨어져 표식기가 걸려 있음에도 의심스러워 조금 더 진행하면서 나침반을 유심히 살피니 서쪽으로 틀어지는게 확실하다. 다시 급사면을 치고 올라와 확인하니 사면길이 맞는 길이다. 이곳에서 30분을 알바하고.......

 장자벌 하산길을 지나 뒤돌아 본 모습입니다. 거망산 지나 은신치. 수망령까지 8~9km의 길이 거의 이렇다.

 06:20. 1245봉에서의 일출박명의 지나온 황석산의 모습이다.

 좌측의 금원산과 우로는 기백산.

 좌측 앞 봉우리가 거망산이고, 우측 나뭇가지 부분은 금원산이고 좌로는 월봉산과 그 뒤로 덕유연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유심이 살핀다면 뭔가 좀 이상하다. 거망산이 발 아래에 있다. 이 1245봉이 거망산(1184m)과 황석산(1190m)보다 더 높다. 더 높은 이 봉이 산 이름이 없고 좌우로 낮은 산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장골 갈림길에서의 거망산.

 억새가 절정이다.
 

 


 

 거망샘. 안부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야영이 가능한 터에 수량이 풍부한(높이에 비해) 샘이 있다. 요즈음 가뭄이 심해 물을 두병(3L)를 가져 갔는데 한 겨울은 어떨지 몰라도 물이 마를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땅에서 솓는 물이 아니고 안부에서부터 습지 비슷하게 물이 고여 그 물이 여기에 모이는 것이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꺼림직해 할 수도 있겠다. 마셔보니 물 맛은 좋았다. "아뭏튼 안부에서는 서쪽으로는 볼 일(?)을 삼갑시다."

 거망샘에서 나와 거망산으로 오르는 중간에 해뜨는 모습.

 아래에 갈림길에서 분명 해가 뜨는 모습을 보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시리 이곳은 이제 해가 뜬다.

 해는 어디에서나 뜨고 지기 마련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06:49. 거망산



 

 07:40. 은신치.

 지금까지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수망령으로 가는 이정표가 생략되어 있다. 의심쩍어 세로산악회의 본진의 유병택대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능선길로 직진한다.

  08:04. 111.7봉에서의 조망.

  중앙의 뾰족하게 두개가 솓아 오른 봉이 황석산.


 

 장소가 협소하다. 등 뒤는 절벽이라.

 20분의 감자떡과 야채참치 식사와 휴식. 요즘 산행중의 식사가 자꾸 체해서 천천히 먹으려고 노력한다.

 09:00. 수망령. 금원산방면의 계단에서 본 모습.

 차 뒤편 그늘에서 잠시 쉬며 아래쪽(용추골)을 살폈는데 가늘게 물줄기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물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을 듯 하다. 차에는 사람이 없었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수망령에서부터는 등산로가 잡목으로부터 편해졌다.

 09:58. 금원산.

 정상을 거의 다 올라 왔는데, 바위 뒤에서 중년의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되어 불쑥 나타난다. 멧돼지가 올라 오는줄 알고 무서워서 바위 뒤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ㅎㅎㅎ. 어쨌튼 나도 오늘 산행을 하고 처음 사람을 봤다.

 덕분에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금원산 아래 동봉에서의 기백산.

 이곳에서 유안청폭포로 내려가는 하산 코스라 산악회 본진의 위치가 궁금해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전화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럴줄 알았으면 무전기를 하나 가지고 오는건데.

 만약에 본진이 계곡으로 떨어졌다면 전화가 어려울 수도 있기때문에 기백산을 포기해야하나 하고 망설였지만, 이 먼 곳에 언제 또 종주를 하러 오나 하고 진행하기로 한다.

 세로산악회는 매식을 하지 않고, 주차장에서 운영진이 준비해 온 재료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정 안되면 기백산에서 되돌아 올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상촌이나 바래기재로 바로 빼는 방법도 염두에 둔다.

 

 우려와는 달리, 동봉에서 1km정도 진행하자 맞은편에서 오는 본진 선두와 만나고, 급기야 후미는 상태가 좋지 않은 몇사람이 기백산 2.4km 전의 수망령 갈림길의 안부에서 탈출했으니, 기백산을 갔다가 되돌아 올때 그 길로 오라고 한다.

 기백산 전의 누룩덤으로 바위를 포개놓은 모양이 재미있다.

 암릉길로 시도를 해보지만 정상부분은 오르지 못한다. 어떻게 오른다 해도 내려오는게 문제가 될 듯 하다.

 우회로로 가서, 반대편에서 다시 시도하기로.......




 

 이 우회로로 지나와 다시 붙어 시도하지만 역시 실패하고 바로 지척인 기백산 정상으로 향한다.



 

 11:19. 기백산.

 엷은 가스가 끼어 생각보다 건너편의 황석. 거망산의 조망이 실망스럽다.

 용추사쪽에서 올라 온 산객 몇 사람만이 가픈 숨을 몰아쉴 뿐 한가하기 그지없다.

 오늘, 이 큰 산에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이십여명 밖에 못 봤으니 차고 넘치는 산님들은 다 어디로 가셨는지........

 12:03. 되돌아 온, 수망령 갈림길 안부.

 도상에는 길이 없지만, 우측 사면으로 희미하게 탈출로가 이어져 있다.



 


 




 

 아무리 예년만 못하다는 가을의 단풍이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1000급 거봉의 자락이라 유안청계곡의 절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폭포 아래에서 발을 씻고 가려고 멈추었는데, 먼저 자리잡은 부부 산객에게 붙들려 푸짐한 식사와 반주까지 곁들여 얻어 먹다 보니,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를고 즐거워 하다가 문득 놀라 걸음을 재촉하는 중에 보이는 유안청골의 모습이다.

 금원산자연휴양림으로 연결되는 계곡길과 자운폭포와 선녀폭포는 도로에서 내려다 보는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휴양림의 잘 관리되는 시설물과 어울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14:04. 관리사무실을 지나 대형주차장에 안착한다.

 식사를 하고 있던 회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감사하며 오늘의 산행을 접는다.

 

 

2006년 10월 15일.  02:27~14:04.  11시간 37분(알바, 식사, 휴식:2시간 40분 포함)  산행거리:31.75km. 만보기:5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