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31
옥녀봉-구나무산(노적봉)-장수고개-연인산-연인능선-국수당
동생과 함께.
*. 스패치가 꼭 필요

옥녀봉부터 장수고개까지 벌써 5시간이 흘렀다.
이쯤에서 하산하고는 싶은데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다.
무릎이라도 아프면 그만 두자고 할텐데 오늘은 무릎이 왜 이리 안 아픈지.

이정표를 보니 마일리 10km, 연인산 3.9km.
마일리까지 10km는 너무 멀다.
마음 고쳐먹고 연인산으로 올랐다.

연인능선으로 내려오다 방향을 잘못잡아 산을 헤맸다.
8시간이 흘렀다.
주위가 슬슬 어두워져 오니 내심 불안감이 슬쩍 당겨온다.
만약 조난당하면 배낭안에 먹을것이 무엇이 있을까.여분의 옷,물 랜턴...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길은 동생이 찾고 나는 뒤를 따라만 간다.
능선으로 올라야 길이 보인다는데 위를 쳐다보니 능선이 안보인다.
배 고프고 지친 몸 이끌고 억지로 오른다.
앞에 동생이 안보인다. " 어디 있어!" " 여기-!"
소리가 메아리 쳐 울려 퍼지는데 그것이 더 불안하다.

1시간을 길을 찾으려 헤매다 잣나무가 빽빽히 서있는 곳으로 들어섰는데,
참 희안안것을 보았다.
눈이 약 20cm정도 쌓여있고 확실한것은 그 눈밑에 솔잎이 가득 쌓여 있을것이다.
그런데 그게 마구 뒤집어져있다.
한 두군데가 아니라 그 주위가 온통 파헤쳐져 있다.
농구장 대여섯 되는 넓이다.
혹시 이것은 멧돼지 잠자리가 아닐까... 소름이 끼친다.
분명 멧돼지 잠자리다.
사람이 그랬다고 하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넓다.
멧돼지들이 비빈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멧돼지 털도 보인다.
날은 슬슬 어두워져 아마 멧돼지들이 잠자러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게 든다.
수십마리 멧돼지가 덤빈다면, 나무 위로 올라 도망갈까 아니면 스틱으로 대항할까.
아이고! 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해는 이제 반뼘 남았다.
조난당한다는 불안보다 허기진 배가 더 괴롭다.
뭘 먹어야겠는데 앞 선 동생이 보여야 먹던지 말던지 하지.
서로 소리 치며 위치를 확인한다.
지도와 나침반으로 겨우 길을 찾아 내려온다.

집에 온 지금도 생각한다.
만약 멧돼지가 떼로 달겨들면 어찌 해야 할까.
멧돼지 퇴치법. 그것이 알고 싶다.


▣ 산초스 - 저도 작년 2월에 같은숲에서 3시간정도 헤매다 겨우 우정고개로 넘어왔는데 짐승 발자국이 무수히 많았지만 멧돼지 휴식처는 못보고 대신 엄청많은 두릅나무 군락지는 발견했었는데....고생하셨습니다.
▣ 김용진 - 님의 산행기를 보니 작년에 연인산 다녀온 생각이 나군요... 저는 소망능선으로 올랐다가 연인능선으로 내려와 장수폭포로 원점회귀 산행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