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4-1-23 금요일

 

 집사람과 둘이서...

 

소백산에 언제나 가나 하고 생각을 하다가 연휴 중에 하루 날을 잡아 가야지 하고 결심을 했다. 원래는 가족 모두가 함께 가자 계획을 세우고 단양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약을 해 놓았다. 서울로 돌아 오는 표는 명절로 인해 이미 매진이 되어서 입석표를 사야지 하고 맘을 먹었고...

하지만 두딸이 그렇게 높은 산에는 힘들어서 안 간다고 자꾸 그랬고 게다가 날씨가 영하 십여도로 내려가 엄청 추워지고 애들은 등산에 필요한 옷이나 신발도 없고 하여서 애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 좀 무리일 것 같아서 애들과 집사람은 놔 두고 어쩔 수 없이 혼자 가야지 하고 맘을 먹었다.

구정을 잘 보내고 구정 다음날 새벽에 일찍 일어 났다. 어제 그제 북한산 종주를 하고 이틀만에 다시 산행을 하는데 무릎은 다행히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부시럭 부시럭 하는 소리에 집사람도 깨는 구나. 여섯시 이십오분에 단양가는 기차가 청량리에 있어 타려고 서둘러 준비를 하는데 집사람이 맘에 걸리는 구나.

괜찮으니 혼자 잘 다녀 오라는 집사람의 말이 고맙긴 했지만 그래도 나 혼자만 산을 가는게 영 맘에 걸려서 한동안 망설이다가 함께 산에 가자고 했더니 거절을 하지 않고 바로 따라 나선다. 함께 가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두고 두고 원망을 들을 뻔 했다.

작년 12월 말에 집사람과 지리산을 1박 2일로 종주를 하여서 그런지 평소 산에 관심이 별로 없던 집사람이 요즘에는 산행에 자신이 생겼는지 거절하지 않고 잘 따라 나선다. 쿨쿨 자고 있는 딸자식들에게는 좀 미안하구나.

둘이 가니 기차를 타지 않고 차를 몰고 가자 하고 생각을 하였다. 올라 오는 길이 귀경길과 겹쳐서 시간이 걸린다 예상은 했지만 일단 가는길은 편하게 가니 일단 차를 가지고 가고 보자 하고 핸들을 잡고 7시에 집을 나서서 단양에 오니 9시 10분이다.

천동에서 비로봉, 국망봉, 구인사로 내려올 계획이어서 구인사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이곳에 오게 되니 차를 두고 가는게 좋을 것 같아서 단양터미널 앞에 있는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버스를 타고 천동으로 갔다.

서울 날씨가 영하 십이도였는데 여긴 좀 더 추운 것 같았지만 다행히 바람이 별로 안 불어서 아주 춥다고 느끼진 않았다. 어제 서울이 영하 십칠도였는데 그것도 견디었는데 뭘...

소백산 매표소를 통과 하여 완만한 오르막을 계속 오르는데 길이 야영장까지는 차가 다닐 정도로 잘 닦여져 있어 아주 편하고 좋다.

눈이 많이 와서 알맞게 잘 다져진 길을 오르면서 몇분의 등산객을 만나 눈인사를 하면서 집사람과 열심히 올라 야영장에 도착을 하니 집사람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을 먹고 싶다 해서 두 개에 천원에 사 주었더니 몸이 추웠는지 엄청 맛있게 먹는 구나. 산에서 사 먹은 것 중에 가장 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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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지구 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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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 부근의 고도표시 나무 - 해발 1035 미터)

 

야영장에서 비로봉까지의 길은 길 폭도 좁아 지고 산길이 시작되는 구나. 오르는데 어떤 젊은 대학생 정도 된 청년이 우릴 보고 저기 정상 부근에는 정말 추워요, 어떤 분은 잠깐 동안 얼굴에 동상을 입고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고 하면서 우리한테 조심하라고 일러 준다.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린 완전 무장을 하고 왔으니 괜찮은데 하고 흘겨 듣는다...

한참을 오르니 바람이 조금씩 세차지면서 주목단지에 접어 든다. 여기서 연화봉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천동리 갈림길 삼거리에 가는데 까지의 설경이 정말 기가 막히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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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단지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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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단지의 설경들..^^)

 

소백산의 설경이 왜 멋있을까 서울에서 떠나오기 전에 상상을 하였었다.

아마 작년 6월초에 소백산에 처음 왔을 때 죽령에서 천문대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초암사 배점리 코스로 산행을 하였었는데 그때 비로봉 주위의 철쭉이 만발하고 푸른 초원 같은 여성스럽고 이국적이었던 소백의 모습에 감탄을 하였었기에 아마 이곳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겨울 소백산을 사람들이 극찬을 하였겠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 주목단지에 주목에 피어 있는 설화를 일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아름답고 황홀한 눈꽃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산에 꽤 다닌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멋진 설경을 본 적이 없는데...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란 말에 걸맞는 신음소리 같은 감탄사만 입에서 나오는 주목의 설경이지 않은가? 넋을 잃고 감상도 하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푹푹 빠지는 눈길도 헤쳐 가면서 세찬 칼바람도 맞아 가면서 천동리 갈림길 까지 도착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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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리갈림길에서 바라본 소백산 주능선... 연화봉, 천문대...)

 

여기서 천문대 쪽으로 바라 보는 소백산 주능선의 모습도 절경이구나. 지난 여름에 내가 걸었던 발자취를 기억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여기서 비로봉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천동에서 올라 오는 길이 계곡길 이어서 별로 바람이 그리 세지 않았었는데 일단 능선에 올라오니 여기서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구나. 몸을 날려 버릴 것 같은 세차고 살을 에이고 뼈속까지 침투하는 듯한 매서운 칼바람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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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비로봉 가는 계단)

 

비로봉에 오르는 계단을 난간을 의지 하면서 힘들어 하는 집사람 손을 꼭 잡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어 드디어 비로봉에 올랐는데.. 도저히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바람이 세구나.

오늘 소백에서 두 번 난생 처음 경험한 것은 주목에 내려 앉아 있는 멋진 눈꽃과 이렇게 세고 차고 매서운 바람을 난생 처음 체험하는 것 이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몸을 세워도 몸이 안 가누어 질 정도라서 간신히 비로봉 비석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집사람만 한컷 찍고 내 사진은 집사람에게 찍어 달라는 부탁을 할 엄두를 낼 수가 없구나. 그저 얼른 이 고통스런 곳에서 벗어나고픈 생각만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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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바람에 몸을 못 가누고 정상표지석 옆에 고개를 숙이고 숨어 있는 집사람)

 

국망봉과 신선봉이 멀리 보여서 간신히 그쪽을 향하여 두세장 카메라에 담는데 손가락이 얼어 붙어서 잘못 하면 동상이 그냥 걸릴 지경이구나. 원래 계획대로는 국망봉, 신선봉, 민봉, 구인사 코스로 하산을 하려 했지만 그쪽에서 불어 오는 세찬 바람을 거스려 한걸음도 내 디딜 자신이 없어 그냥 빨리 이 정상에서 주목단지 대피소 쪽으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어 덜덜떨면서 몸이 날라갈까봐 어찌할 줄 모르는 집사람을 부축하여 서둘러 계단을 내려와 대피소쪽으로 조심 조심 하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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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단지 대피소로 되돌아 가는 길)

 

이럴땐 집사람이 체중이 좀 듬직하게 나가는게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른체형의 집사람이 안쓰럽기만 하다.

주목단지에 있는 대피소에는 여러 분들이 컵라면과 커피 등으로 몸을 녹이고 있어 분위기가 훈훈하여 좀 살 것 같다.

우리도 준비해간 컵라면에 보온병 물을 부어 좀 기다렸다가 먹는데 이렇게 꿀맛일수가... 원래 라면을 별로 안 좋아 하는데 산에 오면 꼭 먹게 되는데 라면이구나. 몸도 녹이고 마음도 녹여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라면을 먹고 바로 서둘러 하산을 하였다.

아까 올라오면서 감탄했던 절경을 다시 보게 되어 행복하구나. 구인사쪽으로 가기로 되어 있어 못 보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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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게 되면서 감탄 하는 주목의 설경...^^)

 

마져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주목단지를 벗어나 하산을 할 때는 가져간 비닐을 이용해 눈썰매를 타면서 내려 왔다.

집사람에게도 권했지만 싫다고 한단다. 예전에 눈썰매를 타고 허리가 아팠던 경험이 있어 이런 울퉁불퉁한 땅에서 타기 싫다나? 하산길의 절반 정도는 썰매를 타고 절반은 걸으면서 내려 왔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썰매 타는 분이 별로 없다.

간간이 '눈썰매 금지'라고 팻말이 있었지만 못 본채 하면서 내려 왔다. 천동으로 내려 오는 길이 눈썰매 타긴 좋은 것 같다. 물론 구인사쪽으로는 못 내려 왔으니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천동계곡길은 거의 2/3가 차가 오를 정도로 잘 다져진 길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하산을 하면서 생각하니 괜히 차를 단양에 두고 왔구나. 이렇게 되돌아 올줄 알았으면 그냥 천동까지 차를 가지고 왔으면 편했을텐데... 버스시간도 마땅치 않은데...

하산을 하니 세시 삼십오분! 다행히 세시 사십분차가 우릴 기다리고 있구나. 운이 아주 좋구나.

단양에 십분만에 와서 차를 가지고 서울에 오는데 귀경길 차량이 몰려 치악휴게소 부근에서부터 좀 막히고 만종분기점에서 많이 막혀서 횡성-양평-퇴촌-광주-서울 이렇게 돌아서 왔는데 단양에서 서울까지 네시간이 좀 더 걸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동-중부고속도로 오는 것 보다 오히려 한시간 정도 더 걸렸다. 그래도 무사히 잘 도착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애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들어가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 했다. 소백산 주목단지의 설경을 정말 대단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여야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행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0700 서울 집 출발

0910 단양 도착

0937 천동행 버스출발

0948 천동 도착

0955 매표소

1130 야영장

1243 천동리갈림길

1259 비로봉 정상

1310 대피소

1335 대피소 출발

1340 천동리 갈림길

1535 하산

1540 버스출발

1552 단양 도착

2030 서울 집 도착

 

사진들은 제 블로그에 가셔야 보실 수 있습니다.

방문하셔서 감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blog.daum.net/syuanatomy/4320476

 




▣ 산초스 - 역시 겨울눈과 바람은 소백산이군요. 저희도 이번주에 skkim님께서 다녀오신 어의곡리로 국망봉-비로봉 산행예정인데 사진보니 빨리가고 싶군요. 잘 봤습니다.
▣ 산초스 - 역시 겨울눈과 바람은 소백산이군요. 저희도 이번주에 skkim님께서 다녀오신 어의곡리로 국망봉-비로봉 산행예정인데 사진보니 빨리가고 싶군요. 잘 봤습니다.
▣ 김찬영 - 하얀 설국 소백산 잘보고갑니다 얼마후에 저도 갈예정입니다 도움이 많이되겠네요
▣ 곰탱이 - 님들의 무사 산행을 축하드리며, 1/31일 죽령에서 구인사로 산행할계정인데 눈이 얼마만큼 쌓여있는지 궁금합니다.
▣ 곰탱이 - 님들의 무사 산행을 축하드리며, 1/31일 죽령에서 구인사로 산행할계정인데 눈이 얼마만큼 쌓여있는지 궁금합니다.
▣ 산모퉁이 - 주능선은 산행에 어려움 없을 정도로 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많이 날라가기도 했구요. 다만 비로봉 바로 전에 천동리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주목단지로 가셔야 설경이 멋집니다. 조금 내려가 보시고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와서 비로봉으로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연우아빠 - 소백산 잘다녀 왔습니다 새벽5시에 희망사 에서 출발하여 연화봉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너무나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상고대의 멋진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 연우아빠 - 지금 소백산 등산하시는 분들은 꼭 새벽에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설경은 보기 힘들지만 새벽에 올라가면 상고대의 멋진모습을 볼수있을겁니다. 일출도 보시고 상고대의 멋진 모습도 볼수있다면 환상적이지 않겠습니까? 꼭 새벽에 등산하시도록 권하고 십습니다.
▣ 연우아빠 - 지금 소백산 등산하시는 분들은 꼭 새벽에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설경은 보기 힘들지만 새벽에 올라가면 상고대의 멋진모습을 볼수있을겁니다. 일출도 보시고 상고대의 멋진 모습도 볼수있다면 환상적이지 않겠습니까? 꼭 새벽에 등산하시도록 권하고 십습니다.
▣ 연우아빠 - 소백산 잘다녀 왔습니다 새벽5시에 희망사 에서 출발하여 연화봉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너무나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상고대의 멋진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