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은 덕이 많아 넉넉한 산이라는 의미로 붙여졌다 한다. 1975년 2월 1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북덕유 향적봉(1,614m)에서 남덕유산(1,507m)을 잇는 주릉의 길이는 13.8km이다.


 향적봉은 삼공매표소를 거쳐 무려 6km의 포장도로를 걸어 백련사에 도착한 후, 다시 급경사길 2.5km를 올라야 비로소 도착되고, 남덕유산 또한 영각매표소에서 3.6km, 또는 육십령에서 8km를 올라야 도달할 수 있어 거만한 사람을 혼내주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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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4년 6월 13일 (일요일)


☞ 날 씨 : 맑음


☞ 단체명 : 산악회 광주그린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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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코스 : 육십령 → 할미봉 → 서봉 → 남덕유산 → 월성재 → 삿갓골대피소 → 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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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거리별 소요시간(총 15.7km)


육십령 ← 6.8km / 3:00 → 서봉 ← 1.2km / 1:23(점심시간 포함)→ 남덕유산 ← 1.4km / 0:35 → 월성재 ← 2.9km / 0:50→ 삿갓골대피소 ← 3.4km / 1:20→ 황점 (총 소요시간 7:17 / 09:4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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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 30 육십령 도착]


07:30분 정시에 출발. 청명한 날씨가 혹여 무더위로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나 신록을 보고 있으려니 금새 잔잔한 설레임이 일며 숨가쁜 육십령고개가 반갑다.


구비 구비 고개길 옆 밭에는 하얀 꽃들이 예쁘게 피어 하늘 하늘 흔들며 반긴다.


"저게 무슨 꽃일까?"


멀리서 보니 마치 배추꽃 같은데 배추꽃이 지금 피었을리 없고 궁금하여 가까이 지나치길 기다려 살피니 온통 개망초꽃이 만발하다.


'농촌 일손이 부족한 까닭일까?' '경작해도 소득이 신통찮아 그럴까?'


버려진 손길에 넓은 밭들이 온통 개망초 꽃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보니 호기심을 가졌던 맘이 이런 저런 생각들로 잠시 우울해지지만 차량은 좌우로 허리를 틀어가며 육십령휴게소에 도착한다.


[09 : 43 산행시작]


도로를 건너 휴게실 맞은편으로 오르니 육송이 우거진 부드러운 능선이 반긴다. 인원을 체크하고 뒤따라 올라가는데 부드러운 육산의 완만한 능선에 기분이 들떠서 인지 진행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10분 정도를 그대로 따라 올라 가는데도 속도가 줄지 않는다. 누군가 앞장서서 달리고 있나보다. 부대장이 급히 올라 선두를 붙잡아 속도를 조절하고, 20분 정도 흘렀기에 휴식시간을 가지자 모두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 한다. 오늘 산행 조짐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10 : 18. 할미봉 도착]


헬기장을 지나고, 삼거리 갈림길을 지나 마사토의 미끄런 급경사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며 할미봉에 도착하니 산님들 사방을 둘러보며 쉬어가라고 커다란 바위들이 잠시 나무그늘을 치우고 봉우리에 눌러 앉아 있다.


사방이 탁트여 시원스레 다 보인다. 봉우리 한켠에는 저너머가 무슨산, 무슨산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대형 사진을 설치해 두어 호기심이 풀리도록 돕고 있는데 난 그보다 우리가 가야할 능선, 그러니까 서봉과 남덕유산을 찾는게 우선이다.


지도에는 육십령에서 서봉까지 거의 일직선인데 그와 달리 우리가 오르는 길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할미봉 우측에 서봉과 남덕유산이 형제처럼 나란히 솟아있다.


할미봉을 30m 정도 지나자 좌로 40m를 가면 대포바위(남근바위)가 있다고 사진과 함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다들 그냥 지나치고, 이어 50m 정도를 더 진행하자 이번에는 거의 80도 정도의 급경사 능선이 여러개의 로프로 약50m 정도 이어진다.


상당히 위험하다. 앞서가던 부부중 먼저 남편이 내려가면서 목소리에 상당히 무게를 넣어 "자,잘봐! 무릎은 쭉 펴고, 엉덩이는 뒤로 빼면서 이렇게 내려와 알겠어?"하면서 설명을 하는데 윽박지르는 것인지 설명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이어 부인이 조심스레 내려가는데 "무릎 펴라니까" " 엉덩이를 뒤로 더빼" 하면서 갈수록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ㅋㅋㅋ 부인이 군대만 다녀왔어도 그런 대우는 안 받았을 텐데.....


할미봉에서 서봉으로 가다보면 위험한 길이 두번 더 나오는데 한 곳은 로프가 허리띠처럼 연결되어 바위를 감고 돌아야 하고, 또 한곳은 약10m정도 높이의 바위를 수직으로 연결된 로프를 잡고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두번째 만나는 곳은 옆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기에 선택하여 가면 된다.


첫번째 위험구간.


해발 990m 높이 쯤되는 바위봉우리인데 바위를 넘지 못하고 그 옆으로 마치 허리띠처럼 로프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길을 찾는것도 애매하다. 멈춰서서 님들을 안내하고 마지막 뒤따라 가는데 한분이 조심스레 옆으로 걸으면 될텐데 어찌 생각하였는지 위로 올라 줄을 잡는 듯 마는 듯하며 뛰어 내려 착지한 후 줄을잡고 옆으로 걷는다.


그리하다 제대로 착지를 못하면 그대로 추락해 버릴 것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이구! 콱 그냥.......


두번째 위험구간.


두 부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건네주는 영양갱을 먹고 우회하자고 제안하는데 여자분들이 대담하게 수직로프를 타고 내려가겠단다. 혼자 우회길을 선택하여 내려가는데 뒤로 "보험 많이 들어놨어?" "그럼 로프를 톱으로 썰어불랑개"하는 남자 음성과 "욕심내지마 수익자는 모두 자식들로 해 놨으니까"하는 부부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수익자가 자식으로 되어있어도 역시 그 친권자가 남편이면 별 의미가 없는데........^ㅠ^*


부지런히 우회하여 살피니 걱정하던 사고가 발생한 흔적은 없다. ㅋㅋㅋ


산들바람 불어 더욱 시원한 그늘진 능선길, 백두대간 코스여서 그런지 다른 산악회 산님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한가하고, 간간히 들려오는 휘파람새 소리가 더욱 정겨워 먼지만 나지 않으면 더없이 좋을 산행이다.


산행들머리에서 채 몸이 풀리기도 전에 앞서 달리는 회원을 잡기위해 무리한것이 화근이 된 듯 부대장이 우측 하퇴부에 근육통이 발생하였다. 휴식을 취하며 응급조치를 하였으나 쉽게 풀리지 않아 몇분 같이 남기고 선두를 교대하여 출발.


공무원교육원에서 올라와 합쳐지는 삼거리를 지나고, 남덕유산 2.0km 남았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그러니까 서봉 0.8km 못미친 지점을 지나치자 원추리 군락지가 상당히 길게 펼쳐져 있다. 개화시기에 찾으면 울퉁 불퉁 바위능선과 어울어져 무척 아름다웠겠다.


[12 : 43 서봉도착]


서봉아래.


서쪽방향으로 0.1km를 내려가면 약수터가 있다는 안내판을 보고, 식수는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남덕유산 물맛을 보고싶어 찾아 내려갔다가 여기 저기 산객들이 흘려놓은 배설물과 화장지 등의 흔적들만 발견하고는 잡친 기분으로 되돌아 올라왔다. 허비한 시간만 아깝다.


나무들이 없는 서봉에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식사시간을 더 늦추기도 그렇고, 뒤에 남은 분들도 기다려야 하기에 남덕유산 정상을 오르기 전에 마땅한 숲 그늘을 찾아 식사를 하기로 하고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가니 두견이가 울며 반긴다.


식사시간.


배추쌈, 물김치, 홍어, 병치, 김치, 게장, 게란말이, 생새우튀김 등등 모아놓으니 산신령님 밥상도 이보다 더 잘차려질까 싶다. 소주도 한잔, 양주도 한잔......느긋하게 식사하고 나니 뒤에 남은 부대장도 식사를 끝내고 이제 어느정도 다리가 풀려 출발한다는 연락을 해와 좀더 지체하다 우리도 서서히 출발.


[14 : 05 남덕유산 정상 도착]


남덕유산 정상 100m 못미친 지점에 이르니 좌측으로 삿갓재대피소로 연결된 길이 나온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남덕유산 정상에 도착하여 이곳 저곳을 살피니 날씨가 청명하여 멀리 향적봉까지 훤히 보인다. 그러나 벌써 지친 회원님들 삿갓봉을 가리키니 모두들 의욕을 상실한 듯 월성재에서 빠지자고 한다.


[14 : 40 월성재 도착]


덕유산관리사무소에서는 이곳 월성재에서 황점으로 내려가는 길은 탐방금지된 곳이라고 하였는데 안내도 및 안내판을 보거나, 빤질 빤질한 하산길을 보나 누가봐도 통행 금지된 길이라 보기 어렵다.


회원님들의 체력상태, 지금까지의 산행 소요시간 등을 고려하여 보건대 여기서 곧바로 황점으로 하산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그러나 산바람님이 계속 진행하겠다 하자 황점으로 그냥 내려가겠다고 맘 먹은 회원님들 몇분이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며 망설이신다.


그렇게 망설이는 동안 누가 바람 아니랄까봐 산바람님은 벌써 날라가고 없다. 그렇게 지체하다 쉽게 결정을 못하시기에 포기하시라 권유하고, 대신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뒤따라 오시는 회원님들을 한분도 보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헐레벌떡 산바람님을 뒤쫓아 간다.


간간히 들려오는 휘파람새 소리가 바람결에 젖은 듯 들려와 조용한 산하의 신록을 더욱 정겹게 느껴지게 한다.


[15 : 40 삿갓재 대피소 도착]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황점방향으로 60m를 내려가니 좌측으로 비켜선 샘이 있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부어주는 물을 받아 얼굴을 씻고 부지런히 길을 내려가는데 황점 2.0km 정도 못미친 지점에 영각사매표소에서 올랐던 회원님들 두분이 보인다. 한분은 기진맥진 한 모습이다.


"아니 아직 안내려 가시고 뭐하세요?" 하였더니 아직 선두가 안보여서 발좀 씻고 쉬고 있었다고 한다. 비로소 쫄쫄쫄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분들은 안오시니 얼른 내려가시라 이르고 곧바로 뒤따라 갈려하니 버릴 것도 아닌데 계곡물이 아깝다.


"에라! 저분들이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으니 나도 발이나 좀 씻고 가자."


물이 굉장히 차다. 손발이 시려 오래 담들수도 없다. 그렇게 더위를 식히고 다리의 열도 식히고 나서 추스려 약 500m 정도 내려가니 한분이 뒤떨어져 굉장히 힘든 모습으로 내려가고 있다. 걸음을 늦춰 보조를 맞추려 하는데도 갈수록 더 힘들어 하신다.


탈진한 듯 하기에 소금을 두알 드리고, 배낭을 받아메고 앞서 걷는데 느린 걸음으로 조금가다 뒤돌아 보면 보이질 않아 기다고 하기를 반복. 산악회를 따라 나선것은 오늘이 처음 이시란다. 우리 감사님이 꼬드겨서 어제 저녁에 배낭 등 장비를 갖추고 따라 나섰는데 무리한 산행이 되었나 보다.


[17 : 00 황점 도착 / 산행 끝]


모두 일찍 지쳐버려 예정시간보다 한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산행코스는 부드럽고 좋았다. 또한 처음 육십령에서 할미봉까지는 육송으로 덮인 숲, 그리고 이후부터는 졸참나무가 주를 이루며 소나무 등과 어울어진 숲이 연결된 능선길 구비 구비마다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산들바람타고 유영하듯 즐겁게 산행할 수 있었다.





▣ 불암산 - 더운 날씨에 덕유능선길 , 고생많으셨습니다. 즐거운 산행 이어 가시기 바랍니다.


  *** 격려 감사합니다. 불암산님께도 항상 즐겁고 행복한 산행길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