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능선 단풍산행( 한계령- 대청봉-공룡능선-설악동)

  

일    자: 2004년 10월 2일~2일(무박산행)

    씨: 쾌청

 동    행: 대전소월 산악회

 

 

 

어둠을 질러

수많은 거친 능선의 돌 길과

향기 나는 숲을 지나면

거기 쇳소리 나는 바람과

새벽이 달려오는 대청이 선다.

 

 

         (부지런한 사람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저렇게 모여 

불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 보고 있다.

지난 하늘의 별은 그렇게 총총했고

시간이 한 귀퉁이를 갉아 먹은 달은 그리도 밝았다.

붉은 여명으로 깨어 나는 동편하늘엔

뭉게 구름 띠가 바다 위를 덮고 있고

발 아래 서릿발이 서걱인다.

사람들은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그렇게

동해 바다로 떠오를 희망을 기다리고 있다.

 

 

                                   (대청봉 일출)

 

 

 

참 보기 힘든  대청봉 일출

오늘은 구름을 몰아 낸 고기압 한파 때문에

저리도 고운 일출을 본다.

바다 위 구름은 긴 기다림을 위로 뜨거운 불덩이를 토해낸다.

새 날의 기대와 희망

그 장엄함이여 !

넓은 바다와 큰 산에는 대자연의 축복과 무한의 경외가 떠돌고

가슴은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가 살아 갈 날의 기쁨과 희망으로 넘친다.

우리는 어둠을 깨고 달 빛을 따라

여기 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여 떵떵 거리는 나라가 되고

우리 회사 장사 잘 되어 모든 직원들 행복하고

우리 부모형제 가족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 모두 술술 잘 풀리고

여기 선 보든 사람들 행운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해가 구름 밖으로 나오자

얼마 안되어 대청봉 아래에서 짙은 운무가 솟구쳐 올라 금새 태양을 뒤 덮어 버린다,

마치 늦게 도착한  사람들에게 그 장엄한 일출을 보여 주지 않으려는 듯이.

강한 붉은 빛은 자욱한 운무에 숨고

그 위로 드러난 커다란 태양의 붉은 모습이 신비롭기만 하다.

 

 

                              (운무와 바람과의 조화)  

 

 

 

                        (구름이 감도는  대청봉)

 

 

                             ( 대청봉의 새날 )

 

 

 

공룡의 단풍을 보아야 이 아쉬운 가을을 보내지

어둠의 강을 건너

단풍의 바다에 배를 띠웠다

그 밤 단풍의 바다로 가는 하늘에 별 빛은 너무 맑았고

달은 휘영청 밝았다.

 

나만의 가을이 아니었다.

단풍의 바다에는 헤일 수 없는 많은 배들이  떴고

배들은 부딪히고 밀리며 그렇게 단풍의 바다로 흘러 갔다.

 

설악산 속에서는 사람들 조차 단풍이었다

모두가 단풍이 되어 흐르다

단풍에 물리고 사람에 지쳐서 그렇게 돌아갔다.

 

 

                              (희운각 가는 길)

 

올해는 단풍이 유난히 더 고운 빛이다.

사람들은 공룡의 마법에 걸린 듯

거침 없는 수사와 감탄을 연발하며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공룡을 한껏 욕심 냈다.

더러는 밀리는 사람에 짜증내고

더러는 힘겨운 단풍놀이를 후회하며 .

 

처음엔 단풍의 아름다움에  희희낙락하고 

그러다 온 산이 단풍 뿐이니

단풍에 물리고

나중엔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공룡능선

수 없이 반복되는 낙차 큰 오르내림

긴 여정에 발 길이 무거워지고 머릿 속은 하얘지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 생각 없이 마등령을 내려 간다.

그리고 지나온 공룡과

그 뒤에 구름에 쌓인 대청봉을 올려다 보며

그 걸어온 길의 장대함과 아득함에 놀라고

비선대 쯤에선 무언가 큰 일을 했다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그래도 사람들은 소리 높여 칭송하리라.

불타는 공룡능선

불 붙은 마등령을.

그리고 그 후회와 한탄의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가을이 오면

또 다시 공룡의 가을과 그 절정의 단풍에 안달하리라……

 

 

 

                              (불타는 공룡능선)

 

공룡엔 태고의 자연이 살아 있다.

거기엔  거친 자연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운무에 휩싸인 공룡의 자태는

처음 가는 길처럼 또 다른 신비감을 열어주고

신록이나 녹음을 두른 기암의 모습이나

불타는 단풍의 바다를 굽어 보는 고독한 암봉의 모습이나

공룡은 사시사철 새로운 얼굴을 들어 우리를 바라본다

 

공룡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기쁨을 만나기 위해 많은 고통의 땀을 쏟고

거친 숨을 몰아 쉬어야 한다.

그 능선에는 우리가 힘겨웠던 만큼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소중한 것들이 넘쳐 난다.

늘 마주하는 일상의 새로운 기쁨처럼

불타는 공룡의 가을 축제에 다시 초대된 오늘은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다.

 

해 마다 한 번이라도 거르면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한 모태와 같은 이끌림.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공룡을 찾고

나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공룡을 간다

 

 

 

                                 (마등령 하산로)

 

단풍놀이 여정

 

01:30  한계령 출발

03:00  한계령 2.3km  중청대피소 6km

04:05  한계령 4.1km  중청대피소 3.6km

05:10  끝청   대청봉 1.8km

06:00  대청봉

06:55  소청봉 식사

08:30  희운각

09:00  신선봉

10:30  신선대  희운각 3.0km  마등령 2.3km

10:45  나한봉  희운각 3.4km  마등령 1.7km  

12:10  마등령 

14:15  비선대  (시원한 탁족과 세면 ,머리감기)

15:15  소공원

15:40  B지구 주차장

 

 

 

공룡 즐기기.

 

해마다 가을이면 공룡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히 기하 급수적이다.

가장 좋은 날이야 10월 초 평일이겠지만

인생이 그렇게 목가적이고 낭만적이기만 한가?

또 혼자 찾아가는 시간소요와 번거러움을 생각하면 산악회 단풍차에 묻어 가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토요일이 적당한 대안이지만  나중에는 몰라도 지금은 대전에서 흥행몰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뜨는 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일요일의 피터 지는 공룡을 만나지 않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안보면 그만이지!

물론이다.

내가 찾지 않는 공룡은 혼자 그렇게 붉게 타다가 다른 사람들 가슴 속에 속절 없이 가을의 여운을 남기고 총총히 떠나갈 것이다.

 가을은 다시 돌아 오지만 지나간 그 가을은 돌아 오는 법이 없다.

 

공룡을 만나러 갈 때는 그저 마음을 텅 비워야 한다.

절정기의 공룡은 나만의 공룡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산악회는 빈 배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시간의 개념도 잊어버리고  그저 사람들과 어울려 그 흐름대로 단풍의 바다에

푹 빠졌다가 파김치가 되어 돌아 온다고 생각하자.

(솜처럼 지치면 귀향의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차 안에서 잠도 잘 온다.)

그 수 많은 해 공룡을 찾았어도 차가 늦어져 다음날 회사 출근을 빼먹은 적은 없다.

 

오색에서 대청을 차고 오르던 한계령에서 능선을 날아 오르던 야간산행 멋을 즐기자!

인간에게는 시각이외에도 오감이란게 있다.

우린 칠흑의 어둠에서도 큰 산의 넉넉함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별 빛이 흐르고 달빛이 교교하다면 최고의 날이다.

그 어려운 대청봉 일출을 만날지도 모른다.

2004 10월 3일의  설악은 환상의 날씨였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한계령 공기를 호흡하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멋진 해돋이를 직감했다.

한계령에서 대청봉 오르는 능선은 달 빛에 길이 훤했다.

옆으로 흘러가는 산릉의 실루엣이 드러난 능선에 오르고부터는 헤드렌턴을 벗어 던졌다.

달빛을 따라 길을 오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시원한 바람을 목에 걸고 달 빛을 따라가는 산 길은 낭만적이었다.

모자와 헤드랜턴이 날아가 버린 머리는 후련하고 상쾌하다.

자신의 불 빛이 꺼지고 나면 창백한 달 빛 아래 드러난  나무며 계곡 능선의 풍광은 훨씬 더 선명해지고 그 어슴푸레한 실루엣들은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해돋이를 보 건 볼 수 없건  대청마루에서 해돋이를 맞이하는 시간계획으로 움직이자

우리는 그 곳에 자주 갈 수 없고 도착한 대청봉에 여명조차 뜨지 않으면 그 때 우린 갈 길을 가면 된다.

우리 산악회는 너무 일찍 출발하여 한계령에 새벽 1시에 도착 했다.

사람에 밀리는 걸 고려해도 4시간 30분이면  대청봉에 도착할 수 있기에 3대의 차가 쏟아낸 인파가 모두 사라진 다음(용변보고 오니 우리 산악회는 모두 사라져 버렸고 표찰도 없으니 누가 우리 산악회 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에 가락국수를 한 그릇 비우고 오뎅 까지 한 그릇 더 시켜 속을 풀고나서 1시 30분에 혼자 천천히 출발했다.

중청에는 정확하게 새벽 5시 45분에 도착했고 대청에서 달려드는 새벽의 모습을 보고 25분쯤 더 기다려 멋진 일출을 마주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정쩡한 이른 시간에 중청대피소에 도착해서 아얘 일출의 기대를 접고 하산했거나 추운 산정에서 오래 떨어야 했다.

 

아침식사는 희운각에서 하는 것이 낫다.

배도 고프고 희운각이 복잡할 것 같아 소청봉에서 천천히 아침식사를 하고 희운각으로 내려섰는데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희운각으로 한시라도 빨리 내려서는 것이 일출이 끝난 다음 천천히 내려오는 대한민국 아줌마 부대의 무차별 진군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멋진 풍광을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흘러가자

공룡능선에서는 몇 군데 밧줄구간의 난코스에서 정체현상이 심하게 일어난다.

어짜피 많은 사람들 때문에 속도가 평상시보다 느리고 가다가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곳에서 충분히 휴식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갈 거라고 계속 앞 사람을 추월하거나 일부러 오랫동안 한 곳에서 머물러 쉬기 보다는 꾸준히 흐름을 타며 움직여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난코스 몇 군데에서 과감하게 우회코스를 잘 선택하면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독한 정체가 일부 난코스의 교행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대청을 내려서서 공룡을 탄다 손 치더라도 어짜피 마등령에서 신새벽에 치고 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시간이 이른 아침에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느긋하게 움직이는 편이 극심한 정체를 피해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새벽 1시에 출발하여 대청봉에서 해돋이도 보지 않고 치고 나간 사람과 도착시간에서는 1시간도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여유로운 가을 산행의 환상은 미리 접는 것이다.

복잡한 차 안에서의 새우잠

붐비는 등산로

가파르고 험준한 고단한 산행 길.

막히는 귀향길

대한 민국의 가장 멋진 단풍놀이 중의 하나를 보기 위해선 힘겨운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의 잠과 시간을 모두 반납할 수도 있다는 여유와 느긋함으로

또 일년에 한 번 자신의 체력을 점검해 본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공룡행  단풍선을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