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그 칼바람 속에 핀 설화

  

산행지 : 소백산(삼가리-비로봉-연화봉-희방사)

일  시 : 2005. 02. 20(일)맑은 후 흐림

동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차량회수 : 희방사⇒비로사(택시25,000원)

기상예보 : 소백산 최저 영하18도, 최고 영하11도(서, 북서풍 다소 강)


 

09:30 삼가리 야영장

12:30 비로봉

12:50 - 13:20 대피소

14:30 제1연화봉

15:00 천문대 정상

15:30 깔닥재

16:00 희방사

16:30 소형차 주차장

총 산행시간 : 7시간(11km)

 

 


 

한의원에서 생긴 일 
 

두어 달 전부터 허리 부분에서 조금씩 시큼시큼한 통증이 전해졌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하고 내벼려 뒀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침 그거 한번 맞고 나면 금방 낫는다.”는 꼭지(아내)의 권유로

한의원에서 난생처음(?)으로 침이라는 것을 맞아보기로 했다. 
 

물리치료도 받아보고 침도 맞고 나중엔

바늘로 콱콱 찔러 피도 뽑아낸다.

그리고는 원장님 말씀 
 

 “거 별거는 아니고요 운동을 많이 하셔야겠습니다.”

 “무슨 운동을 해야 합니까?” 궁금하여 물으니

"걷기운동을 많이 하세요.“

 

“띵~~@”

<걷기>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원장님! 저는 걷는 것이 전문(?)인데요. 지난주에도 10시간을 걸었습니다.

 그러니 7로 나누면 하루에 1시간 이상은 걸은 셈이지요.” 
 

무식한 사랑방의 항변에 원장님 “흐미~~.” 놀라시면서 한발 후퇴

“하루 만에 그렇게 무리하게 걸으면 안 되지요.”

(칫~ 10시간은 기본인데...)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원장님 그러면 얼마정도 걸으면 적당한가요?”

“하루에 1시간정도가 적당합니다.

 그리고 한 거번에 많이 걸으시려면 매일 한 시간정도는 걸어 두어야합니다.

 이젠 나이도 생각하셔야지요.“

(헐~~@ 이젠 나이까지 들먹이네.) 
 

어쨌든 이틀간 치료를 받고나니 한결 나아졌기에 병원 문을 나서며

가만히 원장님의 말씀을 음미해 본다.

지금까지 종주를 한답시고 꼭지와 해병대 생고생시키며 무식하게 걸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허리가 아픈 것이라면 앞으론 단산으로 조심해야지...

...........

........

그러나 그 종주병이 어디로 갈까~~@ 
 


 

걷기의 효과 
 

동의보감에 “藥補(약보)보다 食補(식보)가 낫고

食補보다는 行補가 낫다“는 말이 있다.

약으로 몸을 보하기보다는 음식이 낫고 그보단 걷기가 더 낫다는 뜻이다. 
 

걷기는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몸 세포가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고 노폐물을 돌려주지 못해 질병이 생긴다.

걷기는 발바닥을 땅에 부딪는 과정을 통해 다리로 내려온 혈액을 심장으로

퍼 올려주는 기능을 한다. 
 

하반신의 근육이 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이 보다 원활하게 된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걷기는 산소섭취량을 증가시켜 혈액순환을 돕기도 한다. 
 

다리와 허리의 근력이 증가되며 좋은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킨다.

유산소운동이어서 지방제거를 통해 비만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고지혈증 해소,골다골증 예방,당뇨병개선,엔돌핀의 분비 등에 많은 효과가 있다. 
 


 

올바른 걷기 
 

어떤 운동이나 기본기가 중요한 법

많은 사람들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걷는다.

이는 허리와 어깨통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걸을 때는 허리를 일자로 쭉 펴는 게 중요하다.

시선은 전방 15m앞을 응시하고 호흡은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는다.

걸을 때 턱이 들리면 자세 전체가 흐트러져 다리와 허리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주고 걸으면 복근도 자극되고 허리의 부담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발은 뒤꿈치에서부터 땅에 닿도록 하고 발끝으로 땅을 차내듯이 걷는다.

이 동작이 능숙하게 되면 밟아 내린 반동으로 보폭이 넓게 되고 자세도 좋아진다.

                                                         

                                                                                               -대구 매일신문에서 발췌-


 


 

소백산의 칼바람 
 

중부, 강원지방은 폭설에다 한파주의보까지 내렸다는 뉴스를 들으니

갑자기 소백산의 칼바람이 생각난다. 상상만 해도 오싹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 고통의 칼바람을 맞고 싶어진다.
 

결코 칼바람을 외면하고는 소백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설화와 상고대..

국망봉-신선봉, 연화봉-죽령을 향해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원의 장쾌한 능선..

생각만 해도 그저 가슴이 쿵쿵거린다. 
 

함께 가기로 했던 해병대가 감기 몸살에 결려 못가겠다고 통보를 한다.

하지만 해병대대신 생사를 같이하는 영원한 전우(?)인 꼭지(아내)가 있어서 든든하다.

영하 18도에 칼바람 부는 비로봉의 체감온도는 아마도 예측불허

야영장에 차를 주차하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오른다. 
 

이 추운 날?

오늘따라 단체산행객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등로 곳곳은 정체를 빚어

가득이나 느린 꼭지의 발걸음을 부여잡는다. 
 


▲삼가리 저수지에서 바라본 소백산 비로봉의 모습

 


▲죽음과 같은 소백의 칼바람 맞으러.. 그것도 줄을 서서~~@

  

▲비로봉에서 바라본 국방봉을 향한 능선

 


▲비로봉의 죽음 같은 칼바람을 피해 대피소를 향하는 산객들.. 
 

비로봉 정상엔 칼로 온몸을 도려내는 듯 한 차디찬 바람이 몰아친다.

북서풍의 칼바람.. 혼이라도 빼앗아갈 듯 한 소백의 절규

제대로 숨도 쉴 수 없고 서 있기조차도 힘이 든다. 
 

나무펜스 사이로 펼쳐진 설원을 바라보며

국망봉을 향해.. 저 멀리 천문대를 향해.. 셔터를 눌러본다.

장갑 낀 손은 금방 얼어붙어 감각이 없어진다. 
 

겨우 사진 서너 컷을 찍고는 도망치듯이 비로봉을 내려선다.

몸을 돌려세워 바람을 막아보지만 바람은 회오리처럼 달려든다.

힘겨워하는 꼭지.. 칼바람의 위용은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아쉬워 뒤돌아본 비로봉

 


  

지금 것 이렇게 성난 모습의 소백을 마주한 적이 없다.

신불산과 치악산 비로봉에서 비슷한 칼바람을 맞아보긴 했으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의 바람이다. 
 

어젯밤에는 비로봉과 국망봉근처에서 4명이 조난을 당해

여자 한분이 결국은 숨지고 말았다 한다.

같은 산꾼으로서 죽음까지 간 그 고통의 순간들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국망봉을 향한 저 계단은 어젯 밤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어젯밤 소백의 칼바람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바람이었을까.

바람은 저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산이 좋아 산에서 생을 마감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하얀 설국 소백에서 못다 핀 그 영혼,

언젠가는 따뜻한 봄날에 예쁜 철쭉으로 피어나길 기도해본다. 
 

겨우겨우 대피소에 도착하니 안은 북새통이라 발 디딜 틈도 없다.

한 무리의 산객들이 빠져나오길 기다려 안으로 들어서니

또 여자 한분이 저체온증으로 온몸을 떨며 누워있다. 
 

같은 산악회일행인듯한 분들이 주무르며 정성을 쏟아보지만

별 차도가 없어 결국은 119대원들이 출동하여 안으로 들어온다.

그 분들이 응급 처치하는 동안 꼭지와 출발을 서두른다.

 


▲천동리 죽령 갈림길

 


▲연화봉을 향한 발걸음..

 


▲살을 찢을 듯이 무섭던 칼바람.. 그래도 아쉬워 뒤돌아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때 자연은 더욱 위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천문대를 향한 눈꽃의 향연.

 


▲연화봉을 향한 산죽길

 


▲산죽너머로 하늘을 향한 계단과 하얀 비로봉이 보인다.

 


▲비로봉을 향한 주 능선

  


   


 


 


▲제1연화봉을 향하여

  


▲설화로 피어난 주목과 철쭉

 


▲연화봉을 향한 산꾼들의 움직임

  


▲연화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비로봉을 향한 주능선

  


▲설화.. 그 동화 속으로..

  


   


▲제1연화봉 가는 길

 


 


 

▲천문대 가는 길 

  


▲에구~@@ 힘들어

  


▲천문대 너머 멀리 죽령을 바라보는 꼭지의 뒷모습에서 또 종주의 유혹을 느낀다. 

  


▲천문대정상에서 바라본 비로봉으로의 주능선 풍경

  


▲먹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사이로 죽령으로의 끝없는 길은 이어지고.. 
 

천문대 정상에 도착하니

비로봉의 칼바람이 여기까지 쫓아왔는지 또 온몸으로 달려든다.

그 슬픔을 아는지 먹구름이 산정을 에워싸며 하늘을 감싸 안는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한 하늘

먹구름 사이로 조금씩 조금씩 눈발이 날리고

그 깊은 곳에서 내려오는 하얀 운무 그렇게 소백은 우리를 쫓아내고 있었다. 
 


▲희방사를 향한 하산 길

 


▲고고한 노송들의 뽐냄

  

▲급경사 살인 하산로.. 마의 깔닥재 하산 길.

 


▲얼어붙은 희방폭포

 


▲세속을 향한 희방폭포앞의 아치형다리

 

희방폭포

여름날 우렁찬 소리로 화답하던 폭포수는 두껍게 얼어붙었지만

그 속에서 낙수져 들려오는 봄의 소리를 들으며

일상의 세속이 기다리고 있는 아치형 다리를 건넌다. 
 

택시를 타고 삼가리 야영장 매점에 도착해

꼭지와 동동주 한 사발을 들이키며 파전에 뚝뚝 떨어지는 소백의 인심을 맛본다.

멀리서 바라보는 비로봉은 고요하기만 하고 칼바람은 내 언제 그랬냐는 둥 시치미를 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