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 조망대 마복산, “누구 술 가진 거 없소?”

 

Mt. 1027   馬伏山(534.9m) - 전라남도 고흥군

 

산 행 일 : 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산의날씨 : 흐림. 시계불량

동 행 인 : 나도산우회 동참 산우님들

 

산행(도상)거리 : 약 7.1km

                 15번국도변 주차장 <3.2> 마복산 <2.1> 해재 <1.8> 익금제 옆 77번국도

 

산행시간 : 4시간 55분 (식사 휴식 1시간 23분포함)

              15번국도변 주차장 · 등산 안내도 · 화장실 <0:39> 마복사 <0:32> ×469봉 · 이정표 <0:17> ▲마복산 · 봉수대 <0:19> 마복송(松) <0:22> 바위 전망대 <0:09> 해재(임도삼거리) <01:14> 77번국도 익금 갈림

 

참 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고흥(2005년 수정본)지형도



                                                     바다와 외나로도



                                                  기암들이 즐비한 지릉들



                                            고흥 부근 산들 - 신산경표의 산경도

 

2번 국도를 달리던 버스가 벌교읍에서 15, 27번 국도로 들어선 뒤 보성군과 고흥군 경계인 뱀골고개를 넘어가자 고흥기맥 종주 시 무찔렀던 지점들을 살펴보게 된다.

삼봉을 지나 검문소가 있는 탄포육교와 과역을 앞에 둔 월악육교 그리고 주월산 전 송곡재 육교 등 세 곳을 통과했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주차장



                                                   오늘 산행 구간도

 

고흥읍에서 15번 국도로 들어선 버스가 정암 마을, 마복사 입구를 스쳐버린다.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답니다.”는 기사님 말이 맞았다.

아담한 주차장에는 깨끗해 보이는 화장실과 등산안내도가 있다.

마복사 입구 도로변에 있었던 등산안내도는 그대로 옮겼는지 상당히 낡은 상태다.

 


                                                   우측에 길이 있었다.



                                            길을 찾았다면 저 암봉을 지날 것이다.

 

10 : 31 주차장 출발

산길은 반질반질하다.

그러나 이내 콘크리트로 포장한 길에 닿았고 다시 산길을 찾아 오르자 길을 잘못 들었는지 가시덤불이 앞을 막아버린다.

일부는 길을 찾겠다고 다시 되돌아갔으며 잠시 기다리던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은 아무 연락이 없자 콘크리트길을 찾아 내려섰다. 



                                                    마복사 입구의 이정표

 

폭우에 쓸려 깊은 고랑이 생겨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자동차로 조심스럽게 올랐었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포장이 되었다.

지루한 길을 따라 삼거리에 이르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길을 찾겠다고 가버린 사람들이 민가 옆을 지나고 있는 모양이다.



                                                마복사 주차장에서 본 기암괴석



                                                   지능선마다 바위들

 

11 : 10~16 마복사

일반 가정집 분위기가 나는 작은 절.

가파른 암릉을 치고 오르려면 땀께나 쏟아야 하므로 아예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샘 뚜껑에 천원 권 지폐 한 장이 놓여있는 걸 본 기억이 난다”고 대도님에게 이야기를 하고 샤워장을 스쳐 샘에 이르자 이번에는 두 장이 놓여있다.



                                                  뒤돌아 본 세동제와 비봉산



                                                     바위 감상 - 01



                                                      바위 감상 - 02



                                                   바위 감상 - 03

 

기막힌 암릉이 전개된다.

대부분 모나지 않고 두루뭉술한 것이 한층 여유롭고, 바위 틈새를 지나기도 하며 심호흡을 하려고 발길을 멈추는 장소마다 훌륭한 조망처가 된다.

마복산에는 수많은 지릉이 부챗살처럼 흘러내린다.

좌우 지능선 마다 박혀있는 기암괴봉들은 서로를 보듬고, 끼고, 이고, 하여튼 수석전시장이 따로 없다.



                                               마복산 정상을 가린 봉우리



                                                         469봉



                                                        오도와 취도

 

11 : 48~12 : 04 ×469봉

널찍한 바위에 주저앉아 사방을 둘러본다.

해창만의 수많은 섬들이 바다에 떠있고 내나로도의 상산(×272)은 제법 뾰쪽하게 솟았다.

마복산 정상을 막아선 봉우리는 내려섰다 다시 치고 올라야하며 그 우측의 ×425봉은 기상관측소의 돔이 자리 잡고 있다.

세동제 건너편 비봉산(×448) 줄기는 해창 간척지에서 맥을 다한다.
 


                                                  469봉과 해창 간척지



                                                          마복산



                                                      마복산 삼각점

 

12 : 21~13 : 11 마복산(▲534.9m)

넓은 봉수대 한가운데에 ‘고흥 27. 1993 재설’ 깨어진 삼각점이 설치되었다.

이곳에서 보는 다도해 전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런데 쾌청하지 못한 날씨로 인하여 선명한 풍경을 감상할 수 없으니 몹시 아쉽다.

바람이 차갑다.

사방팔방을 빙 둘러본 뒤 봉수대를 내려간다.

 


                                           가야할 방향 - 425봉 기상관측소가 보인다.



                                                          마복산에서

 

바람 의지가 되고 햇볕이 잘 드는 장소를 잡고 밥을 꺼낸다.

도시락이라 해봤자 식어빠진 김밥인데 다른 분들의 먹거리는 진수성찬이다.

정인기 님이 “많이 싸왔다.”며 한사코 보온도시락의 더운밥을 덜어 준다.

각종 전, 생선, 네발 달린 짐승고기 기타 등등 그 중에서도 월정 님의 홍어는 육 고기를 잘 먹지 않는 내게 있어선 으뜸이다.
 

 

                                                  뒤돌아 본 마복산 정상



                                                          마복송



                                                  전에 본 봉래산의 용솔



                                              날씨 탓에 나로대교도 잘 안보였다.

 

13 : 30 마복송

우측 임도로 내려갈 수 있는 삼거리와 헬기장을 차례로 지나 한 소나무 앞에 이르렀다.

방책을 설치해 놓은 소나무 이름은 ‘마복송’이다.

외나로도 봉래산의 용솔이 불현 듯 떠오른다.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주사기를 꽂은 채 시들어가는 용솔을 보고 얼마나 속이 상했었던가.

또 다시 봉래산을 찾지 않았기에 용솔의 생사여부를 알 수 없지만 모르긴 해도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바위 전망대



                                                  425봉의 기상관측소 돔



                                                    전망대에서 본 풍경



                                                 우측 산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13 : 52~14 : 00 바위 전망대

또 다른 헬기장과 등고선 상 450봉을 지나 해재가 내려다보이는 바위 전망대로 다가간다.

걸어야 할 지능선 끄트머리로 익금이 내려다보이고 그 좌측으로는 나로도가 바라보인다.

수평선(水平線),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이다.

저 바다에는 물마루도 있음 직하나 시계가 흐리다.

살짝 모습을 드러낸, 뱀처럼 구불거리는 임도를 발라본 후 가파른 길을 타고 내려간다. 



                                                     내려다 본 해재



                                                        해재

 

14 : 09~12 해재

임도 삼거리로, 이정표가 세워졌다.

‘↑ Paraglider 이륙장 0.7km * ← 노리목재 2.8km * → 내산 마을 4.5km * ↓ 마복산 정상 2.1km’

좌측 임도를 따르면 77번 국도 노리목재에 이른다.

산경표 님과 같이 활공장에서 지능선을 타는 산행을 하려는데 나서는 이가 하나도 없다.

 

산에서 만나는 임도는 싫다.

지루하기 그지없고 맥도 풀려버린다.

어쩔 수 없는 처지가 아니고서는 멀리하고 싶은 길이 임도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마복사에 이르는 임도를 따랐으니...... 모든 분들과 어울려 오리가 훨씬 넘는 임도를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다. 



                                                   처음엔 길이 있었지만

 

 

                                                무덤으로 오는 길이었다.

 

14 : 15 산으로

우측 산자락으로 뚜렷한 길이 있다.

산경표 님을 따라 나도 군말 않고 서슴없이 들어서자 네 분이 합세한다.

이리 좋은 산길을 두고 임도를 따라 갔더라면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산길은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지 산행객을 위한 길은 아니었다.

되돌아서기엔 자존심 문제라 여기기라도 하듯 산경표 님이 길을 만들어 나간다. 



                                                       길을 만들며



                                                    아름다운 버섯

 

바지를 뚫고 들어온 독한 가시가 왼쪽 무릎을 길게 할퀸다.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고 몹시 따갑다.

와중에 뒤에서 “심봤다!”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더기로 있는 영지버섯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말라버린 각양각색의 버섯들을 구경하며 가시덤불을 헤치는데 목이 탄다.

“누구, 술 가진 것 없소?” 



                                                         익금이 보인다.



                                                술을 마시고 다시 출발

 

대도 님이 납작한 휴대용 술병을 꺼낸다.

“밸런타인 21년산입니다.”

싱싱한 회를 안주삼아 마시려고 가져 온 술인 것 같다.

염치없이 바닥을 보고 일어서니 가슴이 더워지면서 잡목과 가시덤불이 하찮게 보인다.

수풀이 무성한 곳으로 내려서자 배수로가 있다.

이어 77번 도로가 올려다 보이는 마늘밭이 나온다. 



                                                       아까운 호박



                                                    이곳으로 올라섰다.



                                         봉래항의 유람선과 생선 말리는 여인

 

15 : 26 77번 국도

한 시간 넘게 길 없는 산에서 고생한 후 도로로 올라서니 익금 삼거리로, 버스가 다가온다.

임도를 따라 내려올 수 있는 노리목재를 넘은 버스는 외나로도 봉래항을 향해 달린다.

베틀산 산행 때 참석했던 활어 중매인 부인에게 회를 주문했다고 한다.

나로서는 아직은 아닌, 나도산우회의 2010년 산행은 마복산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