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전에 누구나 한번쯤은 가게될 산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더구나 가게 될 산이 오랫동안 계획하고 가다려온 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상상속의 산은 언제나 상상일 뿐이다.

          자신의 두발로 걸어 올라 느끼는 산이 진짜 산이다.

 

          그리던 산이 선입견이 되어 머릿속에 각인되어진다면

          실제 산행이 그에 못미치면 실망하게 되고

          기대 이상의 멋진 광경을 접하게 되면 감탄을 한다.

          기대가 큰 산행일수록 실제 산행이 실망으로 바뀌는 일이 종종 있다.

 

          같은산 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오른다 해도

          똑같은 산행이란 있을 수 없다.

          두 번째 산행할 때는 이미 그 시간과 계절과 날씨가 틀리다.

          산의 빛깔과 햇빛의 강약이 다르다.

          무엇보다 산행자의 산행시 상황이 그 때와 다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산행해도 그 산이 같게 보인다면

          그것은 마음 속에 이미 그 산이 각인되어 

          산행하는 지금 이 순간의 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각인된 산을 보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각인된 그 산을 버린다면

          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산행자는 어제와 또다른 산을 보게 될 것이다.

 

          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산의 좋고 나쁨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평지의 육산에서는 그냥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고

          심한 비탈이나 너덜에서는 힘겨움을 느끼는 것이고

          능선위 봉우리에서의 조망은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화려한 단풍을 기대했다가 그것이 아닐땐 실망을 하게 되지만

          산행자의 마음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다면

          말라가는 나뭇잎에도 마음은 그나름대로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될 때 비로서 자연과 교감이 이루어진다 할 것이다.

 

          산행기를 계속 올리다보면 종종 산행이 산과의 교감보다는

          산행기를 의식한 산행이 되곤 할 때가 많다.

          산행기를 의식한 산행은 때로는 집착과 호승심을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무엇 때문에 산행을 하고 있느가 반문하게도 된다.

 

          예전에 산하에 우스갯소리로 올렸던 글이 생각난다.

 

          게시판중독 (입문과정) --- 걷는돌 씀

               1단계 : 어쩌다가 한국의 산하라는 싸이트에 접속하게 된다.

               2단계 : 산행기 게시판을 둘러보게 된다.

               3단계 : 남의 산행기에 댓글을 달아본다.

               4단계 : 나의 산행기를 올려본다.

               5단계 : 댓글과 조회수에 관심을 갖는다.

 

          게시판중독 (심화과정) --- 미시령님 씀

               1단계 : 수첩에 꼼꼼히 기록한다.

               2단계 : 디카를 장만한다.

               3단계 : 산행시 휴식은 없다. 오직 디카 촬영시와 수첩기록시만 쉰다.

               4단계 : 산행기 쓰느라 밤을 지샌다.

               5단계 : 산행이 목적인지 산행기가 목적인지 드뎌 헷갈린다.

  

          * 저는 그때 미시령님이 댓글로 달아주신 <심화과정>을 보고

             죽는줄 알았습니다.--- 웃다가.

 

 

          불교적으로 보면 모든 고통은 탐욕과 집착에서 온다고 한다.

          해탈에 이르고자한다면 그 집착을 끊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집착과 호승심이

          꼭 필요 없는 것만은 아니다.

          집착과 호승심은 고통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암컷과 수컷이 있어 경쟁을 유발하고

          경쟁과 갈등은 그 종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힘이 된다.

          인간의 경우 그것이 더 발전하면 문화가 된다.

 

          조물주는 생명 있는 것에 암수를 만들어 냈고

          김성중 선생은 한산에 산행기 게시판을 만드셨다.  ㅎㅎㅎ..

 

          일만선생님, 청파선생님을 비롯하여 많은 연배의 분들이

          젊은이들 이상으로 왕성한 산행을 하고  더 나아가

          불수사도삼, 무박화대종주 같은 고행에 가까운 산행을 해내시는 데

          그 힘의 원천중 하나가 바로 이 한산 산기게시판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산 산행기게시판이라는 강력한 엔진은

          1년 365일 쉬지않고 돌아가며

          한산의 수많은 산님들에게 산에 가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한산이라고 하는 거대한 문화를 만들어 냈으니

          한산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한산을 창조한 김성중 선생을 조물주라 부르고 싶다. 


 


 


 

          원래는 산행기의 서문에 잠깐 쓰려고 했던 것인 데

          쓰다보니 그만...... 

          본문은 못쓰고  이렇게 되버렸습니다.


 

          말도 안되는 엉뚱한 헛소리에

          한산 산님들의 용서를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