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703.0m) 해남군 북일면

⊙언제 : 2004년 3월 28일(일) 맑고 약간 탁한 날
⊙어디로 : 쇠노재-위봉-투구봉-만일재-가련봉-오심재-북미륵암-만일재-두륜봉-진불암-대둔사
⊙얼마나 : 표시기 및 도상거리 약 11.0km, 5시간 50여분(산길만 약 8.7km, 5시간 10여분)
⊙누구랑 : 산악회 따라
¤해뜸은 : 06 : 23(18) 해짐은 : 18 : 52(44) 서울기준. ( )안은 대구지역

11 : 05 쇠노재에서 출발
11 : 15 능선안부
11 : 40 ~ 43 위봉(530.0m)
11 : 56 ~ 12 : 10 투구봉
12 : 33 ~ 35 중간봉(520.0m)
13 : 00 ~ 05 주능선삼거리
13 : 20 ~ 30 두륜봉 우회 만일재(헬기장)
13 : 47 ~ 14 : 10 두륜산 가련봉
14 : 17 ~ 25 노승봉(685.0m)
14 : 33 ~ 34 헬기장(노승봉 0.2, 북암 1.2km)
14 : 40 ~ 45 오심재(헬기장, 노승봉 0.77, 북암 0.23km)
14 : 52 ~ 55 북미륵암
14 : 57 ~ 15 : 00 봉우리 위 삼층석탑
15 : 14 ~ 15 천년수
15 : 17 ~ 18 삼거리(북암 0.55, 두륜봉 0.67, 진불암 0.75km)
15 : 21 만일재
15 : 32 ~ 40 두륜봉 정상(630.0m)
15 : 55 삼거리(두륜봉 0.77, 진불암 0.1km)
15 : 57 ~ 16 : 00 진불암
16 : 18 ~ 30 표충사, 대둔사
16 : 42 주차장
16 : 57 매표소

◎쇠노재(1.0)-위봉(0.3)-투구봉(2.3)-만일재(0.53)-가련봉(1.01)-오심재(0.23)-북미륵암(0.55)-천년수삼거리(0.24)-만일재(0.43)-두륜봉(0.87)-진불암(1.3)-대둔사(2.3)-매표소= 약 11.06km

남도의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몇 일전 지인을 만나 이야기 중 우연히 경비와 코스가 괜찮은 단체산행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구미가 당겨 미리 예약을 하였다. 그렇찮아도 남도 땅은 여러 가지 여건상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인데 이런 기회에 갈 수 있다는데 대하여 사뭇 기대를 하면서 당일 날 이른 새벽같이 나와 버스에 올랐다. 가는 길에 시내 몇 곳에서 추가승차를 하고, 고속국도와 일반국도 그리고 지방도로를 거쳐 하여튼 지겹도록 차를 타고 내린 곳이 해남군 북일면 쇠노재라는 곳이다.

거의 일률적으로 볼일을 보느라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미리 가이드에게 이야기하고 먼저 출발을 한다. 같이 출발을 할 경우에는 단체산행의 약점인 등 떠밀려 가는 것이 싫고, 특히 밧줄을 탄다든지 할 경우에는 많은 시간이 지체됨으로 해서 미리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먼 곳까지 와서 정해진 코스대로 간다는 것이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 미리 도착지와 도착시각을 확실히 알아둔 다음 내갈 길로 가려고 하는 마음이 다분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었다. 혹자는 단체행동에서 너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더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콘크리트포장길을 따라 잠시가면 우측에 리본이 붙은 등로로 접어든다. 잠깐만에 능선에 올라서자 이내 능선길의 된비알이 시작된다. 중간중간 활짝 핀 진달래가 반겨주며 조망이 트인 바위가 있는 곳에서 뒤돌아보는 다도해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조금 더 오르면 더 많은 다도해의 볼거리가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오르다보니 힘든 줄도 모르고 오른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이 되자 드리워진 밧줄을 타고 오르는 난코스가 있지만 그것이 있으므로 해서 더욱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능선정상 위봉이다. 약간의 잡목가지가 있으나 좌우로 드러난 대둔산(도솔봉)과 두륜산(가련봉)의 주능선 줄기가 한층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느 산이나 느끼는 분위기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남도의 산 특히 해안선의 산은 내륙의 산과는 사뭇 그 분위기가 전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어서 달려가고픈 마음이지만 거기에 앞서 아까 차에서 내리기 직전에 본 투구봉의 모습이 너무 멋져 잠시 거쳐가기로 한다.

주능선을 향하다 산죽사이 우측으로 내리면 투구봉가는 길이다. 정상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생각보다 일반등산객들이 그렇게 많이 가지는 않는 것 같다. 대부분 암릉구간으로 별로 뚜렷한 길은 아니나 그다지 험한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많은 시간은 소요되지 않는다.

보너스로 온 만큼 실망도 주지는 않는다. 다도해로 펼쳐진 조망은 더없이 아름다워 한동안 감상에 젖다보니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뒤돌아본 위봉은 아마 일행들 중에서도 후미가 다 지나가는 듯하다.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와 보지만 이미 일행의 후미조차도 저 멀리서 보인다.

이곳부터는 특별히 고저차도 없고 그다지 험하지 않는 등로를 따라가는 동안 우측 아랫마을 확성기에서 내내 흘러나오는 남도의 소리는 영남지방산행에서는 듣기가 쉽지 않은 가락이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기도 한다.

중간봉우리(520.0m봉)에서 일행들의 후미를 만나 뒤에서 천천히 따르는 길이 혼자 다니던 습관에, 페이스조절이 잘 되지 않아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주능선삼거리에 이르니 여기저기서 오신 많은 분들로 더욱 붐비고, 일행과도 뒤섞여 있어 잠시 한숨을 돌린 후 한차례 빠져나간 뒤 출발을 한다. 그렇다가도 밧줄을 타고 오르는 곳에 이르러서는 이내 지체가 된다.

밀려 올라가는 두륜봉 오르기를 포기하고 바로 우회로를 따라 만일재에 이른다. 각기 다른 곳에서 오신 많은 분들이 이곳 저곳에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미 선두로 나선 가이드와 우리일행들도 벌써 이곳에서 점심을 끝낸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륜봉을 거쳤다 오는 후미를 위하여 기다리는 동안 어차피 홀로 먹는 점심을 정상에 가서 먹기로 하고 또다시 먼저 나선다.

가파른 암봉을 오르는 길 군데군데마다 앵커볼트를 심어 그 위에 발 한쪽 얹을 만하게 철판을 대놓은 것이 조금은 색다르게 보인다. 거기다 손잡이로 링을 박아놓은 것하며 안전에 관심을 갖고 시설한 것을 보면 무지막지하게 설치된 철계단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가련봉 정상. 넓지 않은 암봉이지만 아낌없는 조망을 보여준다. 남쪽해안으로 달마산너머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모습에서 가슴한번 펼치고, 북쪽내륙으로 스모그로 인하여 확실하게 보이진 않지만 멀리 월출산을 그리며 마음속에 담아본다. 아쉬운 것은 대둔산(도솔봉)의 시설물(통신기지)과 고계봉의 시설물(케이블카)그리고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가 안타깝긴 하지만 애써 외면을 하고, 정상석을 살짝 비켜 앉은자리에서 아늑하게 자리잡은 대둔사를 바라보며 점심을 해결한다.

건너 노승봉가는 길 한차례 내려섰다 다시 오르는 길 역시 발디딤 철판과 링 손잡이를 이용하여 노승봉에 오른다. 정상부위는 가련봉보다 이곳이 조금 더 넓어 단체로 오신 많은 분들이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다. 라면을 끓이고 음주소란으로 분산하게 정상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히 좋은 모습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먹는 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야 없지만 단체산행은 그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혹시 내가 얹혀온 단체에서도 이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산 후 뒤풀이가 있다하니 아마 산행중에 이러지는 않겠지!...(이 산악회에 처음 따라가는 산행으로 같이 점심을 먹어보지 못해서 상황판단이 안됨)

주능선상의 하산 길 역시 많은 사람들의 동행과 교행이 이루어져 지체가 많이 된다. 특히 줄타기코스에서 단체가 올라올 때는 그 일행이 다 올라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중간에 헬기장 한곳을 지난 후 오심재로 내려선다.

한숨을 돌리고 북미륵암으로 향하는 길은 내려간다기 보다 산 옆구리를 돌아가는 느낌으로 한동안 지나 암자에 이른다. 암자 뒤 삼층석탑과 암자를 한바퀴 돌아보고 앞 봉우리에 또 하나의 삼층석탑이 있어 거기에 올라 암자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었다간다.

여기서 도로 내려가지 않고 뒤로 오르는 길이 있기에 따라 가보니 또 하나의 건축물이 있고, 계속해서 잘 정비된 길이 있다. 이쪽으로 가더라도 내려가는 길이 매 한가지일 것 같아 따라 가보지만 지나고 보니 샘터 가는 길로 샘이 지난 이후로는 길이 없어져 버렸다. 다시 돌아가기가 뭣하여 적당히 만들어간다. 산죽을 헤치며 너덜지대도 지나고 겨우 찾은 등로를 따라 내려가니 천년고목이 우뚝 선 천년수(느티나무, 수령 약1200~1500년)가 나타난다.

여기까지 제법 많이 내려왔는가 했더니 산 옆구리로만 돌아다니다 보니 두륜봉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 아까 만일재로 내릴 때 우회로 지나쳐온 것이 못내 아쉬워 다시 올라가 보기로 한다. 삼거리를 지나 잠깐만에 만일재에 오르고 조금 전 내려온 길을 따라 두륜봉을 향한다. 정상을 오르는 길은 가련봉이나 노승봉과는 달리 철계단을 타고 오르게끔 되어있다. 계단 끝에 구멍 뚫린 바위 천연의 다리 이것을 두고 구름다리라 일컫는 모양이다. 정상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제 그만 미련을 버리고 내려간다. 아무래도 약속시각까지 가기에는 조금 서둘러야할 것 같다. 정상을 돌아 나와 진불암으로 향하는 길 한동안 가파른 경사를 타고 내린다. 삼거리이정표를 지나 넓은 도로에 이르러 바로 갈려다가 잠시 진불암에 들러 수도꼭지에 나오는 물로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키고 땀에 젖은 손과 얼굴을 적셔낸다.

욕심 같아선 다도의 성지라고 볼 수 있는 일지암을 거쳐가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시각이 여의치가 않아 곧바로 내려간다. 하긴 조금은 남겨둬야 다음에 한번 더 올 빌미를 제공하는 거지!...
언젠가 많은 시간을 갖고 가족과 함께 다시 한번 찾아오기를 기약하며.....

넓은 길을 따라 내려오다 우측으로 벗어난 산길을 따라 표충사로 향한다. 서산대사의 표충사적비와 표충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아래로 내려와 대둔사 경내도 한바퀴 둘러본 후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박물관도 시간에 쫓겨 밖에서만 훔쳐보고 그냥 간다. 부도전과 일주문을 지나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여기에 있어야 할 버스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내가 너무 늦게 내려왔나" 싶었지만 시각을 보니 그런 것도 아닌데, 여기가 아닌 주차장이 또 있는지 내려가면서 가이드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집단시설지주차장에 있다고 하여, 길가 꽃이 핀 동백나무 감상에 젖을 여가 없이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매표소가 가까워 질 무렵 타고 온 버스가 올라가는 것이었다. 손을 들어보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세워줄리 만무고.....
"이런 제기랄!"

어떻게된 것인지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니 경내주차장에 많은 사람들이 못 내려가겠다고 버티고 있어 먼저 내려간 일행 너댓분을 태워 도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거기서 기다릴걸 전문산악회가 아니라 아직 패찰이 없어 일행들도 알 수가 없는지라 그냥 내려갔더니 덕택에 보너스로 오리이상은 더 걸었네.....

차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또 혼자가 되었다.
인도에 설치된 벤치에 신발 벗고 걸터앉아 하염없이 기다린다.
다행히 밖으로 나와 뒤풀이를 한다고 하여 기다린 시간은 그다지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소초, 맥초 가릴 것 없이 한 서너 잔 먹고 피곤한 몸 버스에 실으니 차는 또 지겹도록 달려간다.


▣ 김정길 - 떠돌이님 안녕하십니까, 김정길 처음으로 인사 드립니다. 저 역시도 사진이 없는 산행기를 올리고 있지만 떠돌이님의 산행기는 매우 충실하여 후답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것 같습니다. 앞으로 님의 산행기는 빼놓지 않고 애독하고싶습니다. 쇄노재에서 위봉을 오르는 산행에 투구봉까지 들리신 산행은 너무 좋은 코스의 산행이군요, 부럽습니다. 산행피로 바쁜 일상 중에 산행기를 작성하고 올려주심에 감사합니다. 5월2일 의상봉 남도행사에서 꼭 뵙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