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일요일)의 산행지는 고대산. 어릴 때에 반공 교육을 통해 깊은 인상을 받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분단의 현장을 처음 가 본다는 호기심과 함께 경원선을 처음 타 보게 됐다. 의정부역에서 6시 20분부터 22시 20분까지 매시 20분에 출발하는 경원선의 9시 20분발 열차를 타기 위해 8시 35분 경에 집을 나선다. 8시 20분 경에 집을 나설 계획이었는데 좀 늦게 일어나고 더디게 준비를 하는 바람에 15분이 늦게 된 것이다. 의정부역에서 9시 20분발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9시 10분까지는 의정부역 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조급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버스는 8시 55분 경에야 정류장에 도착해서 의정부역 앞에 내리니 9시 22분이다. 이제 9시 20분 차는 놓쳤으니 천천히 가기로 한다. 의정부역에서 거리에 비해 무척 싼 1400원을 내고 티켓을 받으니 9시 30분. 50분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한다. 역에서 나와 의정부 시내를 두리번거리다가 9시 50분 경에 대합실로 내려 가니 열차는 벌써 대기하고 있고 이미 좌석은 거의 다 차 있다. 할 수 없이 출입구 근처의 지하철 의자처럼 돼 있는 곳에 앉는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산행객들이 많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 한 일부 승객들은 야외용 돗자리를 펴고 바닥에 털썩 앉는다. 고대산보다는 소요산으로 가는 산행객들이 더 많은 듯하다. 10시 20분에 출발한 열차는 동두천, 소요산, 초성리, 한탄강, 전곡역 등을 거쳐서 11시 45분에 이 열차의 종착역인 신탄리역에 도착한다.


경원선의 종착역인 신탄리역.


 역사를 빠져 나와서 일단 음식점에서 5천원의 순두부 보리밥을 주문한다. 보리밥에 여러 가지 나물과 열무 김치 등을 섞어서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서 순두부에 양념 간장을 적당히 넣어서 찌개 대신 떠 먹는 것인데 국산 콩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서 맛이 고소하고 오랜만에 먹는 거친 보리밥과 어우러지는 나물들의 맛도 꽤 좋다. 식사를 하고 나니 12시 20분 경. 역사 좌측에 고대산 입구 표지판이 있어서 그 곳의 철도 건널목을 건너 좌측의 좁은 포장도로로 들어 가서 십여분 걸으니 고대산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가라는 표지판이 있고 그 표지판대로 가니 비좁은 숲길이 나오는데 이런 길을 통해 매표소가 나오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주민에게 물어 보니 다른 길을 가리킨다. 그 곳은 역사를 빠져 나와서 좌측이 아닌 우측의 철도 건널목을 건너는 곳인데 건널목을 건너자 고대 상회가 나온다. 처음에 간 곳은 아마 제 1 등산로로 통하는 샛길인가보다. 20분 정도의 시간을 낭비하고 12시 40분 경에 주차장을 지나서 매표소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본 고대산 매표소와 등산안내도.

 매표소에서 일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매표소 우측의 임도로 들어선다. 제 2 등산로와 제 3 등산로의 들머리는 매표소 좌측의 고대교를 건너서 들어 가야 하지만 올라 갈 때와 내려 갈 때에 중복되는 부분이 전혀 없도록 하기 위해 이 길을 택한 것이다. 10분 쯤 올라 가니 제 1 등산로로 가는 임도가 우측으로 쭉 뻗어 있고 좌측으로는 제 2 등산로와 만나는 등로가 보인다. 좌측의 등로를 18분 쯤 올라 가니 로프 지대가 나오고 로프 지대를 지나서 10분 쯤 더 가니 제 2 등산로와 제 3 등산로로 갈라지는 삼거리의 지릉길이 나온다. 이 곳에서 제 2 등산로 쪽으로 직진을 하니 바위들이 등로의 바닥에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오르막길을 통과하게 되고 10분 후에는 말등바위에 도착한다. 말등바위에서 매표소가 있는 주차장과 숲에 가리워져 있는 신탄리역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제 2 등산로로 가는 길.



제 2 등산로로 가는 로프 지대.



제 2 등산로(직진)와 제 3 등산로(좌측)로 갈라지는 삼거리.



제 2 등산로의 울퉁불퉁하게 바위가 돌출된 등로.



말등바위.



말등바위에서 내려다 본 신탄리역(가운데의 숲으로 가려진 곳)과 주차장 및 매표소(우측 하단).


 말등바위에서 5분 정도 쉬다가 가파른 로프 지대를 통과하고 칼바위 능선에 도착하니 14시 20분. 칼바위 능선부터 좌우의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니 여태까지 땀 흘려 올라 온 보람이 느껴진다. 이 곳에서 음료수와 간식을 먹으며 이십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다. 칼바위 능선을 오르고 나니 평탄한 전망대 같은 곳이 나오고 그 곳에서 철원평야와 대광봉, 삼각봉, 고대봉의 모습이 눈 앞에 뚜렷이 나타난다.



제 2 등산로의 로프 지대.



칼바위 능선.



칼바위 능선의 정상부로 가는 길.



칼바위 능선 위에서 바라 본 고대봉과 헬기장.



칼바위 능선 위에서 내려다 본 철원평야.

 칼바위 능선에서 조금 더 오르니 제 1 등산로와 제 2 등산로가 만나는 대광봉이 나타나는데 표지판에는 구헬기장이라고 적혀 있다. 대광봉에서 5분 정도 등로의 바닥에 울퉁불퉁하게 바위가 돌출돼 있는 숲길을 내려 갔다가 다시 오르니 삼각봉이 나타난다. 삼각봉에는 거무스레한 바위 몇 개가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군수물자 운반용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그 곳에서 모노레일이 설치된 좁은 등로를 내려 갔다가 다시 오르니 10분 후에 고대산의 정상인 해발 832 미터의 고대봉에 도착한다. 고대봉 정상에도 헬기장이 설치돼 있고 그 곳에서 십여 미터 아래에 있는, 벼랑 위의 넓은 평지에도 헬기장이 설치돼 있다. 정상보다 십여 미터 아래에 있는 헬기장에 내려 가니 정상보다 이 쪽의 조망이 더 훌륭하다. 정상에서 철원평야 쪽을 내려다 보면 아스라이 먼 산들과 철원평야의 희미한 모습들만이 보일 뿐이지만 반대편인 이 쪽에서는 가까운 산들의 뚜렷한 능선과 웅장한 산세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곳에서 이십분 정도 쉬면서 음료수와 간식을 섭취한다.



제 1 등산로와 제 2 등산로가 만나는 대광봉.



삼각봉.(15:25)



군수물자 운반용 모노레일.(15:27)



고대산 정상에서 제 3 등산로로 내려 가는 콘크리이트 계단.(15:35)



고대봉 밑의 헬기장.(15:41)



고대봉 밑의 헬기장에서 바라 본 고대봉.(15:46)



고대산 정상인 고대봉 - 832 미터.



고대봉에서 내려다 본 먼 산들의 조망.

 

 16시 경에 하산을 시작한다. 20분 정도 내려 가니 우측으로는 군부대 입구이고 좌측으로 등산로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길이 차츰 험해지기 시작한다. 경사가 가파른 데다가 비도 오지 않았는데 물기를 머금고 있는 등로는 은근히 미끄러워서 서둘러 내려 가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도 있다. 오른 손에 스틱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 간다. 한참 내려 가니 이 가파른 내리막길이 마여울이고 이 곳이 사고다발지역임을 알리는 야광의 경고표지판이 나타난다.

 한참 내려 가다가 길이 오르막으로 변할 즈음에 오른 쪽 위로 거대한 단애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여기가 매바위다.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웅장한 경치다. 카메라를 꺼냈으나 광각렌즈로도 전체를 찍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바위인데 차라리 봉우리라고 부르는 게 나을 지경이다. 오르막을 다 오르니 길은 다시 내리막이 되고 우측으로 표범폭포로 내려 가는 좁고 험한 비탈길이 보인다. 로프를 잡고 그 길을 따라 내려 가다가 발로 밟은 버팀돌 한 개가 굴러 떨어진다. 로프를 잡고 있지 않았었다면 조금 다칠 뻔 했다. 과연 표범폭포는 제 3 등산로의 한 귀퉁이에 숨겨진 절경이다. 수십 미터의 낭떠러지 위에서 여러 갈래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러나 폭포의 소 앞으로 건너 가는 길이 조금 위태롭다. 건너 뛰다 미끄러지면 바로 밑의 조그만 폭포라고 할 수 있는 가파른 계류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리고 로프를 잡고 폭포가 보이는 곳까지 내려 오는 길도 버팀돌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불안하다. 표범폭포의 이 두 부분은 안전장치를 제대로 해 놓지 않으면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일이다.

 이 곳에서 십분 정도 지체하다가 17시 30분에 다시 등로로 올라 와 하산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가다 보니 징검다리가 나오고 시원하게 흘러 내리는 계류를 보니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탁족을 하게 된다. 10 초 이상 발을 담그면 발이 시릴 지경이다. 얼굴과 목에 물도 끼얹고 하도 땀을 많이 닦아서 쉰 냄새가 나는 타올도 계류에 헹군다. 그 타올로 얼굴과 목을 닦으니 얼음수건이 따로 없다.

 다시 등산화와 양말을 신고 하산을 재촉하니 직진하는 길은 말뚝과 로프로 막아 놓고 등산로 폐쇄라고 표시해 놓고 좌측으로 꺾어지는 길이 매표소 방향이라고 표시돼 있다. 이 길을 따라 5분 쯤 가니 낙엽송길이 나온다.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는 낙엽송길을 10분 쯤 내려 가니 돌계단이 나오고 이 돌계단을 내려가니 이 곳이 제 2 등산로의 입구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 곳에서 임도를 따라 5분 정도 내려 가니 매표소가 보인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18시 40분에 매운탕집으로 유명한 식당에 들러 통미꾸라지 매운탕을 시킨다. 유감스럽게도 직접 만든 막걸리는 팔지 않고 직접 만드는 식당에서 갖다 주지도 않는단다. 그래서 주선대 쌀막걸리라는 생소한 이름의 막걸리를 한 병 먹게 됐는데 바닥에 가라앉는 성분이 거의 없고 누리끼리한 약주 같은데 술약을 많이 탔는지 꽤 독하다. 그리고 통미꾸라지 매운탕은 처음 먹어 봤는데 미꾸라지를 갈아 넣거나 장시간 끓여서 뼈까지 녹인 걸쭉한 추어탕에 비해 맑은 매운탕 국물의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고 미꾸라지를 통째로 씹어 먹으니 첫맛은 고소한데 뒷맛이 씁쓸하다. 머리는 떼어 버리고 몸통만 먹으니 씁쓸한 뒷맛이 남지 않고 꽤 고소하다.

 막걸리 한 병과 수제비를 띄워 넣은 통미꾸라지 매운탕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근처에 있는 신탄리역으로 가서 20시발 의정부행 경원선을 탄다. 오전에 올 때와는 달리 좌석이 많이 비어 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는다. 잠을 청하려 하는데 가까운 자리의 여러 사람이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끊임 없이 대화를 해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한 시간 20분 후에 의정부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22시가 넘은 시각이다. 그 옛날 반공 교육을 통해 인상깊게 뇌리에 남아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분단의 현장, 통한의 현장을 보고 온 감회가 무량했다.



제 3 등산로의 하산길 1.



제 3 등산로의 하산길 2.



마여울이 사고다발지역임을 알리는 야광 경고표지판.



한 귀퉁이에 숨겨진 표범폭포의 절경.



제 3 등산로의 날머리로 가는 등산로가 폐쇄되고 제 2 등산로의 날머리로 가는 좌측 길만 개방된 등로.



제 2 등산로의 낙엽송길.



제 2 등산로의 날머리이자 들머리.



매표소 우측의 제 1,2 등산로로 가는 길.



매표소 좌측의 고대교를 건너서 제 2,3 등산로로 가는 길.



오늘의 산행로 - 약 7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