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주능(장수대-대승령-귀청-한계령)

아내는 걱정스러운지 한여름, 그것도 10년만에 찾아왔다는 무더위 속에 설악으로 향하는 나의 뒷모습을 보며 한마디 합니다.

"아니다싶으면 바로 돌아서 내려와~~ 고집부리지 말구..."
"알았어, 걱정하지마..."

1. 등반일정 : 2004/07/30 금요일
2. 등반인원 : 홍전무, 나
3. 이동 및 등반코스 : 승용차

★ 시간 요약
04:30 방이동 출발
07:00 장수대 야영장 도착
07:20 장수대 매표소 입산
07:50 대승폭포(10분휴식)
08:00 출발
09:00 대승령(20분휴식/간식)
09:20 출발
09:40 1289고지
11:30 1408고지
14:20 귀떼기청봉(40분휴식/늦은 점심)
15:00 출발
16:10 한계령갈림길
17:25 한계령매표소
16:00 장수대매표소 차회수
20:50 방이동 도착

★ 방이동 출발(04:30)-장수대매표소(07:00도착/20분식사/07:20출발)
어제 일찍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건만 역시나 잠이오질 않습니다. 생활의 리듬이란 것이 수면조차 방해하는 듯,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요...예전 20여년전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했던 서북릉의 그길을 다시한번 가려고합니다. 그후에도 몇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되고 항상 머릿속에만 맴돌던 그 길을 드디어 내일 갈수 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핸드폰 알람 소리에 놀라 일어납니다. 냉동실에서 얼려 놓은 식수(2리터 * 2)와 소주(200CC * 2)를 꺼내어 배낭에 갈무리하고 나머지 필요 물품도 넣습니다. 배낭을 추려 들어보니 당일 입산치고는 꽤 무겁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물의 영향인 듯...하지만 여름철 능선 산행에서 물은 생명수...빼놓을수 없는 필수품이지요?

상계동 집을 나서서 동행자의 집으로 애마를 몰고 갑니다. 아직도 껌껌한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기다리던 동행자를 태우고는 이내 서울을 벗어납니다. 양평을 지나고 홍천도 지나고 인제를 지나 이내 장수대에 도착합니다. 동행자가 준비해온 김밥으로 아침을 장수대 야영장에서 해결하고 바로 장수대 매표소를 통과합니다.
★ 장수대매표소(7:20)-대승폭포(7:50/10분 휴식/8:00)-대승령(09:00)
(위) 대승폭포 전경 - 여름철에도 수량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07:20)아직은 아침이라 그런지 햇살이 그다지 뜨겁지 않습니다만, 밥을 먹은 후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지 영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게다가 대승폭포까지는 급경사길이라 약 60-70% 정도의 힘을 쓰며 천천히 쉬지않고 올라갑니다. 역시 땀이 비오듯 흐르고....급경사의 철제 계단을 몇개 오르고 나니 대승폭포가 보입니다.

예전에 몇번 보아온 대승폭포보다는 수량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상단부에서 무지막지하게 내리붓는 장관을 보게 될까요? 인연이 아닌듯 합니다.

대승폭포의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잠시 쉬어갑니다. 그곳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중년 커플이 쉬고 계십니다. 아마도 산행이 아닌 대승폭만 보고 내려 가실듯 소지품이 없는 맨몸입니다. 아저씨가 제게 묻습니다.

"설악산 전망을 보려면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나요?"
"적어도 대승령까지는 올라야하는데 약 1시간이 더걸리는데요..."

옆에 잠자코 계시던 여자분이 한마디 합니다.

"올라가려면 당신이나 다녀오슈...난 내려갈테니까..."
"..."

남편분도 허허로운 웃음을 하시며 그냥 내려가십니다. 하긴 물도 없이 대승령까지 가는것은 조금 무리일수도 있겠네요...다시 우리는 약간은 완만해진 오름을 탑니다. 이제 뱃속도 소화가 잘 되어가는지 불편한 기색도 없고 속도를 약간 올리며 오름을 탑니다. 물론 날씨는 점차로 더워지고 머리에서는 김이 펄펄 납니다. 중간에 잠시 한번 쉬고 오르니 이내 대승령 입니다.

★ 대승령(9:00/20분 휴식/9:20출발)-1289고지(9:40)-1408고지(11:30)-귀떼기청봉(14:20/40분휴식/늦은점심/15:00출발)
인간의 교만 - 서곡
장수대에서 대승령까지는 별 무리없이 오르니 이내 전망이 좋습니다. 눈앞에는 가리봉의 아름다운 능선이 보입니다. 서쪽으로는 서북릉의 끝인 안산의 모습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험한 능선이 펼쳐저 있습니다. 오늘의 주봉인 귀청은 아직 출현 전이고...충분하게 쉬면서 과일도 먹고 물로 마시며 그늘에서 놀다가 일어섭니다.

(위) 대승령에서 조망한 남쪽의 가리봉 능선.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설악의 일반적인 탐방로와는 달리 이곳의 능선길은 아직 원시성이 많이 남아있는 길입니다. 흔한 철제계단이 한군데도 없고 진행이 어려운 부분에는 단지 고정 자일이 매달려 있을뿐입니다. 또한 많은 행로에서 진행로가 좁아 스틱을 찍을 자리조차 확보가 안되는 협로의 연속입니다. 당연히 반소매, 반바지를 입으면 많은 생채기가 나기도 하는 그러한 곳입니다.

처음의 진행로는 아주 무난한 길입니다. 따가운 햇살을 우거진 녹음이 막아주니 힘도 덜들고 길도 아주 양호합니다. 약 10분정도 진행을 하니 최초로 나타나는 약 10미터 정도의 직벽이 나옵니다. 고정로프를 잡고 쉽게 올라 갑니다.

예전 20년전의 기억으로는 무지하게 힘들었는데 이렇듯 쉬우니 참으로 이상합니다. 배낭이 그때보다 가벼워서 그런가? 아니면 내 체력이 그때보다 나아져서? 아님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등등의 의문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둘이서 신나게 나아갑니다. 룰룰룰...이렇게 가면 금방이지...

대승령을 출발한지 20분이 지나서 표시목 하나를 발견합니다. 1289고지임을 알리는 이정목...20분만에 1.5KM를 왔다는 표시목입니다. 산길 1.5KM를 20분만에 왔다고라??? 하긴 별로 험한 길도 아니었으니 그럴수도 있겠지...그래도??? (결국은 이 이정목은 잘못된것 같습니다. 0.5KM라면 몰라도...관리공단에서 정리해주시길 바라며...) 하여튼 기분은 좋아서 잠깐 숨을 고르고 사진도 찍고 쉬어갑니다.
(위) 문제의 표시목....
사그러드는 교만...그리고 두려움
1289고지를 지나니 험로의 연속입니다. 급경사의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날은 점차로 더워옵니다. 차라리 햇살에 노출이 되더라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습니다. 땀이 흘러 눈속으로 계속 들어옵니다. 바람을 차단하고 있는 원시림과도 같은 관목숲...찜통 그 자체입니다. 신체 밖에서 몸을 뜨거움으로 누르고 신체 안에서는 바깥으로 발산이 되지않는 현상이 일어나며 머리통에서 만두 뚜껑과 같은 김이 펄펄 납니다. 어질어질하여 쉬어가길 반복합니다.

앞서가던 동행자의 비명이 터진것은 그 순간...등로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던 까치독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피하다가 이내 쿵하고 옆으로 넘어집니다. 다행히 우거진 숲과 배낭때문에 큰일은 없었지만 무릎이 꺾이고 발목이 약간 접질려서 이시간 이후로 내내 힘든 걸음을 하게 됩니다. 또한 이후로도 뱀을 2번더 목격하고 많은 곳에서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완전히 땅꾼의 심정으로 진행합니다. 에구 무시라~~~

소지한 지도(최근 월간산 별책부록)를 보니 대승령에서 1408고지까지는 분명히 1시간 10분이라고 도상 시간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몇개의 봉우리를 넘고 또 넘었지만 1408고지라는 표시판은 안나오고...점점 작열하는 태양을 기세가 등등하고...이미 몸은 모두 젖어 파김치가 되어가고...아마도 신체의 온도가 40도 가까이 되지는 않았는가 생각해봅니다.(앞으로는 비상의료품에는 체온계도 포함해야 할것 같습니다). 여름에 산행을 자주하지는 않지만 이렇듯 더운것은 평생의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어이구 죽겠네~~~

도대체 1408고지는 어디인가...
이미 대승령에서 출발한지 1시간 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같이한 동행자는 아마도 우리가 못본 사이에 지났을 것이라며 잠시 쉬는 사이 지도를 보며 등고선을 체크하며 우리가 넘어온 봉우리를 헤아리며 맞추어 봅니다. 원래는 귀청에서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으나 이미 그건 물건너 갔고 너무나도 많이 흘린 땀과 체력 손실을 고려하여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하여 봅니다. 중간에 그럴듯한 고사목이 있는 곳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밥도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조금 먹다가 이내 입을 떼고 물을 목구멍에 밀어 놓습니다. 물이 제일로 맛있습니다.ㅎㅎ 10분정도의 시간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이내 배낭을 추스리고 다시 출발 합니다. 과연 1408고지를 지난것이냐? 아니냐?

1408고지 표지판 - 그리고 허탈
점심을 먹고 출발한지 약 20분 정도 지난 즈음...앞서가던 동행자의 탄식이 저에게 전해집니다. 아주 긴 탄식....여기가 1408고지임을 알리는 표시목을 발견하고는 허탈감에 주저앉습니다. 더 더워집니다. 분명히 지났다고 생각했던 1408고지가 여기라면 앞으로 남은 길은...???

지금 시간은 지나온 길을 계산하여 보면 분명히 도상시간은 대승령부터 이곳 1408고지까지는 1시간 10분이라고 명기되어 있건만 우리가 온시간은 - 지금이 11:30이니까 결국은 2시간 10분이 되어서야 도착한 것입니다. 무려 도상시간보다 1시간이 더걸린 시간입니다.우리가 더위를 먹은건가...아니면 지도의 시간이 잘못된건가...?그럼 앞으로 가야할 길은...의욕이 뚝 떨어집니다. 날씨는 더욱 더워지며...

(위) 그래도 전망은 아름답습니다. 걸어온길 저멀리 안산...
(위) 가야할 길 귀떼기청봉의 출현
허탈감을 이기며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산은 교만한자에게는 가혹하고 겸손한자에게는 모든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아름다운 경구를 기억해 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것 같습니다. 이제는 한발 한발, 걸음마다 산에 있는 그 자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걷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같은 진행 방향으로는 한사람도 보지 못하고 반대편에서 오는 여자5, 남자1로 구성된 한 팀만을 만났습니다. 하긴 이 더운날 이 힘든 코스로 누가오겠습니까만은...그 여성분들은 6시에 한계령에서 출발 하셨다고 하는데 6시간이 지나서야 이곳에...우리도 앞으로 6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인가...???
(위) 험로의 연속
여전히 길은 험로의 연속입니다. 반바지를 입은 나의 종아리를 낮게 깔려있는 관목의 나무 줄기가 벅벅 그어댑니다. (여름철 이곳 산행시는 긴바지를 입는것이 좋겠습니다.) 울창한 숲은 바람의 흐름을 가려 찜통이고 시야가 트이는 능선길은 바람은 불어주나 너무나도 뜨거운 햇살에 온몸이 불덩이가 됩니다.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으나 땀은 계속 눈속으로 들어가 따갑기 이를데 없습니다. 벗어서 계속 짜면서 가도 이내 금방 젖어버립니다. 나중에는 그냥 무념무상의 경지에 올라 그냥 갑니다.

(위) 기껏 올라가면 또 이런식으로 내림을 탑니다.
살 파먹는 진드기에 물리다...
진행로는 너무 좁아서 스틱을 찍을수 없네요...아까 본 뱀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땅만 보고 가다 보니 나무나 또 다른 장애물에 머리를 자주 부딛치곤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일이 터집니다. 다시한번 땅보고 걷다가 위에 드리워진 키보다 작은 조금 굵은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히며 옆으로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는 순간 손으로 왼편 나무가지를 잡고 겨우 균형을 회복하려는 순간 왼쪽 팔에 알수 없는(실상은 표현하기가 어렵군요) 감촉이 와서 보니 아주 조그만 벌레가 5-6마리가 붙어 있더군요... 툭툭 털어보아도 영 떨어지지 않아서 자세히 보니 몸이 반쯤 내 살속을 파 들어가 있는데 어이구 끔찍해라...결국은 맥가이버 칼로 살을 헤집고 꺼내니 금방 부어오릅니다.(나중에 이 이야기를 하니 물린곳에 마아가린을 바르면 지가 저절로 기어나온다고 하니 참조하세요..)

이제는 뱀, 멧돼지에 진드기까지 추가합니다. 불볕/찜통 더위에 별의 별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가자니 더욱 힘들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는 다리까지 풀려서 후들거림을 느낍니다. 이제 1시를 넘어가면서 햇살의 강도는 더욱 빛을 발하고 온몸은 젖어 후즐근한 상태로 걷습니다.

(위) 이런 길도 넘어 갑니다. 밧줄도 없어요..
끊임없는 너덜...뜨거운 햇님
이제 귀청을 향해 갑니다. 아까 1408고지에서 부터 보이던 귀청의 위압적인 모습은 가도가도 계속 그자리에 있는듯 합니다. 얄미운 귀청, 정말이지 귀싸대기라고 한번 날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 됩니다. 이제는 너덜입니다. 힘겹게 한발 한발 스틱도 의지하고 네발로도 기면서 힘겨운 오름짓을 합니다. 요 너덜 봉우리만 넘으면 귀정에 코앞이겠지...하면서 불같은 태양을 머리에 그냥 받으며 오릅니다. 올라보니...

(위) 아직도 저만치 보이는 귀청...으이구 죽겠네
아직도 저만치 보이는 귀청을 보며 둘은 또 낙담합니다. 이미 시간은 1시 반을 가리키고 있고 귀청은 아직도 요원한 거리를 유지하고 우리를 약올리듯...정말로 약도 오르고 더위에 불볕에 쓰러질것만 같습니다. 동행자도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는걸 보니 어지간히 힘든가 봅니다. 뒤에서 보는 그의 몸이 위태위태 합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이미 도상 시간으로는 귀청을 지나 한계령까지 다다를 시간 이건만 아직도 여기라니...이젠 죽었습니다.

그래도 인간의 발걸음은 위대하다.
지난달 지리종주를 할때 노고단에서 조망된 천왕봉까지의 기나긴 능선을 보며 아내가 한말은

"어휴~~저기까지 언제 가지?"

"한걸음 한걸음이 보태어져 저곳까지...갈수 있음은 우리네 인생과도 마찬가지...숨한모금 한모금이 보태어져 우리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의 인생이 형성되는것과 매한가지 아닌가...?"

라는 말로 철학적인 답변을 잘난척 늘어 놓던 나도 이제는 외부적인 요인에 나가 떨어진채 걸음을 합니다. 간간히 전해져 오는 바람결에 시원함을 느끼나 이내 불볕이 그나마 앗아갑니다. 또한 바위 너덜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만만치 않아서 열기로 온몸이 휩싸이는 듯 합니다. 눈 앞의 너덜에 칠해진 빨간 페인트만 보고 오름짓을 하는데...너덜이 끝나고 봉우리가 보이고 좁다란 소로로 올라가면서도 저기가 과연 귀청일까 하는 의구심이...하지만...
(위) 드디어 귀때기청봉에...
그곳은 우리를 그리도 약올리던 귀때기청봉이었습니다. 수없이 설악의 많은 길을 다녀보았어도 이렇듯 정상 이정목이 예쁜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곳에는 국립공원 다른 곳에서 처럼 잘 정비된 이정목도 없고 순박한 우리 옆진 순이처럼 그냥 그렇게 서있는 페인트 칠이 바래서 잘 읽을수도 없는 순박한 표시판이 있을뿐인데 왜 이리도 기쁜지^^
(위) 귀청에서 본 대청봉 (맨 가운데 제일 높은곳)
대청봉도 보이고 중청의 당구공 2개도 보이고 소청봉에서 조금 따라 내려보니 소청대피소도 보이고 조금더 눈을 내리니 봉정암...그 뒤로 시작되는 용아장릉, 그 너머로 지난 5월에 다녀온 공룡능선...햐, 정말 경치 좋습니다. 이때까지의 피로가 한껏 가시는 느낌...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이곳에서 아까 남긴 김밥을 다시 먹고 한참을 쉬어갑니다.
(위) 지나온 길...서북주능선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안산...
★ 귀떼기청봉(14:20/40분휴식/늦은점심/15:00출발)-한계령갈림길(16:10)-한계령(17:25)
정말 느긋하게 쉬고 다시 지겨운 너덜길을 내려옵니다. 다리는 이미 풀려 긴장의 연속입니다. 동행자는 아까 다친 무릎하고 발목이 고장나서 뒤에서 보는 내가 간이 콩알만 해 집니다. 휘청 휘청, 비틀비틀...겨우겨우 스틱에 몸을 의지하며 내려오는데도 땀이 비오듯 흐릅니다. 다행히도 물을 충분히 준비(본인:4리터, 동행자:3.5리터)해갔기에 망정이지 큰일날뻔 했습니다. 결국은 다 소비하고 왔으니까요...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니 아마도 한계령에서 올라오신듯 몇분이 땀을 훔치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쳐 바로 내림길을 탑니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아서 오르내림을 반복합니다. 내림을 잘도 타다가 다시 끝없이 오름을 탑니다. 동행자는 짜증을 냅니다. 아마도 무릎이 매우 아픈듯...내려오면서 샘터 물을 확인하고 조금 더 내려오다 보니 학생인듯한 남녀 한쌍이 길가에 퍼져 있습니다. 갈림길에서 30분 정도 되는 길가에서 비어있는 0.5리터 페트병 두개를 놓고 묻습니다.

"샘터에 물이 있나요?, 얼마나 걸립니까?"
"한 15-20분 정도면 됩니다. 물은 소량이지만 있으니까 어서 올라가 보세요"
라는 말을 하고 내려오면서 생각합니다. 여름철 능선 산행에는 충분한 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달랑 500CC 페트병 두개로 중청까지...아마도 그 커플 고생좀 했을거 같네요...

드디어 한계령입니다.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대충 몸을 씻고는 히치를 하여 장수대로 차를 회수하러 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