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행 일 : 2004. 7. 27   09:43~14:00

2. 산행형태 : 능선산행

3. 교 통 편 : 승용차

4. 날 씨 : 맑음

5. 산행인원 : 나홀로

6. 산행코스 : 관리소(09:43)-자운폭포(09:58)-유안청2폭포(10:10)-유안청1폭포(10:16)-동봉(11:29)-금원산(11:33)-수망령 갈림길(12:03)-시흥골 갈림길(12:03)-기백산 직전 암봉(12:41)-기백산(12:46)-임도(13:35, 통나무 계단)-복합산막(13:53)-관리소(14:00)

7. 산행기

이틀간에 걸친 주왕산 탐방을 끝내고 어느 산을 찾을까 고민하다 거창의 금원산이 적당할 것 같아 경남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일 서울로 가야하는 집사람은 함양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나는 대진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귀가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금원산 들머리는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88고속도로를 내려 함양방향으로 국도를 타다가  함양,무주 갈림길에서 무주방면으로 진행하면 위천면이 나타난다. 면 소재지를 통과하면 금원산 자연휴양림 안내판이 나오고 계속 직진하면 매표소와 계곡이 나타난다.

안내판에는 1~4코스까지 등로가 다양하나 최단거리로 계곡길을 오르는 2코스를 거쳐 정상에서 1코스로 하산하기로 정하고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 좌측으로는 기백산을 가리키는 표시목이 있고 우측계곡으로 접어든다.

유안청계곡은 1993년 경상남도 자연휴양림으로 조성하여 계곡을 따라 평상과 야영장을 만들어 두었는데 공터마다 승용차와 텐트로 덮혀 있고 물가에는 어른,어린이 할 것 없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잠시 오름짓을 하는데 자운폭포에 도착한다. 자운폭포는 규모는 크지 않으나 아담한 소를 품고 있는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원스럽게 흘러 내리고 있다.

지금 오르고 있는  유안청(儒案廳)계곡은 선비들이 지방 향시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던 장소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거창 제1의 계곡으로 소문나 있는데 허명이 아니다. 또한 유안청 폭포의 본래 이름은 금원산에 자리한 가섭사에서 비롯된 가섭도폭이었으나 유안청으로 인해 유안청 폭포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길동무 삼아  나무숲을 걷는데 유안청 폭포가 나타나고, 이어 유안청 제2폭포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폭포는 직폭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2폭포는 비스듬히 누운 와폭이다. 물의 양이 많지 않아 좌측으로 물줄기가 있고 우측으로는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 오를 만큼의 경사가 있다.

폭포를 지나 본격적인 능선을 오르는데 '비목나무'라는 표찰이 있다. 비목나무는 우리에게 친근하게 불리어지고 있는 국민가곡  '비목'과 같아 한자락을 흥얼거려 본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

비록 뜻은 다르지만 가곡 비목에서는 녹슨 철모와 이끼로 뒤덮힌 돌무덤 그리고 화약냄새가 연상되지만 그 모든것이 인생무상, 아웅다웅하지만 크게 보면 별반 다를 바 없는 우리네 인생을 비유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가 빗나갔는지는 모르지만...

조금 더 오르니 보리수나무도 있다. 이 나무가 부처님이 득도하신 같은 종의 나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나무 표찰을 보니 금원산이 처음이 아니라, 이전에도 자주 오른 친근한 산 같은 느낌이 든다. 예감이 좋다. 이왕 시작하였으니 조금 늦더라도 능선으로 기백산도 올라 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바위에 올라 식수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는데 인기척이 난다. 계곡을 벗어난 후 부터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잠시 오르니 바위에서 노부부 산객이 쉬고 있다. 혼자 산에 오를때는 지팡이를 가져 오라는 고언을 하신다. 나는 본래 쌍스틱인데...

보조가 맞지 않을 것 같아 좋은 산행 하시라는 인삿말을 뒤로 하고 오르는데 동봉이다. 동봉에는 이정표만 있고 표식이 없어 정상으로 향하는데 헬기장이 보이고 금원산 정상이 나타난다. 금원산은 정상석에 한글로 금원산이라고 씌여있는데 바위틈에 끼워진 나무판에는 金猿山이라 적혀 있다. 원숭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적이 궁금하다.

다시 동봉을 올라  기백산을 향하는데 아직 노부부 산객은 보이지 않고 저 멀리 기백산 정상이 아스라히 보인다. 능선길은 산객이 많지 않았는지 수풀이 웅성한데 갑자기 하늘이 검어지고 있다. 이러다 비라도 만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간단한 허리섹에 물2통,행동식,과일2개 밖에 없는데...

인간사에도 근심걱정의 90%는 필요없는 걱정으로 닥치면 해결한다는데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다. 5분여를 운행하는데 하늘이 맑아지며 우측으로 장대한 산맥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어느 봉우리인지는모르지만 남덕유산이 가까울텐데 하며 이쪽 저쪽 바쁘게 눈길을 움직여 보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길가에 늘어선 산나리 꽃을 보며 빠른 걸음으로 운행하니 정상에서 30여분만에 수망령 갈림길이 나타나고 우측으로 임도가 이어지고 있다. 더운 날씨지만 간혹 불어주는 산바람이 등허리의 땀을 식혀주어 별로 힘들어 하지 않고 운행하는데 시흥골 갈림길이 나타난다.

저멀리에는 시루떡을 포개놓은 듯한 암봉이 보이는데 기백산이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들과 눈인사하며 타는 능선길은 마음만큼이나 여유롭다. 현재까지 스친 산객은 두분 밖에 없으니, 그런데 암봉을 우회하는데 네 분의 산객이 스쳐 지나가며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허리섹이 뒤에 있으니 빈손으로 금원,기백을 타는 것으로 오해 하였나 보다.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 에서 주인공이 자식과 본인의 유사점을 찾다가 겨우 발견한 것이 발가락이라, 발가락이 닮았다고 환호성을 지르듯이 놀랐던 산객이 미안한지 '같은 등산화를 신었다'고 하여 '네, 제일 좋은 등산화입니다'로 화답해 주었다. 실제로 한번도 발이 불편하거나 물집이 잡히는 경우를 겪지 않았으니 나와는 궁합이 맞는 등산화다.

암봉아래 안부에는 7~8명의 산객들이 푸짐한 먹거리를 두고 식사 중이라 우회하여 암봉을 오르니 멀리서 보던 켜켜이 쌓인 암봉은 간데 없고 몇개의 커다란 바위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쪽 계곡의 물소리와 휴양객의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갑자기 농무가 밀려오다 사라진다. 높은 산으로 급격한 기후변화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지척에 있는 기백산(1,331m) 정상에는 스테인레스 표지판이 있는데 둘레를 암석으로 쌓아 성을 만들어 두었다. 기백산 조망 안내판에는 좌측의 황석산과 우측의 거망산을 표시하여 두었으며 「~~가을철에는 거망에서 황석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광활한 억새밭이 장관이다.」로 산군을 설명하고 있다.  

50여m를 지난 능선에는 금원산 휴양림 표시판이 있어 하산하는데 곳곳에 전나무가 많다. 축령,서리산 하산길에서도 전나무 군락을 만났었는데 쭉쭉 뻗은 몸매가 목재용으로 좋을 것 같아 볼수록 마음이 흐뭇해진다.

급경사 내리막이라 무릎보호를 위해 조심조심하며 50여분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나고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두었다. 관리직원의 기지가 돋보이는 시설물로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으로 보인다. 휴양림 관리소가 2.5km 남았으니 30여분이면 충분할 것같아 걸음을 빨리하는데 멋있게 지어진 복합 산막이 나오고 물가에는 여전히 야영객들이 물놀이로 시끌벅적하다.

관리소에 도착하니 14:00분으로 4시간여의 산행은 끝이 났다. 더운 몸을 식히기 위해 계곡수에 몸을  풍덩 담가 본다. 집사람이 옷을 어디서 갈아입을거냐고 걱정이다.남자가 옷갈아 입는데 뭐 걱정일까만.

<자운폭포>                                                                                            <유안청2폭포>


<유안청1폭포>                                                                                        <패랭이꽃>


<기백산 직전 암봉>                                                                                 <전나무군>


<원목계단>                                                                                            <복합산막>